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끝을 보다(4)
“이번 일에 대해서 모두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지. 상대의 전력은 지금까지 우리가 싸워 왔던 것들과 차원이 달라. 중국에서 있었던 그 재앙이 애들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니까. 그러니 모두 각오를 제대로 다졌으면 해. 연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는 것은 나중의 이야기야. 여기서 전멸하면 그것으로 끝이니까.”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거군요.”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 위해서 전력을 보내라고 한 거야. 총 지휘는 라프리스가 할 것이지만 우리도 각자 어느 정도 대비책을 세워야지. 상대가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고 무엇이 약점인지 알지?”
“잘 죽지 않고, 신성력 있는 공격에 약하다. 쉽게 설명하면 그냥 언데드 몬스터들이지.”
박연진의 말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 봉인 마법에 대해서는?”
“마법사들에게 확실하게 숙지시켜 두었으니 문제없다.”
“준비는 다 되었다 이거로군.”
“그렇지.”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전쟁을 시작해야지. 최대한 준비하라고 해. 그리고 내부 인원들에게 확실하게 말해 두도록 해. 괜히 일 벌이다가 걸리면 죽인다고.”
“그러지.”
“이번 일 끝나면 지구로 돌아가서 정리 한 번 더 할 거다. 프로즌, 그림 리퍼. 그러니 그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준비해 두고.”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다.”
두 사람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그러면 난 이만 가 볼 테니 푹 쉬고 있으라고.”
그렇게 막사를 나온 김창훈은 자신의 막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용히 천마에게 말을 걸었다.
“천마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뭘?
“사신교 교주가 어떻게 나올까요?”
- 관심 없다.
“그러지 마시고요. 저보다는 이런 경험이 많을 것 아니에요.”
- 경험이야 많지. 문제는 너와 내가 처했던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거다.
“상황이요?”
- 나는 홀로 모든 것을 압도할 수 있었다. 내가 분명 지금보다 약했던 시절이 있었지. 너보다 약했던 시절도 있어. 하지만 그 시절은 잠깐이었고 나는 결국 강해졌다. 그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압도적으로 말이야. 상대가 몇 명이던 나에게는 의미 없었다. 천마기공으로 무한한 내공을 가졌으니 천마기를 통해서 끊임없이 내 몸과 피로를 회복했다. 정신적인 피로는 그냥 근성으로 버텼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전투에서 언제나 홀로 나섰다. 다른 이들이 오히려 내 발목을 잡았으니까.
“홀로 말이죠…….”
- 너도 할 수 있다. 5일 동안 질리도록 싸우면서 너도 어느 정도 천마기공을 운용하여 쉬지 않고 싸우는 것에 익숙해졌으니까. 문제는 네가 사신교 교주를 이길 수 있냐는 거지.
“이길 겁니다.”
- 근거는?
“천마신공을 익혔으니까요.”
그 말에 천마가 웃으며 말했다.
- 아주 확실한 근거로군. 그거면 되었다. 각오를 다져라. 그리고 움직여라. 그러면 승리는 너의 것이다. 잊지 마라. 천마는 무적이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눈을 감고 조용히 내일 사신교를 향해서 돌진할 것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 * *
“홀로 가시겠다고요?”
리프러스는 갑자기 찾아와서 자신에게 통보를 하는 김창훈을 보며 당황했다.
“그래.”
“적들은 지금 이곳으로 엄청난 수의 언데드 대군을 이끌고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먼저 가실 이유가 있습니까? 이곳에서 적들을 막으면.”
“그들을 백날 죽여 봐야 안 끝나. 사신교 교주가 죽어야 이 전쟁이 끝나지.”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사대 건에 대해서는 무효로 하신다고.”
“결사대는 안 가지. 하지만 나는 간다. 말했을 텐데? 나는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그것은 그렇지만 그래도 갑자기 홀로 돌진한다고 하시면…….”
그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내가 가서 확실하게 처리하는 편이 가장 좋은 방법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위험합니다.”
“언제는 안 위험했나. 어찌 되었든 그렇게 알고. 나는 먼저 움직인다.”
그 말에 리프러스가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한 병사가 막사에 들어와서 말했다.
“비상입니다! 지금 멀리서 언데드 대군을 포착! 거리는 13㎞입니다!”
그 말에 리프러스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우리가 보낸 정찰대는 무엇을 하고!”
“정찰대 전원 그 언데드 대군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모종의 마법의 힘으로 지금까지 조용히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리프러스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김창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황이 또 다시 바뀌었군. 상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어.”
그 말에 리프러스는 병사를 바라보며 외쳤다.
“당장 전군에 전투 준비를! 13㎞면 여기서 코앞이다! 당장 원거리 병기들 전부 가동해서 포격부터 해!”
“예!”
그리고 리프러스가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총지휘관으로서 하는 말입니다. 이곳에서 머물러서 적들이 오면 그걸 격퇴해 주십시오.”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거절하지.”
“왜입니까?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적들은 코앞에 있습니다!”
“물론 저들을 처리할 거다. 어느 정도는 말이지. 하지만 이곳에 묶여 있을 수 없어. 하루 종일 저 시체들과 싸워 봐야 결판이 나지 않아. 그러니 사신교 교주를 죽인다. 결과적으로 해야 할 일을 잊지 마라.”
그리고 김창훈은 막사를 나섰다. 그런 그를 따라 리프러스가 같이 막사를 나오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적이 있습니다!”
“내가 없다고 다 죽나?”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버텨라. 전쟁을 하면서 단 1명도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 말에 리프러스는 입을 닫았다.
