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태한 마법 천재-76화 (76/251)

76화. 공국의 연회(4)

“야!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세디스가 기도 차지 않는다는 듯 목청을 높였다.

“알지. 세논 스승님을 찾기 위해서잖아.”

“그걸 아는 자식이…!”

“그걸 아니까 이러는 거야.”

“뭐?”

사실 때 아닌 관심병이 도져서 이러는 건 결단코 아니었다.

대세논 구출 작전.

오롯이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부였으니까.

“일단 내 얘기부터 들어봐.”

자초지종을 설명할 시간이다.

예상외로 세디스와 스승님은 내 말에 진득하니 귀를 기울여 줬다.

잠시 후.

“…그러니까, 네가 이목을 끌 테니 나더러 어딘가에 갇혀 있을 대장을 찾으라는 말이냐?”

“네. 은밀히 움직이는 데는 스승님이 최적이시니까요.”

“하지만 내가 따로 떨어져 나가면, 뒤쪽의 쟤들이 당장에 나를 쫓아올 텐데?”

“그건 그거대로 좋죠.”

“…엉?”

“일종의 이중 교란 작전이랄까요?”

스승님의 얼굴 위로 떠오른 의문이 점차 짙어졌다.

내 계획은 이랬다.

연회장 내부로 입장하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로브를 벗어야 할 터였다.

경험상, 그 즉시 내 원래 얼굴은 꽤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테고.

그사이 스승님은 타이밍을 재고 대중 속으로 스며든다.

…라고 짐작하셨겠지만.

틀렸다.

상대도 바보는 아닐 테니까.

오히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스승님이 사라지게 되면, 의심과 경계는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하니, 스승님이 자리를 비워주는 일 또한 순전히 준비 단계다.

저들의 시선이 분산되는 그때.

다시 평범한 얼굴로 돌아간 내가 ‘직접’ 움직인다.

역시나, 이런 내 계획을 전해 들은 스승님은 위험하다며 극구 반대하셨지만,

“이왕 여기까지 데리고 오신 것, 한 번만 믿어봐 주세요.”

결국, 종래에는 내 뜻을 수용하였다.

기실 그것보다 나은 계획도 없었으니까.

물론,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뺀다는 약속을 거듭 받고 난 뒤에야 허락하셨다.

그리고 현재.

연회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1시간은 훌쩍 넘어섰을 때.

“십이월의 8월, 에이스 디 파르마 님을 위시한 자유 연합의 축하 사절단 분들이 입장하십니다!”

“……!”

저벅, 저벅, 저벅.

우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연회장 내부로 들어섰다.

최초의 시선은 당연하게도 선두의 스승님에게 집중되었다.

실제로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 덕분에, 외부에서도 인기가 많은 스승님이었으니까.

다만,

“…헉!”

그 광경이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이내 사람들의 시선이 더 뒤쪽으로 향하는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이들이 나만을 바라보게 되었으니까.

과거에는 그저 귀찮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이런 기분도 가히 나쁘지 않았다.

“저, 저거 누구야?”

“나, 나도 모르겠어. 처음 보는 얼굴인데…?”

“말이 돼? 애당초 저만한 외모면 대륙 전역에 알려졌어야 정상이잖아! 죄악이라고!”

“…나 진짜 저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봐. 그 에이스 디 파르마 님이 오징어처럼 보일 정도잖아…?”

사람들.

특히나 누가 봐도 귀족임이 분명한 여인들의 눈빛이 대번에 몽롱하게 풀려갔다.

“…표정 관리 좀 해라. 너 그거, 관심병 초기 증상이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냐?”

“그렇다기보단, 이제 슬슬 우리도 이성에 관심이 갈 나이잖아?”

“변명 한번 그럴듯하네. 세실리아 씨는 스승님이 아니라 너를 걱정했어야 했는데…….”

“혹시 질투하는 건 아니지? 내가 아니면 네가 받게 될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던가.”

“미친놈.”

내 말에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마는 세디스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때였다.

