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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45화 (45/200)

< 리치 사냥. >

격이란 것에는 [희귀], [역사], [전설], [신화]의 등급이 존재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며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린다면 명예(名譽) 혹은 악명(惡名)을 쌓게 되며, 그것이 하나의 ‘업적’이 된다.

그게 모이고 모여 하나의 [격]을 이루게 되는 거다.

하지만 그게 절대로 쉬운 건 아니다.

아스팔트에 눈이 내려도 바닥이 얼기 전까지는 눈이 쌓이지 않는 것과 같다. 한 번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하지만 눈은 눈. 언제든 한 줌의 수분(水分)으로 사라질 수 있다.

한성이 비록 [희귀] 등급을 뛰어넘어 [역사]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해도, 지금은 얇게 눈 층이 쌓인 것뿐이라는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격]이 [신화] 등급 다다르면 [신격]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마치 쌓인 눈이 단단해져 얼음이 되고 기나긴 세월(歲月)과 거친 눈보라에 만년설(萬年雪)이 되는 것과 같다.

번쩍.

한성은 눈을 떴다.

하늘이 정전(停電)된 것처럼, 완전한 어둠으로 변했다. 거대한 빛이 휩쓸고 지나간 탓이다. 그렇지만, 한성의 몸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격]을 쌓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 정적(靜寂)을 깨뜨린 것은 ‘댓글’이 올라오는 소리였다.

-  ······미르스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여.

- 저 흰색 빛, 격 시작할 때 나는 거 아니야?

- 세상에, 방금 ‘격’에 쌓이기 시작한 거 같은데?

- 나 현역 영웅인데, ‘격’에 들기 시작한 게 맞음.

└ 현역? 현역이 왜 튜브 같은 걸 보고 있어.

└ 왜, 나도 현역인데 이걸 안 보는 게 더 이상한 거임.

- 와, 시청자 수 봐. 1분 전까지만 해도 5만이었는데 지금 56만 실화냐.

- 누가 56만이래? 61만이구만.

- 뭔 소리야. 65만인데.

- 한성 코인 가즈아.

- 아직 한성 코인 탑승 안 한 흑우 없제?

그 소리에 몇몇 시선이 한성에게 모였다.

한성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전장을 바라봤다.

[퓨리 오브 더 헤븐]

마법 자체에 신성력이 부여되어 있기에 리치와 데스 나이트에 효과적이다. 드레이크도 마기에 침식된 상태였기에 마찬가지로 효과적이었다.

또한, 부상자들에게는 치유의 효과도 있다. 덕분에 아군의 피해 없이, 적만 불태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성은 [관종의 삶]을 직접 비활성화해야 했다. 10만의 관심도 심한 부담이 왔는데, 현재 70만이 넘어가는 시청자를 받아들이긴 무리였다.

‘구독자고 무지막지하게 오르고 있네.’

75만의 시청자 중에서 90% 이상이 구독을 누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장이 정리되면 100만은 그냥 넘겠는데.’

아마 이 영상이 두고두고 회자(膾炙) 되면서 조회수와 구독자는 계속 증가할 거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한성의 말이 고요한 전장에 울려 퍼졌다.

모든 시선이 모였다.

진훈, 한별, 길성현, 성시연.

그리고 이 광경을 목격한 모든 이들은 생각했다.

‘절대로 후보생이 보일 힘이 아니다.’

언제부터 저런 힘을 가졌을까.

아니, 힘을 숨기고 있었다.

그게 맞는 추측이다.

‘최소 A등급 이상.’

희미하지만 [격]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 격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길을 시작하기도 전에 희미한 격을 방출한다고? 그건 분명 비상식적이다.

하지만 직접 눈앞에서 본 사실이다.

아무도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그중 진훈만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붙고 싶다.’

진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의 눈빛은 자신의 형과 아버지를 보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때의 느낌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의 한성.

진훈이 아는 그 눈빛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한성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돌려 전장을 둘러봤다.

‘아크 리치.’

공항 주변의 모든 몬스터의 90%는 말살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전장의 중앙. 후방으론 거대한 게이트가 존재했고 전방엔 보스 리치의 진영이 존재했다.

