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태한 마법 천재-71화 (71/251)

71화. 라그하일

라그하일.

일족에게 그 이름은 금기나 다름없었다.

혼(魂)은 신의 영역.

그 불가의 경계를 침범하였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먼 훗날, 금기에는 한 가지 이름이 더 추가된다.

‘…아이리스.’

머릿속 깊숙이 잠들어 있는 오랜 지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나는 정면을 바라봤다.

말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것일까?

마치 불꽃과도 같은 상대의 시선이 내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물론 움츠러들 이유는 없었다.

거짓 따위는 내뱉지 않았으니까.

레어의 위치는 정확히 기억했다.

허나, 그곳은 그 대단한 십이지왕이라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장소다.

설령 도달할지라도, 레어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고.

결국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딱히 고급 정보랄 것도 아닌 거였다.

이 사실을 저 지랄 맞은 아저씨가 알게 된다면, 성질대로 노발대발할 게 뻔했지만.

‘지가 무슨 수로 확인할 거야?’

그리 생각하며 잠자코 있자, 이내 상대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라그하일? 족히 6,000년은 더 살았다는 그 에이션트 드래곤 말이냐?”

“역시 아시네요.”

“…그는 유희 생활 이후 정체가 알려진 몇 안 되는 드래곤 중 하나니까.”

“아하.”

나는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하기야 라그하일 정도의 고룡이라면, 유희 생활 몇 번 한 것이 특별할 일도 아니었다.

다만, 뒤에 정체가 알려졌다는 사실은 꽤나 의외였지만.

“그가 직접 그러던가요?”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 라그하일이 인간 시절에 쓴 책이, 수백 년도 더 지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밝혀진 사실이니까. 거기에 적혀 있었거든.”

“저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 아무튼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다구요?”

“그럴 수밖에.”

“네?”

“인간 시절 그의 이름이 뭐였는지 아나?”

내가 알 턱이 있나?

하지만 이어지는 상대의 말은 실로 놀라웠다.

“그랜달 테오르니다.”

“……!”

“물론 들어본 이름이겠지?”

…맙소사.

족히 천 년도 더 전의 인물이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그랜달 테오르니라고?

인류 최초의 9써클 대마도사가, 사실은 유희 중인 드래곤이었다?

이 말인즉, 역사상 9써클에 이른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는 뜻과 같지 않은가?

“세상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럴 수밖에. 그의 일기는 마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으며, 탑주들 정도만이 접근할 수 있는 극비로 취급되고 있거든.”

“…일기요?”

“그래. 그저 일기다. 거기에도 레어나 9써클의 비밀 따위는 적혀 있지 않았어.”

그래서였나?

순간적으로 상대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아무리 친우의 제자라 하더라도 대뜸 드래곤 레어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핏덩이가 눈앞에 있다면, 그의 성격상 당장 방에서 쫓겨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허나, 이미 라그하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이제 말해봐라. 레어가 있는 곳이 어디지?”

“이미 짐작하시는 곳입니다.”

“뭐?”

“대륙 최남단. 그 광활한 녹트런 산맥 너머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대륙.”

“…역시 거긴가.”

예상했다는 듯, 아타락시아 페르잔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따위 정보보단 그저 네놈이 하는 양이 재미있어서 지켜본 것이긴 하다만… 그냥 던져 보는 건 아니겠지? 건방진 곱등아.”

오랜만에 곱등이 소리까지 나왔다.

그 성격 어디 안 간다고.

겉으로 티는 내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는 제법 열불이 나는 모양이다.

“거짓은 아닙니다. 던져 보는 것도 아니고요. 갈 수만 있다면, 위치는 정말 콕 찍어낼 수 있거든요.”

“…쯧. 마음에 들지 않아. 갈 수가 없는 곳이니,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여도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니…….”

“언젠가는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뭐, 그런 건 이제 상관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레어보단 네놈에게 흥미가 있는 거니까.”

