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은 만렙이다-6화 (6/200)

< 밤의 연회(1) >

-마력 1이 상승하였습니다.

-마력지배가 E등급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역시 마력 능력치나 재능의 등급이 낮고 고난이도 훈련이라 효율이 굉장했다.

“이한성 후보생?”

“네, 마도사님.”

“지금 수업에 집중하는 것 같진 않은데?”

“아닙니다.”

“그럼 문제를 하나 풀어보죠.”

마법 칠판엔 아주 기초적인 마법인 [빛 구슬]의 발현 공식과 [불덩어리]의 발현 공식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방금 설명을 들었다면, 발현된 마법의 ‘변환 공식’을 유추해 낼 수 있을 겁니다. 50%가량은 설명했으니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기본 소양으로 모든 영웅 후보생이 기본 마법을 배우고 실습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곳에서 배움을 시작하는 ‘소양’에 불과하기에 정규 마법 교육을 받은 일부 영웅 후보생을 제외하곤 알 수 없는 공식이었다.

‘아마 본보기겠지.’

그런 거라면 어울려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거였다.

[빛 구슬]을 [불덩어리]로 변환하는 방법.

마법을 발현한 상태에서 취소하고 새로운 마법을 발현하려면 마력 손실도 크고 딜레이도 길어진다.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마법 취소 없이 변환하는 거다.

당연히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성이 누구인가.

이 세계 자체를 클리어했던 사람이었고 52년이나 끊임없이 정진해 마법의 정점에 섰던 플레이어.

“어렵지 않죠.”

한성은 마법 분필을 잡고 끄적였다.

[빛 구슬]의 ‘마력 통제 엔진’에 해당하는 마법진에서부터 속성, 발현 방식을 살짝 바꿨다. 변환하면서 날아가는 마력의 [손실 보존] 마법진을 추가했다.

설명은 간단했지만, 수식으로만 칠판 한 면을 가득 채울 양이었다.

딱.

분필이 멈추고 이정현 마도사를 쳐다봤다.

이 정도면 괜찮냐는 것이었다.

“······혹시 마법 전공이었나? 검사······라고 적혀 있는 거 같은데?”

“네, 마법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소양 정도는 있습니다.”

“그렇군. 뭐, 약간은 아닌 것 같지만······ 들어가 보게.”

“네, 알겠습니다.”

사실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됐다.

검을 주무기로 기재한 상태였기에 조금 창피를 당하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한성이 잘 아는 히든피스와 연결점이 있다.

‘이정현 마도사, 아카데미 내에 마법 기본 소양을 강의하고 있지만, 특이하게 이능 관련 히든 피스와 연결된 인물이다······.’

히든 피스의 보상은 B급에서 S급까지 다양하다.

S급 보상은 마력으로 정신력을 보조하는 [마력치환]이라는 고유 능력. 혹은, 반대로 정신력으로 마력을 보조하는 [정신력 치환]이라는 고유 능력이다.

‘고민해 볼 만 하군.’

현재 이만한 능력을 얻을 길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 원래 저 정도는 다 하나?”

“······아니지.”

진 훈과 한 별이다.

그 외에도 몇몇 캐릭터의 시선이 쏠린다.

‘뭐야뭐야. 주무기 검으로 순위 측정 1위 먹은 거 아니었어?’

‘대박. 마법까지 잘한단 말이야?’

‘이론만일 수도 있지.’

‘에이, 저 속도 봐. 완전 프로 마법사급인데?’

‘얼굴 빼고는 완벽한 건가······.’

또 이상한 오해가 쌓이고 있다.

그것보다 매력 능력치를 먼저 올려야 하는가, 진심으로 고민했다.

- 후보생과 강사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 인지도가 상승합니다.

- 인지도 : 12 Point 획득!

욕을 조금 먹더라도 인지도 포인트를 얻는 게 이득이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칩니다. 모두 복습하시고 마력 컨트롤 연습도 빼먹지 말고요. 그럼 이만.”

이후 강의는 오후에나 있다.

4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거다.

한성은 빠르게 이동해 점심을 간단히 먹고 공용 체력단련실로 이동했다. 이곳은 보통 1학년 중에서도 체력이 약한 마법사나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한성은 10대의 능력치를 가졌기에 이곳도 힘들 거다.

