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천마신공을 제대로 사용하다(1)
지금까지 천마가 자신에게 천마신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흉내만 내고 있다, 멍청하다고 말한 것은 그냥 자신의 재능 없음을 탓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한귀로 듣고 흘려 넘겼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천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진짜로 천마신공을 흉내만 내고 있다.’
천마멸염공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사용법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것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천마는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돌아볼 필요가 있겠어.’
김창훈은 그런 생각을 하며 용암이 끓고 있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그 대지의 주위에는 죽음의 기운이 없다. 모두 다 타 버려서 소멸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죽음의 기운을 제거할 수도 있겠네요.”
- 네가 예전에 천마대멸겁으로 길을 만든 것이랑 똑같은 거다. 천마대멸겁이 죽음의 기운을 파괴하고 소멸시켰다면 천마멸염공은 죽음의 기운을 불태우고 소멸시킨 거지.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 다른 천마신공의 초식들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만한 위력이 나와야 한다는 거겠죠.”
천마멸염공처럼 그냥 많은 천마기를 소모해서 사용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엄청난 양의 천마기를 소모해서 초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험해 봐야겠네요.”
연합 진영이 보이는 곳으로 더 나아가 그들의 바로 앞에 착지하였다. 한창 경계를 서고 있던 연합의 병사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김창훈을 보며 경계를 하였지만 아직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김창훈은 그들을 뒤로하고 자신을 쫒아오고 있는 사신교의 사제들을 바라보며 몸의 모든 천마기를 단 하나의 초식을 위해서 소모하기 시작했다.
- 하나 조언을 해 주마.
“듣고 있습니다.”
- 천마기를 압축하는 것과 천마기를 모두 소모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냐?
“음… 잘 모르겠습니다.”
- 천마기를 압축하는 것은 일점에 힘을 모아서 그 힘으로 적을 압도하는 것이지. 하지만 천마기를 모두 소모한다는 것은 그 천마기를 모두 소모하여 사용한 초식의 모든 것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단순히 힘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초식의 특성까지 극대화되는 거다.
“초식의 특성…….”
김창훈의 몸에서 뿜어진 천마기에 땅이 갈라지고 바람이 휘몰아친다.
- 천마멸염공은 적을 불태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 그것을 극대화한 결과 너는 죽음의 기운마저 불태워 버린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천마기를 압축하지 마라. 그냥 초식에 모두 쏟아 부어라. 그러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다.
“천마기가 조금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창훈의 몸에서 뿜어지는 천마기로 그 주변이 난리가 났다. 너무 강렬한 힘에 사신교의 사제들마저 쉽게 접근하기 힘들 정도였다.
광신에 눈이 먼 그들조차 주춤할 정도로 지금 김창훈이 내뿜는 힘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 통제되지 않는 힘이 자고로 더 무서운 법이지. 그리고 더 위력적인 법이다. 사용자 자신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는 힘을, 적들이 그것에 대해서 대비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거냐?
“그것도 그렇군요.”
- 직접 한번 해봐라. 아무리 둔한 너라도 의식을 하고 직접 한번 해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지금까지 소모하며 준비한 하나의 초식을 사용한다.
“천마파천장.”
천마군림보 이후로 자신이 가장 처음으로 익힌 제대로 된 공격 초식. 전생에서 자신의 필살기나 다름없는 기술이었으며 이번 생에도 큰 도움이 된 초식.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모든 천마기를 소모하여 사용한 천마파천장은 그 이름에 걸맞은 위력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김창훈이 손을 뻗은 그의 앞에 있던 모든 것이 파괴된다. 사신교의 사제들도, 죽음의 안개도, 대지도, 하늘도 심지어 공간의 일부마저 파괴된다.
그 엄청난 위력에 천마파천장을 사용한 김창훈 본인마저 놀라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 그래. 지금 네가 사용한 것이 진짜 천마파천장이다. 물론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이제야 흉내 내기에서 이제 좀 제대로 천마신공을 사용하기 시작했군.
“지금 이것이 제대로 사용한 거라는 건가요?”
-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지만, 예전에 그냥 무식하게 사용하던 때보다는 좀 더 제대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
“예전보다는 지금이 더 무식한 것 같은데요.”
천마파천장 한 번에 거의 모든 천마기를 소모하였다. 물론 위력은 엄청났지만 그 정도의 천마기를 소모하고도 이 정도 위력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 당연하지. 지금 네가 한 것은 천마기를 대량으로 소모해 억지로 각 초식의 특성을 극대화시켜서 발현한 것에 불과하니까. 본래라면 그보다 훨씬 더 적은 양으로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
“저는 그걸 못 하고요.”
- 제대로 익히지 않았으니까. 시스템이란 것이 널 도와서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한 내 말이 이제는 슬슬 이해가 되겠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는 부분이 슬프네요.”
천마신공을 제대로 익힌다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김창훈은 깨달았다. 그리고 천마가 왜 이 이상 강해지는 것이 매우 힘들 거라고 하였고, 시스템을 초월해야 한다고 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 다행히 죽음의 기운은 잔뜩 있다. 그리고 저걸로 너는 천마기를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지.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익혀라. 천마기를 회복하고 계속 무식하게 해봐. 당장은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일단 그 감각을 익히는 데 집중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다시 사신교의 영역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보다 이제는 좀 스승 같네요.”
- 무슨 말이냐?
“처음부터 이렇게 좀 알려 주면 좋았습니까?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수도 있는데.”
그 말에 천마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 지금까지 네 녀석 뒤를 봐주었다. 죽은 놈 살려서 다시 과거로 회귀까지 시켜 줬는데 더 뭘 해 주라고? 이 양심 없는 놈 보소.
