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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20화 (20/200)

< 대한 옥션 >

한성은 둘과 헤어지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나머지 보상은 모두 현금화해서 분배하기로 했다. 특별히 쓸만한 재료나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피곤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쉴 수가 없었다.

“어차피 한동안 훈련도 자제해야 하고.”

특히, 검술 훈련장을 조심해야 했다.

진 훈의 그런 뜨거운 눈빛. 보자마자 진짜 쌀 뻔했다. ‘대련’이라고 쓰고 ‘자살’이라고 읽는, 진 훈과의 대련은 피할 수 있는 한 피해야 한다.

한성은 진 훈이 드래곤을 주먹으로 때려잡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거의 드래X볼의 사이어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인간을 넘어선 초인. 진 훈은 그것조차 넘어섰다.

행성 파괴급인 사이어인을 갖다 붙이는 건 조금 무리긴 하지만, 맨손으로 드래곤을 때려잡는 건 그 정도 충격이었다.

“헤일렌, 특허 신청서 출력 좀.”

- 알겠습니다. [마법 물품 특허 신청서] 출력합니다.

오늘 특허 신청을 마쳐야 만든 물품을 경매에 올릴 수 있게 된다.

한성은 꼬박 2시간을 끄적여 신청까지 완료했다. 늦어도 며칠 안에는 특허 신청이 받아들여질 거다.

“하아암. 피곤해.”

하루가 무척이나 길었다.

한성은 던전에서 털어온 오브젝트들, 직접 만든 [속성 부여 킷] 등을 챙겨 밖으로 이동했다.

그가 찾아간 곳은 [대한 옥션]의 건물.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유통망을 지닌 세계 최대 규모의 경매장이었다.

오늘은 팔기만 할 게 아니라, 살 것도 많았다.

그동안 조금씩 모았던 돈을 풀 때가 왔다.

“크흡. 크크크.”

웃음을 참으려 해도 참을 수가 없다.

이곳엔 감정된 아이템도 많지만, 미감정 아이템도 엄청나다. 반쯤 도박이라 할만한 경매. 하지만 고인물들에겐 속이 훤히 보이는 당첨률 90%의 복권.

나머지 10%. 아니, 90%를 200%까지 늘려주는 능력은?

[정보 열람]이라는 규격 외 능력이다.

“어서 오십시오.”

역시 고가의 물품이 오가는 옥션답게 교육이 잘 된 직원들이 상주했다.

한성은 후보생 신분증을 내밀며 말했다.

“물건 좀 팔러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이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후보생 신분은 이래서 좋다. 일반인은 구두로 알려주는 정도. 후보생은 직원이 직접 안내하며 자세한 설명도 해주고 VIP 대기실도 사용 가능하다.

물론, 진짜 VIP들이 오는 것과는 비교할 순 없지만 말이다.

조금 걷자 물품 감정하는 곳이 나온다.

마법사 몇 명과 연구원 몇 명. 감정 전문 이능을 지닌 몇 명의 인원이 상주한다. 그중에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연구원이 한성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대한 옥션 감정팀 이진후 팀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이한성 후보생님.”

“네, 반갑습니다.”

상당히 친절하다.

대한 옥션의 감정팀 팀장이라. 밖에서 웬만한 대기업 인사는 물론이고, 웬만한 길드 간부들조차 쩔쩔매야 하는 인사다.

‘길드나 기업에게 경매 관련 중요 인사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대한민국 영웅 아카데미]의 후보생은 쫄릴 게 없다.

특히, 자신만만한 물건이 있다면.

“어떤 걸 가지고 오셨습니까.”

“정확한 감정 부탁합니다.”

한성은 가방에서 물건을 꺼냈다.

7개의 [속성 부여 킷(어둠)]

3개의 [속성 부여 킷(전격)]

1개의 [흐릿한 포자 조각(소형 던전)]

5개의 [던전 구성 오브젝트]

일단은 이 정도였다.

“오,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이진후 팀장은 한성이 꺼내는 물건을 보자마자 눈이 확연히 커졌다.

[흐릿한 포자 조각]과 [던전 구성 오브젝트]는 굉장히 고가의 물건이다. 오래된 던전에서나 나오며, 이걸 던전에서 빼내는 건 어마어마하게 고난이도의 작업이기에 인건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속성 부여 킷], 이런 건 처음 볼 거다.

당연하게도 속성 부여하는 방법은 있지만, 전문 마법사가 직접 움직여야 하며 비싼 자연물인 [속성석]까지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단합니다! 이런 건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역시 이진후 팀장의 관심은 [속성 부여 킷]에 있었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이진후 팀장은 자신의 감정 이능을 동원해 다시 한 번 감정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가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혹시 마법진과 회로를 분석해 봐도 되겠습니까?”

