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내전 재개(2)
생각보다 일들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하여, 기분 좋게 방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실비아?”
한데, 예상치 못한 손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거야?”
“나야 뭐, 알다시피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
“여전히 입은 산 것을 보니 정말로 괜찮은 모양이네. 아무튼, 부탁이 있어.”
“곧바로 본론이냐?”
“피차, 너도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나랑 실없는 농담이나 나누고 싶지는 않잖아?”
“…밀폐된 공간?”
과연 그 말대로였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기껏해야 5평 남짓이었으니까.
그마저도 침대 하나만 딸랑 놓여 있는 단출한 방이었다.
실비아는 그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
그제야 말에서 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일까?
직후, 얼굴을 붉게 물들인 실비아가 빠르게 말을 쏘아붙였다.
“이,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곧 지휘부 회의가 열리니까, 너도 참석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고 온 거야.”
“지휘부 회의? 내가?”
“출신, 지위, 소속. 다른 모든 것을 다 떠나, 어제 네 활약만큼은 확실했으니까. 회의에 참석할 자격 정도는 이제 충분히 있겠지.”
“너, 솔직하게 말해 봐. 사실은 나를 이용해 먹을 생각인 거지?”
“그게 무슨 뜻일까?”
“내 능력을 뒷배로 삼아,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일 생각이잖아. 보니까 작금의 해방군은 인버스 공작의 한마디에 군 전체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더만.”
“딱히 부정은 하지 않을게. 너한테도 나쁜 제안은 아닐 텐데? 그만큼 네 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니까.”
“…말이 그렇게 되나?”
“이곳에서 네 영향력이 커지면, 자연스레 자유 연합이 자리를 잡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될 거야. 인정하지?”
실비아가 두 은안을 들어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나는 잠시 시선을 내려 그 눈을 마주 바라봤다.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어. 싸가지 없게.”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슬며시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마는 실비아였다.
“싸, 싸가지…?”
“그래서. 참석할 거야, 말 거야?”
“지금 당장 대답하라는 거냐?”
“시간 없어. 앞으로 30분 뒤면 회의가 시작될 테니까. 참고로, 네가 참석 안 하겠다고 하면 자유 연합주님에게라도 부탁할 생각이야. 오히려 그쪽이 나을 수도 있겠다. 공식적으로 그녀는 네 스승이니까.”
“자연스럽게 나는 쩌리로 딸려 간다는 거냐?”
“그런 셈이지.”
“대신, 네 입맛대로 일을 벌이기는 힘들어질 텐데? 내 스승님은 나와 달리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시니까.”
“그걸 아니까 너한테 먼저 온 거지만, 네가 거절하겠다면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결국, 최선이 나라는 것도 인정한다는 뜻이네.”
순간 내 입가로 미소가 떠올랐다.
못내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실비아가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 기분 나쁜 웃음은 뭐지?”
“완벽주의자인 실비아 스필 세드릭에게 차선책이라니, 그거 진짜 어울리지 않는 단어 아니냐? 그러니까 받아들여 줄게, 네 제안.”
“…진짜?”
“단.”
“…….”
“최대한 공손하게 부탁해 봐. 내 입에서 절로 ‘오냐’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성심성의껏.”
“……!”
“부탁하는 사람 자세가 그게 뭐냐, 침대에 지 혼자 편하게 퍼질러 앉아서. 일단 그 뻣뻣한 고개부터 숙이셔야지.”
부르르르.
일순간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실비아의 꽉 쥔 주먹이 요동쳤다.
암, 부탁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은 지켜야지.
물론 상대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실비아 스필 세드릭은 자존심 하나만큼은 왕국 최고.
아니, 대륙 제일이었으니까.
분명 그랬는데…
“부, 부탁할게.”
“……!”
그런 실비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나아가, 그 은발의 머리통을 내게 숙여대기까지 한다.
파르르.
나는 내면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묘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다만,
“할게는 반말이고.”
“……!”
움찔대던 실비아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분위기가 쎄하다.
마치 주변의 공기마저 통째 얼어붙은 느낌.
“커험. 시간 되면 알아서 모시러 오도록.”
하여, 작게 헛기침을 한 나는 잽싸게 방을 나섰다.
***
장벽 내부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방.
원래 국경지대 대장의 방이었던 이곳은 이제 인버스 공작의 임시 거처가 되었다.
그리고,
“복귀했습니다.”
그 앞에 복면인이 조용히 나타나 부복했다.
세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던, 예의 그였다.
“페란인가?”
“예, 공작 각하.”
“내가 시킨 일은 어떻게 됐지?”
“그게…….”
여기서 페란은 잠시 고민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얘기해야 하는 건지, 그도 아니면 적당히 감추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으니까.
상대는, 현재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인버스 공작보다도 더 비범한 인물…
…아니, 괴물이었으니까.
“특별히 의심이 갈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긴 이제 고작 하루이니, 무언가 소득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세타 쿤 이그니스는 정말로 반란군과 특별한 연결 고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
그제야 책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인버스 공작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그 무심한 눈빛에 페란은 더욱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자네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말부터 내뱉는 성격은 결코 아니지. 달리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공작 각하와 같습니다.”