“처음부터 알려 주셨다면 제가 그때 드래곤에게 죽을 일도 없었을 것 같은데요.”
- 너 같은 놈이 천마신공을 익힌다고 까부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널 죽이지 않은 내 자비에 감사하는 것은 어떠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처리해 줄까?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아서 몸 둘 바 모르겠습니다.”
- 그냥 시키는 것이나 잘해라.
“예.”
그리고 김창훈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천마기공을 운용하여 주변의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며 아직도 잔뜩 있는 사신교 사제들을 바라보았다.
‘천마파천장 다음에는 천마뇌절각인가.’
천마기공으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동시에 천마뇌절각의 초식을 발현한다.
그러자 김창훈의 발에 검은색의 뇌전이 튀기 시작했고 천마기의 소모가 늘어나면서 그 뇌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사방으로 튀어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있네.’
지금까지 김창훈의 천마뇌절각의 사용처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있다. 그런데 천마뇌절각을 사용하면서 부가적으로 나타나는 검은색의 뇌전으로도 무언가를 공격하고 파괴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콰르릉!
그의 다리에서 천둥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김창훈의 전신이 검은색의 뇌전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창훈은 천마기를 소모하여 천마뇌절각 초식을 발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 더 할 수 있다.’
끝이 없이 계속 천마기를 연료로써 불태워 그 힘을 키우고 있는 천마뇌절각의 힘을 느끼며, 김창훈은 천마기를 계속 소모하였고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느낌이 왔다.
이제는 되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드는 순간 김창훈은 왼발을 강하게 땅에 디딘 후 강하게 앞차기를 하였다.
김창훈 스스로 다리를 움직이면서도 언제 다 움직였는지 모를 정도의 빠르기로 김창훈의 다리가 움직였고. 곧 그의 발차기와 함께 검은색의 뇌전이 사방으로 퍼지며 전방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가르고 나아간다.
천마뇌절각을 사용한 바로 앞의 땅부터 그의 앞에 있는 땅이 반으로 갈라진 것을 보며 김창훈은 천마뇌절각의 힘에 감탄하였다.
- 번개마저 가르는 발차기. 그 와중에 생기는 뇌전은 부가적인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잡것들을 처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천마의 목소리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천마신공 초식들도 다 이런가요?”
- 당연한 말을 하는구나. 네가 진정 놀라야 할 것은 8초식 천마무무를 통해서 2가지 초식을 융합하여 사용할 때이다. 지금 네가 보여 준 천마파천장과 천마뇌절각. 이 두 초식이 합쳐지면 과연 어떤 위력이 나올 것 같으냐?
공간마저 파괴할 정도의 장법과 대지를 반으로 가르는 각법. 이 두 가지의 전혀 다른 힘이 하나가 되어서 방출된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사신교 교주 정도는 껌으로 잡을 것 같습니다.”
- 큭. 이제 이해하는구나. 자, 그러면 여기에 천마강림을 사용하고 다시 초식을 사용하면?
“잘하면 저번에 보았던 사신의 아바타도 잡을 수 있겠네요.”
- 정답이다. 그게 바로 천마신공이다. 넌 천마신공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이제는 이해가 되네요. 전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말이죠. 그냥 재능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천마강림을 사용하고도 8초식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초식의 중첩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죠.”
- 그것도 물론 맞다.
“하지만 그 이전의 문제죠?”
- 그래. 넌 천마기공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심법마저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놈이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사용한다고?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
“천마기공은 어떻게 해야 제대로 사용하는 겁니까?”
- 말로 하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네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넌 둔재니까. 그러니 너에게 맞게 해라.
“저에게 맞게요?”
- 지금까지 했잖아?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때려 박아. 네가 무슨 깨달음을 얻어서 천마파천장이나 천마뇌절각을 제대로 사용했냐? 그냥 힘으로 때려 박았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힘으로 해. 원초적으로 돌아가라는 거다. 천마신공은 그렇게 해도 제대로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다.
“그 부분이 참 좋네요.”
- 너 같은 범재도 익힐 수 있는 무공이지.
“그러게요.”
그렇게 말한 후에 김창훈은 천마가 말한 힘으로 하라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자신의 몸에 빨려들고 있는 죽음의 기운을 보며 말했다.
“힘으로 하란 거죠.”
그리고 천마기공을 전력을 다해서 운용한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욱 많은 죽음의 기운이 김창훈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고 김창훈은 그 속도를 더욱 높인다.
- 그래. 그런 식으로 해라. 모든 것을 흡수하고 받아들라. 그것을 천마기로 바꾸는 거다. 천마기공은 세상 모든 만물을 천마의 것으로 바꾸며 나아가 천마의 발아래 두는 것을 위한 심법이다. 그러니 일단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라. 죽음도 생명도, 결국 모두 천마의 아래 있는 것들이다.
생명과 죽음마저 발아래 둔다는 오만한 생각. 하지만 그것이 천마신공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아아악!”
“피해! 피해라!!!”
사방에 퍼져 있는 죽음의 기운을 넘어, 사신교 사제들이 가지고 있는 힘마저 천마기공이 무자비하게 흡수하기 시작하자 사신교 사제들의 몸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지며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포악하게 모든 것을 먹어치우며 천마기공은 그 힘을 더해가고 동시에 천마기가 회복되는 것을 넘어 더욱 많은 양으로 김창훈의 몸에 쌓이기 시작했다.
“다음은 천마붕산권인가.”
몸에 넘치는 천마기를 소모하며 주먹을 쥔다. 천마붕산권은 또 어떤 위력을 보여 줄지 기대하며 김창훈은 주먹을 뻗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