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선빵필승은 진리다(2)
“이것들 끝이 없네.”
사신교의 영역에 홀로 들어온 지 5일째. 김창훈은 정말로 많은 사제들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제들의 수는 끝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그는 이미 어디로 왔는지 모를 정도로 사신교 영역에 깊숙하게 들어온 상태였다.
여기서 물러나기도 쉽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감도 안 잡혔으니 말이다.
- 당연한 것 아니냐? 죽은 자들을 이용하는 것이 이놈들이다. 네가 천마멸혼을 익혀서 그 영혼을 타격하여 강제로 저놈들의 부활을 막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놈들은 이미 자신들의 세계는 물론 또 다른 세계를 공격해서 멸하는 것으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 수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네가 싸운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렇게까지 말하니 홀로 돌진한 것이 후회되네요.”
- 그래도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덕분에 널 위해서 준비되는 함정은 확실하게 막은 것 같으니까.
“그럴까요?”
- 아마도?
“끄응. 왜 아마도라고 하십니까.”
- 이놈들의 수를 생각해 보면 너를 지금 이렇게 계속 압박하면서도 충분하게 널 위한 함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되어서 말이지. 그러니 확실한 것은 없다. 억울해도 어쩌겠냐? 네가 너무 약해서 그런데.
“제가요?”
- 그러면 네가 강해? 강하다면 진작에 사신교 잡것들 다 쓸어버리고 돌아가서 집에서 치킨이나 뜯고 있겠지.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가 정말로 강했다면, 천마의 말대로 벌써 다 정리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강하다’는 건 사신교 전체보다 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김창훈에게 무리였다. 최소한 몇십 년의 시간은 더 있어야 가능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초월자들은 다 이겼는데. 여전히 약하다고 하는 것은 천마님밖에 없을 겁니다.”
- 어쩌겠냐. 여전히 약한 것이 사실인 것을.
“천마님이 기준이잖아요.”
- 내 기준이 아니라고 해도 약하지. 내 기준으로 보자면 넌 그냥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에 불과하다. 그 증거로 너 사신을 쓰러트리지 못했잖아. 그러면 약한 거지.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천마랑 강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나만 바보가 되는군.’
상대가 너무 규격외의 존재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기에 대화가 안 된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천마신공이라는 절세의 신공을 만든 사람이 천마다.
그런 그가 범재 중의 범재라고 할 수 있는 김창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말이다.
“죽어라!!!!”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사신교 사제의 외침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짜 이제 그것도 질린다, 질려.”
그의 주위에 있는 흑염에 의해서 불타 사라지는 사신교 사제의 시체를 보던 김창훈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검은색의 안개로 인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사방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사신교의 사제들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대사제나 추기경들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끌고 있는 건가?’
정말로 자신을 죽일 생각이라면 사제들만으로는 어림없다. 대사제도 마찬가지. 추기경들은 나서 주어야 어느 정도 싸움이 성립된다.
그런데도 추기경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기경들보다 약하지만 사제들보다 강한 대사제들의 모습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한창 사신교의 사제들을 공격하며 그들의 수를 줄이면서도 김창훈이 불안한 것이었다.
“돌아갈까요?”
- 이제 와서?
“이제라도 돌아가는 편이 현명한 것 아니겠습니까.”
- 질렸나 보군. 불안하기도 한 것 같고.
“예.”
김창훈은 천마의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정말로 사신교 사제들의 끝없는 공격을 5일 동안 받다 보니 질리기도 했으며 동시에 불안했다. 자신이 여기에 묶인 사이 연합이 전멸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사신이 직접 나서는 일이 없으니 내가 나서는 일도 없다. 모든 선택은 네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고 그 일에 대한 책임도 네가 지는 거다.
“그렇게 말하니 더 불안하네요.”
그리고 김창훈은 몸을 돌렸다.
- 가는 길은 알고?
“그 정도는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 나도 모른다, 이놈아. 내가 무슨 전지전능한 줄 알아?
“그런 줄 알았죠.”
- 흥. 우주를 창조한 신 정도 되는 존재라면 모를까 그 이외의 존재들은 전지전능하지 않아. 명색이 사신이라는 놈도 나한테 맞아서 도망쳤다. 그것만 봐도 신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얼마나 무능한지 알 수 있을 텐데?
“천마님이 너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이 아니고요?”
- 신이 인간에게 맞는 시점에서 그건 신이 아니다, 멍청아. 그냥 조금 더 강한 영혼이나 정령 정도에 불과한 거지.
“천마님이니 할 수 있는 발언이네요. 그러면 일단 길부터 찾아야겠네.”
그리고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여 하늘로 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김창훈을 보며 사신교의 사제들은 하늘을 나는 마법을 사용하여 끝까지 쫒아왔지만 김창훈은 그들을 무시했다.
대신 계속 높이 올라가며 지상을 살펴보았다. 일단 사신교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통신기라고 준 것이 아예 먹통이니…….’
