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공왕, 나와(2)
연회장 내부.
“회복을 축하드립니다, 전하.”
왕좌를 향해 일단의 무리가 다가섰다.
하나같이 나이가 지긋한 그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여 이곳에 방문한 축하 사절단이었다.
기실, 그들은 이번 연회의 핵심 인사들이기도 했다.
대륙 서부, 자이툰 왕국의 지크 공작.
동부, 게르힘 왕국의 클로프 공작.
마지막으로, 서남부 지역 리비아 왕국의 테르말리온 후작까지.
모두가 각국의 내로라하는 최정상 귀족들이었다.
“이리 먼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베어 문 공왕이 마주 답례했다.
“아까는 급하게 인사만 드리느라, 미처 대화를 나눌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전하.”
“한데… 제국의 인사들은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군요. 참으로 오만한 이들입니다. 아무리 제국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지만…….”
공왕이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
그는 안다.
상대가 무슨 저의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입에 발린 편들어주기.
거기에 더하여,
“제국 분들은 일부러 제가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예? 그 말씀은…?
“이제 공국도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어…….”
순간, 반문했던 클로프 공작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자이툰의 지크 공작 또한 눈에 보일 정도로 입가가 씰룩였다.
역시나,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면.
“…전하.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그런 마음에 하신 일이라면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최근 공국의 행보는 지나칠 정도로 친제국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니까요.”
“……!”
테르말리온 후작이었다.
연이어 제국을 깎아내리는 데 열을 올리던 두 공작마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리비아 왕국인들은 대체로 의심이 많다더니…….’
물론 그래 봤자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테지만.
“하니, 여러분께서 부족한 저를 많이 도와주시지요.”
“…소신이 아둔하여, 아직도 전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였습니다. 달리 생각이라도 있으신 건지요?”
“제가 병상에 누워 있던 지난 수년. 부끄럽지만, 자국의 수많은 귀족들이 변절자로 돌아섰습니다. 대부분이 제 사리사욕을 위해 제국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았지요. 허나, 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난 지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듣는 귀가 많습니다, 전하.”
그제야 내용의 심각성을 깨달은 테르말리온 후작이 한껏 목소리를 낮췄다.
허나, 다른 이들은 그와 정반대였다.
“혹, 내부의 ‘변화’를 도모하시려는 겁니까?”
직후, 지크 공작이 ‘옳거니’ 눈까지 반짝이며 물었다.
“예. 썩은 살을 도려내야지요. 일부가 전체가 되기 전에 말입니다.”
“허어…!”
나머지 세 사람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그 진짜 의중을 확인하려는 양.
허나, 공왕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예?”
“변절한 것은 비단 개인만이 아닙니다. 집단도 있습니다.”
“집단이라 하시면…?”
“우리 스란의 오랜 우군. 자유 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
“자국의 심장 깊숙이 자리 잡은 그들 또한 제국의 편에 붙은 정황이 확인되었으니, 어찌 제가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도 테르말리온 후작이 딴지를 걸었다.
“말씀에 모순이 있습니다. 전하께서 쓰러지신 이후, 공국은 줄곧 연합을 적대시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절이라면 오히려…….”
“그게 아닙니다.”
“……?”
“이미 그전부터. 그러니까, 제가 시름시름 앓아가던 그때부터, 연합은 본국으로부터 모진 불이익을 당해왔습니다. 충분히 악감정이 쌓일 만하지요. 결국 제가 쓰러진 일은 단순한 계기일 뿐이라는 겁니다.”
테르말리온 후작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렇다면 더더욱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설령 전하의 자의가 아니었더라도, 공국이 원인 행위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저… 전하, 그 부분은 저도 테르말리온 후작과 같은 생각입니다. 연합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한 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달래어 품에 안고 가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손이야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요.”
이제는 클로프 공작까지 말을 거든다.
허나, 공왕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한 번 배신한 이가 두 번인들 하지 않겠습니까? 인연이야 새로이 만들면 그만이지요. 마침 이렇게 좋으신 분들이 앞에 계시지 않습니까?”
“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더군요. 깨진 신뢰는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물론 원인 행위를 제공했다는 공국의 잘못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저들은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었습니다.”
“선이라니, 어떤…?”
지금부터가 핵심이다.
이전의 말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밑밥에 불과했으니까.
“제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연합에서는 실로 대단한 이들을 암살자로 보냈더군요.”
“아, 암살자?”
“아마 여러분도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십이월의 8월 에이스 디 파르마와…….”
“……!”
“오래전, 불과 20대의 나이로 마탑의 일개 군단을 초토화시킨, 빛의 마녀를요.”
“헉!”
순간적으로 테르말리온 후작이 기함을 토했다.
공왕이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빛의 마녀’라는 이름은 그냥 넘길 수 없을 테지.
“그, 그녀가 살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보다 증거는. 증거는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빛의 마녀가 지금, 제 궁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으니까요.”
“그런…!”
“더하여, 저는 그녀에게서 아주 귀중한 정보를 하나 얻게 되었습니다.”
“…….”
