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도발
언제나처럼.
“…이유가 무엇이냐?”
흔치않은 연녹색의 머리칼에, 부드러운 인상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
살아생전, ‘이만한 미남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생긴 사내가 눈앞에 서 있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몰라서 묻는 건가? 능력은 차고 넘칠 정도로 뛰어나면서, 왜 겉으로만 나도는 것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내 뒤를 이을 유일한 아이야. 너는 ‘로드’의 자질을 타고났다. 장차 일족을 이끌어갈 생각은 없는 거냐?”
“제게는 과분한 일입니다.”
“아니.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일족에서 로드가 나오지 않은 지도 어언 수천 년이 흘렀다. 네가 아니면 나는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단다.”
“왜 하필 저인 겁니까?”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일족… 아니, 우리 종족 전체를 통틀어도 동시대에 너만 한 능력을 가진 존재는 단연코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글쎄요. 저는 제 자신을 그리 높게 평가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잘생긴 사내 앞에 선 나는, 그리 말하곤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꽤나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멈칫.
내 움직임이 멈췄다.
“아마 네게는 재미없겠지. 무얼 하든 단번에 해내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세상.”
“…….”
“지금도 그저 ‘재미’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야.”
“…….”
“허나, 선은 넘지 말거라.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면, 제아무리 너라도 축복이 아닌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니.”
예의 사내가 말을 마치자, 처음으로 가슴속 감정이 겉으로 드러난다.
완연한 호선을 그리는 양쪽 입꼬리.
미소, 그리고 즐거움.
“설레는군요.”
“…뭐라고?”
“그리만 된다면, 이 지루한 삶에서 조금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너…….”
어느새 몸을 바로 한 나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마친다.
“기억도, 능력도. 설령 제가 가진 모든 걸 잃게 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건 조금도 중요치 않으니까요.”
“…….”
“아마 당신께서는 절대로 이해하실 수 없겠죠. 우리는 결코 신의 축복을 받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영생의 삶은, 그 어떤 맹독보다 지독한 저주임을.”
***
기숙사에서 교실로 가는 길.
“흐아암. 또 한숨도 못 잤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빌어먹을 ‘꿈’ 탓이었다.
벌써 수 년째.
남들과는 다르게, 나는 자면서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할 수가 있었다.
특히나, 한 달에 한 번은 꼭 경험하는 이 생동감 넘치는 꿈을 꿀 때면 더더욱.
“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 어느 정도 현실성이라도 있으면, 설화처럼 이게 내 전생은 아닐까 의심이라도 해보겠는데…….”
어제 꾼 꿈만 봐도 그렇다.
일족이니, 로드니…….
꼭 전설 속에나 나오는 ‘그 존재’들처럼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가?
절로 새어 나오는 고소를 삼키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내 전생이 그거라니, 말도 안 되지. 존재 자체도 불분명한 건 별개로 한낱 낙제생이 무슨. 하다못해 제노스 델 카이클. 그놈만 한 재능이라도 있었다면, 약간은 기대라도 해봤을 텐데 말이야.”
제노스 델 카이클.
놈은 소위 말하는 탈 생도급이었다.
올해로 나와 같은 열여섯.
한데도, 졸업을 2년이나 앞둔 현 시점에서 5써클을 바라보는 괴물이었다.
사실, 지금의 마법 체계에서 ‘써클’ 자체는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
물론 고써클 마법사가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당대의 마법사들이 써클에만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도 우리 생도들과 똑같으니까.”
단순히 써클을 제외하고도 마법의 숙련도나 이해도, 각 마법들이 가진 고유의 상성 등 승부를 판가름 짓는 요소들이 다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탑 차원에서 마법사들의 정확한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 ‘서열 시스템’이었고.
어디서 많이 본 방식이겠지?
그 생각이 맞다.
아카데미의 랭킹전 또한, 이 마탑의 서열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으니까.
마법사들은 마탑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제 실력을 이곳에서 측정받는다.