이곳으로 오기 전에 리프러스에게 받은 통신기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아예 작동이 안 되었다. 덕분에 더 답답한 것이었다. 연합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겠으니 말이다.
“저긴가?”
아주 멀리 희미하게 검은색의 안개에 뒤덮이지 않은 지역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일단 그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자신을 가로막는 사신교의 사제들은 천마멸염공을 통해서 계속 불태우면서 나아갔다. 나아가면서 지상을 향해 천마만상을 사용하여 지상에 있는 사신교 사제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스스로 정말로 자신이 어디까지 강해졌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5일 동안 쉬지 않고 싸워도 지치지 않았다.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5일 동안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의 힘을 극대화시켜 천마기의 소모를 최대로 하여서 사용하였다. 그럼에도 천마기는 여전히 넘쳐나고 있었다.
천마기의 회복 속도가 빨라진 것도 있지만, 지상에 있는 죽음의 기운을 계속 끝도 없이 흡수하여 그것을 천마기로 바꾸며 싸우다 보니 천마기가 바닥을 보이지 않았다.
이 싸움이 질리기 전까지는 만약 자신이 천마라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압도적인 힘으로 적들을 유린하는 것은 천마가 언제나 말하던 무적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맞게 가고 있나 보네요.”
- 그렇군.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검은색의 안개가 없는 곳.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연합 진영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 또 깨달은 것은 5일 동안 자신이 의외로 멀리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마뇌절각을 사용하지 않고 걸어 다니며 최대한 사신교 사제들의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싸워서 그런가?’
어찌 되었든 너무 멀리 오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고도를 낮추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사신교 사제들을 향해서 천마멸염공을 크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의외로 범위가 좁은 천마멸염공이다. 하지만 여기서 범위가 좁다는 말은 ‘살상력’을 뜻하는 것이다.
사신교 사제들을 불태울 정도의 화력을 가진 공격 범위가 좁다는 것이지 그냥 불꽃의 범위가 좁다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효율이 좋지 않지.’
제대로 된 살상력을 가진 범위를 늘리는 데 1의 천마기를 소모한다면 그 효과는 0.01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효율이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너무 넓은 공간을 공격할 때, 천마멸염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효율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천마기를 때려 박으면 천마멸염공은 아주 훌륭한 공격이 되는 초식이기도 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하겠어.”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검은색의 안개, 죽음의 기운을 다시 흡수하기 시작하자 천마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김창훈은 효율 따위는 무시하고 무식할 정도로 많은 천마기를 천마멸염공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를 불태우는 것이 아닌, 그 너머. 김창훈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기세로 뻗어나가는 천마멸염공의 검은색 불꽃.
그 속에서 사신교의 사제들은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그 몸이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김창훈은 계속 천마멸염공에 천마기를 쏟아 부었다.
천마멸염공에 이렇게 많은 천마기를 쏟아 부은 적은 김창훈도 처음일 정도로 엄청난 양의 천마기를 소모하기 시작하자 천마멸염공은 불지옥이 무엇인지 보여 주기 시작하며 모든 것을 불태웠다.
사신교의 사제들도, 대지도, 하늘도, 나아가 죽음의 기운마저. 그 범위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그렇게 한바탕 불지옥을 만든 후 천마멸염공의 사용을 멈추자.
김창훈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불타 녹아 버린 대지의 모습이었다. 용암이 되어서 끓고 있는 대지를 본 김창훈은 감탄하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위력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 네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지.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이제야 천마멸염공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되는구나.
“이게 천마멸염공이라고요?”
- 천마의 적들을 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천마멸염공이다. 그리고 그 여파로 인해서 대지는 저렇게 끓는 용암이 되어 버리지. 내가 천마멸염공을 사용할 때 언제나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진법이나 마법진 혹은 날 가두겠다는 봉인진을 태워 버리기도 딱 좋은 초식이지.
“단순히 적들만 태워 버리는 것이 아니군요.”
- 적이라는 단어에 속하는 것이 사신교의 사제나 몬스터들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천마의 뜻을 거부하는 모든 것이 천마의 적이다. 그것은 자연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마법의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기운이 될 수도 있지. 그 모든 것들을 태워 버리는 거다. 지금 네가 사신교의 사제들을 넘어서 죽음의 기운마저 모두 불태워 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한 것이 바로 진정한 천마멸염공이라는 것이었다.
- 말했지? 너는 천마신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어. 그냥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지. 천마신공의 단 하나의 초식만 제대로 깨우치기만 해도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넌 모든 초식을, 나아가 마지막 경지에 도달해도 여전히 저런 놈들을 상대로 쩔쩔매고 있지. 그러니 보는 내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한지 아느냐?
“무능해서 죄송합니다.”
- 알면 되었다. 더 열심히 해라.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익혀. 그래야 진짜 천마라고 불릴 수 있는 거다.
“그래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김창훈은 속으로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