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태한 마법 천재-135화 (135/251)

135화. 역공(2)

해방군의 본거지인 레이브 성 동문(東門).

이곳의 책임자는 기사 빈센트 크롬하츠였다.

기실 그는 해방군에 몇 남지 않은 남작이기도 했다.

나머지 최하위 귀족들은 대부분 내전 중 목숨을 잃었다.

현재 해방군 전체에 살아남은 귀족의 숫자는 대략 일백여 명.

그중 서른이 백작 이상의 고위급인, 상당히 기형적인 권력 구조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빈센트도 줄곧 의문을 품어왔다.

‘왜 언제나 목숨을 잃는 것은 하위 귀족들인가?’

지휘관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누구보다 군의 최선두에서 ‘나를 따르라!’를 외치는 맹장(猛將).

반대로, 최후미에서 전장 전체를 두루 살피며 ‘돌격 앞으로!’를 명하는 지장(智將).

다만, 적어도 해방군의 윗선만큼은 둘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들은 후자의 행태를 고집하면서도 전략의 실패를 거듭해, 연전연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었으니까.

현재에 이르러 해방군의 사기가 끝을 모르고 추락한 이유였다.

“…빌어먹을. 차라리 세드릭 공작님이라도 멀쩡하셨다면, 아군이 이렇게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텐데.”

애써 떠올리지 않던 생각들이 날만 저물면 이토록이나 물밀듯이 쏟아지곤 했다.

어둠은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습성을 품고 있었으니까.

그 탓인지, 빈센트는 생각이 복잡해질 때면 직접 성벽 위를 오르곤 했다.

겨울의 싸늘한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감정도 상당 부분 가라앉는 기분이었으니까.

한데, 오늘은 여느 날과는 조금 달랐다.

“…저게 뭐지?”

대지 위로 완전히 땅거미가 내려앉은 무렵.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던 빈센트가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아직은 먼 거리였다.

아마도 상념에 빠져 저 멀리까지 시선을 두지 않았다면, 지금도 깨닫지 못했을 정도로 미미한 변화.

화륵! 화르르르륵!

끝없이 펼쳐진 널따란 평야 위로, 곳곳에 희미한 빛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마치 반딧불이의 그것처럼, 최초에는 아주 작은 불똥이었다.

그 수만 어림잡아 오백을 훌쩍 넘겼다.

“…설마 적군은 아니겠지?”

그럴 리 없다고 고개를 도리질 치면서도 빈센트는 두 눈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보았다.

산 중턱에 걸린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이곳과는 달리 아직도 남아 있는 주홍의 황혼 아래에서.

이쪽을 향해 천천히 접근하는, 하늘 위 ‘무언가’의 그림자를.

“사, 사람…?”

그래.

예의 무언가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즉시,

“비, 비사아아아아아아아앙!”

빈센트는 전군(全軍)을 향해 목청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

“그렇게 ‘나 좀 봐주세요~’ 하듯이 접근해도 괜찮은 건가?”

아래쪽에서 유리나의 투덜거림이 고막을 때렸다.

“응. 그걸 바라고 하는 행동이거든.”

물론 이 또한 내 계획의 일부였다.

참고로 유리나는 내 부탁으로 주변 곳곳에 불씨들을 지펴둔 상황이었다.

최대한 간격을 넓게 벌려 그 숫자가 실제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이도록.

성벽에서 이곳까지는 아직도 거리가 상당했다.

그럼에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들은 이미 우리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 증거로, 벌써부터 성벽 내부의 어수선함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때, 사람은 극한의 패닉 상태에 빠지는 법이거든.”

- 적이다! 적이다아아아아아아아!

이제 이런 목소리까지 희미하게나마 들려오고 있었다.

허나, 아직은 아니다.

저들이 우리를 맞이할 모든 준비를 마칠 때까지.

마침내, 기다려 마지않던 주인공들이 모습을 보일 때까지.

나는 아주 천천히 접근하며 저들을 기다려 줄 생각이다.

“실비아. 본거지에 남아 있는 귀족들이 일백 정도라고 했지?”

“정확히는 아흔둘이야.”

“그중에 인버스 공작 쪽 사람들은?”

“…포지션이 애매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쉰셋. 그들을 제외해도 마흔다섯은 될걸.”

“전체의 절반이 인버스 공작 쪽 사람이라는 얘기는 사실이었군.”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거야. 이건 하위 귀족들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니까. 고위 귀족들은 기껏해야 서른이 전부야.”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존자의 30퍼센트가 고위 귀족이란다.

내전이 벌어지기 전, 테라 왕국의 귀족은 다 합쳐도 일천을 채 넘기지 않았다.

그중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들은 일백 수십.

반란군 쪽에 붙은 인원들을 제외하면, 결국 고위급 대부분이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하긴 그래서, 한편으로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거지만.”

“무슨 뜻이지?”

“불도 장작이 바짝 마를수록 잘 타는 법이거든. 쌓이고 쌓인 내부의 불만들은 그 자체로 태우기 훌륭한 재료가 될 테니까.”

