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의 게이트 >
안혜림을 만나고 기숙사에 들어온 한성은 하얀이를 껴안았다.
“크앙?”
갑자기 왜 이러냐는 듯 바라봤다. 요즘은 말은 못 하지만, 이것저것 배운 게 많아서 그런지 꽤 적나라하게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냥.”
한성은 소주를 먹을까. 예전 브이 로그를 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감성에 빠져서 좋을 것 없다.
“하얀아!”
“크앙?”
“요즘 올릴 것도 없는데, 생방송이나 한번 할까?”
“크앙!”
하얀이는 생방송이 뭔지 알고나 대답하는 건지, 좋다며 손과 꼬리를 바짝 들었다.
한성은 요즘 무지막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며칠 만에 구독자가 34만이나 늘어서 총 43만 정도가 되어 있었다. 하루에 몇만씩 올라가는데 며칠만 더 있으면 50만이 훌쩍 넘을 것 같았다.
한성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하얀이와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럼 시작한다.”
한성의 말에 헤일렌이 카메라를 조작했다.
“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크아아앙!”
생방송 제목은.
[하얀이의 취미 생활(마법 물품 만들기)]
역시 하얀이의 인기는 엄청났다. 수천 개의 댓글 대부분이 하얀이를 향한 말이었다.
“안녕하세요. 벌써 1만 명을 돌파했네요. 감사합니다. 아, 오랜만이라구요? 저도 오랜만입니다. 하얀아 인사해야지.”
한성의 말에 하얀이가 손을 모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요즘 헤일렌에게서 예절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 미친, 씹덕사다.
- 하악. 살려주세요!
- 인사 실화냐. 내 심장!
- 귀여워 미치겠다ㅋㅋㅋㅋㅋㅋ
그런 댓글이 순식간에 채팅창을 점령했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하얀이의 마법 물품 만드는 컨텐츠입니다. 아무래도 하얀이는 그냥 마법보다는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한성은 한쪽에 쌓아놓은 상급 마력석 산에서 하나를 꺼냈다. [마기 정화의 비약]을 만든다고 길이현을 통해 대량 구매했던 거다.
상급 마력석을 이렇게 사대니 수천억씩 쑥쑥 빠져나간다. 아직 [마기 정화의 비약]도 경매를 시작하기 전이라, 조금 쪼들렸다.
- 와ㅋㅋㅋ저거 싹 상급 마력석임?
- 미친ㅋㅋㅋㅋㅋ저거면 대충 봐도 수천억 단윈데.
- 박탈감 쩐다. 이번에 조 단위 비약 만들었다는데, 그걸로 산 건가.
- 형님, 역시 멋지십니다! 잘생겼어요! 계좌 9999999 나라 은행입니다.
- 실례가 안 된다면, 아이스크림 하나······.
한성은 댓글을 보며 한마디 했다.
“오늘 영상의 포인트는, ‘낭비’입니다.”
한성은 그렇게 말하며 하얀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인 ‘액체 괴물’이라 불리는 ‘슬라임’을 꺼냈다.
하얀이는 양손으로 슬라임을 쪼물딱 거리며 꼬리를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마법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더 쫀득거리고, 더 편안해지며, 더 늘어나면서도 손에 붙지 않는.
그러다 상급 마력석을 집어 들었다.
“크응?”
“하얀아, 이제 이걸 상상하는 대로 변하도록 만들어 볼래?”
“크응? 크아앙.”
좋다는 듯 끄덕인다.
하얀이는 그 상급 마력석을 그대로 녹여 슬라임에 흡수시켰다. 동시에 비틀림 마법을 사용하며, 순식간에 수십 가지의 마법이 흡수되었다.
회로가 아니기에 효율은 낮았지만, 용혈의 주인이 직접 사용한 마법이었다. 거기에 [마법 각인]을 익힌 후부터 마법만 사용해도 ‘회로’에 준하는 효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자 슬라임이 번쩍거린다.
“자,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한성은 설명을 훑었다.
[상상의 슬라임(희귀)]
설명 : 사용자의 상상대로 움직인다. 강도, 크기, 색, 재질까지 완벽하게 상상대로 고정할 수 있으며, 크기에 따라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한성은 씨익 웃었다.