대륙 어디를 가든, 여기서 책정된 서열에 따라 그에 준하는 대우를 해줬으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탑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마법사가 약 52만 명.
참고로 이곳 테라 아카데미처럼 명문 있는 교육기관에는 매해 탑 차원에서 손수 관계자들을 파견한다.
대상은 졸업 예정자들.
역대 아카데미 졸업생들 중 최고기록이 3만 등 정도였는데, 제노스 델 카이클은 그 기록을 능히 깰 것이라 확실시되는 녀석이었다.
“어이, 낙제생!”
“…아.”
내가 상념을 이어가고 있던 그때, 상당히 익숙하고도 기분 나쁜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썩을.
일진이 더러우려니 아침부터 이 모양이다.
“아니, 이제는 퇴학생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크크크.”
“…….”
무표정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자 얼굴에 ‘나 재수 없어’라고 쓰여 있는 듯한 뱀눈의 또래 아이가 무리를 이끌고 다가왔다.
그 수가 여섯.
아니…
“하, 오늘 진짜 왜 이러지?”
그리 멀지 않은 반대편에서는 그 실비아 스필 세드릭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필 이 드넓은 광장에서, 첫 수업까지 고작 5분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어머?”
“오, 실비아!”
예의 뱀눈의 사내아이도 그년을 발견했는지 반갑게 손을 흔들어댔다.
이놈, 가만 보니 딱 주인 만난 개다.
이러다 꼬리 떨어지는 것 아니야?
“같은 학년인데도 얼굴 보기가 참 힘들다?”
“오랜만이네. 스네이크 그린 아이작.”
“성은 빼고 불러도 되는데.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네. 아침부터 이런 머저리랑 마주쳐서 기분 잡쳐 있던 참이었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이 개자식아.
“흐응, 나야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외간 남자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고 다니면 다른 아이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니?”
뭐라고 생각하긴.
끼 부리는 개 같은 년으로 생각하겠지.
“뭐야? 그 세드릭 가문의 여식이, 지금 다른 것들 눈치나 살피는 거야?”
“나는 앞에서뿐만 아니라, 뒤에서도 미움받는 건 싫거든.”
“누가 너 같은 미인을 미워할 수 있겠어? 아, 같은 여자들끼리 하는 질투. 뭐, 그런 건가?”
“어머. 그러는 너야말로 익숙하지 않니? 명실상부, 그 유명한 아이작 후작가를 이끌어갈 재목인데.”
“만약 다른 것들이 말했다면 당장에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했을 텐데, 실비아 네가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좋아. 그런 의미에서라고 하긴 뭣하지만, 오늘 점심은 같이 먹는 게 어때?”
“좋네. 다만, 내 친구들도 함께하는 건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아까도 말했지만, 쓸데없는 미움받는 건 싫어서 말이야.”
“끙. 그건…….”
“이해 좀 해주라. 그만큼 네가 매력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뭐? 하하하! 그럼… 어쩔 수 없나?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기회는 많으니까. 오늘은 내가 이해해 줘야겠네.”
“고마워, 스네이크.”
“어? 방금 이름으로 부른 거야?”
“뭐야, 부끄럽게.”
아주 쌍으로 꼴값들을 떨고 앉아 있다.
개가 둘이니까, 개‘쌍’놈?
아니면 개‘쌍’년으로 불러줘야 하나?
아무튼, 둘이서 짝짜꿍 놀아나 준다면 나야 고맙지.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그 틈에…
“세타 쿤 이그니스.”
…악독한 년.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기다렸다는 듯 실비아 스필 세드릭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얘기는 들었어. 이번엔 퇴학이라며?”
“뭐…….”
덥석!
“……!”
“아쉬워, 정말! 우리, 그래도 2년 동안이나 같은 반으로 지낸 ‘친구’잖아? 이젠 영영 못 보는 거야?”
대번에 개자식의 눈꼬리가 위로 솟구쳤다.
