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끝을 보다(1)
지금까지 김창훈은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그 방법의 공통점이 있다면 어떻게든 천마신공 초식들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려고 했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고, 그 결과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의미 없는 것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초식의 중첩이 있다. 융합이 아닌 하나의 초식을 중첩하여 두 번 사용하는 것으로 초식의 위력을 극대화시킨 것.
효과는 확실하다. 위력은 정말로 엄청났으니까. 하지만 그에 대한 반발력으로 김창훈의 몸이 망가지는 것이 문제였기에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었다.
“미쳤다.”
갑자기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김창훈이 천마강림을 사용한 상태로 초식의 중첩을 몇 번 사용해 본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보다 지금 초식을 중첩하지 않고 그냥 사용한 천마파천장의 위력이 더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 올바른 사용을 한 결과지.
천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이에 김창훈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이것도 중첩이 되는 거죠?”
- 물론이다.
그 말에 김창훈은 지금의 천마파천장을 중첩해서 사용한다면 어떤 위력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 머리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그냥 생각만 하는 것이 좋을 거다. 위력이 뛰어난 만큼, 네가 감당해야 할 반발력도 그 이상으로 대단할 테니까.
“그렇겠죠?”
기존의 초식을 중첩했을 때보다 더 강력한 위력이다. 그걸 중첩해서 다시 위력을 극대화시킨다면 자신의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 김창훈은 초식 중첩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기로 했다.
‘굳이 초식을 중첩시키지 않아도 위력은 충분하다.’
부교주와 그가 이끌고 온 이들은 여전히 멀쩡했다. 하지만 그들조차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금 천마파천장의 힘을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그 위력만큼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 멍 때리지 말고 계속 움직여라. 이대로 늘어나는 천마기를 감당하지 못해서 몸 터져 죽고 싶지 않으면.
“물론입니다.”
천마파천장으로 소모한 천마기가 어느새 모두 회복된 것을 느낀 김창훈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것을 본 사신교의 부교주가 외친다.
“가서 이단을 죽여라! 사신님에게 영광을!!!”
그 외침에 사신교의 사제들이 일제히 김창훈을 향해서 돌진해 왔고. 그들을 보며 김창훈은 묵묵히 자신만의 준비를 하였다.
‘단번에 저걸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천마도 말했다. 자신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김창훈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그렇기에 최대한 계속 충격을 쌓아서 파괴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천마대멸겁.”
천마신공의 초식들 중에서 단 하나 ‘파괴’에 있어서만큼은 단연 압도적인 초식. 모든 천마기를 소모하여 사용한 천마대멸겁은 세상의 모든 것을 뒤덮는 어둠이 되어 사신교의 사제들과 부교주를 덮쳤다.
사신교 사제들의 비명 소리조차 파괴하며 모든 것을 뒤덮는 어둠 속에서도 부교주와 그 주위에 있는 이들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의 검은색 안개가 옅어졌다. 물론 아직도 상당히 짙었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많이 옅어졌다.
그것을 보며 김창훈은 곧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나갔다.
“천마뇌절각.”
검은색의 뇌전으로 둘러싸인 김창훈이 다리를 휘두르자 검은색의 뇌전이 부교주가 만든 벽과 강하게 충돌했다.
“천마멸염공.”
이번에는 검은색의 불꽃이 벽을 불태운다.
“천마만상.”
수천 개의 검은 구슬이 벽과 충돌하며 수천 번의 폭발과 함께 주변의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안개가 더욱 옅어진다.
“천마붕산권.”
모든 것을 관통하는 주먹은 벽을 뚫지 못하였으나 많은 죽음의 기운을 소모하게 만들었다. 하나하나의 천마신공 초식들이 펼쳐질 때마다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안개는 빠르게 그 색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막아라! 저 이단을 죽여야 한다!”
사신교 부교주의 외침에 사신교의 사제들이 어떻게든 김창훈을 막고자 돌진했으나, 그들은 김창훈의 주위에 접근도 못 했다.
그들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죽음의 기운이 천마기공에 의해서 그대로 흡수당해 육체가 붕괴하여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어떻게든 방어는 하고 있으나 반대로 공격은 안 된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냥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다가 상황이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신교 부교주는 이를 갈았으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죽음의 기운은 매우 많을 뿐,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사신교 부교주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대로 계속된다면 자신들이 결국 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상황을 뒤집을 수가 없다.’
그는 사신교 사제들의 육체가 김창훈의 주위에 접근하기만 하면 그대로 가루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 이를 갈았다.
불사에 이른 자신들이라고 해도 육체가 있어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그 육체는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 죽음의 기운을 김창훈이 계속 흡입하고 있으니 육체를 이루는 죽음의 기운이 사라지며 육체가 무너지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더 큰 문제는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도 위험하다.’
천마기공의 영향권에 들어 휘몰아치고 있는 죽음의 기운은 사신교 부교주와 약 1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 거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서 무언가 해야 했다.
‘어쩔 수 없다.’
방어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사신교 부교주는 이제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직접 나서서 처리하겠다!”