역시 실력 하나는 끝내줬다.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면 쓸데없는 것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길만 제시해도 상당히 쓸만한 게 나온다.
게다가 [희귀]라는 등급.
보물 바로 아래 등급으로 결코 낮은 등급이 아니다.
상급 마력석 하나에 장난감 슬라임이 사용된 것에 비해 말도 안 되는 등급의 아이템이 나온 거다.
“자, 일단은 감정 스펙을 올리고.”
한성은 마법을 이용해 직접 만든 감정 스크롤을 사용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아이템 설명을 화면 한쪽에 올렸다.
“사용해 보겠습니다.”
한성은 기다란 검을 뽑았다. 창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방패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강도 실험을 하기 위해 1m가 조금 넘는 검으로 고정했다.
한성은 검을 휘두르며 시연했다. 강도와 예기가 굉장해서 강철도 어렵지 않게 썰 정도였다.
- 와, 대박ㅋㅋㅋㅋㅋㅋ
- 지금 슬라임으로 저거 만든 거?
- 박탈감 오진다. 나 마법 왜 배웠냐.
- 드래곤이랑 사람이랑 같냐.
- 그래도 장난감 슬라임으로 희귀급 실화냐.
그때였다.
쿠우웅.
한성이 멈칫했다. 작은 진동이다. 아주 작고 먼 곳이라 채팅창에서는 아무도 모를 정도로. 하지만 한성, 하얀이, 헤일렌은 충분히 느꼈다.
순간, 한성의 뇌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게이트.’
시작으로부터 1년. 지금으로부터 10개월만 지나면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된다. 그것은 하나의 완전한 [재앙(災殃)]이다. 단순하게 아카데미 테러, 경매장 급습과 같은 자잘한 퀘스트와는 궤(軌)를 달리하는 전 세계급 대재앙.
그 전조는 꾸준히 나타난다.
그리고 이맘때, 강원도 인근에 게이트 하나가 열린다.
100년 전, 이 세계에 몬스터가 생기고 마력이 발현되었을 때. 포자라는 운석이 지구 곳곳에 떨어지면서 세계 링크(Link)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연결된 이세계(異世界).
그 세계의 아주 일부분을 잇는 게이트인 것이다.
한성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길이현 상무님.”
- 한성씨. 죄송합니다.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제가 강원도엔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성이 이 이벤트를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날짜가 딱 정해진 게 아니라 항상 붙어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일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작업을 해 놨다.
‘그래도 일정보다 너무 빠른데······.’
최소 한 달은 빠르다.
이래서 한성은 개입을 최소한으로 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발생했다는 건, 중요 이벤트에 관련된 사항에 강제성이 있다는 것.
‘이벤트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군.’
전 회차에도 그랬지만, 분명 길이현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을 거다. 그게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그 자체이며 중요 퀘스트 중에 하나니까.
- 죄송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 어디예요. 경호원들하곤 같이 있죠?”
- 네, 일단은 경호원을 대폭 충원했는데······ 몬스터가 너무 많아요. 오는 길목에 리치. 주변엔 드레이크로 보이는 울음까지. 그리고······.
파직!
전화가 끊겼다.
이 퀘스트는 [길이현을 구하라]라는 긴급 퀘스트의 일종. 발도 조건은 길성현과 완전히 틀어지기 전에 ‘길이현’과 일정 이상의 친밀도를 올리는 것.
길이현과 친해지지 않았으면 생길 리도 없는 퀘스트였다. 길이현은 원래 플레이어의 영향이 없다면 제현 그룹의 회장이 되는 몸이었으니까.
한성은 전화를 끊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오늘 생방 주제를 변경하겠습니다.”
* * *
길이현은 한성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한성을 믿었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 법이다. 자기가 원하지도 않았음에도 기이한 운명(運命)의 힘처럼.
그녀는 일본 삿포로에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난기류가 계속되더니, 공중 몬스터가 생겨났다. 마력을 동력으로 삼아 이동하는 항공기였기에 기본 방어 능력과 전투 능력이 있었지만, 이대로 인천 공항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강원 공항에 비상 착륙을 해야 했다.
