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천마신공을 제대로 사용하다.(2)
천마기가 폭발적으로 넘쳐흐르자 김창훈은 미소를 지었다. 몸에 넘치는 힘을 한 손에 모으며 천마멸염공으로 녹아내린 용암 지대를 넘어 오고 있는 사신교 사제들을 바라보았다.
“후우. 간다.”
천마붕산권. 그 초식을 사용하기 위해서 오른손 주먹을 허공에 뻗는다. 천마붕산권의 특징은 관통이다. 그렇기에 김창훈이 뻗은 주먹은 모든 것을 꿰뚫고 나아간다.
그 여파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거기다가 공격 범위도 생각보다 좁았기에 조금은 실망했다. 하지만 위력 그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범위가 좁은 대신 그만큼 위력이 더 좁은 범위에 집중되어서 그만한 위력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다른 초식들도 다 한 번씩 시험해 보고 싶은데.’
- 드디어 제대로 된 놈들이 기어나오는군.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15명 정도 되는 이들이 김창훈이 있는 곳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들에게서 풍기는 힘은 최소한 초월자 수준. 추기경들 보다 더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천마교 교주는 아니겠지?”
- 15명이나 되는 교주들이 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
“그건 그렇죠.”
그리고 김창훈은 천마기를 회복하며 조용히 자신에게 다가오고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천마멸염공으로 인해 녹아내려 끓고 있는 용암을 보더니 한 명이 손을 뻗자.
거기서 마법이 발현되며 용암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얼어 버린 용암 위로 걸어서 김창훈을 향해서 다가오다가 멈추었다.
“드디어 직접 만나는군, 이교도.”
“이교도라고 직접 콕 찝어서 말하니 좀 그러네. 나는 딱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 신의 존재를 믿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이교도다. 사신님을 믿지 않는 모든 이들이 이교도다.”
“쩝. 어련하겠어. 그보다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 너희들은 교주인가?”
“어리석기는. 우리 따위가 교주님과 비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곳에 있는 이들은 이번에 네놈을 잡기 위해서 사신님이 특별하게 축복을 내려 준 이들이다. 그리고 나는 부교주로서 이들과 함께 온 것이다.”
“부교주라. 그렇군. 그러면 널 죽이면 교주가 튀어나오겠지?”
“후우. 이래서 이교도들이란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에게 죽음이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이해할 수 있을까?”
부교주의 진심이 담긴 깊은 한숨. 그 한숨을 본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제대로 되지도 않은 불사 가지고 나대는 모습이 아니꼬워서 그럴걸? 그러니 해보자고. 부교주와 그 특별하게 축복을 받으신 사제분들.”
“사신님의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주겠다.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사신님의 축복을 받아라. 그러면 진정한 불멸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 주겠다.”
“거절하지.”
그 말에 부교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방에 있는 검은색 안개가 김창훈을 향해서 파도처럼 몰아쳤고 그 검은색 안개를 이루고 있는 죽음의 기운을 김창훈은 천마기공을 통해서 모두 다 흡수하였다.
- 천마기공은 천마신공을 위한 심법이다.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을 사용하기에 가장 완벽하다는 이야기지.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사용할 때. 천마기를 한 점에 압축할 때. 쓸데없이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런 시간들은 본래 걸리지 않는다. 처음 네가 천마신공을 사용할 때를 생각해 봐라. 언제나 천마기가 부족하였지 천마신공을 사용할 때 시간이 걸렸나?
“그건… 아니죠.”
- 그거랑 똑같다. 천마기의 양이 부족하면 부족하지. 초식을 사용할 때 시간이 걸리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한다. 천마신공의 초식을 사용할 때, 모든 천마기를 폭발시키고 그 폭발시킨 천마기를 초식에 담아서 한 번에 사용해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창훈은 어느 정도 회복된 천마기를 단번에 폭발시키며 그 천마기를 소모하여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였다.
천마파천장은 아까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며 나아갔는데 부교주와 그와 함께 온 이들이 앞으로 나서서 두 손을 뻗자, 강한 힘들이 충돌한 것 같은 후폭풍이 강하게 나타날 뿐.
천마파천장은 부교주와 함께 온 12명을 죽이지 못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도 못했다.
“미친?!”
제대로 사용한 천마파천장이다. 그 위력은 천마기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만큼 보장되어 있었고, 지금까지 김창훈을 실망시키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천마파천장이 막혔다. 그것도 상대가 힘들게 막은 것이 아니라 상당히 가뿐하게 막아냈다.
- 잔재주를 부리는군.
“잔재주라뇨?”
- 주위를 잘 살펴라, 멍청아.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주위를 살폈다. 김창훈의 공격을 막아내서 환호하는 사신교 사제들의 모습과 자신만만한 부교주의 얼굴이 보이고. 그 다음에는 딱히 변한 것을 알 수 없었다.
“저 재수 없는 놈들이 웃는 모습만 보이는데요?”
- 하아. 이렇게 아둔할 수가. 죽음의 기운을 파악해라.
“죽음의 기운이라니.”
그리고 검은 안개를 자세히 본 김창훈은 천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조금… 색이 옅어 진 것 같은데요?”
- 네 공격은 저놈들의 힘으로 온전히 막을 수 없다. 사신도 그걸 알고 있는 거지. 그러니 저걸 준비한 거다. 저 부교주란 놈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은 저걸 위한 제물이다.
“저거라뇨?”
- 네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그 공격을 받는 대상을 최대한 다수로 만든 거다. 쉽게 말해서 네가 가하는 피해가 100이라고 한다면 그걸 1,000명이 나누어 받아서 자신들이 받는 피해를 0.1로 만든 것이지. 이 경우에는 사방에 깔려 있는 죽음의 기운을 매개체로 하여 네 천마파천장을 막아낸 것이다.