“뭐라고?”
“실익이 없습니다. 내부의 정보가 새어나가 적은 이쪽의 전력을 모두 파악하고 습격을 감행했습니다. 더욱이 현 해방군의 사령관이나 다름없는 각하를 잡을 절호의 기회였으니, 설령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무리를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허나 그리하지 않았다?”
“예.”
“…….”
그 말대로였다.
적군이 완전히 물러난 뒤, 인버스 공작은 곧장 정찰단을 꾸려 현장을 조사토록 지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어젯밤 그곳에 있었던 군은 최소 일만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만약 제가 세타 쿤 이그니스라면, 오히려 적의 기습 시기에 맞춰 사령관님을 사로잡으려 했을 겁니다. 그가 적과 한편이라면 말입니다. 실력은 각하께서도 직접 보셨지 않습니까?”
“음…….”
순간 인버스 공작이 나지막이 침음을 삼켰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그 나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타 쿤 이그니스는 강했다.
“…혹, 그 아이가 감시를 눈치챈 것은 아니겠지?”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 인가. 페란, 자네도 완전히 발각되지 않을 자신은 없는 모양이군.”
“말씀드리기 부끄러우나, 그렇습니다. 그 아이는 진짜 괴물입니다.”
“그건 살수로서의 판단인가?”
“예. 더하여, 제 일생의 경험까지 모두 포함한 판단입니다.”
“…….”
이어지는 페란의 말에, 그제야 인버스 공작이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들지.”
“받들겠습니다.”
“비록 처음은 불미스러운 일로 엮이게 되었지만… 난 자네들을 누구보다도 믿네.”
자세를 낮춘 인버스 공작이 툭, 페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대들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않나?”
“…예.”
“하기야, 결과적으로는 크리스의 어미도 죽게 되었으니. 그 한 번도 아니겠군.”
“…….”
세타 쿤 이그니스가 착각한 사실이 있었다.
다른 모든 것은 맞췄지만, 딱 한 가지.
의뢰자는, 가문을 생각하는 충직한 가신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제 치부를 감추기 위한 비열하고 추악한 욕망.
그것에서 비롯된 일이었으니까.
대상을 죽이라 의뢰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눈앞의 인버스 공작이라는 거다.
그는 핏줄 따위에 조금의 정도 없는 인물이었으니까.
후계가 순혈이든, 반쪽짜리든.
그는 다른 무엇보다 제 인생을 가장 중요시했다.
특히, 가문과 관련된 일에는 병적으로 집착했으니.
하여, 기회가 될 때마다 제 치부인 크리스의 생모를 죽이려 한 것이다.
애당초 인버스 공작의 성격상, 고작 암살단 하나를 품자고 페란들을 살려둘 리도 없었다.
“그 녀석에 대한 감시는 계속해 주게. 설령 결백하다 하더라도 약점 하나쯤은 쥐고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
“그 말씀은…?”
“무엇이든 좋네. 그 괴물 녀석을 쥐고 흔들 만한 약점이라면 무엇이든.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인간은 없으니까. 그래도 안 되면, 가족 같은 간접적인 약점도 괜찮아.”
“…명 받들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리 됐군. 난 이만 회의에 참석하러 가보지. 그리고…….”
끼이이익.
직후, 방문을 열어젖힌 인버스 공작이 고저가 없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혹여나 미행이 들키더라도, 계약에 따라 나는 자네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라네.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겠지?”
“…예.”
“믿겠네.”
쿵!
이윽고 방문이 닫혔다.
“…….”
허나, 그럼에도 홀로 남은 페란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콰득 깨물고 있을 뿐.
***
지휘부 회의는 장벽 위 사방이 뻥 뚫린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 하나.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지만, 이런 곳에 임시 회의장을 차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적군의 움직임을 살피는 데, 이만한 장소도 또 없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회의에는 총 여덟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인버스 공작을 포함한 해방군의 최고위 귀족이 다섯.
물론 걔 중에는 세드릭 가문의 대표로 나온 실비아도 있었다.
그리고 자유 연합의 수장인 세논 스승님.
마탑의 대표 아타락시아 페르잔.
마지막으로, 어제의 놀라운 활약을 선보인 나까지.
상황이 상황인지라, 회의는 지체 없이 시작됐다.
“주요 안건부터 간단하게 요약하여 말씀드리겠소. 이번 회의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는 크게 세 가지요.”
최고 상급자나 다름없는 인버스 공작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미리 얘기가 있었는지, 나를 보고 시비를 거는 이는 없었다.
그 증거로, 순간적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로, 적군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따른 향후 대처 방안이 있겠소.”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적의 범주에는 제국군은 물론 명백히 적대 행위를 범한 스란 공국까지 모두 포함입니다.”
원래 이곳 국경지대의 대장인 가스레인버가 빠르게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곧이어 그는 최근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전보들을 간략하게 요약해 줬다.
고작 일주일 만에 국토 절반을 빼앗긴 자이툰 왕국의 몰락.