“아아,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특허 신청을 해 놨으니까. 아, 제 튜브에도 상세한 설명이 올라갈 테니, 구독과 좋아요. 한 번씩 눌러주세요!”

“······아, 그러십니까? 대단하군요.”

대단할 수밖에.

초기에 이 [속성 부여 킷]이 나온 건, 설정상 10년 전부터 대기업과 마탑이 공동으로 연구하던 것이고, 실질적으로 틀이 잡히고 상용화되는 것은 3년 후니까.

아마 이 물건이 경매에 나가고 특허가 확정되면 몇몇 대기업와 마탑은 난리가 날 거다.

‘그런다고 지들이 어쩌겠어.’

[대한민국 영웅 아카데미]는 한국 정부는 물론 세계 정부에서도 공인하는 특수 신분에 속한다. 후보생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이한성 후보님. 오늘 이 킷이 오늘 경매의 주인공이 될 것 같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흐릿한 포자 조각도 최소 몇 억은 하는 물건이지만, 이진후 팀장과 이한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만큼 속성 부여 킷이 어마어마한 물건이라는 거겠지.

한성은 기분 좋게 물건들을 경매에 등록했다.

*  *  *

“오늘 특별한 물건이 나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 팀장에게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무기 공학 연구소]에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오늘 경매의 하이라이트라고 했습니다.”

“하긴, 오늘은 [보물] 등급 이상은 없었죠.”

“네, 급하게 들어왔다고 합니다. 킷 자체의 등급보다는 기술적 가치가 돋보인다고 봐야죠. 그 기술력을 선점한다고 했을 때, 당장 수년 안에 조 단위의 매출을 뽑을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길이현 상무.

대한민국에서 시가총액 1위의 초대기업.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상무. 당연히 엄청난 힘을 가진 직위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길’씨라는 거다.

제현 그룹의 오너 일가.

첫째이자 장남인 길장현에 미치진 못하지만, 기업 내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보유한 사람이며 ‘영웅’이기도 하다.

그녀는 제현 그룹의 PMC(민간군사기업) 계열을 전체적으로 주무르고 있다. 사실상 그것도 길장현에게 지배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거물 중 거물이라는 건 확실한 사실이다.

그런 그녀는 대한 옥션을 찾았다.

대한 옥션의 모든 경매 물품을 꿰뚫고 있는 이진후 팀장의 연락 때문이다.

“상당히 괜찮네요. 확실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팀도 구성됐죠?”

“네, 다섯 팀까지 구성했습니다.”

그녀가 말한 팀이란, 경매를 도와주는 더미 입찰자다.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은 올려주고, 경쟁자가 많은 물건은 시선을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자금이 많이 들지만, 확실하게 가져야 할 물건이 있다면 필요한 팀이다.

드르렁.

움찔.

길이현은 근처에서 들려오는 불쾌한 소리를 무시했다.

이곳은 VIP대기실. 참모들과 회의를 위해 잠시 있는 곳이다. 어차피 개인실로 넘어갈 거니 신경 쓰지 않는 게······.

드르··· 커헉! 켁켁.

혼자 코 골다 숨이 막혔다가 다시 잠든다.

빠직.

길이현의 이마에 실핏줄이 도드라졌다.

푸후흐흐.

숨소리가 기가 막혔다.

어쩜 저렇게 천박할 수 있을까.

“······하여튼, 그 [속성 부여 킷]이라는 것. 최소한 3개는 낙찰받아야 합니다.”

특허 신청이 완료된 물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특허 상세 정보 공개가 되는 건 며칠 후. 대기업. 그리고 마탑 간의 경쟁은 그 며칠 사이에 확연히 벌어지곤 한다.

그 며칠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무조건 사야 한다.

“예산은······.”

“마지막 낙찰자가······.”

참모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간다. 경매 시작까지는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빠르게 회의를 끝내야 했다.

그런데······.

드르렁. 케헥.

“······후, 그래서 결국은 하나당 예산을 최소······.”

드르··· 크허헝.

빠직.

길이현 뿐만이 아니라 참모들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공간은 넓었기에 다른 기업 임원들과 겹치진 않았는데, 저 젊은 사람은 근처에 딱 붙어 있다. 그렇다고 제현 그룹이 한 사람 때문에 자리를 이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필이면 이럴 때.’

VVIP 개인 회의실을 빌리지 못했다.

바로 동에서 진행 중인 S등급 [구울] 경매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거물이란 거물이 다 모였기 때문이다. 미리 예약이라도 했다면 빌릴 수 있었겠지만, 급하게 연락받고 온 참이었다.

