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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28화 (28/200)

< 잘못된 판단. >

진 훈과 한 별은 치안대를 점령하고 있던 놈들을 깔끔하게 부쉈다. B등급 용병이 많았기에 원래는 이길 수 없는 수준의 적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

진 훈은 그곳에서 [과부하]를 개화했고 한 별은 [염력]을 한 단계 성장시키며 적을 이길 수 있었다.

이후, 둘에게 지정된 몇 개의 포인트를 다니면서 테러리스트를 정리했다. 중간에 강사가 합류하면서 더욱 안정적으로 제압하는 게 가능했다.

“대단해!”

진 훈은 한성이 건네준 지도를 보며 감탄했다. 이 디테일한 적의 구상도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정확했다. 한 별도 미간을 찌푸리고 있지만, 인정할 정도였다.

“맞아. 정확해. 너무 정확해서 의심되는 거지.”

“믿기지 않지만, 의심할 거리가 있나? 적이라면 이런 걸 줬을 리도 없었겠지. 딱히 동기도 없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한 거야.”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이한성.

과연 검은 땅의 아이가 맞는가?

이런 정보는······ 부끄럽지만 [정연]이 총력을 기울여야만, 그것도 운이 좋아서 적의 습격을 감지하고 모든 힘을 다 해야지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운이 좋지 않으면, 이렇게 아예 모르고 당한다.

그것은 대표적인 정보 가문인 [흑연]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이런 걸 얻었을까.

검은 땅의 아이. 그 이름이 특별하긴 하지만, 이런 정보를 얻을 힘을 주는 건 아니다. 아니, 더욱이 그곳의 아이라면 이런 정보를 알 수 없어야 정상이다.

[블랙 카드]를 소유하고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야. 이 정보 덕분에 많은 사람이 무사할 수 있었잖아.”

진 훈은 정말 기뻐했다.

그리고 뿌듯함이 있었다. 그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천재’가 이런 능력도 있구나. 마치 동생이 멋진 형을 보며 뿌듯해하는 표정이랄까.

“······좋게좋게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겠다.”

한 별은 그렇게 말하곤 눈을 힐끗 돌렸다.

옆으론 성시연, 얜 샤를, 세르게이. 그리고 나디아라는 친구까지 모여 있었다. 각자 자신의 맡은 포인트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모인 거다.

“역시 한성이야.”

성시연이 그렇게 외쳤다. 볼 때마다 적응 안 되지만, 좋은 변화려니 생각한다.

“그렇긴 해. 역시 내 검술 스승님이지.”

“검술도 빼놓을 수 없지만, 마법도 대박이잖아! 정말 거기에 살인까지 잘하면 좋을······ 아, 아니, 뭐 대단하다는 거지.”

“······사, 살인? 뭐 대단하긴 한 거니까.”

성시연과 세르게이는 뭔가 잘 맞는 것 같으면서 핀트가 엇나가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옆에 얜 샤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디아는 몸과 시선은 딴 곳으로 돌리고 귀만 쫑긋거리고 있다.

“그건 그렇고 한성하고 안혜림이라는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

성시연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얜 샤를과 세르게이도 궁금하다는 듯 지도를 살폈다.

딱히 그들이 간 곳은 표시되지 않았다.

“아마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

세르게이의 의견이다. 옆에 있던 진 훈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왜 둘이 갔을까. 남녀 단둘이 말이야.”

성시연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녀 혼자였다. 아무리 남녀가 같이 있다고 하더라도, 둘 다 매력이 있어야 뭔가 일어나고 하지 않겠는가.

세르게이와 얜 샤를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다른 얘기를 꺼냈다.

“······참 이상한 조합이야.”

한 별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희도 별 피해 없이 해결했나 보네?”

진 훈은 또 그곳에 끼고 싶었는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모두 안면은 있는 사이지만,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은 이들이었다.

“어, 위험할 뻔했는데. 운이 좋았던 건가 아슬아슬하게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지.”

“우리도 그랬는데!”

혼자 남은 한 별은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별로 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성격도 좋아.’

그때였다.

둥-

강력한 마력의 울림이 느껴졌다.

한 별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마력의 파동은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일순 대화가 멈췄다.

“······뭐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왔다.