말을 마친 상대가 재차 내 눈을 빤히 들여다봤다.

“후계가 싫다면, 이쪽에 소속되는 건 어떠냐?”

“예? 하지만 그건…….”

“네가 뭘 하려는지는 들었다. 하니, 원한다면 계약 문구라도 써주마. 딱히 탑의 활동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

이건 조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뭘. 내 탑에서는 내가 대장인데.”

“그럼… 조금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야 할 게야. 나는 변덕이 심하거든.”

“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근데… 뜬금없지만 한 가지만 여쭈어도 될까요?”

“뭐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상대를 보며, 나는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세논 스승님과 스실라 씨는 어떤 사이신가요?”

“…걔네?”

“네.”

“뭐, 굳이 표현하자면…….”

“표현하자면?”

“…애증의 관계?”

뭐야 그게.

“마탑에 있던 시절에 둘이 제법 친하게 지냈거든.”

“세논 스승님이… 마탑에 계셨다구요?”

“몰랐냐? 그러고 보니,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군. 그대로 있었다면 능히 탑주에도 올랐을 것을…….”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짐짓 ‘쯧’ 하고 혀를 찬 상대가 계속 말했다.

“네 스승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다. 그 뒤로 공식적인 활동은 모두 중단했고, 그 탓에 상위 서열에는 포함조차 되어 있지 않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

“아…….”

마탑의 서열 시스템은, 일신의 경지만큼이나 공식 활동을 중요시한다.

일종의 공적이다.

사실 줄곧 의문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만한 실력을 가진 인물이, 세상에 알려진 게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부분이.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었구나.

순간적으로 내가 스승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뭐야, 여기 계셨소?”

“……!”

갑작스레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만큼이나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신속하고도 은밀했으니까.

“…….”

머리가 사방으로 뻗친 삐죽 머리 금발 사내였다.

나이는 많이 쳐줘야 마흔?

마치 일부러 태우기라도 한 듯, 까무잡잡한 피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넌 또 왜 나왔냐?”

“형님이 나가길래 따라 나와봤죠. 근데…….”

잠시 말끝을 흐리던 예의 삐죽머리 사내가 힐끗, 나를 쳐다봤다.

“이 시건방진 핏덩이 녀석도 같이 있었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하는 그였다.

“야, 건방 떠는 건 잘 봤다?”

“…….”

“너는 니가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응? 그지?”

“…….”

“착각하지 마라. 아이젠버그, 그 인간이 어지간히도 호구 등신인 거니까. 실력도 안 되는 게 어린애한테 쪽은 다 팔고, 뭔 놈의 탑주를 해먹겠다는 건지.”

이 사람은 왜 갑자기 나타나선 내게 시비를 거는 것일까?

상당히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예의 상대가 계속 말했다.

“프레스 원에 구멍을 뚫는다? 그 정돈 네 나이 때 여기 형님은 물론, 나도 다 생각했던 일이야, 임마. 무슨 뜻인지 알아?”

…가만히 듣다 보니 문득 생각난 건데.

상대의 말을 무시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지만.

다 큰 어른이 아타락시아 페르잔에게 형님이라 부르는 부분은 정말로 참기가 힘들었다.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안 웃었습니다.”

내가 정색을 하곤 말했다.

“안 웃긴 씨바, 가만 보니 어깨 뽕도 좀 들어간 것 같은데? 너는 짖어라, 나는 모르겠다. 뭐 이거냐?”

“아닌데요.”

“아니긴, 콱 씨.”

주먹을 들어 정말로 때릴 듯한 시늉을 취한 그가 퉤, 하고 침을 뱉었다.

“그래그래. 말보단 행동이고 법보단 주먹이라고,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것들이 있지. 꼭 네놈처럼.”

“아니, 일단 제 말을 좀…….”

“됐고, 그리 자신 있으면 내 뇌전도 한번 막아보시던가.”

파지직!

순간, 한줄기 전류가 상대의 손 위로 솟아났다.