차라리 워프 게이트를 이용했으면 어떨까 했지만, 급하게 생긴 일정이라 워프 게이트를 예약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제현 그룹이라도 정해진, 아니. 이미 사용된 워프 게이트의 구동 횟수를 억지로 늘릴 순 없는 법이다.
“저, 저게······ 뭐죠?”
멀리 솟아난 원형의 고대 건축물이 보였다.
알고 있다.
누가 저걸 모를까.
고등 교육만 받아도 교과서에서 수없이 보던 건축물이니까.
저건 [게이트]이다. 100년 전, 전 세계에 뿌려진 이세계와의 연결점이다. 인류와 몬스터의 전쟁에서 인류가 승리하며 ‘검은 땅’을 제외하고 지구상의 모든 게이트를 없앴다.
당연히 지금은 검은 땅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어야 맞다.
그런데 제 2의 수도라는 강원도 중앙에 솟아났다.
길이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상무님!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김태균 경호 팀장이다. 길이현과 같은 A등급의 능력자. 영웅 과정은 밟지 못했지만, 정부 소속 특수타격대대에서 A등급까지 오른 실력자다.
“알겠습니다. 일단 이동하도록 하죠.”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때, 이한성이 생각났다.
‘그는 이걸 미리 알았단 말인가?’
그래서 이곳에 오지 말라고 했던 걸까. 하지만 그걸 알았다면 제현 그룹을 이끌고라도 정부를 설득해야 했다. 그렇다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길이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김태균 경호 팀장을 따라갔다.
해는 이미 내려앉은 상태였다.
하늘엔 가고일과 하피가 날아다닌다. 하나같이 마기에 반쯤 침식된 상태였다.
마기에 침식된 몬스터는 평소보다 흉포하고 1.5배 정도 강하다. 게다가 수도 굉장하다. 게이트와 멀리 떨어진 곳인데도 벌써 이 정도다.
그렇다면 저 중앙은······.
“지원은 요청했습니까?”
“네, 제현 PMC와 몇몇 길드에 요청 완료했습니다.”
“······저기는. 저곳은 괜찮겠죠?”
길이현은 강원도 중앙을 바라봤다.
높게 솟은 게이트는 사진으로 봤던 것과는 느낌이 아예 다르다. 상상 이상으로 강대하고 기괴한 기세를 뿜어대고 있었다.
“네,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100위 안의 길드 중 50개 이상의 길드가 모인 곳입니다. 절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강원도는 몬스터의 메카다.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던전과 필드가 있는 곳이고, 가장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
당연히 영웅과 용병의 단체인 길드가 자리 잡기 최적의 장소. 거기에 산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도 꽤 많은 편이라 군대도 상주한다.
피해는 크겠지만, 터무니없이 밀리진 않을 거다.
“젠장.”
김태균의 목소리였다.
길이현은 그의 시선 끝을 바라봤다.
“······!”
거대한 마법진이 보였다. 일정 공간을 결계화 하는 현상. 공한 전체는 아니지만, 공항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목이다.
“리치?”
“맞는 것 같습니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영혼들. 이 지역의 모든 악령이 리치의 힘에 끌려가는 현상이다. 저 영혼들은 모두 듀라한, 데스 나이트, 리치 등의 고위급 몬스터가 될 거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구우우웅!
구우우웅!
웅장하면서 소름 끼치는 소리.
공항을 둘러싼 산속에서 퍼지는 울음.
“드레이크.”
아룡족이라 불리며 소형 드래곤처럼 생긴 몬스터다. 당연히 최소 A등급 이상이며 독, 불, 얼음, 전기 등의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는 레이드 몬스터.
그들은 고립되었다.
멀리 언데드가 몰려오고 드레이크는 못해도 10개체 이상.
“상무님, 공항 지하의 VIP 벙커로 이동해야겠습니다.”
그 순간 주변에서 비명이 들여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공항이며 사람이 수천 명 이상 모여 있는 곳이다. 당연히 몬스터가 가만둘 리 없었다.
길이현은 멈췄다.
자신의 팔목을 잡아끄는 김태균 경호실장.
공항 경비대는 있다. 하지만 고작해야 A등급 몇 명과 B등급 이하로 이루어진 오합지졸일 뿐이다.
“상무님! 지금 가야 합니다!”
“······지원은 얼마나 걸리죠?”