다른 기업과 마탑 관련자도 마찬가지였는지, 다들 이 ‘VIP 대회의실’ 곳곳에 모여있었다.

뒤늦게 방음 마법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상당히 지나간 후였다.

‘오늘 일진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

- 안녕하십니까. 대한 옥션입니다. 일반 경매가 끝났습니다. 정확히 5분 후, 메인 경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하, 결국.”

저 사람 때문에 회의를 마치지 못했다.

길이현은 개인실로 옮기려다 자리에 앉았다. 개인실이 편하긴 하지만, 이동시간과 회의의 결론을 낼 시간을 고려하면 이곳에 있는 게 낫다.

조금 편하게 하려다 하나라도 놓치면 큰일이니까.

“크흠. 아함. 너무 피곤했네.”

코를 골던 젊은 남성이 깼다.

길이현이 그를 째려봤지만, 한성은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 메인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 첫 번째 물건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속성 부여 킷(어둠)]입니다.

- 총 물건은 10개이며, 처음 3개. 그리고 마지막에 나머지 7개를 입찰하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하이라이트 메인 경매는 마지막에 진행되기 마련이지만, 여분의 개수가 있을 땐, 시작부터 흥을 돋우기 시작한다.

- 입찰 시작하겠습니다!

- 시작가는 한 화 1억 원.

이한성은 이 상황이 재미있었다.

길이현.

잘 아는 얼굴이다. 길성현의 누나이자 제현 그룹의 상무. 나중엔 장남인 길장현을 꺾고 회장까지 올라가는 어마어마한 인물이다.

물론 플레이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큰 이변이 없으면 길장현은 죽게 되고 그 자리를 길이현이 차지한다.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한성이 살 물건도 있고, 저 킷이 얼마에 팔리는지도 궁금했다.

그 어떤 튜버도 이렇게 빠르게 [속성 부여 킷]을 경매에 올리진 못했다. 올리는 시기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에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 3억까지 나왔습니다!

- 5억, 7억, 9억 나왔습니다!

가격은 빠르게 올라갔다.

한성은 두 손 놓고 있었다.

일단 가진 돈이 얼마 없었다. [경매 물품 대출]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첫 번째 물품이 낙찰되어야 한성이 가용할 돈이 입금된다.

옆에서 슬쩍 목소리가 들린다.

“못해도 15억은 가겠군요.”

“네, 초반 열기를 생각한다면 18억도 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

말을 하다말고 한성의 눈치를 본다.

자신이 지닌 실탄 정보를 흘리는 것만큼 바보도 없다. 하지만 한성은 정말 평범하게 생겼고 그들의 정보망에도 이한성이라는 사람은 없을 거다.

주변의 방음 마법까지 확인하곤 안심했는지 말을 잇는다.

“여유까지 20억이 한계입니다. 못해도 3개를 낙찰해야 하고······ 겨우 며칠을 벌기 위해 더 사용하는 건 무리입니다.”

며칠 번다고 무조건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렇군요. 초반엔 조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이런 지근거리에서 시스템 마이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야말로 플레이어 특권. 아니, 이 튜브 시스템을 위해 수백만 원을 사용한 튜버의 특권이라 해야 맞다.

경매는 빠르게 흘러갔다.

[속성 부여 킷]은 15억, 18억, 16억 정도에 낙찰되었다. 한성은 원래 지니고 있던 현금 5억과 함께 54억을 유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자잘한 수수료는 포자 조각과 오브젝트로 충당되었다.

이후로도 몇 개의 물품이 경매에 올랐고 딱히 눈에 띄는 건 보이지 않았다.

그때.

- 이번 물건은 [미지의 단단한 알]입니다.

- A등급의 감정사도 감정하지 못한 알입니다.

A등급의 감정사가 하나의 물건을 감정하는데 수천만 원을 들이고 S등급은 수억 이상으로 뛴다.

이런 미감정 물품이 나오는 이유다.

‘감정했다가 별거 아니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니까.’

[감정] 이능이라는 게 참 애매하다.

감정이 성공했는데 아무것도 아니기에 아무런 정보가 뜨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수준 차이가 심해 감정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S등급은 그것마저 판별할 수 있겠지만,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물건에 수억을 붓는다?

‘말도 안 되지.’

더 애매한 것은 이런 물건을 ‘메인 경매’에 내놓은 이유. 그것은 이 알을 입수한 장소가 그만큼 위험하거나 희귀하다는 것이다. 판매하는 입장이나 사는 입장에서도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 열람]이라는 이능이 대단한 이유다.

‘정보 열람.’

알의 정보를 띄웠다.

‘미, 미친! 이건 당장 사야 해!’

한성은 허벅지를 쥐어뜯으며 표정 관리를 했다.

< 대한 옥션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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