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전진 앞으로(1)
오페니가 오고 이틀 후에 레이드가 지구와 에트린 제국에서의 추가 지원 병력을 이끌고 도착했다. 에트린 제국에서 기사 500명, 마법사 500명을 보냈고. 지구에서는 A등급 이상의 헌터 1,000명을 보냈다.
그리고 이들을 인솔할 SS등급 헌터도 한 명 보냈는데. 그 이상은 지구에서 발생한 헌터 전력의 공백 때문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을 김창훈에게 알렸다.
“쯧. 차라리 SS등급 헌터를 여럿 보내고 다른 헌터들을 보내지 않는 편이 더 도움이 되는데.”
그 말에 헌터들을 인솔해서 온 SS등급 헌터, ‘러셀’은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총장님. SS등급 헌터는 각국에서 쉽게 지원을 안 해 주니까요. 하물며 싸워야 할 적이 괴물이나 다름없는 놈들이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라도 보내지 않겠죠. 아마 지구의 베이스캠프가 파괴된다면 그때는 부랴부랴 움직일 겁니다.”
미국의 S등급 헌터였던 러셀은 화신들이 전면에 나타남과 동시에 화신과의 계약을 통해서 SS등급 헌터로 승급하는 데 성공했다.
가디언 부총장의 자리도 러셀이 가지고 있었는데, 김창훈의 비서로서 거의 온갖 일을 다 하고 있는 프로즌보다 발언권이 높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프로즌이 더 높다 보니 사람들은 그를 부부총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나저나 직접 눈으로 보니 참 대단하군요.”
러셀은 눈앞에 있는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안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언데드 몬스터들과 싸우고, 네크로맨서 직업을 가진 이들을 보며 죽음의 기운을 느끼거나 직접 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농도를 가진 것은 처음 봅니다.”
“그렇지. 그러니 조심해야 할 거다. 살아 있는 이들에게 있어 저건 제대로 된 해독제도 없는 극한의 독약이니까.”
그 말에 러셀은 웃으며 조심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총장님은 잘도 그 독을 흡수하시네요.”
김창훈은 지금 어느 때와 같이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천마기공의 능력이 향상된 덕분인지 160을 달성한 천마기 능력치가 그 사이에 1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할 정도로 지금 그의 천마기는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었다.
“내 스킬은 특별하니까. 그러니 이런 짓은 따라하지 말라고. 바로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아무도 따라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 말을 끝으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김창훈을 보며 러셀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3개의 세계에서 모인 이들이 열심히 하는 작업을 보았다. 각종 마법들이 발현되며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거의 마법 요새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길 뚫고 오는 것도 대단하다고 해야겠네.’
지구에서는 보지 못한,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의 마법들. 그러한 마법을 품고 있는 마법진 수천 개가 지금 땅에도, 허공에도, 하늘에서도, 심지어 지하에도 새겨져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 없는 이 땅에 적이 들어오는 순간, 이 수천의 마법진들이 그 적을 환영해 줄 것이다.
‘이 정도면 불사고 나발이고. 다 찢어 버릴 거야.’
좋은 구경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러셀은 이번엔 기사와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기사와 헌터들은 열심히 일하는 마법사들과 달리 한쪽에서 열심히 서로 대련을 벌이며 조금이라도 더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와 헌터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 레이드 또한 바라보았다.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던 프로즌의 말은 확실히 틀리지 않았어.’
이곳에 오면 강해질 수 있다는 말에 러셀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김창훈과 같은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검사의 가르침. 이건 정말로 쉽게 얻을 수 없는 엄청난 기연이었다. 거기다가 다른 이들도 많았다.
그들의 대련을 보며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 강해지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은 옳은 판단이라 생각하며 러셀은 기사와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도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저들과 어울려야 했으니 말이다.
* * *
레이드가 지원을 이끌고 도착한 지 4일째 되는 날. 검은색의 안개는 전보다 더 많은 곳에서 사라졌다. 모두 김창훈이 죽음의 기운을 전부 흡수한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일행은 조금씩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여전히 앞에도, 양옆에도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한 검은색의 안개가 있었으나, 김창훈이 최대한 넓은 범위의 죽음의 기운들을 흡수하였고.
오페니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죽음의 기운이 자신들이 있는 지역에 오지 못하도록 특별한 결계를 만들었다.
그렇게 죽음의 기운을 밀어내고 자신들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을 때. 드디어 사신교의 사제들이 나타났다. 그 수는 김창훈이 세리스와 함께 싸웠던 가장 많은 사제들이 몰려 왔을 때와 비슷한 숫자였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긴장했다. 만약 저들이 또 수작을 부려서 사신의 아바타가 다시 한번 나타난다면 그때는 다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수작을 부리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김창훈은 그런 생각과 함께 레이드와 오페니에게 외쳤다.
“적들이 죽으면서 이상한 의식이나 마법진 같은 것을 만들 거다! 그런 흔적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무조건 막아라! 그걸 막지 못하면 다 죽는다!”
