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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83화 (83/200)

< 전쟁의 신, 아레스. >

-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 : 가상 현실에 갇히다.]

- 총원 5,332명의 후보생은 가상 현실 콜로세움에 갇혔습니다. 이중 후보생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에게서 살아남고 최대한 많은 후보생을 살려라.

설명이 뭔가 애잔하다.

한성처럼 가상 현실에 갇혔다니, 당장이라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성은 멈칫 선 최이명을 바라봤다.

“승부는 나중에 보자.”

그렇게 말하곤 경기장 밖으로 나섰다. 장외 패가 떴지만, 이제는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한성!”

멀리 진훈과 세르게이. 그리고 일행들이 달려왔다. 하얀이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고 한성에게 안겼다.

“일단 모여 있어.”

“저거 이상해. 원래 경기장 밖에서는 공격이 안 됐잖아?”

“지금은 될 거야.”

한성은 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적은 우리보다 강할 거야. 가상 현실에 들어오면서 묶였던 제한이 풀렸으니까. 업적이나 격 같은 거 말이야.”

“그게 가능해?”

이 가상 현실은 [권능]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다. 발전된 과학의 집합체에 관련 이능력자의 극한에 다다른 특성이 [권능화] 되어 만들어낸 세상.

당연히 바이러스니, 해킹 따위는 통하지 않아야 맞다.

하지만 그쪽도 [권능] 정도의 이능이라면?

“내 특성도 그렇게 뚫은 건가?”

최이명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한성 뒤로 와 있었다.

“비슷하지. 권능도 결국은 이능에서 성장한 거니까.”

사실은 전혀 다른 방법이지만, 지금 그런 것을 설명할 때가 아니다. 차라리 지금을 기회 삼아 동료로 만들어야 했다.

“온다.”

수십 명에 이르는 가면 쓴 자들이 이곳으로 향했다. 각자 검붉은 오라를 풍기는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웬만한 후보생들은 저 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오호, 겁도 안 먹어? 역시 S등급에 이르렀다는 이한성인가?”

“2위인 진훈도 있고, 1위인 한별은 없네. 아쉬워라.”

상대는 일행을 모두 아는 느낌이었다.

일행은 잔뜩 긴장했다.

상대가 지닌 여유와 수상한 오라가 일렁이는 살상 무기 때문일 거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상대는 죽지 않고 자신은 죽는다는데, 쉽게 여유를 가질 순 없다.

게다가 업적과 격의 제한이 다르다.

영웅이 갖는 가장 큰 힘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거다.

“그래서, 이길 수 있겠어?”

한성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예상과 다른 반응 때문인지 몇몇이 소리쳤다.

“잘 모르는 모양인데, 이 검에 맞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응, 알아~”

“현실에서도······ 응?”

“죽는다는 거잖아.”

“하, 그러고도 여유를 부려?”

“응, 여유 부릴 만하니까~”

“또, 또 있다!”

“응, 알어~”

“······진짜?”

“응, [마력 무력화] 있다는 거~”

한성은 일부러 놀리듯이 말했다.

상대의 몇 명은 벌써 발끈하기 시작했고 아군인 일행은 한층 긴장이 가셨다.

“이 새끼가!”

“멍청아, 침착해. 괜히 도발에 걸려들지 말고.”

리더로 보이는 남성이 등장했다. 통일된 복장에 특색 있는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가면은 ‘사자’였기에 사자로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여유롭다면 한 번 붙어 볼까? 일대 일로.”

“우리 숫자가 훨씬 많은데, 우리 손해 아니냐? 사자야.”

한성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적은 수십 명. 많아야 100명 정도. 하지만 아군은 일행을 제외하고도 수천 명이나 있다. 물론, 제대로 참여하겠다는 사람은 몇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 수백 명은 되지 않을까.

“싫으면 그냥 시작하지.”

사자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뒤에 있던 수십 명의 적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몇몇은 벌써 업적을 사용하며 맞서는 후보생을 밀어내고 도망치는 후보생의 등을 갈랐다.

그들은 아까와는 다른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후보생이라면 이 정도 고통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죽을 수 있다는 공포는 고통을 증폭시켰고 대상의 기세마저 꺾어 버렸다.

게다가 [마력 무력화]라는 기능이 있다. 한성 정도의 마력 특성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후보생 대부분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그 때문에 공포심은 더욱 깊어진다.

상황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한성은 의도한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소수의 희생은 필요하다.’

적의 전력을 분산할 필요가 있었다.

정상적으로는 깰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일대 일로 하자는 것도 페이크일 게 분명했으며 저 전력을 한성과 일행만으로 감당할 수는 없었다.

한성은 정면으로 곧장 달려들었다.

사자는 격을 방출했다.

쏴아아아.

일대를 뒤덮는 기세. 존재감만으로 격이 없는 이들은 내상을 입고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크윽.”

그것은 한성도 마찬가지였다.

사자는 여유로웠고, 한성은 속이 뒤집혔다.