사신교 부교주의 외침과 함께 그의 주위에 지금의 방어를 유지하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김창훈을 향해서 날아갔다.
김창훈은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이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안 그래도 직접 가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스스로 와 준다면 나야 고맙지.”
그리고 그도 앞으로 나아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적들을 바라보며 오른손에 힘을 모은다.
‘천마파천장.’
천마기가 순식간에 소모되고, 천마파천장이 발휘되며 그 힘이 오른손에 모였다. 하지만 김창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나아갔다.
‘천마대멸겁.’
과도한 천마기의 사용으로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천마신공의 초식을 처음으로 융합하여 사용했다. 김창훈의 오른손에 나타난 어둠을 보며 사신교 부교주는 급히 방어를 준비했다.
저 힘이 터지면 절대로 자신이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신교 부교주를 보며 김창훈은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천마기공은 그의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죽음의 기운을 미친 듯이 흡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큭! 네놈!”
사신교 부교주의 외침에 김창훈은 웃으며 그의 코앞에 도달하였다.
“이것도 막으면 인정한다.”
그리고 오른손에 모여 있는 어둠을 사신교 부교주를 향해서 날렸다. 사신교 부교주가 급히 방어를 형성해서 겨우겨우 김창훈의 공격을 방어했다.
이번에도 아무런 타격 없이 공격을 막아낸다. 그것을 본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검은색의 안개가 확실하게 그 영향력을 잃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추가적인 소득도 있고.”
부교주와 함께 나타났던 이들. 그들 중 1명이 몸이 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보아하니 내가 한 공격의 충격을 완전하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봐.”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벽에 막힌 주먹에 힘을 주며 김창훈이 말하자 그 벽을 유지하고 있는 사신교 부교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에게 죽음은 없다. 그저 잠깐의 육체를 잃은 것일 뿐. 곧 다시 부활한다.”
“그렇겠지. 어련하겠어. 하지만 그 잠깐의 육체를 잃는다는 것이 중요한 거야.”
벽에 닿아 있는 김창훈의 주먹에서 막대한 천마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원거리로 흡수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직접 맞닿은 상태에서 흡수하는 것도 좋단 말이지. 그러면 또 한 번 간다.”
천마붕산권에 천마대멸겁의 힘을 담아 왼손을 뻗어 벽을 강타한다. 그러자 또 한 명의 육체가 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오른손에는 천마파천장, 천마붕산권, 천마대멸겁을. 왼손에는 천마파천장, 천마뇌절각, 천마멸염공의 힘을. 각기 다른 힘을 담은 후 동시에 두 손을 회수했다가 다시 벽을 강타하자 지금까지와 다르게 커다란 폭음과 함께 주위에 후폭풍이 몰아친다.
두 손에서 느껴지는 강한 반발력에 김창훈은 본인도 모르게 스스로 뒤로 물러나야 했고. 이는 사신교 부교주도 마찬가지였다.
뒤로 크게 물러난 사신교 부교주는 자신과 함께 온 이들을 살펴봤다.
‘전멸… 인 건가?’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 홀로. 그렇기에 더더욱 그냥 물러날 수 없었다.
‘아직 신께서 주신 권능은 나에게 남아 있다.’
비록 그동안 다른 이들에게 가던 부담이 자신에게 올 테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틸 자신이 있었다.
“사신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하신다.”
부교주의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두 손을 털며 말했다.
“나도 종교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역시 광신도들은 싫어. 말이 안 통하잖아.”
“사신께서 나와 함께하신다!”
부교주의 외침과 함께 그의 주위에 죽음의 기운이 몰아치며 그를 감싸고 보호한다. 그것을 보며 김창훈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상대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은 만화에서나 나오는 거라고! 그렇게 대놓고 뭘 할 동안 기다려 줄 것 같아!”
천마대멸겁이 사용되며 어둠이 부교주를 덮친다. 하지만 부교주 주위에 있는 죽음의 기운이 그 어둠을 최대한 막아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부교주는 사신이 그에게 준 권능을 모두 발휘했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서서히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평온함을 느끼며 부교주가 완전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부교주는 부교주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가 그의 몸을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 실패했나.”
부교주의 몸을 차지한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며, 죽음의 기운을 계속 흡입하고 있는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직접 보니 또 신비로운 모습이군. 만나서 반갑다, 천마의 후인이여.”
그 말에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와 전혀 다른 느낌. 그것을 통해서 지금 김창훈은 눈앞에 있는 존재가 자신이 알던 그 사신교의 부교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넌 누구냐?”
“부족하게나마 사신님의 제1의 종이라고 불리는 자이지. 자네들 말로 표현하면 사신교의 교주라고 할 수도 있고.”
“교주라. 드디어 간접적으로나마 만나게 되었군. 꼭 만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신교의 교주. 그와 마주한 김창훈은 아까와 다르게 여유가 있지 않았다.
‘강해.’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눈앞에 있는 존재는 강했다. 지금까지 스스로의 힘을 시험하는 용도의 샌드백들과 싸웠다면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방심하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