말을 마친 내가 힐끗, 하늘 위를 살폈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을 보니 적어도 30분은 훌쩍 지난 듯싶었다.

이제는 성벽 위에도 꽤나 높아 보이는 사람들이 분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근데, 군 기강이 너무 해이해진 것 아니야? 30분이면 성문 하나쯤은 벌써 점령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흥. 긴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겠지. 썩어빠진 윗선들이 문제야. 그러니까,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내 손으로 모조리 갈아엎을 계획이야.”

쌓인 불만이 많은지 실비아가 대번에 짜증을 부렸다.

이제 성벽까지의 거리는 대략 이백여 미터.

그 순간, 마나가 담긴 목소리가 평야 전체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이곳은 대테라 해방군의 레이브 영지다! 하늘의 마법사는 당장 멈춰서 소속과 정체를 밝혀라!

나는 똑같이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 오는 방향 보면 모르시겠어요? 적이 아니라 아군이잖아요.

- 아군이라고? 어림잡아도 오백은 넘는 듯한데, 그만한 병력이 영지로 향했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다!

- 그래서 혹시나 의심하실까 봐, 저 멀리 병력들은 남겨두고 지휘부만 온 겁니다!

- 논점을 흐리지 말고 확실하게 정체를 밝혀라! 못하겠다면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다!

-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극비 임무를 수행 중이라, 가능하면 성 안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우리는 인버스 공작 각하의 명을 받아 이곳으로 먼저 돌아왔습니다!

- 사령관님의 명이라고…?

- 네. 군 내부에 배신자가 있습니다. 공작 각하께서 국경지대에 도착하는 즉시, 반란군의 습격을 받았거든요. 언제 또 적이 쳐들어올지 몰라 이렇게 저희만 먼저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 사, 사령관님이 습격이라고? 정녕 그 말이 사실이냐?

- 물론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공작 각하께 직접 배신자를 색출하라는 엄명을 받았습니다!

- 헛소리! 나더러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 하면, 지금 당장 믿을 만한 사람 하나를 그쪽으로 보내드리죠!

이윽고 말을 마친 내가 천천히 지면으로 하강했다.

“크리스 경. 지금부터는 부탁드려도 되겠지요?”

“…참, 보면 볼수록 너는 내 동생의 또래라고 생각되지 않는군. 겁을 상실한 건지, 그도 아니면 실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지…….”

“이왕이면 후자라고 해두죠. 이제는 미워도 아군이잖아요?”

“…밉지 않다. 나는 네게 호감마저 느끼고 있으니까.”

“엥?”

순간 내 두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그건 전혀 몰랐는데요?”

“원래 사람은 비슷한 부류에게 끌리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자기 잘났다고 자랑하시는 거죠?”

“그러는 너야말로, 스스로를 잘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거야 당연한 거고요.”

“나도 그렇다.”

“헐…….”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느끼는 감정이 이랬을까?

앞으로는 자중해야겠다.

다만,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크리스를 보고 있자니 순간적으로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이걸 곧이곧대로 내뱉으면 불편해할 것이 뻔했지만…

그래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근데 제노스는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시람?”

휘청.

순간 크리스의 신형이 눈에 띌 정도로 흔들렸다.

허나, 끝끝내 걸음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바이커만큼이나 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을 보니.

“…훗.”

역시나, 그와는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성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물론 그곳은 이미 불안감과 긴장감으로 팽배했다.

“빈센트 남작. 귀족들은 전부 모인 겁니까?”

“아, 예. 적군이 기습이라도 해온 것인 줄 알고, 이미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여 있던 상황입니다.”

빈센트 남작은 유독 ‘한 사람도 빠짐없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허나, 크리스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그 점이 못내 불안했는지, 본거지의 임시 사령관인 안드라 후작이 앞으로 나섰다.

“크리스. 이제 말해보거라.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니, 그게 사실이냐?”

“예. 사령관님의 동선에 관한 정보를 적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국경지대로 들이닥쳤지요.”

“그럴 수가…….”

사실은 이 일련의 일들은 모두 인버스 공작의 손발을 자르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지만.

그걸 알 도리가 없는 귀족들의 경악스러움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내전 초기부터 테라의 해방을 위해 헌신해 온 동지들인데, 대체 누가 배신을 했다는 말입니까?”

“혹시 또 모르지요. 패색이 짙어지니, 뒤늦게라도 카이클 공작에게 붙어먹으려 한 걸지도요.”

“그런 박쥐같은 자가 이 중에 있다는 말입니까?”

예상대로였다.

그럴 리 없다고 하면서도 금세 서로를 의심하는 귀족들이었다.

내가 나설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공작 각하께 이번 배신자 색출 임무를 부여받은, 세타 쿤 이그니스라고 합니다.”

“……!”

예상대로 반응은 격렬했다.

“무슨 헛소리냐? 너같이 근본도 모를 애송이에게 사령관님이 그런 중책을 맡기실 리가 없지 않느냐?”

“애당초 외부인이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작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갑자기 배신자라니요!”

순간, 나는 강하게 ‘짝, 짝’ 하고 손뼉을 쳤다.

“네, 네. 이런 반응들도 이미 예상했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각하의 명을 수행해도 될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네놈 따위를…….”

