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력이 최고다. >
3일은 금방 지났다. 하얀이에게 마법을 알려주고 튜브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길이현과 여러 가지 사업적인 부분을 협의하니 눈 깜빡할 사이였다.
“아함.”
턱이 아플 정도로 하품이 나왔다.
지난 3일 동안 너무 편했다.
바쁜 건 있었지만, 육체를 한계까지 몰고 가는 단련이나, 마력을 과도하게 쓰면서 머리가 핑핑 도는 짓을 쉬었더니 한성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게다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말.
‘뭐야뭐야. 저기 이한성 아니야?’
‘꺅! 맞는 거 같은데? 원래 못 생기지 않았나?’
‘······이제부터 나 이한성 팬이다.’
‘난 이미 구독했다. 이년아.’
‘미쳤다. 피부 광 실화야? 무슨 수술이라도 했나?’
‘수술도 되는 게 아닌데? 그것도 며칠 만에? 엘릭서를 처바른 게 아니면 안 되지.’
“흐흐흐흐흐.”
한성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한성의 능력치는 상당히 변했다.
[상태창]
이름 : 이한성
능력치 : [근력 31] [속도 32] [민첩 33] [체력 34] [감각 34] [마력 45] [정신력 37] [지능 17] [매력 21] [행운 99]
잠재력 : 383/1,000
고유 능력 :
대상 개화(D/SSS), 육체 강화(C/A)
특수 능력 :
정보 열람(D/EX)
특성 :
마력 지배(B/SSS), 공간 관여(C/S+)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상승했고 이능의 숙련도가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매력]. 드디어 20을 돌파하면서 ‘일반인’ 정도에서 ‘잘 생긴 일반인’ 정도로 올랐다.
원래 이렇게 생겼다면 관심이 덜 할 거다.
하지만 바닥을 치던 매력이 이 정도까지 올랐으니 관심은 하늘을 찔렀다.
천생 관종인 이한성은 극한의 기쁨에 치를 떨었다.
한성은 멀찍이 떨어진 카메라를 직시했다.
찰칵.
전신 샷 하나.
손가락을 까딱이자 카메라가 눈앞까지 다가온다.
찰칵.
무표정 얼굴 하나.
마지막으로 손을 올려 미간에 살포시 올렸다.
“매력이 폭발한다.”
- ······아직 폭발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훗. 매력은 자신감에서 나오지.”
- 과한 자신감은 꼴깞이 되기도 하는 법입니다.
“······치사하게 팩트로 공격하기냐?”
한성이 헤일렌과 쓸데없는 대화를 하면서 강의실로 향할 때 멀리 진 훈과 한 별이 보였다.
“어! 한성!”
진 훈이 슬쩍 뛰어오자 한 별도 마지못해 다가온다.
한성은 별을 경계했다. 이제 메인 시나리오가 끝났으니, 한 별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잘 쉬었어?”
“하루 쉬고 바로 훈련했지. 그렇게 싸우는 널 봤는데 어떻게 쉬겠냐.”
한성은 식겁했다.
훈의 주먹은 얼마나 강하게 쥐었는지 하얗게 변해 있었고 그의 초롱초롱한 눈에선 레이저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진 훈은 이번에 [과부하]를 개화했다.
이름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극한의 상태에 모든 육체 능력치를 ‘수 배’로 뻥튀기 하는 능력이다. 맞다. 드래X볼의 손오공이 ‘계X권’을 쓰듯이 말이다.
현재 육체 능력치만 40대인 진 훈이다. 당연히 과부하를 사용하게 되면 후폭풍이 있다. 하지만 개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지금도 60대에 이르는 미친 능력치가 된다.
그래서 주인공인 거고.
“······쉴 땐 쉬어야지.”
“넌 잘 쉬었어?”
진 훈의 말이다.
그런데 왜 한 별이 말한 것처럼 섬뜩한 걸까.
“······크흠. 쉬긴 쉬었는데.”
“컨디션은 어때. 100% 정도는 되겠지?”
“커흠. 아주 목이 컬컬하네. 요즘 미세 먼지가 심한가.”
한성이 딴청을 피울 때, 마침 구세주가 등장했다.
“어? 시연아!”
멀리 성시연이 보였기에 불렀다. 앞에서 이글이글한 눈으로 바라보는 진 훈에게 성시연과 할 이야기가 있다며 벗어날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성시연은 슬쩍 보더니,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버렸다.
“······.”
한성은 멍했다.
3일 동안 따로 연락한 적은 없다.
그래도 이렇게 모른 척할 사이였나 싶었다.
“푸훕.”
한 별이다. 그동안 한성을 경계하던 무표정의 사나이가 드디어 웃었다. 그런데 한성은 웃을 수 없었다.
“너 성시연한테 뭐 잘못 한 거 아니야?”
“나? 내가?”
“그래, 본래 여자가 저렇게 삐질 때는 서운한 게 있는 법이지.”
“······친구끼리?”
“친구? 아, 그렇지. 친구지.”
의미심장한 뉘앙스로 말한다.