그 전류는, 이내 하나의 형상을 이루어간다.

“……!”

샛노란 뇌전으로 이루어진 ‘검’이었다.

그것도, 일견 보기에도 상당한 고압을 자랑하는.

그 증거로 전류 주변이 타닥, 타닥 하며 불꽃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아, 진짜.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건데요?”

“뭐? 억울하냐? 다 필요 없고, 나는 그냥 네가 마음에 안 들어. 단지 그뿐이야.”

…그러시다면야.

한데, 그건 피차 마찬가지인데.

어차피 꼬일 일이라면, 할 말은 해야겠다.

“…근데 그거 아세요?”

“뭐 새꺄.”

“뇌전이라는 속성만큼, 수식과 이론이 많이 응용되는 주력도 없다는 사실을요.”

“뭔 씹 소리냐?”

“가령…….”

나는 거침없이 마나를 휘돌렸다.

철커덩!

그리곤 단숨에 쇠로 된 철창을 하나 만들어냈다.

‘철’을 주력으로 삼는 마법사들은, 이걸 달리 ‘아이언 프리즌’이라고도 불렀다.

흔히 바깥에서 죄수들을 호송할 때 많이들 이용하는 마법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딱 움직이는 감옥 그 자체였으니까.

물론, 여기서 나는 ‘밑바닥’까지 철을 만들지는 않았다.

“미친놈. 철창 안에 들어가면 안전할까 봐?”

“네.”

“졸라 어이없네. 이런 상식도 모르는 새끼가 어떻게 프레스 원에 구멍을 낼 생각을 했지? 금속에도 전자가 흐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가 언젠데,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한번 해보시던가요.”

내가 짐짓 도발적으로 중얼거렸다.

대번에 흥분했는지, 곧 붉으락푸르락 해져 가는 상대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체 변형 마법으로 발을 암석처럼 바꿔는 놓자.

물론 단언컨대, 내가 알고 있는 이론대로라면.

아이리스의 지식대로라면, 반드시 상대의 검을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파지직!

곧이어, 거칠게 뇌전을 뿜어낸 사내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냐, 적당히 지져주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그냥 이대로 전기 통구이로 만들어주마.”

***

두두두두두.

화려한 사두마차 한 대가 잘 포장된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연회라…….”

이게 얼마 만에 연회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간만에 하이얀 드레스까지 갖춰 입은 세논이 그 마차에 타고 있었다.

안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마차의 표면에는 자유 연합의 표식까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 대장, 정말로 참석하는 거야?

“어.”

- 아무래도 불안한데…….

“불안하긴 뭐가. 아무리 막장인 놈들이라도, 지들이 공석에서 무슨 짓을 할 수 있다고.”

- 아님 그냥 내가 가도 되잖아.

“넌 애들이나 챙겨. 어울리지도 않는 걱정은 접어두고.”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수정구 속 에이스가 제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 …근데 웬 드레스야?

“왜, 나는 드레스 입으면 안 되냐?”

- 아니, 그게 아니라… 크흠.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뭐, 반했냐?”

- 미친. 대낮부터 술이라도 마신 건 아니지?

“큭… 그래, 마셨다 짜샤.”

한차례 기분 좋게 웃은 세논이 손을 휘저었다.

“이제 사라져라. 거의 다 온 것 같으니까.”

- …자정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도 없으면, 뭔 일 생겼다고 생각해도 되지?

“엥?”

- 그 왜, 그런 노래도 있잖아. 12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글쎄. 혹시 또 모르지. 어디 능력 있고 잘생긴 남정네랑 눈이 맞아서, 밤새 사랑이라도 나눌지.”

- 사랑은 개뿔. 대장이랑은 전혀 안 어울리거든?

“진짜 뒤진다?”

피식 웃은 세논이 곧장 통신을 끊으려고 했다.

- 나 농담하는 거 아니다? 진짜 뭔 일 생겼다고 생각할 거다!? 딱 12시. 자정까지야!