S등급 영웅 한도석과 이정현이었다. 둘은 강사 중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으로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고 있었다. 둘이 상대하는 건 테러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강한 S등급 혹은 A등급.

그런데 그들이 이 파동에 이곳까지 달려온 거다.

한 별은 본능적으로 중요 사안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슨 일인 거죠?”

옆으로 지나가려던 한도석에게 한 별이 물었다. 한도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도와줄 수 있겠니?”

“급하면 간단하게만 설명해 주세요. 알아야 돕든지 말든지 하죠.”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S등급의 영웅과 겨우 후보생의 입장이었으니까. 하지만 한도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그 파장은 [무기공학연구소] 방향이야······.”

“심장이군요.”

한 별도 뻔히 아는 이야기다.

한도석은 말이 잘 통해 좋다는 듯 마무리했다.

“그래, 그들이 노리는 건. 이 혼란을 틈타 [고대 기간트의 심장]을 훔치는 거 였나봐. 그걸 예상하지 못했다니.”

한도석은 자책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적의 목표를 알았어도 후보생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을 거다. 한 별이나 뒤의 후보생도 그걸 모를 리 없었기에 돕겠다며 움직였다.

S등급 인원 둘에 6명의 후보생은 거침없이 마력을 방사하며 [무기공학연구소]로 이동했다. 꽤 먼 거리였기에 시간이 필요했지만,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엔 이미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척 봐도 수십 명이다.

최소 C등급에서 A등급까지 갖춰진 테러리스트. 웬만한 도시 하나는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 수 있는 무력 규모다. 그런데 그걸 단 두 명의 후보생이 막아서고 있었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켰다.

폭풍. 전장 전체를 뒤덮는 수십 개의 바람의 결을 타고 적을 헤집는 붉은 눈의 [도살자]는 마치 사슴 떼 속의 표범 같았다.

안혜림.

분명 사수. 활을 쏘는 후보생이었고 근력과 체력 또한 다른 후보생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은 무엇인가.

그녀가 휘두르는 검은 적의 방패 혹은 마법을 가뿐하게 씹어먹고 목을 그어버린다. 어찌나 빠르고 절묘한지, 적의 공격은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완벽한 포식자.

그게 지금의 그녀였다.

적의 반항은 목이 물린 사슴의 발버둥으로밖에 보이질 않았고 그들의 눈빛은 바들바들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옆이었다.

마치 그녀와 하나가 된 것처럼 완벽한 합을 보여주는 이한성.

안혜림이 표범이라면 그는 호랑이였다.

쿵.

우웅.

그가 발을 구르면, 작은 마력의 떨림에 수십 개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적의 발목을 붙잡고 공격을 차단했다. 그 와중에 혜림이 타는 ‘바람’을 생성해 냈다.

그것은 일부였다.

그 자리에 선 상태로 검을 휘둘러 적을 베었다. 화려한 그의 검은 철저하게 실용적이었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다수의 마법을 파훼하고 적의 이능을 무력화한다.

그러다 간간이 손을 까딱 움직이면, 여지없이 적의 목 하나가 날아간다.

소름 돋을 정도로 포악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잔잔했다. 안혜림처럼 흥분하지도 않았고 적들처럼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다.

그것이 그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이미 반절까지 줄어든 적들은, 포식자인 눈빛에 뒷걸음을 쳤고 패왕(霸王)의 발걸음에 줄행랑을 쳤다.

한성은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10명 중 6명의 목이 날아갔고 4명은 어깨나 팔 한 쪽이 사라졌다. 그나마 살아남은 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이곳을 벗어나려 애썼다.

한성은 가만히 선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안혜림은 그런 한성을 애타게 바라봤다.

끄덕.

그녀는 그의 신호에,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적의 뒤를 쫓았다.

“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누군가 한숨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못했다. 모두 비슷한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  *  *

이 작전은 [밤의 존재]와 [황혼의 늑대]의 합작. 미국 영웅 아카데미의 영향력을 배경 삼아 몇 개의 기업에서 지원을 받고 진행한 일이다.

당연히 극비로 이뤄진 작전.

