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은 만렙이다-11화 (11/200)

< 첫 번째 이능 개화. >

[여명의 검]

대한민국 10대 길드 중 하나이며,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강자가 포함된 길드이기도 했다.

“한 팀장님. 아카데미에서 긴급 구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상황실 직원은 홀로그램 화면에 좌표와 위성 화면을 띄우며 외쳤다. 그곳엔 10마리의 오우거와 수십 명의 후보생이 보였다.

“저기 트롤 서식지 아니야? 왜 오우거가 나와!”

“특정된 상황은 없습니다. 거기에 오우거는 단체활동이 전혀 없는 몬스터······.”

“알아. 일단 구조팀 보내고. A등급 둘 섞어서.”

“A급은 당장 보낼 수 있는 인원이······.”

“부산에 A등급 한 명 뺄 수 있을 거야. 바로 워프 타서 이동하라 그래.”

“알겠습니다.”

A등급 한 명을 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중상급 영웅이며, 그들이 하루 용역을 뛴다면 수십억은 쉽게 벌 정도의 능력을 지녔으니까.

‘아카데미에 빚을 지워놓는 게 더 이득.’

게다가 세계 최상위권의 아카데미다. 그곳의 학생들은 1,000명 중 1,000위라도 어떤 국가를 가도 국빈급 대우를 받으며 졸업만 해도 연봉 수십억은 엎드려 바칠 대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럴 때 눈도장을 찍어 놓아야 한다.

“지원은?”

“요청 접수 완료되었습니다.”

최소 7분, 최대 12분이면 도착할 거다. 그동안 후보생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B등급 강사 2명. 한 명은 A등급에 다다랐다고 하지만 오우거 10마리는 무리다.

그렇다고 후보생 50명 전부가 도와줄 리도 없다.

실전 경험을 쌓고 후보생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지자면 1,000명 중 상위 10명 정도나 될까.

그런데 한 반에······.

“네 명이나?”

“아니, 다섯 명 같은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의 여성. 붉은 입술에 하얀 피부는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름 성아연. A등급 영웅이며 [여명의 검] 소속 특수 타격대장이다. 그리고······.

“무슨 일이신가 [흑연]의 장녀께서.”

“무슨 일은, 구조요청 들어온 곳에 내 동생이 있어서.”

“동생?”

“응, 저기. 저 미친년은 오우거가 왔는데 왜 들이대고 지랄인 거야 도대체.”

둘의 시선은 화면으로 향했다.

한 별, 진 훈, 길성현.

역대급 신입생이라 불리는 천재들이다.

셋은 나선 건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옆에 얼굴도 모르는 한 명과······.

“쟤가 시연이구나.”

“그래, 저러다 죽으려면 어쩌려고.”

“와- 흑연의 장녀가 차녀 걱정하는 거야? 네가 성시연 12살 때 팔 자르지 않았냐?”

“그건 훈련이었고.”

성아연이 아는 성시연은 절대로 무리한 전투에 끼는 아이가 아니다. 처절한 도전과 보상이 있는 전투는 좋아하지만, 저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의협심 때문에 나선다?

“저년이 왜 지랄일까.”

“야야. 말 좀.”

“뭐.”

“직원들 다 보는데. 품위 좀 지켜라.”

“지랄은.”

한상근은 저렇게 뻔뻔한 것도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화면에선 이미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야, 오우거랑 주먹 대결? 저건 난 놈이야 정말.”

“그래도 너무 육체 강화에만 치중됐어. 한계가 극명해.”

“그렇긴 하지. 혹시 알아? 제 2의 권왕이 나올지.”

다음은 한 별.

“저것 봐라. 염력으로 오우거를 붙잡아?”

“거기에 마음먹으면 마법도 가능하고.”

“육체 능력도 떨어지진 않지. 진 훈 옆에 있어서 떨어져 보이지만.”

이번엔 길성현.

“와, 더블 캐스팅? 하나는 메모라이즈 같고.”

“마법도 한계는 확연하지.”

“마력양도 상상 이상인데?”

“운이 좋아 이능이 개화하거나, 이능에도 재능이 있다면 꽤 괜찮겠지.”

성아연의 말이 냉소적인 것 같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저건 누구야.”

한상근 팀장이 직원에게 손짓하자, 관련 정보를 뽑아온다.

“이한성. 서류 심사 4,000위 이상이었는데 실기 시험에서 1위를 했다고? 1,201점?”

“1,201점? 말도 안 돼. 오류가 있었겠지······?”

성시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손에서 네 개의 마법진이 올라왔고, 맹렬한 기세를 뿜던 불의 화살이 쏘아졌다. 마치 하나의 빛살인 듯, 긴 선은 하나의 점이 되었다.