‘이 큰 연회장에 출입구가 하나뿐일 일은 없을 테고…….’

내 시선이 빠르게 내부를 훑었다.

눈으로 확인되는 출입구는 정문을 제외하고도 일곱 개는 되었다.

중간 중간 생리 현상을 처리하기 위한 배려인지, 좌우로 자리해 있는 자그마한 출입문이 각각 셋.

나머지 하나는 딱히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왕좌 바로 뒤에 위치한 그곳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출입구일 테니까.

‘결국 여섯 개 출입문 중에 하나를 이용해야 한다는 건데…….’

내가 혼자만의 상념을 이어가던 그때였다.

“……!”

결코 이곳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얼굴이, 거짓말처럼 시야로 들어온 것은.

처음에는 잘못 본 줄로만 알았다.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머리나 피부색 등 다른 많은 외적인 요소들이 상당 부분 달라져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상대의 인상은 기존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허나, 그게 착각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상대 또한 이상행동을 보였으니까.

손가락은 다소곳이 관자놀이 앞으로 가져다 댄 채로.

보란 듯, 휘휘 돌려대기 시작한다.

“…….”

꼬박 3년.

내게는 퍽이나 인상적인 그녀의 재회 인사였다.

***

“지가 잘생긴 줄 알아. 건방지게.”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 그녀는 당혹스러웠다.

국경을 넘은 게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다.

그간의 고생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적들이 막고 있는 장소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타국의 영역이었기에, 당연히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건만.

달리 연결 고리라도 있는 건지, 그곳에도 감시자들이 숨어 있었다.

그 모든 이들을 따돌리면서도 그녀는 외부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지금쯤 마법 대전으로 한창일 저 녀석이 대체 왜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세타 쿤 이그니스…?”

어느새 다가왔는지, 변장한 상태인 동료 또한 녀석을 알아봤다.

누군가 둘을 본다면, 딱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느낌일 터였다.

그녀는 여느 귀족가의 영애로.

동료는 그런 그녀의 호위기사로.

특이한 점은, 둘 모두 마치 일부러 태우기라도 한 듯 피부가 까무잡잡하다는 사실이었다.

머리 위로는 구름 모양의 우스꽝스러운 모자까지 뒤집어쓴 채.

이는 대륙 남단에 위치한 나라.

일명 야만 왕국이라고까지 불리는 트루크인을 흉내 내서였다.

물론, 그럼에도 둘의 빼어난 외모는 감출 수 없었지만.

“시선 몰려. 일단은 모르는 척해.”

“…그러지.”

호위로 위장한 여인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벌써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이들이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녀들은 정체를 숨기고 이곳에 잠입한 상황이었다.

하니, 이 이상의 관심은 곤란했다.

“…한데, 저 얼굴은 다시 봐도 놀랍군.”

다시 이목이 저쪽으로 집중되자, 예의 호위 여인이 새삼스러운 눈빛을 드러냈다.

“관심 있어?”

“관심 있다.”

“정말로?”

“그래. 나이를 떠나 진지하게 한 번은 겨뤄보고 싶은 상대니까.”

“그럼 그렇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영애 쪽 여인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세타 쿤 이그니스, 저 아이를 끝까지 모른 척할 셈인가?”

“글세…….”

“잘만 이용하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뭐, 동감이야. 그런 의미에서 접촉할 방법이 아예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아카데미 시절에 저 녀석이 유리나와 춤을 맞춘 적이 있거든?”

“…기억난다. 그 자리에는 나도 공주님과 함께 있었으니까.”

“그때 사람들이 어찌나 아카데미 제일이라느니, 천상의 커플이니, 별 같잖지도 않은 소리를 늘어놓던지.”

“……?”

순간 한껏 조소하던 그녀가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말이지. 만약 그 대상이 나라면, 사람들이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문득 궁금해지네?”

***

“에이스 디 파르마. 스란의 주인이신 공왕 전하를 뵙습니다.”

스승님의 예에 맞춰 나와 세디스가 빠르게 자세를 낮췄다.