“못해도 40분은 걸립니다. 다른 길드에선 인원이 없습니다. 서울 방어선이 만들어지는 중이고, 강원도에서는 당연히 올 수 없습니다. 믿을 건 저희 [전투 마법 대대]와 PMC 인원들입니다.”
“우리가······ 숨어버리면, 저 사람들은 어떡하죠?”
“······저희가 같이 지킨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전력입니다.”
“······.”
“어서 가야 합니다.”
그때 길이현의 스마트 워치가 울렸다.
‘이한성님.’
이름을 확인한 순간 안도했다.
아직 온 것도 아니지만,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
길이현은 전화를 받았다.
가지 말라고 했다던 그의 목소리에 더 신뢰가 간다. 그러면서도 의심이 들었다. 왜 미리 경고하지 않았던 것인지, 하지만 그걸 지금 따질 순 없었다.
길이현은 최대한 이 상황을 알렸다.
그러는 순간.
화악!
쿠우우웅!
먼 곳에서부터 전달된 강력한 파장에 공항의 유리창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길이현은 그 충격에 반대편 벽으로 힘없이 날아가 부딪혔다.
스마트 워치는 고장 났다.
하지만 길이현도 A등급 영웅이다.
화악.
마력의 방출만으로 충격을 상쇄하고 경호원을 보호했다.
정면에 보이는 것은 전기 속성의 드레이크. 그리고 그 드레이크 위에 탄 작은 리치와 데스나이트 부대. 하나같이 모두 A등급에 이른, 이 전력으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는 수준.
왜 이곳으로 왔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언데드의 재료가 필요한 거겠지.’
리치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는 역시 인간.
이곳은 저 ‘보스 리치’가 자리 잡은 곳에서, 인간이 많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상무님! 가야 합니다!”
지원까지는 최소 40분에서 60분.
벙커로 숨는다면 그 정도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다 들어가 봐야 100명이 한계.
이곳에 남은 수천 명의 민간인은 그대로 몬스터의 먹이가 되고 언데드가 될 거다.
“우리는 이곳을 지킵니다.”
“상무님!”
콰아아앙!
드레이크이 브레스로 공항의 마법 방어 결계가 단번에 무력화되었다.
꺄아아아.
살려주세요!
끄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리치와 데스 나이트는 살인을 즐겼다. 일부로 죽이지 않고 상처만 내며 쫓아다녔고, 질리면 목을 갈라 버렸다. 드레이크의 발로 짓밟았고 독 속성 브레스로 녹여버린다.
그들이 바라보는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우리는.”
길이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켜야 한다고 가슴은 말한다. 하지만 이성적인 머리는 그게 아니었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두려움. 지금까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야망.
모든 게 길이현을 겁쟁이로 만들었다.
그때, 김태균의 스마트 워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나! 어디야! 내가 금방 갈게!
길성현의 목소리다.
- 미친. 길드 개새끼들! 왜 다들 못 온다는 거야······! 누나? 내 목소리 들려?
“성현아.”
- 누나,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게. 형은······ 어차피 안 갈 것 같지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구해줄게. 반드시 살아있어. 벙커에 숨어있으라고!
김태균 경호 실장이 연결한 모양이었다.
이곳을 지키고 싶어 하는 길이현을 설득하기 위해.
- 누나! 알겠지? 나 당장 갈게!
“빨리 와.”
길이현은 그렇게 말하곤 연결을 끊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두고 도망가라고?
“우리는 싸웁니다.”
“안 됩니다. 상무님.”
“명령입니다.”
“······.”
“공항 경비대와 힘을 합해 민간인을 보호합니다.”
길이현은 두려움을 이겨낸 눈빛이었다. 결연하며 맑은 눈동자. 김태균은 그 눈빛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반평생을 바쳤던 사람이다.
길이현이 걱정되었지만.
이런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상무님 옆을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길이현은 뒤를 따르는 일반 직원들을 벙커로 보냈다. 갈 사람은 가야 하니까. 다 들어갈 순 없겠지만, 일반인은 벙커로 보낼 예정이었다.
가는 길목에 숨어도 한결 나으니까.
길이현은 경호원들과 함께 경비대에 합류했다.
< 강원도의 게이트 > 끝
ⓒ [동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