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드 플래그 시작 >
B등급 포쉘이 A등급으로 각성한 것부터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그에 비례해 보상의 질도 굉장할 정도로 상승해 있었다.
이 정도면 최고다.
거기에 이 시스템 보상들까지.
- [각성한 포쉘]을 ‘일검(一劍)’에 쓰러뜨렸습니다.
- 업적을 이뤘습니다!
- D등급 사용자 ‘이한성’이 A등급 ‘포쉘’을 일검에 쓰러뜨렸다. 이것은 역사에 남을 업적이며, 목숨을 구원받은 두 명의 캐릭터에 의해 기억될 것이다.
- [각성한 포쉘을 일검에 쓰러뜨린 자]
- 등급 판정 : [역사]
- [각성한 포쉘의 은신처]를 클리어하였습니다!
- 숨겨진 보상을 찾았습니다.
- [큐브 : 공간 관여(S+등급)]
- [큐브 : 무기화(A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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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내상을 입었습니다.
- 강한 운이 발동됩니다.
- 마력 및 정신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과도한 육체 사용으로 육체가 손상되었습니다.
- [중급 체력 포션]으로 상처를 회복합니다.
- 기이한 운이 발동됩니다!
- [중급 체력 포션]으로 회복된 육체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 육체 능력치가 일정량 상승합니다.
- 메인 캐릭터 [성시연]이 사용자 [이한성]에게 애정을 갖습니다.
- 서브 캐릭터 [얜 샤를]이 사용자 ‘이한성’을 새로운 이미지로 바라봅니다.
- 인지도 포인트가 대폭 상승합니다!
한성은 끝도 없이 이어지던 시스템 문구를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지금 당장은 큐브가 우선이다.
“일단 이건 내가 가질 거야. 괜찮지?”
한성은 [공간 관여] 큐브를 들었다.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S+]라는 등급은 S등급의 상위 등급.
가장 큰 이점은, 같은 티어의 S등급과 대적할 때 압도적인 힘을 보인다는 것과 SS등급으로 올릴 때 과정이 간소화된다는 게 있다.
‘한 마디로 개이득이라는 거지.’
상승한 난이도만큼. 아니, 그 이상 보상이 업그레이드되었다.
한성은 표정을 다잡고 나머지 큐브를 살폈다.
[정보 열람]처럼 관찰 스킬이 있거나 특정 기관에 ‘감정’을 통해야 어떤 큐브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큐브는 변종 구울에게서 직접 나온 큐브.
찾아보지 않아도 어떤 이능인지는 알 수 있었다.
“당연하지. 어차피 우리가 한 것도 얼마 없는데.”
샤를이 대답했고 성시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까지 올 때는 한성이 보조하고 샤를과 성시연이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 합한 것보다 보스전에서 한성이 한 일이 더 많았다.
“구울의 은신처에서 큐브가 총 4개 나왔어.”
한성이 맞는 이능을 알려줄 수도 있지만, 이것까지 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아카데미 안에 감정 기관에 맡긴 후에 분배하는 게 최선.
“그리고······ 몇 가지 부산물이랑 마력석이 있고 장비도 몇 개 있네.”
아주 좋다고 하긴 그렇지만, [희귀] 등급의 장신구가 몇 개 보인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보상이었다.
나눌 건 나누고 팔 건 팔아서 분배한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던전 공략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한다면 고인물이 아니다.
던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어마어마한 곳. 이곳의 보스는 죽었지만, 일반 몬스터는 계속 생성될 것이고 그 힘의 원천은 던전을 구성하는 ‘포자의 조각’과 특정 ‘오브젝트’에 있다.
‘일단 일행부터 보내고 다시 와야겠어.’
미안하지만 이건 나눌 수 없다.
이곳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은 철근 하나하나까지 몽땅 뽑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 * *
한성은 기숙사로 돌아가 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포션을 들이부었음에도 육체의 회복은 더뎠다.
“너무 무리했어.”
- 근육 80% 회복, 신경 및 골격 60% 회복했습니다. 최소 12시간은 더 쉬어야 합니다.
12시간이 지나면 월요일 아침이다.
수업에 늦지는 않을 것 같다.
- 한성님, 계좌 연동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영상 편집도 완료했습니다.
“그래? 한 번 틀어봐.”
보조 인공지능은 이러한 편집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베테랑 튜버인 한성의 센스는 쉽게 따라 할 수 없기에 한성이 직접 수정해야 한다.
첫 번째 영상은 도서관에서 던전을 찾는 모습.
5분짜리 짧은 영상. 얜 샤를과 성시연이 등장하기에 이것만으로도 조회수는 엄청 나올 거다.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미인의 어그로는 최고니까.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영상은 던전에 들어가 유령형 몬스터를 사냥하고 마지막 보스를 상대하는 것까지.