사실 한성도 그렇게 말하면서 찔리는 게 있긴 했다.
‘호감도가 뻔히 80이 넘었다는 게 보이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한성이 성시연에게 고백했을 때, 다 받아주거나 천생연분이 되는 건 아니다. 호감도는 호감도일 뿐이다. ‘사랑’이라는 것보다 ‘좋아함’ 정도랄까.
일례로 [밤의 존재]의 ‘벤토’는 호감도에 따라 살인 대상을 정한다.
50 이상이면 리스트에 오르고, 60 이상이면 쫓아다니며, 70 이상이면 무조건 죽인다. 잘못하다 80으로 한 번에 올라가면 평생 끌고 다니면서 고문할지도 모른다.
그런 게 호감도다.
“으으음! 흐흐, 그런 거였어?”
진 훈이 이상하게 웃는다.
“그걸 이제 알았냐?”
“모를 수도 있지. 난 성시연 잘 모르니까.”
이제 한성을 빼놓고 둘이 이야기한다.
한성은 뭐라 하려다 일단은 들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성시연하고 갈라져 버리면 그 80의 호감도는 ‘증오’로 바뀔 수도 있다.
‘자칫하면 흑연의 적이 되겠는데.’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우리 한성인 검이나 마법은 기가 막히게 쓰면서 이런 곳에는 아직 애였구나?”
“그러게 말이야. 아직 애매한 사이지? 성시연은 너한테 호감 있는 게 분명한데······ 넌 모른척하는 상태인 것 같고······ 그래도 그거 말고 또 이유가 있을 텐데.”
“맞아. 그거 때문이네! 안혜림하고 둘이 호흡 맞췄던 거?”
웬일로 눈치 없던 진 훈이 날카롭다.
거기에 이 한 별은 또 왜 그래? 도살하기 전에 살찌우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죽일 준비하는 게 분명한데, 이렇게 편하게 대하는 이유는 뭘까.
아니, 그것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17살짜리한테 연애 상담이나 받고 있어야 하는 건가.
‘······자괴감이 든다.’
* * *
한성은 수업에 들어왔다.
진 훈과 한 별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둘이 속닥이고 있었고 성시연은 한성의 자리에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늘은 [결계]라는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S등급 이정현 마도사.
이미 S등급이라는 것부터가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시나리오에서 툭 하면 나오는 게 S등급이지만, 절대로 쉽게 볼 존재는 아니다.
“결계는 하나의 공간을 지배하는 회로와 마법진의 조합입니다. 말했듯이 인공 던전인 길드 본 건물이 그러했고 이번에 해체당한 기숙사의 대마법 방어진이 그러했습니다.”
이번에 [한국 영웅 아카데미]가 욕을 먹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기숙사’의 마법 방어진이 너무나 빠르게 뚫렸다는 것이다.
영웅이라면 이해는 한다.
‘마법 사냥꾼’을 포함한 S등급 영웅 두 명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장비를 들고 왔으니까. 게다가 유명하며 오래된 결계라 많은 정보가 오픈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모두 아는 내용이겠지만, 그 결계를 설치한 [서해의 마탑] 부탑주가 사라졌습니다. 부탑주가 어딘가에 결계에 대한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었고요.”
의혹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부탑주라는 어마어마한 직위를 두고 도망자를 선택한 것이고.
‘감옥에 자리가 있을까 싶네.’
요즘 뉴스는 이 이야기로 핫하다.
허무하게 뚫리긴 했지만, 아카데미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아카데미 뒤엔 한국 정부가 떡 하니 버티고 있고 대한민국 5대 길드는 물론 100위 안쪽의 모든 길드가 후보생 한 명을 직접 선택해 첫 번째 면담이 가능한 [레드 패스]를 하나 얻기 위해 전폭적으로 협조할 테니까.
정부에선 이걸 기회 삼아 타국에서 심어놓은 스파이를 모조리 골라내는 중이다.
‘벌써 100명 넘게 잡혀갔지.’
여기저기서 외교 라인을 통해 항의하고, 언론으로 공개 비난을 하고 나섰지만, 한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보통이라면 이쯤 했을 거다.
잡아들인 스파이도 적당한 대가를 받고 보내줬겠지.
한국이 아무리 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세상이라도 최고는 아니었으니까. 몇몇 나라는 한국과 대등하고 작은 나라도 몇 개가 손을 잡으면 한국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에게 명분이 있었다.
‘생포한 테러리스트와 시체들도 그대로 들고 있으니까.’
한성은 고개를 털어버렸다.
그런 복잡한 정치에 개입할 생각은 없다.
아카데미에서 털어먹을 수 있는 걸 빠르게 털어먹고는 ‘조기 졸업’을 한다. 동시에 [언더 월드]를 먹고 검은 땅으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뚫린 것은 뚫린 것. 저희 강사진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카데미 내의 결계는, 아카데미 내부 인원으로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한성은 조용히 이정현을 바라봤다.
“······당연히 강사가 주가 될 것이지만, 후보생도 참관하게 될 겁니다. 아주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
그 말에 길성현과 줄리아는 웃었다.
