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은 만렙이다-41화 (41/200)

< 두 마리 토끼 잡기. >

뉴스는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언더월드라는 게 비공식적인 도시지만, 이 정도 사안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류의 것이 아니었다. 해외 언론은 더욱 난리였다.

[서울의 지하, 또 한 번의 거대한 습격을 받다.]

[최고가, 4조 원에 이르는 ‘마기 정화의 비약’을 도둑맞다.]

[2조 원에 이르는 월드리거 ‘세이렌’이 사라지다!]

[언더월드의 왕과 정연의 가주의 합공, 하지만 적은 도주에 성공했다.]

[‘마기 정화의 비약’이란 무엇인가?]

[‘마기 정화의 비약’을 만든 사람이 바로 후보생 ‘이한성’?]

[‘후보생 이한성’ 그는 누구인가.]

한성에 대한 뉴스와 관심은 한성의 ‘튜브’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를 만나볼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 그곳이었으니까.

그러는 순간에 한성은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도덕심이 폭발한다.(feat.참 쉬운 악당 엿 먹이기)]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 시국에?

거기에 섬네일은 또 어떤가.

하얗고 작은 드래곤이 한쪽 어깨에 매달린 한성의 모습. 뒤쪽엔 그 유명한 ‘세이렌’과 ‘마기 정화의 비약’. 그리고 S등급 영웅으로 유명한 ‘폴 홀렌드’가 하얀 거품을 물고 쓰러진 모습까지.

그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조회수는 말도 안 될 정도로 폭발했으며, 댓글 또한 마찬가지였다.

- 저거 실화냐? 조작 아님?

- 저거 전부 [황혼의 늑대] 길드원 아님?

- 경매장에서 도둑맞았다고 하는 거 여기 다 있는데, 빼도 박도 못하겠는데?

- 황혼의 늑대 지금 난리 남. 정연 가주랑 붙은 게 엘 포른이라는 설도 있던데ㅋㅋㅋㅋ

- 그 와중에 하얀이 귀염 터지는 거ㅋㅋㅋㅋㅋ

- 이한성, 저걸 다 돌려주겠다고?? 말이 됨?

- 인성 ㅇㅈ합니다.

- S등급 폴 홀렌드랑 A등급 용병 5명 잡은 거 실화?

- 역시 우리 한성느님.

- 미쳤다. 저 정도면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야 하는 거 아님?

당연히, 댓글만 터지는 게 아니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한성에 대한 뉴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한성을 칭송했고, 일반인들은 한성이 후보생임에도 벌써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있었다.

그가 만든 [마기 정화의 비약] 또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세계 곳곳에서 이한성에게 비약을 팔 수 없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한성은 필요한 재료를 구해온다면 직접 만들어 준다고 했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비약을 경매에 올리겠다고 했다.

누군가는 걱정했고.

누군가는 욕심을 냈다.

그 말은 레시피의 필수적인 재료를 알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처럼 사라졌다.

한성이 또 하나의 영상을 올린 것이다.

[마기 정화의 비약! 제조법 공개(feat.이미 특허신청 완료)]

- 미쳐따. 우리 한성느님 인성은 여윽시.

- 마지막 멘트, “마기에 침식된 전 세계 영웅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대박······.

- 그 와중에 “만들 수 있으면 소정의 특허료만 지불 하십시오.” 근데 4조짜리에 1억 지불하라는 거 인성 실화?

- 근데 태반은 못 만드는 거ㅋㅋㅋㅋㅋ이 정도면 인성이 좋은 건지, 자랑이 쩌는 건지 모르겠음.

- 요약 : SS등급 마법사 + S등급 연금술사 + S등급 비약 술사 = 이한성.

- 마기 정화 비율 보소. 특허 내긴 했는데 어차피 자기가 경매에 올리는 거 사야 한다는 거 아님?

- 인성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혼돈 그 자체.

한성은 또 한 번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만드는 방법은 극도로 어려웠으며 재료 하나하나가 조 단위는 가뿐하게 넘어갔다. 정화되는 마기 비율을 10%까지 낮춘다면 1,000억 정도로 맞출 수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아무나 만들 수가 없었다.

이번에 한성이 공개한 55% 침식까지 치료 가능한 비약의 재료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직’ 지구에 존재하지 않다거나 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

이하 10% 정도는 1,000억 정도로 재료를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레시피가 공개되자 관련 재료의 가격이 속된말로 ‘떡상’ 했고 최소 재료비가 7,000억에 달했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비약 제작에 성공하지 못했다.

마법 지식은 물론이고, 마력 컨트롤 능력과 비약을 제조하는 비상한 그의 능력은 그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었다. 몇몇 대기업에서 비약 제작에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10% 정화의 비약 레시피로 3% 정화의 비약 만드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성이 가지고 있다는 [마기 정화의 비약(55%)]의 예상 가격은 7조까지 치솟았으며, 한성이 이번 달에 내놓을 거라 말했던 [마기 정화의 비약(20%)]의 예상 가격은 2조 원이 되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소문이 돌았다.