그보다, 이게 어디서 약이라도 잘못 처먹었나?
내 두 손을 맞잡은 실비아 스필 세드릭은 이제 그 큰 눈으로 눈물까지 글썽였다.
“종종 놀러 올 거지?”
“너… 혹시 이미지 관리하는 거야?”
“……!”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다.
미묘하게 굳은 얼굴로 애써 미소 짓는 꼴을 보니.
“…응? 그게 무슨 소릴까?”
“그러니까 어제 복도에서의 일 때문에…….”
말을 잇던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소리 없이 입만 뻐끔거리는 상대였지만, 그 뜻은 곧장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뒤진다.’
탁!
“하여튼 실비아는 마음이 너무 여려서 탈이라니까.”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선 개자식이 중간으로 끼어들었다.
“애당초 이 병신은 우리와 동급생이 될 수 없었다고. 다들 알잖아?”
“응? 스네이크, 그게 무슨 소리야?”
“뭐야, 몰랐어?”
실비아 스필 세드릭의 가증스러운 능청에, 개자식은 옳다구나 하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이 새끼 대가리로 명문 중의 명문이라 불리는 테라 아카데미에 입학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렇다고 가문이 좋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
“추천서로 입학했다는 뜻이야?”
실력이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명망 있는 가문 출신도 아닌 이가 테라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서열 1,000위 이내의 마법사가 직접 작성해 준 추천서였다.
한 명당 단 한 장.
서열 시스템을 위해 마탑의 마법사가 파견을 나오듯, 이 또한 탑과 아카데미 사이의 협약 내용 중 하나였다.
“놀라긴 이른데? 그 추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얘기도 안 꺼냈으니까.”
“그게 누군데?”
순간 개자식의 우측에 서 있는 두꺼비를 닮은 놈이 처음으로 입방정을 떨어댄다.
이름이 뭐더라?
더드릭… 아니, 머드릭?
생각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부하1이라고 하자.
“대지의 마법사, 아즈문 사트리노.”
“헉! 설마 하, 학장님!?”
“그래, 머드. 놀랐지? 나도 처음 들었을 땐 얼마나 기절초풍했는지.”
“진짜 대박이다. 왜 그런 미친 선택을 하셨대?”
쿵짝을 맞춰주는 부하1을 향해, 개자식이 가볍게 양 어깨를 으쓱했다.
“이유야 누가 알겠어? 나이가 있으니까, 겉모습은 저리 멀쩡해도 속은 노망이 들었을 수도 있고. 뭐 그런 것 아니겠어?”
“아하.”
“이러니 우리 폐하께서도 자선사업가 소리를 들으시는 거지. 나라 곳간을 털어, 그 돈으로 부모도 없는 이런 거지새끼들을 공짜로 키워주고 계시잖아?”
그제야 실비아 스필 세드릭이 중간으로 끼어들었다.
“정리하자면, 학장님이 추천서를 써주셨단 말이야? 그것도 직접?”
“응,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래.”
“세상에… 그럼 지금쯤 꽤나 곤란한 일을 겪고 계실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왕정에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고 하더라고. 학장 할방구 위치도 있고, 정치하는 노인네들이 물어뜯기 딱 좋은 상황이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바로 입학비리 아니냐고. 아무리 추천서 제도가 있다지만, ‘격’에도 안 맞는 새끼를 데려다 결국 이리 내보낼 거면, 뭣 하러 그간 아까운 혈세를 낭비했냐고. 당장 우리 아버지를 포함해서, 노인네들 전부 아주 신이 났…….”
순간, 말을 잇던 개자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 봐라?”
“응?”
“아니, 저 새끼 표정 좀 보라고. 나한테 화라도 났는가 본데?”
그 말과 동시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집중되었다.
내가 왜 이러지?
분명 이런 상황은 신물이 날 정도로 익숙한데, 오늘따라 유난히 속에서 들끓는 무언가가 있었다.