김창훈의 외침에 레이드와 오페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창훈은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사신교의 사제들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고 손을 뻗는다.
‘천마멸혼. 제발 제대로 작동해라!’
천마파천장에 천마멸혼의 힘을 담는다. 그리고 뻗어나간 손. 그 손에 담겨 있는 파멸적인 힘이 사신교의 사제들이 있는 곳을 덮친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수백 명의 사신교 사제들의 육체가 파괴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동시에 김창훈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저들의 ‘영혼’을 타격했다는 것을 말이다.
“어? 재생이 안 된다?”
오페니는 물론 진리의 탐구자들 또한 김창훈이 파괴한 사제들의 영혼을 봉인했다. 하지만 모두 다 봉인에 성공한 것은 아니고 그중 일부는 봉인에 실패했는데, 그럼에도 김창훈이 공격한 사신교의 사제들 중에 자신의 육체를 재생하는 이들은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공격하는 놈들의 영혼은 봉인할 필요 없어! 그냥 다른 이들이 쓰러트린 사신교 사제들의 영혼을 봉인하는 데 집중해!”
김창훈의 외침에 오페니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레이드는 신기해하면서도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그는 김창훈이 무엇을 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자네가 먼저 도달했군!”
감탄하며 앞으로 뛰어나간 레이드의 검이 휘둘러지자, 일직선이 허공에 그어지며 그 선에 있던 모든 것들이 베어진다.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사제들의 몸이 재생되려고 할 때. 오페니를 비롯한 다른 마법사들의 봉인 마법에 그중 일부 사제들의 영혼이 봉인되며 육체의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공격해라!”
“죽음의 축복을!”
사신교 사제들이 그렇게 외치며 이들을 향해서 돌진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한 것은.
콰콰콰쾅!!!!
엄청난 수의 마법들. 미리 설치되어 있는 마법들이 사방에서 발동되며 그들의 육체를 모두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혼은 마법사들에게 의해서 착실하게 봉인되어서 추가적인 육체의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였다.
하지만 삼계 동맹에서 모인 정예들은 아주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도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김창훈이었다.
영혼을 타격할 수 있게 되며, 사신교의 인물들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가 김창훈의 천마신공의 위력도 대폭 강화된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좀 더 강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스킬 자체가 달라진 것 같은 위력의 차이를 보여 주고 있었다.
‘천마파천장 하나만 있어도 다 처리할 수 있겠어.’
천마파천장을 양손으로 연달아서 사용하며 김창훈은 사신교 사제들을 대량으로 학살하였다. 거기에 천마파천장에 휘말린 것은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대사제들. 그들마저도 천마강림을 사용하지 않은 김창훈의 순수한 천마파천장에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쓰러졌다.
‘정말로 강해졌구나.’
그것을 확실하게 느끼며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남은 사신교의 인물들을 확실하게 배제하였다. 그렇게 김창훈이 가장 크게 활약하며 삼계동맹의 인원들 또한 사신교와 사제들과 열심히 싸우자 전세는 빠르게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판이 났다. 삼계 동맹의 완벽한 승리. 사상자 한 명 없었다. 부상자들만 좀 있을 뿐. 그만큼 이번 전투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전투 후 뒷정리를 하는 이들을 김창훈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 레이드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영혼을 때리는 데 성공하였는가?”
“운이 좋았어.”
정말로 운이 좋았다. 만약 자신이 천마신공을 얻지 못하고, 시스템이 없었다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자신이 이렇게 강해지는 것과 영혼마저 타격하는 힘을 얻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기연이나 깨달음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겠나? 모두 다 천운이 따라야 가능한 것이지.”
레이드의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깨달음을 얻어서 이걸 성공한 것은 아니다. 천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가 천마신공의 마지막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쌓인 ‘경험치’ 때문이라고. 그 경험치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강제로 마지막 경지를 개화시킨 것이다.
우연히 얻은 깨달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재능 없는 그를 불쌍하게 여긴 시스템의 자비라고 할 수 있었다.
‘그 경험치를 쌓은 것은 내 노력의 결과였으니 정당한 보상이라고 할 수도 있나.’
“이걸로 좀 더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 수월해지겠군.”
“그렇게 될 거야.”
“그러면 이제 진격하는 건가?”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방어만 할 수 없었다. 본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 법이었으니 말이다.
“단지 우리 모두가 공격으로 갈 수는 없어. 알다시피 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기에 레이드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긴 한데. 지금처럼 결계를 치면서 나아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잖아. 그리고 나도 지금 바로 움직일 생각은 없어. 정찰 떠난 세리스가 돌아오면, 그녀가 가져 온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일 거야.”
“세리스란 그 마법사가 적들의 본진 위치를 알아서 올 것 같나?”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분명 무언가 가지고 올 거야. 그거면 충분하지. 그걸로 지금보다 조금은 더 좋은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그것도 그렇군.”
“당장은 계속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아가는 걸로 하지.”
“알겠다.”
그리고 이들은 세리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계속 자신들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