상대가 당황하는 기색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퍽이나 민감한 주제였으나 목소리가 새어 나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 공국 최고위 마법사가 주변 일대를 차단하고 있었으니까.
“그, 그 정보라는 게 뭡니까?”
“제국이 다른 나라들을 분열시키려고 한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1황자’가, 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다름 아닌 ‘대륙 전쟁’이다.”
“미, 미친…!”
예상했던 대로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거의 다 넘어왔다.
이제 쐐기를 박을 차례다.
“물론 확실한 정보는 아닙니다만. 미리 대비를 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그, 그 말씀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당장 폐하께 알려야겠습니다! 이건 저희끼리 감당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내면에서 공왕의 미소가 만개했다.
그리고,
콰아앙!
“여기, 연합의 대마녀와 그 수제자 등장이시오오오오오!”
삽시간에 폭음과 고성이 주변을 덮친 것도 그 순간이었다.
***
지금, 우리의 존재는 외부인들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되었다.
“연합의 마녀?”
“설마 빛의 마녀를 말하는 건가?”
“그 소문이 진짜였어? 자유 연합주가 십수 년 전 사라진 빛의 마녀라는 얘기…….”
수군거림이 점차 커져만 간다.
자연스레 내게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여인들 쪽이 더.
“그럼 저 잘생긴 사람이 그… 마검사?”
“어머. 웬일이래니.”
“근데, 그 사람은 금발에 어지간한 미소녀 뺨칠 정도로 예쁘장한 얼굴이라던데?”
“머리색이야 염색을 했을 수도 있지.”
“아니, 그렇다기엔 알려진 것과 생김새가 전혀 다르잖아.”
아가씨, 거기까지.
차라리 세디스로 오해하는 편이 나았다.
저지르고 나니 낯이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 수 없었으니까.
허나, 그런 내 기대는 곧 스승님이 산산이 깨부수어 주셨다.
“세디스. 이리 와.”
“넵.”
연회장 구석에서 눈치만 살피던 세디스가 날듯이 다가왔다.
분명 궁금한 점이 많을 텐데도 일언반구 군소리조차 하지 않고.
비록 가르침을 직접 하사받은 제자는 아니더라도…
스승님의 더러운 성질머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봐봐. 저기 있잖아.”
“뭐야, 그 마검사도 와 있었던 거야?”
채채채채채챙!
직후, 검을 뽑는 경쾌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직도 이백에 달하는 기사들이 연회장 내부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 머릿수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테지.
하니, 일을 벌이려면 속전속결이다.
“…….”
내가 그런 마음을 담아 간절하게 스승님을 바라보기를 잠시.
“공왕, 이제 말씀해 보시죠. 대체 왜 날 가둔 거죠?”
“…나야말로 묻고 싶군. 어찌 그대가 여기 있는 거지?”
“아~ 그냥 시치미를 떼시겠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스승님이 곧장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바람에 한없이 나풀거리는 그것은, 한 장의 종잇장이었다.
앞뒤 정황상 저게 무엇인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초, 초대장?”
“공국과 연합은 사이가 틀어졌다더니… 그래도 연회에 초대는 했나 보네?”
순간 곳곳에서 의문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래도 발뺌하시려고? 왜 여기 있긴, 당신이 직접 초대했잖아?”
“소, 소지품들은 분명 전부 빼앗았을 텐데…!”
오히려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곁의 기사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흡!”
이내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기사가 황급히 입을 닫았다.
공국은 연회에 참석하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입궁 전 초대장을 직접 건네받아 보관했다.
진위를 확인해야 했으니까.
하니, 저 손에 있는 초대장도 가짜일 가능성이 컸다.
“븅신. 있겠냐?”
직후, 스승님이 씨익 미소 지으며 중지를 치켜세운다.
아이고 스승님, 제발…….
“다시 묻겠어요. 왜 날 배신한 거죠?”
“…아까부터 그대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하는군.”
“왜 꿈을 저버리고, 이제 와 제국의 손을 잡았느냐고 물었어요. 내게 했던 말들은 전부 거짓이었나요?”
“……!”
또 한 번 연회장 내부가 크게 술렁였다.
“뭐, 뭘 잡아?”
“방금 제국이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제국? 설마 내가 아는 그 제국은 아니겠지?”
사람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승님이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간다.
“황무지 위에 활짝 핀다는 그 특별한 프리지아 꽃은 어찌 됐죠?”
저게 대관절 무슨 말일까?
황무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의 손에서 버려진 거친 땅을 뜻함이다.
그런 곳에서 하루만 관심을 주지 않아도 시들어 버리고 만다는 프리지아가 자라날 리가 없었다.
예상대로 공왕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밑도 끝도 없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황무지 위에 프리지아 꽃이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그래, 가당치도 않은 소리지.
허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대답과 동시에 스승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역시 그런가?”
“……?”
“애초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아는 공왕이 이럴 리가 없거든.”
“뭐…?”
“당신, ‘진짜’ 공왕이 아니지?”
“……!”