[마기 정화의 비약]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비싼 재료인 [퍼플 크리스탈]이라는 것을 ‘제현 그룹’에서 ‘독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일이 있기 전, 제현 그룹의 ‘길이현 상무’가 [퍼플 크리스탈]을 모조리 구매한 전력이 있었기에 시중엔 물량이 없다시피 했다.

이한성과 연관이 있었던 인물이었기에 일부러 레시피를 공개하기 전에 재료를 독점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분 것이다.

하지만 제현 그룹은 한 마디로 그 주장을 일축했다.

[정확하다. 우린 레시피를 공개하기로 합의했고 재료는 미리 독점했다.]

너무나 당당해서 황당할 정도였지만, 그들이 법을 어긴 것은 없었다. 게다가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에 아무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었다.

*  *  *

“미쳤다. 미쳤어.”

한성은 기숙사에서 폭발하는 ‘인지도 포인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초반에 이 정도의 포인트를 쌓은 플레이어가 있었던가.

처음엔 고민했다.

‘세이렌’이든지 여타 5가지의 물건들.

당연히 탐났다. 그것만 합쳐도 수조 원은 되었을 거고, [마기 정화의 비약] 또한 1조 정도는 보험금으로 받았을 거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이런 엄청난 관심을 받을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돈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길이현과 조금 작업을 했다.

주요 재료의 독점 판매. 그리고 한성이 제작할 비약의 가격의 폭등. 그리고 한성이 정기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재료의 공급 등등.

그렇게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이거다.

[전설의 비약 제작자(F/S)]

한성이 이 [마기 정화의 비약]을 55%짜리로 만들면서 얻은 특수 능력이다.

대부분의 이능은 타고나거나 ‘큐브’를 통해 얻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고위급 재료’로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무언가’를 ‘불가능에 가까운 능력’으로 제작 혹은 시도에 성공한다면 [특수 능력]을 얻기도 한다.

‘만들면 만들수록 숙련도가 오른다는 거지.’

게다가 정화의 비약 같은 걸 만들면 숙련도의 상승은 엄청나다.

한성은 이번에 번 돈으로 다른 비약을 제조하면서 숙련도 올리기에 힘쓰기로 했다.

숙련도를 올리면 한성이 만드는 ‘어떠한 비약’의 효과가 대폭 상승하며 필요 재료도 확연하게 줄어들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올려놓으면 이득이 되는 능력인 것이다.

‘게다가 특수 능력······ 추후 신격과 계약했을 때 크게 진화하는 능력이기도 하고.’

고유 능력과 특수 능력의 차이는 크다.

이름처럼 고유 능력은 본인의 고유한 능력이며, 계약 혹은 스스로 격에 올랐을 때 본인만의 [권능]이 된다.

하지만 특수 능력은 신격과의 계약으로 격을 얻었을 때, 신격의 권능과 연결되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고유 능력보다는 훨씬 강해지는 능력이지만,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하여튼 이 정도 이능이면 만족이다.

“벌써 다음 주면 중간고사네.”

뭔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시간은 많이 흐르지 않았다.

하얀이는 옆에서 꿈틀거리며 쓸모없는 마법 물품을 만들고 있었고, 헤일렌은 육체 훈련장에서 훈련에 힘을 쏟고 있었다.

한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  *  *

한성은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성시연을 만나기 위해 서울 시내로 들어왔다.

“흠흠.”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한성이 돌아보자 성시연이 다가왔다. 전신에 딱 달라붙는 가죽옷이었다.

한성은 순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서른이 넘어서도 저 몸매는 적응되질 않는다.

TV에서도 쉽게 못 보지 않을까. 화보에서나 포토샵으로 떡칠한 몇몇 사진에서 겨우 볼 수 있을 정도. 거기에 얼굴은 또 어떤가.

‘화장까지 했네······?’

안 그래도 예쁜 얼굴에 화장까지 했다.

아니, 얘는 암살할 때 화장을 하는 건가? 평소엔 한 번도 화장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왔네.”

“······당연하지.”

둘은 어색했다.

성시연은 평생 안 해본 화장을 받은 것에 민망했고 한성은 적나라한 성시연의 몸매에 어색했다.

한성은 품에서 귀걸이 세트를 꺼냈다.

[정성이 담긴 푸른 귀걸이(희귀)]

설명 : 상급 마력석 조각으로 만들어진 푸른 귀걸이. 제작자의 정성이 담겼다.

* 착용 시, 정신력 유지 강화.

* 착용 시, 매력 소량 증가.

* 착용 시, 평정 유지 강화.

“이거, 선물이야. 직접 만들었어.”

“······.”

그걸 받은 성시연은 몸을 돌렸다. 한성에게 얼굴을 보이기 싫은 모양인지, 한성의 시선이 닿지 않는 방향이었다.

그리곤 조용히 귀에 걸었다.

아름다웠다.

작은 꽃이 조각되어 있다.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진 귀걸이는, 그 어떤 명품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거기에 응축된 마력에서 오는 청량함은 결코 대충 만든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성시연은 그래서 더 좋았다.

한성이 직접 만든 거니까.