음악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잠시 그러고 있자, 곧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라.”

왕좌 위.

그곳에서 한 사내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비쩍 마른 아저씨가 이 나라의 주인이리라.

만약 세논 스승님이 정말로 이곳 어딘가에 붙잡혀 있고, 지금 보이는 저 모습 또한 연기라면, 어디 연극에 나가도 될 정도였다.

건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은 한없이 근엄했고, 자세는 진지했으며, 동공마저 한 점의 흔들림조차 없었으니까.

“얘기는 들었네. 내 회복을 축하하고자 스스로 찾아왔다고?”

“그렇습니다, 전하.”

“실로 고마운 소리로군. 그대 앞으로 초대장은 따로 보내지 않았다네. 제자들과 함께 마탑에 가 있다는 소식을 미리 접해서 말이야.”

“제자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5차전에서 모두 탈락하였지요. 마침 시간이 맞아 이리 함께 데리고 올 수 있었습니다.”

“하면 뒤의 그들이…?”

“네. 제 제자들입니다.”

순간 공왕이 자못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문의 인재들이 이런 선남선녀들이었다니… 꿈에도 몰랐군.”

“아, 전 남자입니다. 전하.”

세디스가 곧바로 반응했다.

직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마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긴 저런 예쁘장한 외모가 남자라고 한다면, 누구나 다 저런 반응을 보일 테지.

“겸사겸사라고 하긴 뭣하지만, 제 제자들은 이런 연회를 처음 접합니다. 하여, 세상 경험이나 시키자고 이리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말을 돌리는 스승님을 향해 공왕이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막전에서 트라오레 가문의 후계를 꺾었다는 아이는 누군가?”

“이쪽입니다.”

“허어…….”

재차 내 쪽을 바라본 공왕이 진심으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얼굴이라면 외모 또한 대륙에 널리 알려졌겠거늘…….”

“사람마다 외모가 다르듯, 보는 눈도 제각기 다른 것이겠지요. 제 눈에도, 이 녀석은 그냥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기실, 이건 대단한 극찬이었다.

그 자신이 미남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승님은 다른 이들의 외모에 대해 상당히 박한 평을 내시곤 하셨으니까.

“자네는 제자에 대해 꽤나 엄격하구먼. 아무튼, 예까지 찾아왔으니 부디 즐겁게 놀다 가시게. 그리고 특히…….”

그러면서 공왕이 다시 나를 봤다.

“너는 오늘 제법 시달리겠구나.”

“네?”

“저길 보거라.”

공왕이 손가락을 들어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무리 지은 수많은 여인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왜?

“아직도 모르겠느냐?”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헛, 참. 연회가 처음이라는 건 거짓이 아니라는 뜻인가?”

“……?”

“하면, 내가 조금 도와줘 볼까.”

연이어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린 공왕이 이내 목청을 높인다.

“연회에 참석해 주신 귀빈 분들. 잠시 제 말에 주목해 주십시오.”

“말씀하시지요, 전하.”

“방금 도착한 여기 이들은, 제 회복을 축하하고자 ‘자유 연합’에서 와준 고마운 손님들입니다.”

왜인지, 유독 ‘자유 연합’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공왕이 계속 말했다.

“특히나 뒤쪽의 친구들은 어리지만 마탑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대단한 마법사들이지요.”

“오오…….”

“한데, 지닌바 실력과는 달리 이런 파티 경험은 전무하다고 합니다.”

이제는 곳곳에서 탄식의 한숨 소리가 새어 나온다.

탄식을 당사자인 나도 아니고 왜 저들이 하는지는 정말로 모르겠지만.

“혹, 이 재미없는 청년들에게 친히 연회를 경험시켜 줄 레이디가 있겠습니까?”

직후, 나는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애써 시선을 돌리고 있던 대부분의 여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번쩍 손을 치켜들었으니까.

“여기욧!”

***

같은 시각, 어둡고 음습한 어딘가의 밀실.

“갔던 일은 잘 끝났어? 황자 전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인.

