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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49화 (49/200)

< 중간고사 : 무기술 시연(2) >

한성은 거의 무아지경에 들었다.

이 파훼 방법은 한성이 전 회차에 [무기 시연 과목 시험, 퍼펙트 클리어하기]라는 컨텐츠를 만들면서 연습했던 거다.

전 회차에서 한성은 마법 전공이었다.

하지만 마법도 비슷한 시험이 있다. 이처럼 원거리 공격을 뿌리면 마법으로 막고, 마법이 걸린 완드로 막는 것. 최소한의 마력으로 최대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거다.

[생존]에 관련된 과목이었으니 비슷할 수밖에.

하지만 다른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한성이 모르는 패턴도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패턴도 꽤 있었다.

하지만 한성의 [정보 열람]이 발동되면서, 원거리 공격이 날아오기도 전에 훤히 보였다. 남들에겐 1초 남짓한 상황이지만, 한성에게는 2초에서 3초까지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

“후.”

한성은 검을 내렸다.

다시 주변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며 집중의 시간이 깨졌다.

“와아아아!”

“뭐야, 저 친구. 무슨 점수가 저래!”

“말도 안 돼.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게다가 잘 생겼어!”

“아니, 지금 그게 중요······ 하네.”

이상한 소리가 섞여 있었지만, 한성은 자신의 전광판을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 이한성 : 3,060점

2. 진훈 : 1,890점

3. 세르게이 : 1,853점

4. 알렉스 : 1,828점

2위, 3위, 4위까지의 점수 차이는 적었고 1위인 한성과의 점수의 격차는 컸다. 하지만 4위까지도 역대 [무기술 시연]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상황이라는 게 더 놀라웠다.

그런데 한성은 3,060점.

정말 말도 안 되는 점수였다.

‘전 회차보다 조금 오르긴 했네.’

전에는 2,800점 정도였다.

‘나 원래 검에 재능이 있었던 건가?’

이 게임을 하기 전, 액션 대전 게임이나 무협. 혹은 검투 게임을 하기도 했다. 모두 검을 사용했었는데, 그때도 고인물 소리를 듣기는 했다.

- 원거리 공격 방어 시험이 끝났습니다.

- 기록은 실시간으로 누적되며, 최종 시연이 끝날 때까지 시험은 계속됩니다.

- 두 번째 시험은 [동일 무기 대전]입니다.

대전 인공지능이 삽입된 구울과 대전을 치른다.

A등급에 이르는 육체 능력과 세계 유수의 가문에서 협조를 받아 제작된 인공지능의 조화. 몸값만 수천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고가 구울이다.

이 시험의 기록은 ‘구울이 개방하는 잠재력’이 기준이 된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 구울은 처음 D등급으로 시작한다. 육체 능력, 검술 능력까지. 하지만 후보생의 무력에 맞춰 단계적으로 잠재력을 개방하면서 A등급까지 상승하게 되는 거다.

결국, 구울의 어떤 등급까지 싸울 수 있느냐.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거기서 플러스 점수와 마이너스 점수는, 각자가 입은 슈트와 착용한 무기에 달린 센서에 의해 기록된다.

“검으로는 처음인데.”

첫 번째 시험인 원거리 공격 방어는, 하나의 게임처럼 하면 된다. 패턴만 파악하면 되었고 대상을 파악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방어하는,

그야말로 [리듬 게임 + 퍼즐 게임]이라는 것.

하지만 이건 다르다.

육체 능력과 검술까지 갖춘 대상과 싸운다. 거기에 한성의 이능을 사용할 수도 없으니, 한성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대련.’

목숨을 취하는 게 아닌, 슈트에 데미지를 얼마나 주느냐. 육체 능력도 중요하지만, 검술 비중이 더 높다.

-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합니다!

사방을 울리는 방송을 끝으로 정면으로 구울 30개체가 등장한다. 이 구울은 이번 아카데미 습격 사건에서도 꽤 활약했었다.

“한성, 파이팅.”

검을 가진 후보생은 줄을 따로 섰는데, 세르게이는 한성의 한참 뒤였다. 후 순위부터 대련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성은 어깨를 풀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  *  *

[여명의 검]에 소속된 성아연과 한상근은 세계의 길드 전체가 경쟁자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성이라는 인물을 쉽게 스카웃 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했다.

“미치겠군.”

“······아니, 아직 후보생이잖아?”