스스로 제국의 속국임을 인정한 스란과 공왕.
마지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받은 게르힘 왕국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절망적인 소식들이 이어졌다.
“큰일이군요. 서부 강대국인 자이툰이 이리 허망하게 밀릴 줄이야.”
“게르힘과 마찬가지로, 그쪽의 제국군은 두 명의 십이월을 앞세운 10만 대군이었습니다. 왕국의 마스터들을 앞세워 자이툰도 나름 선전했지만… 마침내 중앙을 밀어버린 황제군이 합류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말았죠.”
“으음… 다른 왕국들의 반응은 어떻소?”
“일단 서남부 리비아 왕국에서 반 제국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리비아라면 지리적으로 나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제국과 가장 거리가 먼 지역 중 하나가 리비아 왕국령이었다.
어느 정도 질의가 마무리된 듯하자, 인버스 공작이 계속 말했다.
“둘째는, 그간 미루고 미뤄왔던 군자금 조달 문제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식량의 확보가 시급하겠지요. 버티는 것도 배를 채울 수 있을 때의 얘기니까요.”
“여차하면 스란 쪽에 따로 보급 루트를 틀 계획이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가스레인버가 설명을 거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인, 내부의 배신자 색출입니다.”
“으음…….”
순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던 나머지 귀족들조차 깊은 신음을 흘렸다.
세 번째는 사안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랐으니까.
제 살을 도려내야 하는 일이다.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게 될지.
하물며, 궁지에 몰린 간자의 검에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그런 궂은일을 과연 누가 도맡으려고 할 것인가?
그 해답은 내가 가지고 있었다.
아니, 다른 두 안건에 대한 것도 모두.
“만약 제가 그 세 가지 안건들을 모두 해결해 드릴 수 있다면, 믿고 맡겨보시겠습니까?”
“……!”
서로 눈치만 살피던 귀족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어린놈이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나서는가!?”
“네가 정말로 자격이 되어 이 자리에 끼어줬다고 생각하는 거냐? 천것 주제에!”
“네놈은 적당히 지켜보고 있다가 우리가 필요로 할 때만 힘을 쓰면 된다. 재능 좀 있다고 망아지처럼 날뛰어대지 말라는 뜻이다. 쯧, 이래서 평민 놈들은…….”
재차 귀청을 때리는 목소리에, 내 입가로 비틀린 미소가 맺혀졌다.
그 순간,
“일단 들어나 보시죠?”
한 여인이 나섰다.
“이왕 회의까지 참석시킨 것, 보다 넓은 아량으로 얘기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실비아 스필 세드릭. 너까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더하여, 나이만 가지고 무시하기에는 공적도 비범하지 않나요? 어린 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
“아님, 어리니까 제 말도 무시하실 작정이신가요?”
“…큭.”
과연.
속내야 어떻든, 여기서 그렇노라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실비아는 세드릭 가문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참석한 상황이니까.
하니, 공작가 전체와 척을 질 것이 아니라면 이 이상 함부로 입을 놀릴 수는 없을 터였다.
“우선 첫 번째부터 말씀해 보세요, 세타 쿤 이그니스. 그 방법이라는 게 뭐죠?”
공석이었기에 실비아는 내게도 말을 높였다.
물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사뭇 기대가 된다.
과연 내 미친 생각을 듣게 되었을 때, 이곳의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첫 번째가 적군의 움직임에 따른 우리 군의 대처, 였던가요?”
“그 말대로예요.”
“그 부분을 생각하기 전에, 우선 적군의 진짜 의중부터 파악해야겠죠?”
내 반문에 실비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알 수 있었다면, 우리 군이 이리 밀리지도 않았겠죠.”
“그러니까, 제가 반란군의 수괴를 만나 그 의중을 캐물어보죠.”
“……!”
순간, 실비아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 개소리… 가 아니라, 방금 뭐라고…?”
“제가 직접 카이클 공작을 만나보겠다는 말입니다.”
“……!”
다시 한번 강조하는 내 행태에, 이제 사위는 고요한 침묵만이 가득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실비아는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기 바빴다.
“아까부터 뭔 개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냐!?”
천것 어쩌고 운운하던 귀족이 대번에 역정을 냈다.
분명, 테미르라는 이름의 후작이었던가?
“사실 다들 궁금하시잖아요? 이미 옛적에 승세를 잡은 반란군 입장에서는, 전쟁 이후까지 생각해야 할 테니까요.”
“그게 어쨌다는…….”
“어제 일로, 아마 저들도 생각이 많아졌을 거예요. 기습이 성공했다면 곧장 다른 방법들을 계획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잖아요?”
“요점만 말해라!”
“그러니까, 나라를 제국에 통째 갖다 바칠 것이 아니라면, 아마 제 만남을 거절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에요. 개새끼 하나 잡겠다고 호랑이를 끌어들일 수는 없는 법이니까.”
“개, 개새끼…?”
발끈하는 테미르 후작을 향해 나는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아. 방금은 그냥 비유였습니다. 그만큼 제국이 대단하다는 뜻이죠.”
물론, 입에서 나오는 말과 달리 속내는 완전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