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끝을 보다(2)
부교주의 몸에 깃든 사신교 교주는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히 이 정도의 힘의 차이라면 부교주들도 어떻게 하기 힘들겠군. 거기다가,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도 매우 골치 아픈 능력이군. 우리들로서는 아주 짜증 나는 적이야.”
“칭찬 고맙군.”
김창훈은 그 말과 함께 언제라도 공격을 할 준비를 하였다. 그런 김창훈을 보며 사신교 교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곳에 증오스러운 생명들이 가득하군.”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생명을 죽이는 것이지. 죽음의 교리를 세상 모두에게 퍼트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 주어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사신교 교주가 한숨을 쉬었다.
“참 힘들군. 매번 이렇게 죽음을 초월할 수 있도록, 더 이상 고통이나 고민 없도록 평온하게 해 주려고 하는데 그것을 끝까지 거부하니 매번 고생이야.”
사신교 교주의 손에 죽음의 기운이 뭉치기 시작하자 그것을 본 김창훈 또한 자신의 오른손에 천마기를 모았다.
“그대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지?”
“너희들의 세계에서 너희들끼리만 살아라. 그러면 이쪽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럴 수는 없지.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구원을 전하는 것이 우리들의 지상 명제. 사신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축복에 대한 의무다. 그 의무를 내가 저버릴 수는 없지. 어차피 시간이 걸릴 일이다. 죽음이 없는 우리들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네 부하들에게 듣지 못했나 보군. 나는 네 녀석의 영혼도 파괴할 수 있다.”
“그런 것 같더군. 사신께서 이미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그건 아직 제대로 된 수련을 거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지. 직접 경험하면 너도 알게 될 거다. 사제들과 교주인 나의 차이를.”
그리고 교주가 죽음의 기운을 모은 손을 들어 올리자 김창훈 또한 지금까지 천마기를 모아 두었던 손을 들어 올렸다.
“이건 인사다. 저곳에 있는 생명들도 죽여야 하니, 내가 있는 곳으로 초대하도록 하지. 오지 않으면 이쪽이 갈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곧 모두에게 평온을 내려 줄 테니.”
그리고 교주의 손에서 죽음의 기운이 방출되자 곧바로 김창훈은 모아 두었던 천마기로 천마대멸겁을 사용하였다.
천마대멸겁의 어둠이 교주가 내뿜은 죽음의 기운과 충돌하더니 두 힘의 충돌로 인해서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그 속에서 김창훈은 천마반탄강기가 스스로 발현되며 자신의 몸을 보호해 주는 것을 느끼곤 인상을 찌푸리며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잠시 후. 김창훈은 눈에 보이는 풍경에 인상을 찌푸렸다.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은색의 안개는 확연하게 그 색이 옅어졌고 그 범위도 줄어들었다.
거기에 사신교의 사제나 부교주의 몸을 차지하고 있던 교주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저 파괴된 흔적만 있을 뿐. 다른 이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러난 건가.”
김창훈은 천마강림을 해제하고 천마기공의 힘 또한 진정시켰다. 김창훈이 천마기공으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지 않아도.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옅어진 검은색의 안개가 어딘가를 향해서 이동하며, 그 범위가 줄어들고 있었다.
“초대라고 했으니. 직접 오라고 하는 건가?”
- 재미있게 됐구나.
“전혀 아닙니다. 그보다 방금 그 교주. 강해 보이는데 맞죠?”
- 너랑 비슷하거나 좀 더 강한 수준이다.
“편하게 일이 안 되네요.”
- 그래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는 거지.
“그런 재미는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김창훈은 점점 사라지는 검은색 안개를 보며 말했다.
“일단 돌아가죠. 마지막 전투를 위해서 진격을 해야 한다고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얘들이 많이 가도 도움이 안 될 거다. 죽음이야말로 저들의 자원이니까.
“그래도 가야 합니다. 같이 피를 흘린 것만큼 확실하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까요.”
- 그건 그렇지.
그리고 김창훈은 몸을 돌려 연합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김창훈이 멀쩡하게 다가오자 세리스가 급히 김창훈을 향해서 다가오며 말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다른 사람들 모두 불러 와. 할 이야기가 있어.”
“중요한 이야기야?”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이야기니 매우 중요한 이야기지.”
그 말에 세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나랑 같이 중앙으로 가자. 리프러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하면 그녀가 사람들을 다 모을 거야.”
“그래.”
그리고 세리스가 김창훈의 손을 잡고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자 그 둘은 넓은 공간으로 이동되었다. 그곳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병사 몇 명이 세리스와 김창훈을 보고 급히 두 사람에게 다가오자.
세리스가 그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리프러스는 지금 어디 있지?”
“연합 지휘 막사에 계십니다.”
“그곳으로 바로 가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그리고 세리스와 김창훈은 병사의 뒤를 따라서 지휘 막사로 이동하였다. 그곳에는 리프러스가 홀로 앉아서 허공에 있는 홀로그램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갑자기 김창훈이 세리스와 함께 나타나자 놀라며 말했다.
“전선에 이상이 나타났다고 했는데. 김창훈 님이셨군요.”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리고 더 큰 문제도 있다.”