그리고 오우거는 그대로 쓰러졌다.

“······지금 저거 신입생 맞지?”

“······저게 가능해? 쿼드를?”

“아니, 그보다 스타 튜버야? 저걸 또 찍고 있어?”

“상당히 미친놈이네. 여러모로.”

그래도 지쳐 보이긴 한다.

오우거 두 마리가 더 달려들었고 진 훈이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무난하게 막네. 희생자 없이 끝낼 수 있겠어.”

5분을 멋지게 버텼다.

구조팀은 5분이면 도착할 것이니 무난하게 막은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한성이라는 친구가 이상한 포즈로 셀카를 찍더니, 하얀빛에 휩싸였다.

“개화······?”

“큐브를 사용한 모양인데?”

“이능이 큐브만으로 되나. 재능하고 상성. 체질까지 맞아야 개화하는 거지.”

응, 아니야.

플레이어는 무조건 가능하다.

이곳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그 어떤 이능이라도 큐브를 얻으면 개화할 수 있다. 문제는 재능, 능력치, 개화한 다른 이능과 상성이 맞아야 큰 폭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것.

아무리 플레이어라도 ‘문과’가 ‘마법’을 선택하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반대로 수학과 물리학에 강한 플레이어는 ‘마법’ 이능을 익히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배워나갈 수 있고 말이다.

한상근과 성아연은 이한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서 활약하는 역대급 신인 3명과 흑연의 차녀 성시연은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궁금했다.

소지하고 있던 큐브로 전투 상황에 개화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그걸 개화가 마치 될 거라는 듯 카메라로 찍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이능을 개화했을까.

순간, 이한성이 발을 내디뎠다.

“뭐야. 쟤 마법사 아니었어?”

한성의 몸은 직선으로 쏘아졌고 발검(拔劍)과 동시에 푸른 빛줄기가 주변을 휘감았다.

신속(迅速)하며 유려(流麗)하다.

마치 춤 같달까.

완만한 곡선은 마력의 꽃을 피워냈고 날카로운 직선은 새카만 점을 만들어 냈다. 그의 발걸음은 신묘(神妙)했으며 몸짓은 검술인 게 기묘(奇妙)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주무기가 검이었어?”

한참을 화면에 빠져있던 한상근 팀장이 이한성의 자료를 들춰보곤 중얼거렸다.

“검일 만 하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검술이 나오지?”

단순히 검술 시연이 아닌 전투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대단한 예술품을 볼 때의 황홀함이랄까. 선명하지 못한 위성 화면을 통한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한성은 한 별과 길성현. 성시연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한 마리를 해치웠고 진 훈이 상대하던 오우거까지 해치울 수 있었다.

구조팀은 그제야 도착했다.

“······야, 스카웃 팀에 연락해. 쟤 무조건 영입해야 한다고.”

직원 한 명이 한상근 팀장의 말에 알겠다며 어디론가 연락했다.

“오겠냐. 10대 길드라지만, 7위나 8위일 뿐인데.”

“꼭 순위가 기준이 되는 건 아니지.”

“큰 영향은 끼칠걸.”

그러다 한상근 팀장이 손뼉을 쳤다.

“아, 근데 쟤 이능은 뭐지?”

“······그러게. 이능 얻고 검술······ 검술일 리는 없고.”

한성의 이능은 미궁 속에 빠졌다.

그들은 몰랐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모두 튜브에 업로드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  *

“끄응. 오늘도 몸은 남아나질 않는구나.”

- 그래도 굉장한 성과였습니다.

“그렇긴 하지? 그 타이밍에 육체 강화가 나오다니.”

한성은 체력 포션과 성장 가속 포션을 먹고 침대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육체 강화(F/A)]

설명 : 사용자의 육체를 강화한다. 육체 관련 능력치, 마력과 정신력에 비례하며 육체를 혹사할수록 빠르게 성장한다.

진 훈이 가진 육체 강화와 똑같다.

겨우 A등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급 랜덤 박스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이능이었고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SS등급까지 성장할 수 있는 이능이었다.

주인공급인 진 훈의 경우에는 SSS등급까지도 성장할 거다.

“대략 1.3배 정도지?”

- 네, 아직 F등급이라 그 정도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현재 한성 상태창에 표시된 육체 능력치는 10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

바바리안 검과 팔찌의 도움으로 근력과 체력이 20을 돌파했고 육체 강화로 1.3배가 올라 20대 중후반까지 올랐다. 또, 운이 좋아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시스템이 판단.

순간적으로 30 초반대의 육체 능력치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마력 지배, 보법, 검술 등이 조합된 결과였다.

“역시 마력 지배는 만능이야.”