운동을 시작한 지 10분.

아는 얼굴이 단련실로 들어왔다.

‘길성현, 그리고 줄리아? 쟤도 마법사였지.’

진 훈이나 한 별은 이곳으로 올 일이 없다. 그들의 육체 능력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으니까.

“난 육체 단련이 너무 싫더라. 마법만 하면 되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시끄러워. 안 할 거면 가라.”

“칫. 너무해. 그냥 한 소리지.”

줄리아는 프랑스의 [붉은 마탑] 소속 영웅 후보생이다. 길성현과는 집안끼리 아는 사이인 걸로 기억한다.

‘대충 기억은 날 것 같은데······ 아, 줄리아 마틴이었나.’

빠르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줄리아의 아버지가 케이 마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드 선셋(Red sunset)’ 마법 대대를 보유한 PMC(민간 군사 기업)에 마법 군수 물자까지 생산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 ‘마틴’ 사.

“쟤, 걔 아니야? 기가 막힌 변환 공식 쓴 애.”

“······기가 막힐 거까지. 그 정도는 누구나 한다.”

“에이, 아닌 거 같은데? 못해도 마법 기초 3년 과정은 마쳐야 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 미리 외워왔다면 몰라도.”

“신경 쓰지 말고 운동이나 해라.”

길성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줄리아보다 더 신경 쓰이는 표정이었다.

“한 번 영입해 볼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헤헤, 장난이야. 아직 500위 정도로는 무리겠지. 마법사가 아니기도 하고.”

별 생각 없이 해 본 말 같았다.

‘그 그룹이라면 내가 먼저 거절이다.’

길성현이 수장으로 있는 천재 마법 영웅 후보생들의 모임인 [검은 장미]. 이름이 상당히 유치하지만, 저들이 아직 17살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성은 뭔가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체력 운동에 집중했다.

- 근력 1이 상승하였습니다.

- 체력 1이 상승하였습니다.

‘확실히 빠르군.’

이렇게까지 빠르게 상승하는 건 다 한성의 능력치가 낮기 때문이다. 거기에 카지노에서 번 돈으로 구매한 [하급 성장 가속 포션]의 힘까지 합해진 결과.

‘내가 도핑까지 할 줄이야.’

육체 훈련은 결코 소홀해선 안 된다.

아카데미 내에서도 메인 퀘스트가 진행될 거고, 중간중간 서브 퀘스트까지 겹쳐들 거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 게임에서 10대의 능력치를 가진 한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

훅. 훅. 훅.

한성은 전신에 땀이 줄줄 흐를 때까지 단련하며 줄리아와 길성현을 힐끗 바라봤다.

둘 다 마법사지만, 한성의 무게보다 훨씬 높다.

순간, 주무기를 ‘검’으로 설정한 게 실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운동을 마치고 식당에서 밥까지 먹고 들어온 한성은 조금 쉬었다가 외출증을 끊고 밖으로 나왔다.

그의 목적지는 카지노.

바바리안의 팔찌를 얻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는 날이다.

카지노를 한 바퀴 돌자 베이크 레이몬드가 포커에 판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기회군.’

한성은 마침 빈자리에 앉았다.

사실 너무 미안한 짓이긴 하다. 운이 폭발하기까지 하는데 카메라까지 있다. 게임 속에 속하지 않는, 말 그대로 규격 외의 시스템.

이건 질 수가 없는 게임인 거다.

“어? 뭐야.”

한성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숨이 턱 막힐 듯한 미모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이지만 긴 검은 머리칼과 날카로운 고양이상······ 쇄골 부분의 특이한 흉터.

“쿨럭.”

헛기침이 다 나왔다.

누군지 기억났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숨이 턱 막혔다.

“바, 반가워요.”

“이야, 폭풍의 신입생을 이런 곳에서 보다니. 게임 좀 하나 보지?”

툭툭 반말이지만, 도저히 반박할 용기가 없다.

