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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7화 (7/200)

< 밤의 연회(2) >

한성의 시야는 시커멓게 변했다.

‘밤의 존재’라는 그들이 빛을 앗아갔다.

아쉽지만, 한성이 사용하는 게임 내 카메라는 빛과 어둠의 제약을 무시한다. 당연하게도 게임 내용 외의 기능이며, 스트리머를 배려한 시스템, 그 자체.

한성은 카메라 모드를 바꾸고 주변을 살폈다.

옆을 돌아보자 성시연이 자신의 눈을 비비며 주변을 분간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게 될 리 없었다.

암살자 성시연은 [그림자 타기]라는 고유 능력 덕분에 어둠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다. 하지만 아직 후보생. 그것도 17살짜리 학생에 불과하다.

“시연!”

“하, 한성?”

“따라와.”

한성은 예상외로 부드러운 성시연의 팔목을 잡고 달렸다.

일단 성시연도 ‘선(善)’에 걸쳐진 캐릭터.

살려둘 필요가 있었다.

한성은 벤토가 없는 곳으로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사람을 포함한 장애물이 많았기에 성시연이 한성을 따라오는데 애먹었다. 하지만 몸놀림과 감각은 이미 평범함을 넘어선 후보생이기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틈이 보이지 않아.’

[밤의 연회] 간부인 벤토와 부원인 셋.

총 12명은 신입 부원 테스트에 동원된 녀석들이었다.

사방에서 사람들을 죽이며 좁혀온다. 그들은 살인을 즐기고 비명을 축포로 여긴다. 하나의 의식이며 축제, 피가 튀고 살덩이가 갈라지는 건,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게임이다.

괜히 극악의 난이도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런 미친놈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악(惡)과 재앙(災殃)이 난무하는 곳.

“쳇.”

앞에 한 놈이 한성과 시연을 봤다.

눈이 마주쳤고, 그는 씨익 웃으며 달려들었다.

“시연, 딱 여기 있어. 눈이 보일 때까진.”

“······금방 간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인내할 줄 알고, 쉽게 흥분하거나 이성을 잃지 않는다.

암살자의 기본 소양이겠지.

한성은 한 손으로 마력을 뽑아내며 주변의 마력과 공명한다.

당연하게도 카지노에 무기를 들고 들어올 순 없다. 그래도 후보생 신분으로 카지노에 무기를 맡겨 두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이놈만 제압하면 검을 꺼낼 수 있다.’

우우웅!

다행히 앞에 놈은 마법과 이능의 사용자.

몇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떠오른다. 마법 자체의 실력은 상당하다. 거기에 이능의 도움을 받은 건지, 수준보다 빠르고 강하다.

콰과과과!

갖가지 속성이 담긴 마력의 파도는 하나의 짐승처럼 한성에게 달려들었다. 놈은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한성이 마력 파도에 휩쓸려 죽을 거라 예상하는 듯,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강해!’

한성은 긴장을 잔뜩 끌어 올리며 집중했다.

화륵.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표현한다면 이럴까.

시퍼런 마력의 파도는 한성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무색, 무취, 무형. 마력이다. 마력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지만, 쉽게 느끼고 살지 못하는 공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한성이 스윽, 손을 뻗는 순간.

손끝으로 걸려드는 마력.

아주 연약하고 부드러운 솜사탕 같다.

이 세계관에서 마력의 감각적으로 느끼는 이는 1,000명 중 1명은 된다. 마력의 향을 맡는 사람은 100만 명 중 1명은 되고 미가공 상태의 마력을 직접 보는 사람은 10억 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 한다.

직접 만지는 사람은?

없다. 설정상 수천 년 고고한 업적을 쌓은 [전설] 등급 이상의 [격]을 지닌 존재라면 가능하다.

직접 보고, 맡고, 만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한성이 아는 한, 이 인간 캐릭터 중에선 없다.

움직이는 걸 떠나서 ‘지배’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존재? 마왕도, 천왕도, 드래곤도. 어떠한 존재도 없었다.

오직 한성이 지닌 [마력지배]뿐이다.

SSS등급이란 그런 거다.

휘릭.

한성의 손으로 놈이 쏟아낸 마력을 쓸어 담았다. 거대한 마력의 파도가 사라지기까지는 단 0.01초.

놈이 당황하며 수 개의 마법진을 생성하는데 0.2초.

끼이이이잉.