달리 색욕의 서큐버라고도 불리는 그녀가 물었다.

“응.”

“뭐야, 그 담백한 대답은?”

“말 그대로야. 세논 벤자민에게 ‘그’ 사건의 실마리를 주고 왔거든.”

“실마리…?”

“아니, 이 정도면 실마리가 아니라 답안지 그 자체인가? 아락사스를 몰살시킨 마탑 뒤에 제국. 더 나아가 우리 ‘황족’들이 있노라 친히 전해주고 오는 길이니까.”

“흐엑? 그래도 되는 거야? 그걸 듣고도 가만히 있든?”

“…죽을 뻔하기야 했지.”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목을 쓰다듬은 스노비가 쓰게 미소 지었다.

“스노비. 똑똑한 건 알겠는데, 웬만하면 너무 나서지는 마. 잘 알다시피 럼프와 앤그리, 대공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의 힘은 아직 불완전하니까.”

“그러고 보니 럼프는?”

“생각보다 잘하고 있던데? 권능의 흔적도 확실히 지웠고, 지금쯤이면 아마 네가 시킨 그 시체를 찾고 있을걸?”

“속도를 높여야 할 거야. 실종된 기간이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으니, 제 자식을 잃은 가주가 직접 움직이려 할 테니까.”

“아, 파동의 마법사? 그 아저씨는 조금 골치 아픈데…….”

“움직이는 것 자체는 오히려 나쁘지 않아. 그는 내가 아닌 1황자 쪽 사람이니까. 기회가 된다면 함께 제거하는 것도 좋겠지.”

“무서워라.”

“그러니, 네가 뒤에서 많이 도와줘.”

이어지는 스노비의 말에 서큐버가 찡긋하고 한쪽 눈을 깜빡였다.

“우리 황자 전하 하는 것 봐서?”

***

무려 왕의 말씀이다.

어느 정도 관심이 분산되면 망설임 없이 자리를 비우려 했건만.

이렇게 되면, 최소 한 번은 연회에 어울려 줄 수밖에 없었다.

초롱초롱.

하지만, 이건 어지간히도 부담스럽다.

연회는 파티다.

또래끼리 어울려 술도 마시고, 친분도 다지고, 춤도 추고 하는.

그 첫걸음이 바로 ‘춤’이었다.

처음 만난 이성과의 인사를, 연회에서는 대게 춤으로 대신하고는 했으니까.

“…진짜 싫은데.”

유리나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번에는 생판 모르는 여인과 합을 맞춰야 했으니까.

저 눈빛들 좀 보라지.

만약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나를 찢어 죽일 듯한 기세다.

“고민되면 내가 도와줄까?”

“……!”

순간 곁을 지나가던 여인이 자그맣게 속삭였다.

그 즉시,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래.

이왕 어울려야 되는 거라면, 차라리 이쪽이 나았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레이디.”

“어머?”

“부디 제게 첫 춤을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정말로 죄송하지만, 그쪽은 제 스타일이 아니신데…….”

“……!”

이렇게 엿을 먹인다고?

허나, 걱정과 달리 그녀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거야 뭐, 이곳 어디를 둘러봐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한번 어울려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음, 그러니까 성함이…?”

속으로 식은땀을 흘린 내가 더듬더듬 되물었다.

그러자 상대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진다.

“세드리크 필스 아비실 프리티 로나 크리티컬 우먼스 주니어 3세에요.”

“네?”

“세드리크 필스 아비실 프리티 로나 크리티컬 우먼스 주니어 3세라구요.”

“…….”

“뭐 해요? 어서 정식으로 신청하시지 않고?”

그 얼굴 위로 심술궂은 표정이 번져 갔다.

춤을 신청할 땐 상대의 풀 네임을 짚어주는 것이 귀족의 기본 예법이었다.

상대는 그걸 다 알면서 지금 나를 골려 먹고 있는 것이고.

“안 출 거예요?”

역시나 눈앞의 여인은.

실비아 스필 세드릭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단 하나도 없는 망할 계집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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