“아놔, 얘가 자꾸 왜 이래. 알았으니까 끊어.”

- 잠깐! 대장은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자각이 없어. 내가 다시 한번 교육을 해주고…….

“개소리야.”

그 길로, 망설임 없이 마나를 끊어 버리는 세논이었다.

***

아이리스는 괴짜였다.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존재였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무료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 갖가지 연구와 실험들도 행해왔으니까.

그중 하나는…

‘물처럼 금속에도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 아냐?’

‘뭐? 진짜?’

‘뭣 하면 검 한번 들어봐. 요새는 인간 기사로 유희를 즐기고 있다며?’

‘그렇긴 한데, 나는 도무지 처음 듣는 얘기인걸? 금속에서 전류가 흐른다니…….’

‘인간들 사이에서는 뇌전 자체가 희귀한 마나니까. 만난 적 자체가 없겠지. 개인주의의 끝을 달리는 다른 일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고 보니…….’

안개라도 낀 듯, 희미했던 기억이 점차 또렷하게 보인다.

기억 속의 상대는,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여인보다 절세의 미녀였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에, 그와 꼭 닮은 머리칼은 가진.

그런 그녀가, 이내 이쪽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아이리스. 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내 인간 동료들한테도 알려줘야겠네. 하늘에서 번개라도 치면, 당장 몸에 있는 금붙이들은 다 버리라고.’

‘좋은 생각이야. 근데 그거 아냐?’

‘또 뭐?’

‘동굴 같은 데는 물론, 밀폐된 철창 안에 들어가 있어도 번개는 피할 수 있다는 거.’

‘뭔 헛소리야? 아까랑 말이 다르잖아? 통짜 금속이니까, 내부까지 모조리 통구이가 되는 게 아니고?’

‘가령 그런 거야. 철창 자체가 금속이니까, 그 안의 내용물에는 전혀 영향이 없고, 철창 겉 표면을 따라 전류가 대지로 흐르는 거지.’

‘에이, 그게 말이 돼?’

‘하면 이리나. 네 눈으로 직접 한번 보시던가.’

***

파직! 파지지직!

철창의 겉면을 타고 샛노란 뇌류가 쉼 없이 흐른다.

그 뇌류는 이내 측면을 타고, 바닥의 땅으로 방출됐다.

몇 번을 찌르고 베어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실화냐?”

한참이나 검을 움직이던 삐죽 머리 사내가 이내 멍하니 중얼거렸다.

“마법사라면 진리를 폭넓게 탐구해야죠. 과학의 위대함이랄까요?”

“진짜 어이없네. 근데… 이제는 또 납득이 가.”

“……?”

밑도 끝도 없이 납득은 무슨 놈의 납득?

한데, 그리 중얼거린 예의 사내가 곧 뒤를 돌아봤다.

“형님.”

“…왜?”

“얘 제가 스카웃해 가도 됩니까?”

아타락시아 페르잔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되지.”

“왜요? 내가 책임지고 한번 잘 키워볼게요.”

“걘 이미 내가 점찍었거든.”

어이없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둘이서 지지고 볶고 다 하는구만.

“…….”

한차례 어깨를 으쓱한 내가, 조용히 철창을 디스펠 시켰다.

“아니, 저번에 따서 준답시고 100골드나 빌려 가선 아직 안 갚으셨잖소? 그걸로 퉁 치자고.”

“이런 날강도 같은 새끼를 봤나. 야, 쟤가 어딜 봐서 100골드 짜리냐?”

“아, 그럼 받고 더블로 줄게.”

“그냥 꺼져라?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라고, 내 거에 눈독들이기만 해봐라. 이 전기 곱등이 자식.”

“아니, 내가 분명히 그리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했는데? 말이 점점 짧아진다? 맞먹어라, 어린놈의 새끼야.”

…아무래도 둘이 할 말이 많은 듯하니, 나는 이대로 자리를 비켜주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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