“크흠.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급할 때 마력을 뽑아서 써도 되고.”

한성은 슬쩍 눈치를 봤다.

무엇 때문에 아는 척을 안 했던 것인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풀어진 건지, 아직 부족한 건지는 모르겠다.

‘표정을 보면 풀어진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최근에 얜 샤를과 성시연을 함께 보기도 했었다. 한성이 걸어준 [대상 개화]에 관련된 훈련 때문이었는데, 그때는 딱히 피한다거나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모르겠다.

“가자.”

성시연은 몸을 돌려 움직였다.

한성은 그녀를 따라가며 생각했다.

암살을 같이한다는 건 사실 꺼려졌다. 그런데 목표를 알고선 마음이 바뀌었다.

‘목표가 마장철이라니.’

마장철.

조선족으로 돈 많은 일반인이다. 하지만 돈이 보통 많은 게 아니다. 한국과 일본에 중국의 무기를 밀반입하고 언더월드의 불법 투기장까지 운영한다.

일반인치고는 거물이다.

당연히 그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은 많다.

성시연이 받는 의뢰도 원한을 산 누군가의 하나일 거다. 아니면 경쟁자일 수도 있겠지만, 뭐든 상관없다.

한성의 관심은 그게 아니니까.

‘희귀한 큐브 모으는 게 취미지.’

정보에 의하면 대한 경매나 세계 경매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큐브를 쓰지도 않고 모으는 게 취미라고 한다. 최소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큐브.

단순히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가 가진 큐브 중에선 [시간] 관련 큐브가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한성이 움직일 이유는 충분하다.

‘흑연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침입조차 힘들겠지.’

원래 이 시기엔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준이 아니다. 경비는 말할 것도 없고, 접근 정보조차 얻기 힘드니까. 하지만 흑연이. 그것도 성시연과 같이 가는 거라면 말이 달라진다.

한성은 여러모로 성시연에게 잘해야 하는 처지다.

“······고마워.”

잠깐 멈춰선 성시연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등을 돌렸다.

“그, 그래.”

뭔가 반응이 낯설긴 했지만, 성시연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성시연은 한성이 쫓기도 힘들 정도로 어둠 속에서 날아다녔다. 한성은 마법까지 써 가며 뒤를 바짝 따랐다. 그러다 보니 눈을 둘 곳이 없어서 어색하기도 했다.

‘너무 하잖아.’

이 정도 몸매면 밸런스 파괴.

인플레이션의 극치다.

왜 많은 플레이어가 성시연에게 접근하다 죽었는지 진심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이런 몸매가 현실에선 가능할까 싶었다.

“서류는 봤지?”

“응, 마장철. 서울 메가 타워 꼭대기 층에 살고 A등급 용병 3명. B등급 용병 50명 이상의 경호가 있다. 그리고 S등급 마법 결계까지. 이거 사실이야?”

“응. 그 정도는 되지. 대신 한 번에 경호하는 이들은 훨씬 적고. 빠르게 처리한다면 A등급 한 명 정도 상대하면 될 거야.”

정면 대결이 아닌 암살이다.

적은 성시연과 한성의 정체를 모르고. 이쪽은 적의 모든 정보를 다 안다. 그러니 아직 등급을 따지도 못한 후보생 둘이서 암살을 시작할 수 있는 거다.

게다가 흑연의 보조가 있다. 추적을 따돌려 줄 거고,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를 통제한다. 거기에 몇몇 연관 길드의 움직임까지 막는다.

“보수는?”

“1,000억. 안에 있는 전리품은 마음대로 챙겨도 되고. 물론, 단서가 남지 않는 선이겠지만.”

그거야 당연하다.

한성도 돈보다는 큐브가 탐난 거였으니, 상관없었다.

“잘 따라와. 혹시 잘못하다가 다치면 그냥 버리고 간다.”

섬뜩한 말을 쉽게도 한다.

“······당연하지.”

서울 도심의 메가 타워.

총 300층 높이의 초고층 타워이며. 대마법 방어진까지 새겨져 있다. 물론, 상시 발동은 아니기에 조심만 하면 그거 때문에 막힐 일은 없다.

“작전은 간단해.”

성시연이 뛰면서 말한다. 저 가죽옷은 어떻게 된 게, 저렇게 뛰는데 큰 흔들림도 없다. 움직임도 자연스러운 게 분명 고가의 마법 물품임이 틀림없었다.

결코, 흔들림이 없어서 아쉽다는 게 아니다.

한성과 성시연은 그 날, 완벽하게 암살에 성공하고 서로 원하는 전리품까지 챙겼다. 사실 흑연의 도움까지 있고 한성이 이 정도로 성장했는데, 실패할 리 없는 임무였다.

한성은 성시연과의 관계 회복이 본래 목적이었다. 그녀는 다행히도 암살에 임하면서 웃는 모습을 되찾았고 한성은 안도했다.

피가 튄 성시연의 얼굴이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상황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데이트······ 아니.

‘이거 나까지 같이 이상해지는 거 아니야?’

한성은 가치관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 두 마리 토끼 잡기.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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