육체의 활용과 마법에 있어선 최고의 재능.

이능은 정신력을 주로 사용하지만, 강화나 활용은 마력이 관여한다. 이 정도면 정말 만능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성은 두통과 근육통에 미뤄뒀던 시스템 문구를 끌어 올렸다.

- 긴급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튜토리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보상이 지급됩니다.

- 중급 랜덤 포션 박스 2개.

- 인지도 포인트 100.

- 기이한 운이 발동합니다!

- 인지도 포인트 100 추가 획득!

- 사용자 이한성의 인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인지도 포인트 340 획득!

- 업적을 이뤘습니다!

-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마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과도한 육체 사용으로 육체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마력 지배]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육체 강화]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이런 문구들이 줄줄이 올라왔고 한성은 대충 넘겼다.

가장 중요한 건 중급 랜덤 포션 박스.

“과연 뭐가 나올까.”

능력치 성장 관련 포션이 나오는 게 최상이다.

드르르르르!

퐁!

한성은 두 개를 동시에 개봉했다.

- [하급 매력의 비약]을 얻었습니다.

- [중급 육체 성장 포션]을 얻었습니다.

“와! 대박.”

가장 원했던 건 육체 성장 포션이지만, 사실 매력의 비약에 더 신이 났다. 게다가 ‘포션’이 아닌 ‘비약’이지 않은가. 일반 포션보다 훨씬 높은 등급이다.

[하급 매력의 비약]

설정 : 하루에 매력 0.3씩. 총 10의 매력이 상승한다. 단, 매력 20 이하의 사용자에 한해서 1의 매력이 추가 상승한다.

간단하지만, 아주 좋다.

총 0.3씩이면 30일 이상 걸리겠지만, 훈련으로 올릴 수 없는 [매력]이 총 11이 오른다는 건 상당한 거니까.

“오호, 그럼 최소한 못생겼다는 말은 안 듣겠는데?”

일반인 중에서 중상 정도는 되지 않을까.

육체 성장 포션과 비약을 동시에 먹었다.

“훈련이나 더 해야겠네.”

성장 포션은 가만히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육체를 극한까지 단련해야 좋은 효과가 있다.

- 한성님, 구독자가 벌써 1,000명이 넘어갔습니다.

“벌써? 영상 두 개 올렸는데?”

- 영웅 후보생. 거기에 한국 영웅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럴 만하지.”

오랜만에 뉴비 튜버가 되자 기분이 묘했다.

전 플레이에선 튜브를 하지 않았다. 초반에야 현실 튜브에 집중하느라 엄두도 못 냈고, 중반부터는 TV에 얼굴이 계속 실려서 할 필요가 없었다.

“댓글 좀 보자.”

한성의 말에 헤일렌이 기숙사에 있는 홀로그램 장치로 화면을 띄웠다.

[운이란 것이 폭발한다.(feat.카지노 잭팟!)]

- ㅋㅋㅋㅋㅋ미친, 후보생 맞음? 섬네일 병맛인데.

- 잭팟 저거, 종일 촬영하던 거 아니야? 어떻게 저렇게 되지.

- 딱 봐도 조작이구만.

카지노 잭팟 영상은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큰 그림을 위한 ‘어그로’ 장치일 뿐.

두 번째 영상은 [검술이 폭발한다.(feat.검성의 제자 세르게이!)]였다.

당연히 세르게이의 얼굴은 가리려 했는데, 세르게이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세르게이도 채널 하나 운영한다고 했지.’

어떻게 보면 상식적으로 안 맞는 행동일 수도 있는데, 튜브 PPL 때문인지 이 세계관에서는 튜브의 인식이 상당히 좋았다.

웬만한 사람이 SNS 계정을 지닌 것처럼 이곳에서는 개인 방송을 한다고 보면 된다.

- 와, 저거 세르게이 아니야? 대박. 역시 세르게이······ 응?

- 검술로 세르게이를 이겼다고? 저거 조작 영상 아니야?

- 응, 아니야. 세르게이님이 댓글도 남겼다.

- 근데 감탄밖에 안 나온다. 미쳤다. 미쳤어.

- 이한성은 도대체 누구기에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처음 들어보는데?

세르게이와 함께 찍은 영상은 올린 지 하루 만에 조회수가 1만을 넘어섰다. 어그로 때문인 줄 알았는데, 댓글 반응이 상당히 좋다.

왜 그런가 했더니.

- 이한성님, 앞으로도 종종 대련 부탁드릴게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세르게이의 본 계정으로 댓글을 남긴 것이다.

한성은 웃으며 세르게이의 댓글에 [상단 고정]을 눌렀다.

생각보다 출발이 좋다.

< 첫 번째 이능 개화.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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