“더 큰 문제요?”
“사신교 교주와 만났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나누었지.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다른 초월자들이 모두 모였으면 한다.”
김창훈의 말에 리프러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야기는 저에게 먼저 해 주시겠습니까? 지금 다른 초월자분들은 각 지역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계셔서 바로 만나서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그러도록 하지. 알다시피 나는 사신교의 영역에 들어가서 홀로 싸웠다. 그러던 중, 바로 방금 전에 나는 사신교 교주와 만났다.”
“사신교 교주요?”
리프러스가 살짝 놀라며 말하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는 어떤 사람이었죠? 그자가 가진 힘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급하게 말하는 리프러스의 말에 김창훈은 천천히 말했다.
“진정해. 나도 만나서 몇 마디밖에 못 해 봤으니까. 그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신교 교주답게 그 생각이나 사상은 아주 제대로 미쳐 있더군.”
그 말에 리프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이외의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까?”
“일단 사신교 모든 이들의 특징이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그는 이미 현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더군. 자신들이 설령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신들이 승리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시간이 자신들 편이라는 거지. 우리는 시간이 흘러 죽고 사라지지만, 자신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혼을 봉인해도 말 그대로 ‘봉인’을 해 둔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야.”
“그 부분은 김창훈 님의 그 특유의 공격으로 영혼까지 타격한다면.”
“그도 이미 알고 있어.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그 녀석이 웃으며 자신은 다른 사신교의 인물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더군. 내 공격을 받아도 아무런 문제없는 것처럼 말이야.”
그 말에 세리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허세일 가능성은?”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어. 사신교 교주는 자신의 몸이 아니라 부교주의 몸에 빙의한 상태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아무리 못 해도 나와 동급. 혹은 나 이상의 강자다. 거기다가 그는 우리를 초대한다고 하더군.”
“초대라고요?”
“밖을 보면 알겠지만 죽음의 기운이 퍼져 있던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아마 우리를 부르는 것이겠지. 그래서 나는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초대를 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상대의 진영에 멋대로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리프러스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분명 그렇지. 그러니까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간다. 이대로 계속 여기에 머무는 것도 자원의 낭비다. 이번 기회에 사신교의 교주를 확실하게 처단해서. 사신교를 다시는 세상에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기 위한 연합이고, 그러기 위한 전쟁이다.”
그 말에 리프러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그렇습니다만. 상대는 사신교. 그들이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세리스를 좀 빌리고 싶군.”
이에 세리스가 살짝 놀라며 말했다.
“나?”
“그래. 나랑 함께 사신교의 영역으로 간다. 나는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며 계속 내 천마기의 양을 늘리고, 동시에 세리스 너는 사신교에서 준비한 함정이 무엇인지 탐지를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리프러스. 너는 최종 결사대를 편성한다.”
결사대라는 말에 리플러스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사신교와의 싸움에서 어중간한 이들은 사신교에 속해 있는 이들의 힘을 더 강하게 하는 데 사용될 자원에 불과하다. 그러니 강자들만 모아서 한 번에 싸워 끝낸다.”
“결사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적들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파악하는지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정말로 저들이 우리와 정면승부를 원한다면 그때 결사대를 꾸려도 늦지 않습니다.”
그 말에 김창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연합의 지휘관은 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라. 그리고 세리스를 빌려 주는 것은?”
“적 진영의 탐방은 저도 찬성입니다. 세리스 님은 어떻습니까?”
리프러스의 말에 세리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말고 갈 사람도 없으니 내가 가야지. 오페니 그 녀석은 겁이 너무 많아서 안 되고 다른 자들은 나처럼 자세하게 그들의 함정을 파악하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여차하면 바로 이곳으로 이동할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고.”
그 말에 리프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정찰은 두 분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 님, 제가 드린 그 통신기는.”
“아, 그거. 말이 나와서 그런데 망가진 것 같더군. 아니면 거리가 너무 멀면 작동이 안 되던가.”
그리고 김창훈은 귀에서 빼 두었던 통신기를 꺼내서 리프러스에게 건네었다. 그것을 받은 리프러스는 통신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살짝 힘을 주자 통신기가 바로 가루로 부서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죽음의 기운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 보이네. 살짝 힘을 주었다고 바로 가루가 될 정도로 부서질 만큼 내구도가 약해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음, 이렇게 된다면 제가 다시 통신기를 드린다고 해도 의미 없을 것 같군요.”
“나한테 주도록 해. 저런 귀에 착용하는 것 말고 그 손에 들고 다니는 걸로.”
세리스의 말에 리프러스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것들은 구형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어. 통신 거리만 멀리 되면 상관없어. 그리고 큰 편이 보호 마법진을 각인시키기 편하고.”
“알겠습니다. 당장 필요하신가요?”
“그건 이 녀석에게 물어봐야지.”
그리고 세리스와 리프러스 두 사람이 김창훈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그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잤어. 그러니 이틀 정도만 쉬었다가 움직이자.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도 할 겸.”
“알겠습니다. 쉬실 곳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세리스 님에게는 이틀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도록 해.”
그렇게 연합은 김창훈이 가져 온 정보에 맞춰서 기존의 계획을 대폭 수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