“…무슨 뜻인지 대충 이해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 사방에 깔려 있는 죽음의 기운 전부가 네 힘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었다는 거다.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이 거대한 죽음의 기운 전부를 단번에 파괴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것을 알기에 사신이 이런 수를 쓴 거겠지. 이건 인간의 힘으로 이렇게 단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나랑 싸워서 제대로 당한 후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 준비한 거다. 이건 신의 영역에 있는 기술이니까.
“음. 그러니까 사신이 천마님에게 맞은 것이 열받아서, 그걸 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저놈들에게 신의 영역에 있는 기술을 알려 주었다는 겁니까?”
- 그렇지.
“결국 천마님 때문에 저놈들이 저런 이상한 걸 익혔다는 거네요.”
- 그러네.
“결국 다 천마님 때문이네요?”
- 내가 아니면 넌 그때 드래곤한테 죽는 걸로 끝났는데?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파훼법 좀 알려 주십쇼.”
- 굳이 말하자면 2가지. 하나는 죽음의 기운이 매개체가 되고 있으니 천마기공을 사용해 죽음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여 없애 버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저놈들이 감당하지 못할 힘으로 공격하여 죽음의 기운을 파괴하는 거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모두 죽음의 기운을 없앤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네.
“둘 다 해야겠네요.”
- 살고 싶다면 그래야겠지.
천마파천장을 막아서 희희낙락거리고 있는 사신교 부교주를 바라보며 김창훈은 천마기공의 힘을 더 강하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자 천마기공은 그에 응답을 하듯이 더욱 광범위하게, 그리고 더욱 빠르게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창훈의 주위에 있던 사신교 사제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그의 곁에서 떨어져야 했다.
사신교 사제의 육체를 이루고 있는 죽음의 기운마저 흡수해 버리고 있는 김창훈이기에 그에게 붙는다는 것 자체가 사신교 사제들에게 있어서는 죽음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네놈이 사신님의 힘을 흡수한다고 해도 사신님의 힘은 끝이 없다! 네놈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사신님의 절대적인 힘 앞에 무릎 꿇어라! 이교도!”
부교주의 외침과 함께 다시 한번 검은색의 안개가 김창훈을 향해서 몰아친다. 그의 주위에 접근했을 때, 그 검은색의 안개가 김창훈의 몸에 흡수되는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었으나 부교주는 멈추지 않았다.
“네놈이 인간인 이상! 한계가 있다! 죽음의 축복을 언제까지 흡수하여 오염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니다.”
천마파천장으로는 모자라다. 그렇다면 더 강한 공격을 해야 했다.
‘천마대멸겁.’
천마신공의 진정한 초식의 사용법을 깨달은 이후로 처음 사용하는 천마대멸겁. 천마기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일 정도로 소모되었고 김창훈은 당당하게 손을 뻗어 천마대멸겁을 사용했다.
김창훈의 손에서부터 뻗어나간 어둠이 부교주를 덮치려고 할 때, 부교주는 사신이 알려 준 자신들이 받을 피해를 죽음의 기운으로 받아낼 수 있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사신님의 힘이다!”
김창훈의 손에서 뻗어나간 강력하고 거대한 어둠이 죽음의 기운에 막히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주변에 있는 검은색 안개의 농도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씩 검은색 안개의 농도가 옅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었다.
‘좀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천마대멸겁으로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다른 수단을 써야 했다.
‘천마강림.’
김창훈의 내부에 있는 천마기가 극단적으로 압축된다. 그리고 그 압축된 천마기가 아까보다 매우 느리게 회복이 되기 시작했다.
회복되는 양은 적어도 그 위력은 천마강림을 사용하기 전보다도 수십 배는 증폭되어 있는 상태. 그렇기에 김창훈은 지금 상황에서 더욱 천마기공을 통해서 더 많은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고자 하였다.
그러자 이제는 김창훈의 주위에 있는 죽음의 기운들이 마치 하나의 회오리가 되어서 휘몰아치며 그의 몸에 흡수되고 있었다.
“물러나라!”
“접근하지 마라! 접근하면 사신님께서 내려 주신 축복을 빼앗긴다!”
그 현상을 보며 기겁한 사신교 사제들이 물러난다. 그것을 본 김창훈은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며 죽음의 기운을 더욱 많이 흡수함과 동시에 사신교의 사제들, 그리고 부교주에게까지도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고작 그런 수단으로 우리에게 대항하겠다는 건가! 어리석구나! 죽음은 이미 온 우주에 가득한 것을!”
부교주의 외침과 함께 그의 뒤에서 김창훈에게 쏘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김창훈의 양옆에 있던 검은색의 안개까지도 그의 몸을 향해서 움직인다.
그러자 김창훈은 처음으로 살짝 고통을 느꼈다. 맹렬하게 움직이는 천마기공과 죽음의 기운, 그리고 천마기. 이 영향으로 그의 몸에서 살짝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 한계에 도달하기 시작했군.
“천마기공이 한계도 있습니까?”
- 아니, 없다. 하지만 네 몸은 한계가 있지. 천마신공의 한계가 아닌 너의 한계다. 아쉽지만 그것까지는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 지금 상태를 유지하며 싸워야지. 천마기를 더욱 빠르게 대량으로 소모해라. 그것이 네가 한계를 무리하게 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심호흡을 하며 손을 뻗었다. 천마강림을 사용한 후, 모든 천마기를 소모하여 천마파천장을 사용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