세 번째는 한성이 [속성 저장석]으로 무기를 강화하는 영상. 아마 이건 [참 쉽죠?(feat.허세)] 시리즈로 만들어질 것이다.
“잘라 붙이는 타이밍도 중요해. 여기선 더 빠르게 넘겨. 지루한 부분은 없어야 해. 일 초도 눈을 떼지 못하게. 그리고 섬네일은 자극적이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건 또 안 돼.”
- 알겠습니다.
한성이 영상을 이리저리 만지며 손봤다.
오랜 시간 튜브를 했다. 편집 직원도 많았지만, 중요한 영상은 한성이 직접 편집하는 게 마음이 편했기에 편집 실력은 죽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네.”
한성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예고편에 해당하는 첫 번째 영상을 올렸다. 물론, 그 전에 성시연과 얜 샤를에게 묻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성시연 – 마음대로 해. 그것보다 큐브 감정 결과 나왔는데, 한 번 모여야 하지 않을까?
얜 샤를 – 내일 저녁 어때요?
성시연 – 오늘도 괜찮은데······ 내일 보자.
한성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잘 정한다. 그래도 괜찮냐고 물어봐 주긴 한다.
이후로도 메시지가 몇 개 올라오긴 했는데 보진 않았다.
“으으. 다시는 무리하면 안 되겠어.”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영구적인 능력치 손상이 장난이 아니었을 거다. 아니다. 아마 살아남기도 힘들었겠지.
- 한성님, 오우거 사냥 영상 반응이 뜨겁습니다.
“간지가 폭발한다?”
- 네, 맞습니다. 일반인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영웅 후보생들의 댓글도 상당합니다.
한성은 댓글을 살폈다.
튜브를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건, 댓글을 읽을 때다.
[간지가 폭발한다(오우거 간단하게 죽이기 feat. 쿼드 캐스팅)]
- 신입생 맞음? 현역 마법사도 못 하는 걸 ㄷㄷ
- 미친 재능이네, 이 나이에 저걸?
- ㅋㅋㅋㅋㅋ폭발 성애자. 거의 정크렛급.
- 폭무새ㅋㅋㅋㅋㅋ
- 폭발 시리즈 꿀잼이네.
- 와, 저 훈이라는 친구는 오우거랑 레슬링을 하는데?
[검무(劍舞)가 폭발한다!(이한성의 첫 번째 이능 개화!)]
- 섬네일 뭐냐ㅋㅋㅋㅋ 얼굴 보기만 해도 웃긴다ㅋㅋ
- 손목 각도 실화냐.
- 이능 개화를 저렇게 한다고? 세상에 마상에.
- 미친ㅋㅋㅋㅋㅋ자기 이능을 바로 공개한다고?
- 배경 뭐임ㅋㅋㅋ친구들 다 죽어가는데 이걸 여기서??
“흐흐흐. 어그로 제대로군.”
배경 또한 완벽하다.
진 훈은 오우거와 레슬링 중이고 나머지는 간발의 차로 오우거에게서 살아남고 있다. 정말 다행인 건, 대부분 튜브에 좋은 인상을 지니고 있단 거다.
길성현의 얼굴은 모자이크했지만, 알아보는 사람은 다 알아볼 거다.
한성은 밑의 댓글을 마저 읽었다.
- 검술은 잘 모르지만, 개쩌는데? 뭔가 혼을 쏙 빼놓는다.
- 와, 감탄 나오는 검술은 처음 봄. 그것도 실전에서?
- 아름답다는 말을 이런 곳에 쓰는 건가 봅니다.
- 거의 재능 빌런. 마법에 검술까지?
- 인생 2회차 아님?
“응. 맞아. 플레이 2회차임.”
영상당 조회수가 워낙 높기도 하고, 유명한 후보생들이 나오니 구독자가 쫙쫙 붙는다.
그렇게 해서 얻은 인지도 포인트는 총 1,200이다. 포쉘 던전을 공략하면서 사용했던 1,000포인트를 제외하고 남은 포인트다.
“중급 랜덤 박스를 하나 살 수 있는데.”
이걸 사는 게 나을까. 아껴두는 게 나을까.
한성은 그러다 문득 섬뜩한 한기에 부르르 떨었다.
이쯤. 워낙 오래된 구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게임을 많이 해본 고인물이라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툭 하면 튀어나오는······.
“데드 플래그.”
어떻게든 데드 플래그를 만들어 플레이어를 학살하는 게 운영자들의 취미였고, 이 게임의 세계관 모토다. 정말 틈만 나면 재앙을 퍼붓는 게 이 세계관이니까.