“우리 쪽도 각오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지.”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병사들, 기사들, 마법사들과 헌터들을 보며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버티기만 해라. 그러면 내가 사신교 교주를 죽일 테니까. 그러면 최소한 지금 있는 언데드들의 수가 더 늘어나거나 계속 부활하는 일 정도는 어떻게든 막아질 거다.”
쿠웅!
멀리서 들리는 폭음. 연합에서 가지고 있는 장거리 포격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 생각해라. 애초에 그러기 위해서 너에게 모든 지휘권을 준 거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한다. 그러면 되는 거다.”
그리고 김창훈이 앞으로 나아가자 그런 그를 보며 리프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보고 받습니다. 지금 전 지역의 상황을 모두 이야기하세요!”
그렇게 리프러스는 자신의 참모들과 함께 막사로 돌아갔고 김창훈은 한창 움직이고 있는 이들을 지나쳐 연합의 방어선을 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많구나. 아주 많아.
천마가 많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수의 언데드 대군이 연합의 진영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지평선 너머 가득한 언데드 대군을 보며 김창훈은 담담히 천마강림을 우선적으로 사용했다.
“저런 적들은 어떻게 싸웠습니까?”
- 적당히 수를 줄여 주면 알아서 도망쳤지.
“지금처럼 공포를 모르는 놈들이라면요?”
- 저런 시체 덩어리들과 싸운 것은 나도 여러 번 있지. 확실히 공포를 느끼지 않으니 조금 귀찮기는 해. 하지만 그래도 달라질 건 없다. 전부 파괴하고 부수면 그만이다.
“천마님은 어떤 초식을 주로 사용하셨습니까?”
- 하! 저런 놈들 상대로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것은 힘의 낭비였다. 그냥 한 번 검을 휘두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물론 너는 못 하겠지만.
“그러니 초식 추천해 주시죠.”
- 천마파천장, 천마만상. 이 2초식이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합할 거다. 두 초식 모두 광범위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초식들이니까.
“그렇군요.”
그리고 김창훈의 몸에서 미친 듯이 뿜어진 천마기가 하늘을 뒤덮는다. 그 모습을 연합의 모든 이들이 보며 감탄했고.
지구의 헌터들은 김창훈은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것인지 감탄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김창훈이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마만상.”
하늘을 뒤덮은 천마기가 일제히 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수만, 수십만을 넘어 수백만은 될 듯한 검들이 일제히 언데드 군대를 조준했다.
그리고 일제히 쏘아진다. 언데드의 몸을 꿰뚫고 큰 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가적은 피해를 입혔다. 수백만의 검들이 일제히 그렇게 폭발하자 언데드 군대는 매우 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워낙 수가 많아서 그런지 그렇게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하게 연합에 속한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럼 가 볼까.”
천마뇌절각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언데드 군대가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간 김창훈은 곧바로 천마기공을 사용했다. 언데드의 시체를 움직이는 죽음의 기운. 그것을 모두 다 흡수하여 방금 소모한 천마기를 보충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언데드들의 몸에서 연기처럼 뿜어져 나온 죽음의 기운이 김창훈의 몸으로 흡수된다. 그리고 죽음의 기운을 모두 흡수당한 언데드는 힘없이 땅으로 쓰러졌다.
“천마만상.”
언데드 군대에 최대한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 다시 한번 최대 범위로 천마만상을 사용한 김창훈은 그대로 언데드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원거리 포격을 하는 연합의 마법사들도 더욱 강한 마법들을 사용하며 언데드 군대를 공격했다.
각 지역에 흩어진 초월자들 또한 한 손 거들며 최대한 접근하기 전에 언데드 군대의 수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런 초월자들의 노력 덕분인지 언데드 군대의 수는 확실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김창훈은 그것을 느끼며 언데드 군대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목적지는 사신교 교주가 있는 곳. 죽음의 기운을 따라서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 * *
“갔군.”
멀리서 느껴지던 거대한 기운이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느낀 세리스의 말에 레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적 대장을 치지 않고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없으니 그는 올바른 판단을 한 거지.”
“그러면 이제 버티기인가.”
세리스는 그 말과 함께 100m가 넘는 거대한 마법진을 허공에 10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마법진에서 매우 강력한 불꽃이 방출되며 언데드 몬스터 수십만 마리를 바로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달려드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보며 레이드가 크게 검을 횡으로 휘두르자 수만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몸이 반으로 잘리며 그대로 쓰러진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레이드의 말에 세리스는 담담히 말했다.
“길어 봐야 5일. 인간은 쉬지 않고 무한히 싸울 수 없지만 저들은 아니니 체력 소모를 계산해서 넣은 시간이다.”
“5일이라. 그 안에 결판이 났으면 좋겠군.”
“그렇게 될 거다. 김창훈, 그자도 시간이 흐를수록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후우. 오랜만에 땀 흘리면서 칼질 좀 하겠군.”
레이드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의 주위에 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향해서 외쳤다.
“들었지! 5일이다! 모두 5일 동안만 버티면 된다!!!! 무조건 버텨라!”
레이드의 외침에 그들은 함성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세리스는 리프러스에게 5일의 시간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리프러스는 5일의 시간을 전쟁 중인 전 지역에 전달하였다.
5일만 버티면 된다는 말이 연합군 진영 전역에 퍼졌고 그 사실에 모든 이들이 힘을 내며 각오를 다졌다.
총 5개의 세계가 힘을 합쳤다. 그러니 5일 동안 버티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김창훈의 타임 어택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