양쪽 팔다리에 마법진을 붙이고 달려든다. 아마 한성의 육체 능력이 약점이라고 생각될 거다.

‘쿨럭.’

입안에 혈향이 가득 느껴진다.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속이 뒤집힌 거다.

의식을 절대로 놓으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마력을 끌어 올린다.

동시에, 대기의 마력과 공명하며 한성의 지배하에 놓인다.

[마력지배]의 재능을 지닌 자만 가능한 일.

하지만 [마력지배]를 가진 것만으로도 절대로 해내지 못할 일.

오로지, 마법의 정점에 섰으며 [마력지배]까지 지닌 한성이기에 가능한 ‘마력 활용’이었다.

푸푸푸푸푹.

수십 개의 마력 줄기가 놈의 마법진에 꽂힌다.

모든 마법은 마력으로, 마력은 무(無)로.

“쿨럭.”

상대는 죽었지만, 한성도 한계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쓰러져선 안 된다.

이곳은 게임이 아니다.

다시 살아날 수 없는 ‘현실’이나 마찬가지.

턱.

“이제 보여.”

성시연이 한성을 부축했다.

“무기가 필요해.”

“이것도 필요한 거지?”

“······팔찌? 이걸 어떻게.”

“계속 눈여겨보는 거 봤어. 내가 가지려고 훔친 건데······ 목숨값이다.”

이걸 뭐라 해야 할까. 멍청했던 걸까, 똑똑했던 걸까. 이전 플레이 때는 깊게 엮이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

한성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넘겨준 팔찌를 빠르게 차고 바바리안의 검을 찾았다.

이걸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던 건데, 보는 눈이 많아서 그냥 맡긴 게 탈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되찾아서 다행이다. 그것도 팔찌와 함께.

“이 자식이!”

신입 부원으로 보이는 두 녀석이 달려드는 걸 보곤 성시연이 외쳤다.

“내가 한 놈!”

“할 수 있겠어?”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하긴.”

성시연은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빛이 너무 없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어둠에 적응한 성시연은 ‘밤의 존재’들 못지않은 무력을 보일 거다.

한성은 걱정을 껐다.

팔찌와 검은 모았다. 이제 ‘다량의 피’만 있으면 개화한다.

한성은 자신의 팔을 그었다.

촤악.

오른팔에 팔찌와 검을 같이 찼고 피를 아래로 흐른다. 팔찌와 검은 한성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빨아들였고 적이 도착하기 직전, 번쩍이며 개화에 성공했다.

화악!

체력 10% 미만일 수밖에 없는 상태.

개화하는 순간 근력과 체력이 35%가 상승하고 팔찌의 효과로 근력과 체력 15%가 추가로. 거기에 육체 능력 총합 2%가 상승한다.

3분짜리 옵션이지만, 지금 상태에선 이 정도면 사기급 효과다.

거기에 비율이 아닌 수치로 직접 붙는 능력치까지 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이 전신을 사로잡는다. 근력, 체력 등 모든 육체 능력치가 뻥튀기된 느낌은 마치 마약에 취한 듯, 황홀했다.

스윽.

한성은 검을 들어, 좌에서 우로 베었다.

길게 뻗은 오른발과 동시에 뻗은 검은 물 흐르듯 부드럽게 적의 검을 피해 아랫배를 베었다.

“크흑.”

적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밤의 연회] 신입 부원답게 날카로운 반격, 방어, 카운터가 오간다.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에 한 번은 내줬지만, 이젠 다르다는 듯 한성을 마구 몰아붙였다.

게다가 한성은 화면을 통해 적을 보고 있는 상황. 적도 선명하게 보이는 건 아니겠지만, 한성보다는 편하게 볼 거다.

‘이대론 안 돼.’

그래도 [밤의 연회] 부원이라고 꽤 강하다. 한성은 겨우 버티는 판국. 바바리안 장비의 옵션이 발동되고도 육체 능력치가 압도적으로 차이 난다.

게다가 바로 전, 터무니없는 마력 활용으로 마력 고갈에 내상까지 입었기에 더욱 힘들었다.

‘젠장!’

이것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게임 세상이라고 하지만, 목숨이 더 있는지 확인해 볼 수는 없는 노릇.

“시스템··· 상점!”

눈앞에 떠오르는 유저 인터페이스.

- [시스템 상점] -

- 랜덤 박스

- 소모품

.

.

.

보유 포인트 : 82

아깝지만 100포인트까지 모을 여유가 없다.