하지만 한성은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서 안혜림이 붉은 안광을 흘리며 한성의 옆에 섰고, 진훈이 황금빛 마력을 뿜어대며 한성의 곁으로 따라왔다. 한 명, 두 명, 모두가 한성 곁으로 다가왔다.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적도 10명은 된다.

6,000명 중을 잡기 위해 100명이 왔는데, 그중 10%인 10명이 이 앞에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그들의 만용일까.

아니다.

자신감이었다.

콰아아앙!

그들에게서 뿜어진 공격에 바닥이 뒤집히고 마력이 폭사한다. 몇몇은 그 사이로 검과 창을 밀어 넣었고 곳곳에서는 마법이 난사되었다.

한성은 거대한 실드를 쳤고 멀리 있던 길성현도 언제 왔는지, 한성이 친 실드 뒤에 다시 실드를 쳤다.

하지만 이것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한성이 가장 잘 안다. 저 무기에는 [마력 무력화]라는 말도 안 되는 권능이 담겨 있으니까.

번쩍!

콰과과과!

실드는 무참하게 깨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격통은 없었다.

한성의 앞으로 최이명이 서서 수십 개의 마법을 증발시켰으니까. 그뿐이 아니다. 제임스 딘의 마법과 이창석의 검이 적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모두 SS등급의 마력 재능을 지닌 이들이다.

그들도 속이 뒤집힌 듯 표정이 안 좋았다.

한성은 웃을 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곳은 전장이었고 전쟁만이 있을 뿐이다.

“승산이 있어!”

세르게이가 외쳤다.

쟤는 참 단순하다. 그래서 좋아하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본 후보생들은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적과 대적하는 걸 택했다.

포기한 걸까.

그렇게 보기엔 후보생들의 전투는 더없이 처절했다. 상대는 강했고 후보생들은 약했지만, 사기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100명이 넘는 후보생들이 죽은 후였다.

본래의 투명 핏물이 아닌, 붉은 핏물.

게다가 다시 살아나지 않으며 시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일반적인 오류일 수 있다.

하지만 적이 말하는 것을 들은 후보생들은, 그것이 실제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후보생은 적에 맞서 싸웠다.

17살에서 20살. 이번 신입생은 예외지만, 모두가 영웅이 아닌 자들. 영웅이 되기 위한 자들이다. 그래도 두려움보다 자긍심이라는 게 더 큰 이들.

그리고 그들의 눈에서는 분노가 보였다.

함께 하던 친구들을 죽였다는 것에서 온 분노였다.

“으아아아아! 죽어!”

“이 개새끼들아아!”

후보생들은 터무니없이 쉽게 밀리면서도 계속 달려들었다. 팔을 잃고 가슴이 뚫리면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것에 자극받은 후보생은 점점 단일화되기 시작했다.

“······뭐야.”

최이명, 이창석, 제임스 딘은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야 솔직히 자신감이 있어서 온 거다. 여기 있는 실력자들과 함께라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적의 일부라도 처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으니까.

하지만 저들은 아니다.

그중에는 신입생, 기존 1학년도 대거 섞여 있었다.

정말 17살인 애들.

“이게 영웅이다. 아직 영웅이 되지 못한 후보생이라지만, 이런 마음을 가져야 영웅이 될 수 있는 거라고.”

이런 시공이 오그라드는 말을 누가 한 것인지, 시선을 돌렸다. 진훈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최근엔 진훈이 각성하거나 어려움에 닥쳤을 때 옆에 없었던지라 잊고 있었다. 정말 소년 만화의 주인공을 빼다 박은 게 진훈이라는 캐릭터란 것을.

“그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아까 도발에 걸려들 뻔했던 고양이 가면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는 격을 개방했다. 완연한 S등급은 아니지만, 버그 무기 버프에 의해서 희미한 격을 획득한 상태.

다행히 완연한 S등급 격을 지닌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100명 중, 7명 정도.

이 앞의 10명 중에서는 2명이다.

여기로 많이도 몰려오긴 했다.

“자, 이제 본 게임을 시작해 볼까?”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

- 이게 뭔 일이여.

- 이거 연출? 아니면 버그? 뭐야. 어떻게 된 거야?

- 지금 뉴스 보셈 난리 났음.

- 이 시험 보는 후보생들 가상 현실에서 못 나오고 있다는데?

- 사이버 테러라고 난리다. 아카데미 지금 난리야!

- 근데 다른 방송은 다 끊겼는데, 왜 이건 송출되고 있음?

다른 이들의 송출은 모두 끊겼다. 하지만 한성의 방송은 그대로 송출되고 있었다.

가상 현실과 현실이 완전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성은 왜?

“헤일렌, 시작하지.”

- 알겠습니다. 전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위이이잉!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생겨났다. 그곳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이들이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했고 한성과 일행의 손에 그들과 똑같은 무기가 쥐어졌다.