“표정 관리 안 해? 네가 수년 동안 여기서 먹고, 자고, 쌌던 비용이 전부 우리 가문에서 낸 세금이야. 이 거지새끼가 은혜도 모르고 어디서…….”
“그만해.”
“어이쿠, 진짜 화났어요?”
처음으로 내가 입을 열자, 아예 반색하는 개자식이었다.
이래서 대응을 안 해왔던 건데…
오늘은 그게 잘 안 될 것 같다.
“스네이크 그린 아이작. 방금 지껄인 얘기들이 모두 사실이냐?”
“와, 얘 목소리 까는 것 좀 봐. 무서워라.”
그러면서, 개자식이 보란 듯 제 볼을 내밀었다.
“왜, 그냥 한 대 치지 그러냐. 선빵 정도는 충분히 양보해 줄 생각이 있는데.”
주변의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마나의 움직임.
혹시나 내가 화를 못 이겨 정말로 덤비기라도 하면, 마법을 이용해 단번에 짓뭉갤 생각이리라.
마침 제 놈이 좋아하는 여자가 보는 앞이었으니, 아마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터였다.
“스스로의 실력에 상당히 자신감이 있는 모양인데…….”
“크크크. 최소한 낙제생보다는 뛰어나지 않을까? 그래도 내가 이 아카데미 7등인데.”
한 학년 당 약 500여 명.
그중에 7등이다.
그것도 ‘마법’이라면 대륙 제일로 손꼽히는 이곳 테라 아카데미라면, 충분히 저런 자신감도 이해가 갔다.
“그럼 말이야.”
“……?”
“내가 너를 꺾게 되면, 학장님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겠네. 사실은 내 밑에 최소 400명은 더 있는 셈이니까.”
“풉!”
웃기지도 않는 요조숙녀 흉내는 벌써 까먹기라도 했는지, 실비아 스필 세드릭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곧이어,
“푸하하하! 이 새끼 이거 진심인가 본데?”
“커허허! 올해, 아니, 평생 들은 농담 중에 제일 웃겼잖아. 저런 재주가 또 있었네?”
아이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한바탕 폭소를 터뜨린 개자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래, 네 하찮은 신체 변형 마법으로 이 나를 상대해 보시겠다? 나, 스네이크 그린 아이작을?”
“…….”
“어디 한번 보여줘 봐라. 마침 관람객들도 많겠다, 지금 해볼까?”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정말로 그리할 수는 없었다.
생도들 간의 다툼은 명백한 징계 사유였고.
이는 곧 학장 할아버지의 얼굴에 또 한 번 먹칠을 하는 꼴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나는, 이런 부류의 놈들을 다루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 해봐야 고작 열 명도 안 될 것 같은데… 이 인원 가지고 만족해?”
“뭐?”
“이왕이면 관람객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어? 이보다 최소 수백 배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가 있다면 더더욱 안성맞춤일 테고.”
“네놈, 무서워서 실성이라도 했냐?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닥쳐 봐. 마침 그런 훌륭한 무대가 있으니까.”
“닥쳐…? 보자 보자 하니까 이 개새끼가!”
“랭킹전.”
“……!”
곧장 달려들려는 태세를 취하던 개자식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예상대로였다.
관심종자인 놈에게는 썩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테지.
랭킹전은 학년에 구분 없이 전 생도들이 모두 참가하니까.
그 인원만 대략 3,000명.
여기에 생도 가족들과 아카데미 직원, 관계자, 기타 외부 인사들까지 모두 포함시키면,
“어림잡아 만 명이 지켜보는 무대. 이 정도는 되어야 할 만하지 않겠어?”
“너…….”
“내가 너를 지목하지. 무서우면 거절해도 좋아.”
어느새 얼이 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놈.
500명 중에 7등?
아이작 후작가의 후계자?
그따위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내 가슴은 머릿속 빙하마저 태워 버릴 정도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