사실 지금까지 딱히 큰 재앙(災殃)이 없던 것만 해도 [운] 능력치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있다. 온다. 무조건이다.
그것도 아주 큰 게.
“설마······ 블랙 카드?”
원래 아직은 시간이 있어야 맞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는 인지도가 너무 급격하게 올라가 버렸기에 충분히 큰 변수가 된다.
플레이어는 모든 정보가 락(Lock)이 걸려있다. 말 그대로 잠겨 있다는 뜻이다. 따로 과거가 없으니, 그렇게 설정을 해 둔 것.
문제는 성시연에 못지않은. 아니, 성시연 보다 어떤 면으로는 더 사이코 같은 ‘한 별’이 움직일 때가 됐을 수도 있다.
진 훈은 끔찍한 과거를 지니고 있고, 한 별은 그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한 별은 진 훈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게 무슨 짓이든 한다.
“아니겠지.”
딱히 그런 건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블랙 카드]는 세계 정부에서 공인하는 최상위 레벨 보안등급 신분증. 그거라면 한 별이 오해할 일도 없으며 이곳저곳에서 쓸모가 굉장하다.
“그것부터 최대한 빠르게 얻어야겠어.”
당연히 쉽지는 않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실 ‘한 별의 오해’라는 긴급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인지도를 급격히 끌어 올리는 순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장치다.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거다.
한성이 아는 유명한 고인물도 손에 꼽을 정도만 겨우 성공하는. 그야말로 정보, 실력, 운, 타이밍 모든 게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고여서 썩으며 메탄가스를 분출하는 석유급 플레이어인 한성이다. 시스템 상점과 플레이어라는 특성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 * *
길성현은 눈앞의 고무 허수아비를 발로 뻥 찼다.
갑자기 이상한 놈이 등장하더니 자신의 존재감은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한 별과 진 훈도 눈에 거슬렸는데, 이한성이라는 놈은 몇 배는 더하다.
“주무기가 검인데, 마법까지 이렇게 한다고?”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왜 그래에~”
뒤를 졸졸 따라온 줄리아 마틴이었다.
“뭘.”
“마법 그거, 별거 아닌 거잖아.”
“······수준만 보면 그렇지.”
사실 회로와 마법진만 보면 그렇게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걸 ‘창조’했다는 게 중요한 거다. 저런 회로의 개발은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은 분석하고 실험해야 나온다.
‘저 나이에 그걸?’
검술이나 다른 마법 실력을 보면 저런 것 따위에 그 시간을 보냈을 수가 없다.
아니면 누군가 알려준다?
말도 안 된다.
누가 그런 한량 같은 짓에 세월을 소모한단 말인가.
‘천재라는 거지.’
길성현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 불렸다. 타고난 배경에, 외모에, 육체적 능력에, 마법적 능력까지. 최근엔 이능을 배울 준비도 한다.
그쪽에도 재능이 있을 거라 믿으며 하루에 수십 개의 이능을 감정하고 대조하고 분석한다.
“······그래, 마법은 한계가 분명하니까.”
철저하게 분석한 바로는 마법과 검술엔 출중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재능급 이능은 없다. 지금 지닌 이능은 튜브에 올라온 [육체 강화] 하나뿐이다.
“성현아.”
“왜.”
“근데 걔 마법하고 검. 그거 말고 아무것도 없잖아?”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데.”
“우리 [검은 장미]에 들여오는 건 어때? 딱 좋은 자리 있잖아. 이것저것 할 것도 많고······.”
무슨 얘기인 줄 안다. 그냥 좋아서 들어오라고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딱히 배경 같은 것도 없어 보이던데? 있어도 작은 가문 정도나 되겠지.”
길성현은 줄리아를 흘깃 봤다.
들어올 때 신고식을 하면서 개망신을 주거나, 말단 자리 하나 줘서 심부름이나 시키고 괴롭히자는 거겠지.
“그딴 짓 하지 마. 우리가 아직도 학생인 줄 알아?”
길성현은 그렇게 말했지만, 조금 끌리기도 했다.
마법 실력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보이는 마력량은 그리 많지는······ 오우거를 잡을 땐 굉장해 보이긴 했다. 그래도 길성현의 바실리스크의 완드만 있다면 그 정도는 커버 가능하다.
무력으로?
아슬아슬하지만, 지금 준비 중인 이능만 개화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다.
이한성, 진 훈, 한 별.
모두 말이다.
“······알았어. 뭐, 그렇게 원하지 않는다면야.”
줄리아 마틴은 그러면서 싱긋 웃는다.
저 웃음을 길성현이 모를 리 없다. 구렁이 몇 마리는 똬리를 틀고 있을 것 같은 여자가 줄리아다.
“조용하고. 훈련이나 하자.”
길성현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 데드 플래그 시작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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