“이제 쇼 타임이다. 이 새끼들아.”

한성은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일행도 이게 무슨 일인지 당황해하다 한성의 뒤를 따랐다.

적들은 사색이 되었다.

*  *  *

헤일렌은 검은 땅에서 한성의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31번 구역 경비에 신경 쓰면서 소환수 늘리는 것에 집중했으며 다른 이능도 틈이 날 때마다 숙련도를 올렸다.

특히, [해킹]은 한성이 서울로 돌아가면서 무조건 A등급 이상으로 올리라고 했던 이능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필요할 때가 오다니.

“읍읍!”

“가만히 있어.”

헤일렌은 뒤에 ‘백’들에 의해 묶여 있는 ‘이순자’라는 후보생을 발로 차 버렸다.

한성이 지시한 일은 간단했다.

이순자를 추적하고 한성이 알려준 장소를 물색해 적 [아지트]를 찾으라는 것. 한성의 예측처럼 아카데미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아무리 [권능]에 가까운 프로그램 관련 이능이라도 거리의 제약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예상되는 곳이 있었고, 이순자를 추적한다고 해도 이곳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적들도 그리 만만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한별과 정연의 도움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안쪽엔 다 해결했어.”

뒤쪽 어둠에서 등장한 한별은 헤일렌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복부엔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 아직은 걸음이 불편한 것인지 손을 옆구리에 얹고 있었다.

“네, 프로그램 장악을 시작합니다.”

헤일렌은 정신을 프로그램에 직접 연결했다.

[해킹] 이능이 있으면서 AI이기에 가능한 일. 게다가 ‘백’을 이용해 이 사태의 주범인 프로그래밍 이능을 지닌 사람의 기억을 빼내고 있기에 가능했다.

헤일렌의 오른쪽에는 시체 하나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징그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억을 가로채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죽인 시체에 ‘백’을 빙의해 기억을 빼내는 것이었으니까.

“진짜 한성은 이런 것들을 어떻게 미리 아는 걸까.”

한별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헤일렌은 자기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프로그램 장악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죽어버린 프로그래밍 이능력자는 이 ‘컴퓨터’에 모든 권한을 넘긴 상태였으니까.

헤일렌은 하나씩 차근차근 진행해 갔다.

그러던 도중 신호가 왔다.

*  *  *

“와아아아! 죽어라! 개새끼들아!”

“이새끼들, 감히 내 친구를 죽인다고 하고 안 죽였냐?”

“······그럼 죽였어야 했냐?”

“뭐라는 거야 이 미친 놈들아.”

난리가 났다.

그래도 전황은 어느 정도 뒤집혔다.

죽었던 이들이 다시 살아나면서 저 이상한 무기에 죽는다고 정말 죽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덕분이었고 적과 같은 무기를 아군의 10명 정도가 쥐고 있었다는 것도 컸다.

그것도 적이 ‘격’을 방출함에도 버틸 수 있는 강한 후보생들이 말이다.

‘아무도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헤일렌의 타이밍 좋게 무기의 속성을 변환한 덕분이었다.

미리 연락하고 정연과 공조하지 않았다면 힘든 일이었다.

한성은 이 타이밍을 기다렸다.

저들 모두가 안심하고 등장하기를, 앞으로 아카데미를 위협할 인물들을 드러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 결과, 신분을 속이고 신입생으로 들어온 인원 대부분이 몸을 드러내게 할 수 있었다.

콰과과과!

하지만 적은 여전히 강했다.

적은 격을 방출하고 있었고 아군은 격의 제한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헤일렌은 작업 중이었고,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늦어.’

이대로는 안 된다.

아군은 죽었다가 살아났지만, 그것은 시간 끌기밖에 안 된다. 여기서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빨리 해치우고 다음 페이즈를 준비해야······.

쿠우우우.

“젠장할, 벌써?”

진짜 적이 등장한다.

그 이능력자가 이곳에 심은 진짜 함정.

“다들 접속 해지해!”

한성이 크게 소리쳤다.

마력을 담아, 모든 콜로세움에 전달되도록 말이다.

“빨리! 지금 해지하지 못하면 다시는 못 나가!”

한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보생들이 하나 둘 접속을 끊기 시작했다. 어차피 죽은 줄 알았던 친구는 돌아왔으니, 이곳에 더 있을 필요는 없었다.

한성은 그 접속 해지를 막으려는 가면 사나이들을 향해 돌진했다. 친구들이 접속을 해지할 때까지 저들을 막아야 한다.

[전투 중]에는 접속 해지를 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저 멀리서 무언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수십 미터가 넘어가는 몸체에 검과 방패를 착용한 남성 ‘석상’. 전신에선 붉은 오라가 풍겼고 전쟁의 기세가 하늘을 뒤덮어 검은 하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전쟁의 신 [아레스]

이 ‘가상 세계’를 이용해 ‘버그’가 만들어낸 신격의 복사체였다.

< 전쟁의 신, 아레스.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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