“당신 입으로 직접 말했었지. 언제 어디서나 입조심을 하자고. 그러니, 우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밀어를 정하자고.”
“…….”
“황무지는 공국을 뜻해. 프리지아는 우리 자유 연합이고. 나와 당신이 한 최초의 약속. 대륙의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오지에서, 대륙의 그 어떤 꽃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프리지아를 피워보자고. 그렇게 말했었잖아?”
“…….”
“기억 안 날 리가 없을 텐데? 그 무렵의 당신은, 내가 본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어느새 사위는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속에서, 오직 스승님의 목소리만이 나직이 울려 퍼진다.
“누구야, 당신?”
***
마탑 인근의 광활한 대평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칠악의 일인.
럼프가 납작 엎드려 바닥을 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코까지 킁킁대기 시작한다.
그는 지금, 스노비가 지시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왜 없지??”
들은 대로라면 분명 이쯤에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 다른 곳으로 옮겨 묻은 건가?
“그래도 쉽지.”
히죽.
순간 럼프의 입가가 양쪽으로 길게 찢어졌다.
두 콧구멍은 여전히 벌름거리면서.
킁, 킁, 킁.
냄새를 쫓는다.
시신이 남기는 특유의 악취.
그 흔적을 따라가는 거다.
필시, 이 냄새의 끝에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이 있을 터였다.
그걸 찾기만 하면…
“전쟁! 찾았다!”
누군가에게는 죽어도 피하고 싶은 게 전쟁이겠지만.
적어도 럼프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성대한 만찬이자 축제였다.
어느새 움직임을 멈춘 럼프가 침까지 질질 흘려댔다.
특이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땅이었으나, 그곳에선 오직 럼프만이 맡을 수 있는 특별한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적당히 해라, 럼프.”
완전히 눈이 돌아간 그를, 또 다른 이가 자중시켰다.
덕분에 럼프는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바로 시작해.”
“나 배고픈데…….”
“끝나면 뭐든 먹여줄 테니까.”
상대의 대답에 이내 럼프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데드들의 왕, 벨제바브.
그가 가진 최고의 권능을 이용할 시간이다.
쩌저적! 투확!
마침내 찾고 있던 무언가가 땅에서 뽑혀 나왔다.
반쯤 부패한 시신이었다.
예의 공중으로 떠오른 시신은 곧장 럼프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썩어가는 시체라도 직접 먹어야 했으니까.
먹은 시신의 기억을 읽어 들이고.
세포의 정보를 입력하고.
더 나아가 모든 신체 조직들을 재구성하여, 보다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어낸다.
“으윽…!”
순간, 럼프의 하복부가 터질 듯이 팽창되었다.
곧이어,
파앙!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직후, 럼프는 하나의 인영을 토해냈다.
꾸물꾸물.
점액으로 범벅된 그것은 한참이나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앤그리, 나 힘들어.”
“고생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요양해야 될 것 같아?”
“음, 한 석 달 정도…?”
“…생각보다 전력손실이 더 큰데. 너 없이 석 달이라…….”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고민하던 사내가 재차 묻는다.
“돌발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어, 없을걸? 일단 우리에게 해가 되는 일은 아예 하지 못하도록 설정되어 있어서…….”
“그것도 완벽하진 않겠지. 생명도 짧을 테고.”
“그, 그래도 6개월 정도는 끄떡없을 건데.”
“6개월이면 빠듯해. 일단, 만일을 위해서라도 그 부분은 따로 서큐버에게 부탁하기로 하고…….”
파르르르.
그 순간, 점액에 휩싸인 시신의 눈꺼풀이 움직였다.
잠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앤그리는,
촤아악!
놀랍게도, 그것의 복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인간이라면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치명상을.
“끄어어어…….”
‘흡’ 하고 눈을 치켜뜬 그것이, 마치 작살 맞은 물고기처럼 전신을 떨어댄다.
허나, 앤그리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조차 없었다.
“너무 멀쩡하면 오히려 의심받을 테니까. 이제 떠나자. 곧 사람들이 몰려올 테니.”
“나 힘없어. 빨리 가자!”
***
“…무례를 참아주는 것도 여기까지요, 자유 연합주.”
공왕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기사들이 우리 주변을 둘러쌌다.
이미 외부인들은 멀찍이도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애새끼부터 붙잡도록.”
최고 상급자로 보이는 기사가 그리 명했다.
안면이 있는 사내였다.
예의 철의 기사 바로 곁에서 보좌하던 그의 부관이었으니까.
근데, 가만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네.
“다치기 싫으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도록.”
“싫은데요.”
“…뭐?”
후웅!
다가서는 선두의 기사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컥!”
파동의 마나로 코팅된 내 패악적인 주먹질에, 두터운 중 갑옷이 통째 찌그러졌다.
“……!”
그 놀라운 광경에 다른 기사들조차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일전의 외모는 평범하나 실력 있는 애송이와 지금의 나를 동일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굴 딸려온 쩌리쯤으로 아시나?”
단숨에 기사 하나를 날려 버린 내가 가볍게 손을 털어냈다.
어딜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