“부상자를 수습하고, 방어선을 구축합니다.”

한성은 길이현을 바라보며 말했고, 길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이곳에서 가장 높은 직위를 지닌 사람이니까.

“훈아.”

“응!”

진훈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놈은 어떻게 된 것인지 자신보다 강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만 보이면 이런다.

“민간인 수습을 도와줘.”

“알겠어. 대신······.”

“세르게이랑 나디아도 진훈을 따라가 주고.”

한성은 진훈의 말을 듣지 않아도 ‘대련’해 달라는 게 뻔했기에 빠르게 말을 돌렸다.

한성이 아무리 격을 지니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관종의 삶]의 버프를 받지 않으면 진훈은 무리다.

“그리고 마법에 조예가 있는······ 별하고 길성현. 나 좀 도와줘.”

“······그러지 뭐.”

“······.”

별은 그래도 대답은 한다. 하지만 길성현은 자신의 누나인 길이현을 쓱 보더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한성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부탁한다면.”

한성은 속으로 고민했다.

‘진짜 죽일까.’

일단은 지금 이 사태부터 해결해야 했다.

“우리는 마법 결계를 구축할 겁니다. 여러분은 공항 안쪽의 안전 확보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저는 보스 리치. 아니, 아크 리치의 영향권 안의 민간인을 구출할 겁니다.”

“아크 리치 영향권으로?”

놀라서 물은 건 성시연이었다.

아크 리치. 등급으로만 따지면 S급에 이르는 고위급 몬스터다. 당연히 이곳의 전력만으로는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최고다.

‘관종의 삶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도 힘들고.’

시청자의 수는 중요하다.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고, 너무 많으면 부담된다.

몸이 멀쩡하고 뒤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50만이든 100만이든 활성화했을 거다. 그래도 한성의 몸에 맞춰 질이 격하(格下)되어 발동하기에 ‘죽지는 않을 만큼’의 힘을 얻을 순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재 한성의 몸은 망가지기 직전이다.

- 육체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 마력의 과도한 사용에 신경이 손상되었습니다.

- 육체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손실됩니다.

- 마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손실됩니다.

- 잠재력이 손실될 위험이 있습니다.

- 거대한 [운]의 영향에 영구적인 손실이 무효화됩니다.

- 신도 감격한 [운]에 영구적인 손실이 무효화됩니다.

아까부터 이런 시스템 문구가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몸은 삐걱거리고 마력을 움직이면 척추가 찌릿하다.

“일단은.”

“그건 안 돼. 어차피 제현 PMC와 연계 길드에서 지원 오기로 했으니까 기다려.”

길성현의 말이었다.

“너희는 안 가. 나 혼자 간다.”

한성은 확고했다.

몸은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성에겐 하얀이와 헤일렌이 있다. 거기에 무지막지하게 쌓여가는 인지도 포인트까지. 그것 외에도 아크 리치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역사급 업적은 절대로 쉬운 게 아니야.’

앞으로 다가올 퀘스트는 클리어하기만 해도 [역사]급의 업적을 쌓을 정도로 난이도가 상향될 거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이미 발동한 퀘스트였기에 추후에 발동할 퀘스트보다는 난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역사] 등급 업적을 하나 줄 정도로 ‘아크 리치’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역사 등급의 업적을 하나라도 더 얻어야, 다음 퀘스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나도 간다.”

진훈이 말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한성도 진훈이라면 찬성이다.

“그럼 나도.”

한별이다. 이 친구는 원래 진훈이 가면 무조건 따라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가야 해.”

성시연이 말했다.

하지만 한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곳을 지킬 사람이 필요해. 난 진훈과 한별하고만 갈게. 나머지는 이곳을 지켜줘.”

한성의 말엔 희미하지만, 격이 실려있다.

격은 강한 힘이고, 그 힘은 ‘신뢰’를 심어준다.

어차피 성시연은 암살자였기에 리치나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싸우긴 부족하다. 다중인격이 끝난 안혜림도 마찬가지였고 얜 샤를은 여러모로 부족했다.