참관이라는 이름의 수업은 순위 점수에 큰 비율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마법 쪽에 천재라고 불리는 둘은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을 게 뻔하다.
하지만 이정현의 시선은 한성에게 멈춰 있었다.
“그리고 이한성 후보생.”
“네, 마도사님.”
“혹시 제대로 참여해 볼 생각 있나요?”
이럴 거라 예상했다.
그래도 이럴 땐 겸손한 척해줘야 한다.
“······제가요?”
“네, 사실 이번 결계 해체하는 실력을 보고······ 놀랬습니다. 어디서 오래 배웠던 것 같은데. 맞나요?”
마법을 50년이나 팠다. 이정현이 20대 후반이니, 이정현이 살아온 인생의 2배 가까이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할 순 없다.
“······조금, 취미로만 하고 있습니다.”
캬, 멋진 대답이다.
세상은 노력하는 자보다 천재를 좋아하는 법이다. 겉으로는 시기하고 질투해도 결국 주인공은 천재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법이고.
아무래도 겸손은 체질이 아닌 것 같다.
“······그렇군요. 수업 끝나고 한 번 봤으면 좋겠는데, 시간 될까요?”
“알겠습니다.”
이정현은 그 말을 끝으로 수업을 재개했다.
앞에 있던 길성현과 줄리아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결계라는 것은 하나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번에 배운 ‘회로’로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죠. 하지만 그 규모는 상상 못 할 정도로 방대해서 S등급에 이른 마법사라도 설치 및 해체를 못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정현의 시선이 한성의 얼굴에 멈췄다.
“최소 10년 이상. 넉넉하게 20년 정도의 공부와 경험이 있어야 대마법 방어진을 해체하거나 뚫을 수 있는 거죠. 그것도 반나절 정도 분석, 구성, 침투 등의 과정을 거쳐서요.”
이젠 이정현뿐만 아니라, 진 훈, 한 별, 얜 샤를, 세르게이 등의 시선이 한성에게 꽂혔다.
“······하지만 후보생은. 영웅이 될 여러분들은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소규모의 결계를 분석하고 파훼할 정도의 소양은 필요합니다.”
이정현은 그제야 한성에게 시선을 거두고 수업을 이어갔다.
세르게이, 진 훈, 얜 샤를의 눈빛에 자랑스러움이 묻어난다.
‘저 친구들은 이제 관리만 잘하면 되는데.’
더욱 강해지게 만드는 건 덤이다. 다들 메인 캐릭터이기에 조금씩만 도와줘도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질 테니까.
‘이한성 뭐야. 561위라고 하지 않았어?’
‘잘생겨진 건 둘째치고, 마법 실력도 그렇게 좋았나?’
‘소문에 의하면, 이번 테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데?’
‘잘생겨진 게 어떻게 둘째냐? 그게 최고지 이년아.’
‘뭐, 이년아? 근데 그건 맞는 말이네.’
“크흠.”
한성은 뒤에서 떠드는 소리에 헛기침했다.
아무리 관종이라도 이 정도로 반응이 급격하게 달라지면 어색한 법.
그것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성시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성시연이 한을 품으면 서리 정도가 아닐 거다. 못해도 [블리자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일단은 수업이 끝나면 연락해서 만나보기로 했다.
하나씩 하자, 하나씩.
한성은 홀로그램이 펼쳐진 책상에 손가락을 휘저었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가 옆으로 넘어가고, 딱 봐도 복잡한 회로 설계도가 나타났다.
수업은 들을 필요가 없다.
오늘 저녁에 구할 [구울]에 [고대 기간트의 심장]을 연결하고 강화해야 한다. 가공과 변형은 물론이고 완전하게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번 회차에서 한 어떠한 일보다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결계 해체처럼 막 할 수도 없는 일.
한성이 하나부터 열까지. 고인물을 쭉쭉 짜내 단 0.1%도 낭비하지 않고 최고의 육체를 만들어야 하기에, 집중해서 설계도를 완성해 나갔다.
‘아, 작은 선물 하나 만들어야겠다.’
역시 여자에겐 정성 어린 선물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한성은 품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푸른 조각을 꺼냈다. 전에 쓰다가 남은 상급 마력석 조각이다. 이 정도의 조각은 상품성의 거의 없지만, 한성의 손을 거치면 말이 달라진다.
지금 성시연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음의 안정이지 않을까.
한성은 잠깐 고민하다가 마력석을 조물거리기 시작했다.
‘와, 수업 안 듣고 딴짓하는 거 같은데. 멋있네.’
‘야, 강사가 같이 결계 작업하자고 했는데. 기초 수업이 귀에 들어오겠냐? 나 같아도 안 듣겠다.’
‘근데 저건 뭐야? 뭔가 엄청 예쁜데?’
‘뭐가? 아, 한성 얼굴? 예쁘긴 하네.’
‘아니, 그거 말고······ 그것도 예쁘긴 하네.’
“크흠.”
어색하다. 아주 어색해.
뭐,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역시 매력은 최고다.
< 매력이 최고다.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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