“소모품······ ‘태양권’ 구매!”

- 소모품 ‘태양권’을 구매하였습니다.

- 5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냐!”

“성시연 눈 감아!”

상대는 한성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나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한성의 몸엔 상처가 늘었고 출혈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바바리안의 옵션 또한 끝나간다.

“태양권 발동!”

화악!

사실 쪽팔려서 쓰지 않으려 한 거다.

게다가 벤토의 눈에 드는 것도 절대로 좋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으으!”

한성의 전신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강렬한 빛은 주변을 잠식한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태양권(소모품 _ 희귀)]

설명 : 강렬한 빛으로 어둠을 몰아낸다. 밝은 곳에서조차 적의 눈을 잠시 멀게 할 정도의 빛이다.

* 출처 : 드래X볼의 천X반.

이건 마법이 아니다.

시스템으로 행하는 ‘이능(異能)’ 그 자체.

이 ‘어둠’은 저들의 이능이겠지만, ‘어둠을 몰아낸다.’라는 문구 자체가 저들과의 상성에서 우위에 있다는 뜻. 게다가 같은 ‘희귀’ 등급이라면 시스템이 우위다.

번쩌억!

아주 강렬한 빛이다.

바로 앞에 있던 적은 눈이 멀어 얼굴을 부여잡았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사람들도 눈을 제대로 못 떴다.

문제는······.

- 메인 ‘악(惡)’ 캐릭터 ‘벤토’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 당신에게 호기심을 보입니다.

- [정보 열람]이 발동합니다!

- 벤토의 생각을 ‘열람’합니다.

- 당신의 ‘마력 활용’, ‘빛의 이능’, ‘검술’까지 그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젠장할!”

앞에 적보다 이 문구들이 더 싫다.

맞다. 저놈은 강한 상대를 보면 ‘흥분’하는 놈이다.

화를 내냐고?

아니다. 비틀린 ‘성욕’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 메인 ‘악(惡)’ 캐릭터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 인지도 포인트 60을 얻었습니다!

이건 좋다.

하지만 목숨을 위협받은 대가로는 많이 부족하다.

한성은 바로 앞에 있던 놈을 검으로 찔러 죽였다.

동시에 바바리안 장비의 옵션도 끝나 버렸다.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며 눈앞이 흐려진다. 그런데도 정신을 끝까지 붙잡았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 덕분이었다.

‘정말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겠는데.’

화륵.

반대편에 있던 벤토가 사라진다.

그리고 한성 앞에 등장했다.

살갗이 바짝 일어서고 관절이 굳는다. 게임일 때는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현실처럼 변하니 두려움이 확 생긴다.

그때, 벤토 뒤편에 있던 성시연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안 돼!’

바로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성시연이 벤토를 공격하는 순간, 성시연은 목이 잘려 죽는다. 하지만 기습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훅.

갑자기 불어온 옅은 바람에 한성이 벤토를 바라봤다.

“하하하하하! 아하하하! 재미있는데.”

벤토가 한성 목으로 가져다 댔던 검을 회수했다.

“재미있어. 다음에 볼 땐 더 강해졌으면 좋겠군.”

벤토는 그 자리에서 다시 사라졌다.

카지노 입구에서 치안대원 수십 명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방금······ 뭐지?’

벤토의 행동, 검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 아니, 언제 목에 닿았다가 회수한 것인가.

한성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다.

눈앞에 떠오른 보상들이 어마어마했으니까.

- 긴급 퀘스트!

- [벤토의 시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 성공 보상 : 인지도 포인트 30, 유망주 리스트에 오름.

- 카지노에서 당신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후보생 이한성’을 기억합니다.

- 몇몇 메인 캐릭터가 ‘후보생 이한성’을 기억합니다.

- 인지도 포인트 46을 얻었습니다.

- 기이한 [운]이 발동합니다.

- 도움을 받은 이들이, ‘후보생 이한성’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 인지도 포인트 93을 얻었습니다.

- 총 보유 인지도 포인트 : 261

-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정신력에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손실될 수 있습니다.

- 기이한 [운]이 발동했습니다.

- [마력지배E/SSS]가 [마력지배D/SSS]으로 상승합니다.

- 마력 능력치 3이 상승합니다.

- 육체가 과부하 됩니다.

-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손실될 수 있습니다.

- 말도 안 되는 [운]이 발동했습니다.

- 근력 1이 올랐습니다.

- 체력 2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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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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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연회(2)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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