성시연. 특성화 학교. 전국 학생 중 9위. 이번 측정 테스트 덕분에 8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는 암살을 주업으로 삼는 가문의 차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과 사를 오가는 잔인한 훈련을 받아왔으며 5살 때 처음 사람을 죽였고······ 불라불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의 가문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흑연(黑煙)]. 사람 죽이는 걸 사탕 고르듯 하는 곳인 거다.

‘이 여자랑 엮이면 한 번에 훅 가는데.’

한성은 성시연이 아카데미 내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확신한다. 정말로.

한성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곤 마음을 다잡았다.

“말이 많네. 게임이나 하지?”

밑으로 오금이 저려 온다. 손끝은 덜덜 떨리고 척추기립근 사이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하하하하! 그래, 게임 하러 왔으면 게임 해야지.”

다행이다. 예상대로 호탕하다.

이 여자 앞에서는 ‘비겁’, ‘야비’, ‘음모’ 같은 양아치들이 할 만한 짓만 안 하면 된다. 이렇게 배포 있게 보이면 더욱 좋고.

‘암살자가 그런 거 따지는 게 더 이상하지만.’

어쩌겠는가, 강자는 성시연인데.

“딜러, 시작하자고.”

성시연이 툭 던졌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한성의 작전은 이랬다.

성시연의 돈은 따면서, 베이크 레이몬드에겐 져 준다. 골수까지 도박인인 레이몬드는 호구 잡혔다고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다.

그런데······.

“넌 왜 이렇게 칩이 없냐?”

정말 궁금해서 별생각 없이 물었다.

성시연은 순간 악귀처럼 변했다.

순간 섬뜩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당당해야 한다.

“······오늘 일진이 안 좋아서 그래. 두고 봐! 곧 다 따버릴 거니까!”

“네네, 알겠습니다.”

한성은 성시연 칩과 레이몬드의 칩을 바라봤다.

암살자라고 도박을 잘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특히나, 이쪽에 재능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도와주는 게······ 좋겠지.’

이것도 기회다.

성시연이 위험하긴 해도 계기만 있다면 친해지는 게 좋다.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딜러가 새 카드를 뜯으며 섞기 시작했다.

게임은 순조로웠다.

첫판은 깔끔하게 이겨 주고 몇 판 연속으로 진다. 와중에 성시연이 딸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헛.”

한성은 신음을 삼켰다.

“왜, 무슨 일이야. 이번에도 패 안 좋지? 깔깔깔! 너 그렇게 표정 못 숨기면 안 된다. 그러다 훅 가는 거야. 이 초보 새끼야!”

발끝이 뻣뻣하게 굳었다.

‘왜 저 사람이 여길?’

이런 곳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검은 정장에 흰 셔츠. 옅은 피부 화장과 진한 붉은 입술. 남자이면서 무척이나 여성스럽게 생겼다.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지만 그 안에 깃든 악(惡)은 은연중에 주변을 장악하고 있다.

아니, 한성이라 느끼는 걸 거다.

저놈이 얼마나 강하고 어떻게 악한지 너무 잘 아니까.

타닥.

불이 깜빡인다.

‘뭔가 불안한데.’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뒷걸음질 쳤을 때.

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쭉 올라온다.

‘에이, 설마.’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 ‘벤토’가 씨익 웃는다.

소름 끼치는 웃음에 살갗에 닭살이 돋아난다.

‘왜 하필 오늘이냐.’

꺄아아아!

비명이 시작되고, 사방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다.

벤토가 소속된 악(惡)의 단체 [밤의 연회]가 이곳을 고른 거다. 바로 신입 부원을 시험하는 자리이기도 하며, 그들이 즐기는 축제의 장소이기도 하다.

정말 몰랐다.

게임이기에, 플레이할 때마다 모든 요소가 똑같지는 않다.

시기와 장소가 조금씩 달라진다. 게다가 언더월드 안에만 수백 개가 넘어가는 카지노 중 하나가 이곳이었을 줄이야.

- _ 그들의 축제에서 살아남아라!

- [밤의 연회]는 이 ‘페이더 카지노’를 선택하였습니다. 오늘은 그들의 축제입니다.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벗어나십시오!

- 성공 시 : ???

- 실패 시 : 죽음

섬뜩하다.

실패는 죽음이고, 죽음은 진짜 죽음일 수도 있다.

< 밤의 연회(1)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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