한성이 제공한 아이템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 후보생일 뿐이다.

그건 세르게이나 나디아도 마찬가지고.

그나마 한성에게 힘이 되는 건, 진훈과 한별이다.

“바로 결계 구축에 들어갑니다.”

결계는 해체하는 것보다 구축하는 게 쉽다. 물론, 한성의 기준에서일 뿐이다. 한성은 S등급 결계도 해체 가능한 사람, S등급 몬스터가 뚫지 못하게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별과 길성현이 보조였고 한성이 메인이었다. 둘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그건 5분이 지나지 않아 사라졌고 결계가 완성되었을 때는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둘은 한성의 결계 해체 실력을 봤다.

하지만 그것은 특정 [이능]의 도움이 컸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도저히 후보생의 실력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같이 경험한 한성의 실력은, 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게 천재인 건가.’

그게 길성현의 생각이었다.

길성현도 희대의 천재라 불렸다. 그렇기에 3대 아카데미인 한국 영웅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 있었고, 특별한 이능 없이 신입생 3위에 이름을 올렸으니까.

그런 그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이건 천재 정도가 아니야.’

이것은 한별의 생각이었다.

[정연]이라는 곳은 마법으로 대한민국 최고.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가문이 된 곳이다. 당연히 한별이 보고 자라온 마법의 재능은 일반적인 ‘천재’라는 걸 뛰어넘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재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천재가 수십 년 이상 파고들어 삶의 일부가 되었을 때나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의 결계 구성 능력은 일반적인 계산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그것은 암산이 되고, 습관이 되며 삶의 일부가 된 모습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막히는 부분 또한 없었다.

“완성했다.”

한성의 말을 끝으로 푸른 빛이 공항을 감싸기 시작했다.

상급 마력석 10개 이상을 쏟아부어 만든 S등급에 이르는 결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A등급 리치와 드레이크를 막을 정도는 충분했다.

한별과 길성현은 보조를 했지만, 정말 보조에 불과했다. 딱히 한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오히려 둘은 한성에게 가르침을 받은 기분이었다.

한성은 자리에 곧게 섰다.

“나는.”

한성이 멀리 보이는 아크 리치의 영역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엔 아직도 악에 물든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게 보인다.

“그저 구출을 위해 가는 게 아니야.”

그새 도착한 드래곤 폼의 하얀이와 헤일렌이 한성의 뒤에 붙었다.

한별과 진훈은 한성이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 바라봤다. 길성현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마찬가지인 표정이었다.

“우린 아크 리치를 사냥한다.”

그 말에 진훈은 눈빛이 뜨겁게 불타올랐고, 한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성은 길성현을 바라봤다.

“정말 안 갈 거야?”

“······.”

길성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와서 끄덕이는 것도 민망하고, 이상하게 한성과 같이하는 건 마음에 안 든다. 자신의 누나인 길이현이 한성에게 꼬박꼬박 존대하는 것 때문에 그런지 모른다.

그런데 왜인지, 같이 가고 싶었다.

한별도, 진훈도 자신보다 강했다.

지금은 다 따라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번 전투에서 철저하게 느꼈다.

길성현은 부족했다.

‘부족한 게······ 바로 이런 건가.’

실전 경험. 또는 이런 호승심.

‘아니야, 분명 자만일 뿐인데.’

그들의 눈빛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쪽은 아직 후보생일 뿐이다. 한성이 대단한 힘을 냈다고는 해도 결국 A등급에 불과하다.

S등급과 A등급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그게 [격]이라는 거니까.

당연히. 질 수밖에 없는 전투.

하지만 그들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길성현도 뜨거워지고 싶었다.

“네 도움이 필요해.”

한성은 한 번 숙이고 들어갔다.

길성현은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정 그렇다면.”

한성은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을 꺼냈다.

스릉.

한성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우린 지금부터.”

헤일렌과 하얀이가 자연스럽게 뒤로 붙었고 진훈과 한별은 옆으로 붙었다. 길성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성의 옆으로 섰다.

“아크 리치를 사냥하러 간다.”

핏빛으로 물드는 아크 리치의 영역은 그들의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듯, 강하게 빛났다.