10위권에 겨우 붙어있는 성시연의 기록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한성에 비하면 ‘심해’랄까. 그 정도로 이한성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동일 무기 대전]에선 구울을 B등급 끝자락까지 몰고 갔다. 압도적인 육체 능력치를, 이능이나 마력의 사용 없이 검술만으로 말이다.

진훈도 B등급까지 올리긴 했지만, 그게 한계였다.

1. 이한성 : 5,090점

2. 진훈 : 2,890점

3. 세르게이 : 2,753점

4. 알렉스 : 2,528점

점수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무기 시연 시험인 [마법 파훼]에선 완벽한 신기(神技)로 더 큰 점수를 얻었고 네 번째 시험인 [몬스터 사냥]에선 진훈과 비슷한 점수를 올렸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점수 차는 좁힐 수 없었다.

1. 이한성 : 9,090점

2. 진훈 : 4,950점

3. 세르게이 : 4,730점

4. 알렉스 : 4,128점

진훈, 세르게이, 알렉스는 지금까지의 [무기술 시연] 과목의 역대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하지만 그 위에 한성이 있었다.

그는 전 세계에서도 결코 나오지 못한 점수로 시험을 마쳤다.

“미친······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가문이 어디야? 아니면 스폰 길드라도 있나?”

“빨리 조사단 파견해! 완벽하게 알아내고 영입한다.”

“길드장님께 바로 연락해! 무조건 직접 와야 한다고!”

“젠장, 지금 러시아에서 바로 올 수가 없는데!”

“한국 길드만 너무 유리하잖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모든 스카우터들이 난리가 났다. 아직 50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 정도 실력이면 순식간에 10위권 안. 아니 1위까지 금방 치고 올라갈 거란 확신이었다.

한상근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거 굉장히 힘들어지겠는데.”

“······힘든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성아연은 부쩍 소란스러워진 대기실 입구를 바라봤다. 근처에 있던 외국인인 소리친다.

“자, 잠깐. 저기 정연의 가주 한구본 아니야?”

“[흑연]의 가주도 있어······ 거기에 [언더월드의 왕]까지?”

정연, 흑연의 스카우터는 이곳에 있었기에 급하게 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더월드의 왕은 대체 왜?

설마 개인적인 무력 부대에 영입하기 위해서인가.

세계 각지의 스카우터가 모인 대기실은 난리가 났다.

길드와 가문.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길드는 잠시 몸을 담는 단체라지만, 가문은 혈연과 충(忠)으로 연결된 단체라는 것. 하지만 가문에서 다른 길드로 들어가기도 하니, 어떻게 보면 길드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세 왕(王)은 말 그대로 격이 다르다.

[정연]은 대한민국의 수호가문의 가주.

[흑연]은 세계적인 암살 및 정보 가문의 가주.

[언더월드의 왕]은 한국의 언더월드를 지배하는 왕.

각자 대한민국에 속해 있다고 하지만, 서로 다른 왕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강자다. 특히나 정연에서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배출하기도 했으니, 정말 왕의 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희 어머니 오셨네.”

“난 다녀와야겠다.”

[흑연]의 가주는 여성이다. 성아연의 어머니.

한상근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아무리 친한 성아연의 어머니라도, 그 유명한 흑연의 가주니까.

“설마······ 영입하러 온 건가?”

당연히 졸업 전에는 길드나 가문에 소속되는 건 안 된다. 하지만 미리 구두로 계약할 수는 있다.

“하아, 이번 영입은 실패네.”

대한민국 10대 길드. 전 세계 유수의 길드까지. 모두 경쟁 상대라고 해도 어찌어찌 가능성은 있었다. 일단은 여명의 검도 한국의 7위이고 전 세계에서도 100위 안에는 드는 길드니까.

하지만 저건 차원이 다르다.

[여명의 검]이 딱 2개 지닌 [레드 패스]를 저 가문은 아마 10개 이상도 가지고 있을 거다. 조기 면담권이자, 추후 우선 교섭권을 가진다.

게다가 가주와 왕이 직접 온다고?

다른 해외 길드들도 모두 기가 죽어 있다.

- 모든 시험이 끝났습니다.

- [레드 패스]를 사용해 특정 후보생과 면담이 가능합니다.

- 감사합니다.

방송이 들렸다.

성아연은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정갈하게 묶어 올린 검은 머리. 창백해 보일 정도로 새하얀 얼굴과 붉은 입술. 거기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을 만큼 완벽한 이목구비.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였다.