“아니, 솔직한 말로다가. 스스로가 떳떳하다면 이리 과민반응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안 그래요?”

“그, 그거야…….”

술렁임이 점차 잦아들었다.

인정하긴 싫겠지만 그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크리스가 옆에 있는 이상, 내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잠시 크리스의 눈치를 살피던 안드라 후작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물론 우리는 결백하다.”

“그렇죠?”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느냐?”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청렴결백의 상징이라고 불리시는 안드라 후작님이십니다.”

“크흠. 아부는 되었다. 그래서?”

“일단 인버스 공작님 쪽 귀족 분들은 모두 좌측으로 모여주시겠습니까? 휘하 가신들뿐만 아니라 각하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전부요.”

“그게 무슨…?”

“아, 혹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실 생각이라면 미리 접어 두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공작님께서 따로 명단까지 만들어 주셨거든요.”

“뭐, 뭐라고!?”

귀족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내 손에는 정말로 한 장의 종잇장이 들려 있었으니까.

“공작 각하께서도 이번 일에 만전을 기하고 싶으신 거겠지요. 전쟁 중 가장 무서운 적은 아군이라고 하니까요.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보고 대비라도 할 수 있지만, 뒤에서 날아오는 검을 어찌 알고 피하겠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명단이라니. 너무 주관적이지 않느냐?”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야 낫겠지요. 공작 각하께서는 저희에게 귀중한 참고자료를 제공해 주신 겁니다. 이 사람만큼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았을 거다. 뭐, 그런 느낌으로요.”

“으음…….”

그제야 귀족들이 침음을 삼켰다.

반응은 극명했다.

정확히 절반.

한쪽은 얼굴에 화색이 돌고, 다른 한쪽은 반대로 표정이 어두워진다.

“자, 자. 눈치 보지 말고 얼른 이동해 주세요. 제 입으로 명단을 따로 불러드리고 싶지만, 그럼 포함되지 못하신 분들이 섭섭해 하실 테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

“일단 이동하시면 이후에는 저희가 개별적으로 분류해 드릴 테니,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공작님 사람이다!’라고 확신하시는 분들은 망설이지 마시고 좌측으로 이동해 주세요.”

“아, 알겠다.”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좌측으로 몰려갔다.

그리되자, 얼마 못 가 우측에 남은 이들은 정확히 스물여덟이 고작이었다.

“오른쪽은 다들 인버스 공작님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네요.”

한참을 머뭇거리던 우측의 귀족들 중, 빈센트 남작이 마지못해 앞으로 나섰다.

“여기 있는 귀족들은… 대부분 세드릭 공작님 쪽 사람들이네. 소수지만, 론지에 후작님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지. 두 분 모두 이 자리에 계시지는 않지만, 그 의지만큼은 우리가 끝까지 잇고 싶었네.”

“쯧쯧, 이 상황에서 아직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좌측에서 몇몇 귀족들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흘렸다.

결코 흔들림이 없던 루나의 동공이 잘게 요동쳤다.

곁의 실비아도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해방군 내에 파벌이 존재한다는 말도 사실이었군요.”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겠나? 하지만 결백하네. 우리는 결코 배신 따위는 하지 않았어. 추구하는 방향은 달라도, 같은 식구를 팔아먹는 비열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아.”

“모두가 그리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요.”

“…….”

빈센트 남작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내 입가로 희미한 미소가 맺혀졌다.

그럼에도, 추가로 이동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걸로 전부 걸러졌다는 뜻이겠지.

“크리스 경. 혹시 더 걸러져야 할 사람들이 있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크리스가 대답한다.

“…없다. 오히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들까지 좌측으로 넘어가서 당황스러운 참이다.”

“그렇단 말이죠?”

내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좌측에 서 있던 안드라 후작이 기다렸다는 듯 목청을 높였다.

“어서 빨리 그 명단부터 불러보게. 우리가 최대한 협조해 줄 테니.”

“명단? 아, 이거요?”

직후, 나는 손안의 종잇장을 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귀족들이 잘 보이도록 뒤집어 보였다.

물론 이건 저들이 생각하는 명단 따위가 아니었다.

글자라고는 고작 한 단어만이 적혀 있는, 종이 쓰레기라면 모를까.

“바보…?”

그걸 또 그대로 읽은 유리나가 ‘풋’ 실소를 터뜨렸다.

“자, 그럼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짝짝 손뼉을 친 내가 좌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왼쪽은 사형.”

“……!”

“오른쪽은 각각 1계급씩 특진.”

“…뭣!?”

“진정한 애국자들인 우측의 귀족 분들은 부디 나머지 사람들의 빈자리를 잘 메꿔주시고요.”

순간, 조용히 내 앞으로 다가선 크리스가 하나의 패를 내밀었다.

인버스 공작가를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적의 권력으로, 적의 손발을 자른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 전략의 극치란 말인가?

“그럼 사령관 대리로서 명합니다. 기사들은 지금 당장 좌측의 배신자들을 포박하세요!”

“명 받들겠습니다!”

이윽고 떨어지는 내 명에,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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