그들의 계획은 완벽했다. 관련 정보는 모조리 파쇄했고 관련 인원은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완전하게 기밀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수호 가문인 [정연]과 대한민국의 암살과 정보를 한눈에 꿰뚫고 있는 [흑연]. 그리고 몇몇 초인의 가문과 한국 정부에서도 절대로 눈치채지 못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그들의 작전은 완벽하게 파훼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치안대, 본부, 도서관, 마법 물품 연구소, 학생 생활관, 이능 훈련장, 민간인 거주지역, 기숙사. 거기에 강사들을 모조리 집어넣어 가뒀던 [대회의장]까지.

어떤 것 하나도 빠짐없이.

계획을 모조리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철저하게 공략당하고 있었다.

S등급 영웅 폴 홀렌드.

그는 [하늘 위의 중재자]라는 이명을 지닌 신격과 계약했으며, ‘용의 비늘을 갈취한 자’라는 거창한 이명을 달고 활동하는 [황혼의 늑대]의 간부 중 한 명이다.

[한국 영웅 아카데미]의 습격에서 가장 강한 영웅이었으며, 한도석과 아카데미 동기. 그리고 그의 라이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이 작전을 총괄한다.

“뭔가 있어.”

원래 작전이라는 게 언제 엎어지고 무너질지 모르는 건 당연하다. 그럴 때 침착을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는 걸 잘 알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그 정도를 넘어섰다.

이 넓은 면적에 219명의 인원이 들어왔다.

S등급부터 C등급까지의 용병 및 영웅. 수백 마리의 몬스터까지. 하나하나 완벽하게 계획된 배치였다.

A등급이 있으면 A등급에 B등급 한두 명이 추가된 상태로 도착했고 S등급이 있는 곳은 S등급이 도착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맞춰진 상성을 지닌 강사가 말이다.

게다가 아무도 모르게 [무기공학연구소]에 침입시킨 A등급 1명과 B등급 4명은 후보생으로 보이는 2명에게 철저하게 공략당했다.

아카데미에 심어놓은 첩자가 몇 명인데, 후보생 2명이 움직이는 건 눈치도 채지 못했다.

‘그것보다 이정현이나 한도석도 모르고 있었다······.’

그 둘의 밑에도 첩자가 있다. 그들의 반응은 홀렌드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심어놓은 놈들이 실수한 게 아니라면, 후보생이 직접 판단하고 움직였거나 더 위에서 은밀하게 진행한 작전이라는 뜻.

‘그것도 말이 안 돼.’

S등급 영웅보다 더 위 인물이라면 학교 총장이나 정부 인사. 혹은 다른 가문에서 직접 개입했어야 한다. 그런데 아카데미 내부 인원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딱 거기까지는 계획한 그대로라는 거다.

폴 홀렌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플랜 B를 실시했다.

겉으로 보이는 목표는 ‘후보생의 죽음’과 ‘아카데미의 혼란’이었지만, 사실 그건 부차적인 목표. 실질적인 목표는 [고대 기간트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그 작전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부차적 목표라도 확실하게 이뤄야 한다.

“전원 플랜 B를 시작한다.”

S등급과 A등급 강사는 철저하게 마크하고 나머지 모든 인원이 후보생 기숙사를 공격하는 것이다. 기숙사도 [대마법 방어진]이 설치되어 있지만, 한 번에 무력화할 장비도 챙겼다.

현재 4,000명에 이르는 후보생 중에 3,000명 이상이 기숙사에 대피해 있다.

그곳을 완벽하게 폭파한다.

그게 플랜 B였다.

다행인지, 지금 막 한도석과 이정현을 중심으로 큰 힘을 발휘했던 후보생들이 [무기공학연구소] 앞에 모여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곳에서 기숙사까지는 굉장히 멀다.

거기에 중간에 [차단 결계]를 구성하고 몬스터를 이용해 그들의 발을 묶는다면, 기숙사 공략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접근할 수 없을 거다.

아무리 [한국 영웅 아카데미]의 강사가 강하다고 해도, 한도석과 이정현이 없다면 이쪽의 압승이다.

“나도 당장 그쪽으로 이동한다.”

이번엔 절대로 당하지 않는다.

기존 계획을 알아채고 이쪽을 이 정도로 몰아붙인 건 인정해 줄만 하다. 하지만 이번엔 안 될 거다. 만약, 플랜 B라는 걸 완벽하게 꿰고 있더라도 말이다.

세상엔, 알아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는 법이니까.

< 잘못된 판단.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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