하지만 그녀가 지닌 분위기는 ‘미모’를 ‘냉기’로 만들어버렸다.

“가주님.”

“아연이구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약속이 있어서 왔단다.”

성아연은 갸웃했다. 약속이라니, 무슨 약속이길래 이곳으로 왔단 말인가. 아카데미 총장? 아니, 대통령이 불러도 아랫사람을 보내는 사람이 흑연의 가주다.

“······그럼 후보생 영입하러 온 건 아닌 건가요?”

“영입이라······ 할 수 있다면.”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흑연의 가주이자 성아연의 어머니인 ‘소이연’은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 움직였다.

그곳은 단체 면담실.

‘단체 면담실을 간다고?’

단체 면담실은 [레드 패스]의 지목을 당하지 않은 후보생 여러 명이 한 길드에게 ‘면접’을 보는 곳이었다.

일단은 [한국 영웅 아카데미]의 후보생이기에 어떤 후보생이든 사전 면담을 포기할 수는 없다. 또, [레드 패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아예 면담의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없으니, 원하는 후보생을 받아 길드와 면담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단체 면담실은 그런 곳이다.

그런데······.

“······세 왕(王)이 한 방으로?”

저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원래 길드 하나에 여러 후보생이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마냥 뒤늦게 들어가는,

“······이한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저 모습은 ‘세 왕(王)’이 한 명의 후보생에게 ‘면담’을 받는 것 같은. 아주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장면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한상근과 성아연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인지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  *  *

“······.”

“······.”

“······.”

사람은 셋인데 정적이 흐른다.

이 셋이 모일만한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각자 따로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모이는 것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달칵.

누군가 입을 열기 전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이 셋을 한 장소에 불러 모은 장본인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이한성이었다.

“오랜만이군.”

“멀리서 한 번 봤던 게 기억나는군요.”

한구본이 아는 척을 했고, 심우주는 경매장에서 잠깐 흘리듯 봤었다는 걸 어필했다. 소이연은 그런 둘의 모습에 미간을 찡그렸다.

한성은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중앙에 앉았다.

그리곤 물건 하나를 꺼냈다.

“마기 정화의 비약. 35%짜리입니다.”

유리병에 담긴 정화의 비약은 영롱했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붙어 도는 미묘한 색.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빛은 은은하게 뿜어댔다.

셋은 알 수 있었다.

절대로 가짜가 아니다.

비약 안에서 느껴지는 순순한 힘. 아름다운 외관. 어떤 것 하나도 쉽게 흉내 낼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55%짜리 비약은 세계 경매를 진행할 겁니다. 아마 7조에서 8조 이상이 나오겠죠.”

한성의 말에 소이연이 입을 열었다.

“저희 흑연은 10조 이상으로 사 줄 의향이 있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

한성은 단호했고 소이연은 입을 다물었다.

“후후, 그런 얄팍한 수는 안 통할 겁니다.”

한구본은 한성이 마음에 들긴 하는 것인지, 소이연에게 일침을 놨다. 겨우 2조의 돈으로는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55%짜리 경매는 알아서 하지면 됩니다. 그건 저에게 광고용일 뿐이거든요.”

한성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

“재료만 가져오면, 하나에서 두 개. 꼭 필요한 만큼은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아, 참고로 이 자리 이외에 어떤 사람이 오든 전 한 달에 하나만 만들 겁니다. 간혹 쉴 때도 있을 거고요.”

한성의 말에 서로 먼저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한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일단, 저부터 원하는 걸 말하겠습니다.”

한성은 상황을 시종일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누군가 먼저 무엇을 제시할 수도 없게 말이다. 한성은 원하는 것을 직접 이끌어 낼 생각이었다.

“첫 번째, 이곳에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이거야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저 하나의 옵션일 뿐이다.

“두 번째, 검은 땅으로 통하는 [워프 게이트] 건설의 허가권.”

“······?”

“세 번째, 검은 땅. [제 31번 구역]의 소유권.”

“······!”

처음엔 무슨 의도냐는 듯 놀라더니, 두 번째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성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길지 않았다.

“언제든 한 번은 직속 부대를 지원해준다는, [비상 지원 요청권] 하나씩.”

돈으로 따지면 한성이 압도적으로 이득을 보는 구조. 특히, 31번 구역의 가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그 진정한 가치는 미래에 드러난다.

자, 제안은 끝났다.

이제 대답을 들을 차례다.

< 중간고사 : 무기술 시연(2)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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