*  *  *

한도석과 이정현은 서울 방어선으로 지원을 갔다. 하지만 서울의 저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둘이 크게 기여할 일은 방어선을 지키는 게 아니라, 게이트 파괴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둘은 소수 정예의 팀을 이끌고 강원도로 출발했다.

그중에는 공간 관련 이능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민간인’ 구조보다는 ‘주요 인사’의 구출과 ‘주요 물자’의 전달이라는 큰 사명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직접 움직여야 했다.

그때.

번쩍.

콰과과과광!

먼 곳에서 뿌려진 하얀 빛에 멈춰야 했다.

그리고 뒤늦게 들려온 굉음과 동시에 누군가 입을 열었다.

“퓨리······ 오브 더 헤븐.”

S등급 이상의 마법사나 구성할 수 있는 마법이다. 문제는 희미한 격이 느껴진다는 것. S등급은 아니다. 하지만 A등급 이상의 힘이었다.

이정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누군가 있는 모양이군요.”

가는 길목에 아크 리치가 자리 잡았다는 보고는 들었다. 강원 공항 근처고 민간인 주거 구역도 곳곳에 있었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저게 전부라면······.”

“빠르게 이동하겠습니다.”

한도석은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 모습에 다른 이들도 마력의 향을 잔뜩 피워대며 달릴 준비를 바쳤다.

팟.

콰아아아.

한도석이 서 있던 자리엔 자그마한 먼지 바람이 불며 그의 신형은 사라졌다. 그는 저 멀리 대기를 뚫고 이동하고 있었다.

나머지도 따라나섰다.

그렇게 그들은 아크 리치의 영역에 도착했다.

S등급의 아크 리치.

당연히 강하다. 휘하에 수백의 리치를 두고 있으며 데스 나이트, 듀라한, 거기에 마기로 잡아들인 드레이크까지 존재한다.

절대로 쉽게 이길 수 없는 존재.

하지만.

그곳엔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저건.”

거의 아는 얼굴이다.

후보생이었고, 이번 신입생들이었으니까.

“지원할까요?”

누군가 물었다.

하지만 한도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당연히 이길 수 없어야 맞는 전력.

하지만 그들은 밀리지 않았다. 인간의 몸에 뿔과 꼬리가 달린 드래고니안의 힘? 그리고 말도 안 될 정도의 마력을 품은 구울?

물론, 그들의 도움도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한성이었다.

그는 전장의 중심에 있었다. 주변의 시공(時空)을 뒤집어 전략적 우세를 꾀했고 말도 안 되는 마법 파훼 능력으로 아크 리치를 무력화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전투방법이었다.

“이정현씨.”

“네······.”

“원래······ 리치의 공격 방법이 저런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아크 리치가 무서운 점은 휘하의 수많은 언데드가 있다는 것도 있지만, 쿼드 캐스팅과 끊이지 않는 마력으로 대단위 마법을 난사할 수 있다는 게 컸다.

아크 리치에게서 수십 개의 불덩어리가 쏟아졌고, 땅에서는 초당 수 개의 검은 가시가 솟아난다. 그것뿐이랴, 전장에 곳곳에 심어놓은 [포이즌 트리]는 하늘로 점액을 뿜어댔다.

그런데,

한성은 읽고 있었다.

마치 손바닥 안에 있다는 듯,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컨트롤 하고 있었다.

아크 리치에게서 불덩어리가 생성되어 발사되면, 도달하는데 1초 이내. 그런데 한성은 미리 탄착 지점을 읽어내 마법으로 표시한다.

한성이 빨간 점으로 바닥을 표시하면, 그곳에 여지없이 검은 가시가 솟아났으며, 독성 점액이 하늘로 분사되면 그 탄착지점까지 오차 없이 잡아내 표시했다.

그의 친구들은 당연히, 그 공격을 쉽게 피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탄착 지점을 ‘미리’ 알 수 있으니 못 피하는 게 더 이상했다.

“······말도 안 돼.”

한도석의 한 마디는, 현 상황을 완벽하게 정리했다.

< 리치 사냥.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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