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천마신공 마지막 경지(3)
김창훈의 천마신공이 급격하게 강해졌다고 해서, 딱히 당장 바뀐 것은 없었다. 강해진 천마신공의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시험 상대인 사신교의 사제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냥 얌전히 천마기의 양을 늘리기 위해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일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아예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바로 천마기공의 능력 향상으로 인해서 나타난 세 가지의 변화였다.
첫 번째는 죽음의 기운 흡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천마기의 압축이 매우 빨라졌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죽음의 기운을 한 번에 흡수하는 양이 매우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변화로 인해서 김창훈이 자신의 천마기가 나날이 양이 늘어나고 그 질이 향상되는 것을 경험하는 동시에.
“이러다가 전에 뉘헬에게 이야기 들었던 일이 다시 재현되겠는데?”
세리스의 말에 김창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의 주변에는 예전과 다르게 더 넓은 지역까지 죽음의 기운이 없어졌다.
그 이유는 바로 김창훈이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속도와 양이 늘어난 결과, 죽음의 기운이 계속 나타나는 것보다 김창훈에게 흡수되어 없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금 김창훈이 자리 잡은 곳을 중심으로 죽음의 기운이 장악한 영역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고, 그 덕분에 김창훈과 세리스는 좀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물론 세리스의 경우는 좀 더 넓어진 영역에 새로운 마법진들을 설치하느라 바빴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 그나저나 이놈들은 도대체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지?”
“고작 3일밖에 안 지났어.”
세리스의 말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사신의 아바타를 불러서 실패했다는 것을 알면 더 열심히 달려 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반대지. 아무리 광신도라고 해도 저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인간이라고. 신의 아바타를 불러서 공격했는데 실패했다? 그러면 더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지. 심지어 저기는 신이랑 대화도 할 수 있으니 그에 맞춰서 대응할걸?”
“역시 시간을 끌수록 좋을 것 없다는 건가.”
“그건 또 모르지. 우리는 저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아직 알아낸 것이 없으니까. 새로운 지원군이 오면, 나는 따로 그쪽에 대해서 조사를 할 생각이야.”
“조사?”
“그래. 내가 보기에는 좀 이상하거든. 잘 생각해 봐. 저들은 하나의 세계를 장악한 자들이야. 그런데 우리를 공격한 이들의 수를 생각해 봐. 고작 몇만 명? 그걸로는 너무 적잖아. 아무리 생명을 적대시한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적인 생명이 탄생해야 한다고. 그걸 저들이 모를 리가 없지. 그러니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어떻게든 사람을 수급할 거야.”
“그렇겠지.”
“내부적으로는 이미 할 만큼 했을 거야. 그러니 하나의 세계를 지배했다고 말하지. 그런 와중에 이곳에 온 거야. 무려 6개의 서로 다른 차원과 연결된 이 땅에 말이야. 각 세계마다 사는 사람들의 수는 다르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세계 6개가 새롭게 나타났다. 그런데 저놈들이 가만히 있을까?”
“아니지. 그걸 걱정해서 내가 직접 나서서 저들을 한 번 정리한 거잖아.”
“그렇지. 하지만 지금 그들은 다시 움직이고 있어. 그것도 이번이야말로 진짜 본대라는 듯이, 저번에 네가 상대했던 이들과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자들이 직접 이곳으로 왔지. 그런 이들이 가만히 있을까? 저놈들도 나름 작정하고 이곳에 왔을 텐데?”
“그건 그렇군.”
“그러니 알아보는 거야. 혹시 우리 말고 다른 세계에 저놈들이 공격을 가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을. 그도 아니면 정말로 이놈들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 지역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 이것들을 확인해 보려고 해.”
“확실히…….”
아주 중요한 부분을 지적한 세리스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라면 지금 바로 하는 것이 어때? 만약 정말로 사신교가 다른 세계들을 지금 공격하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지. 그들과 동맹을 맺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그 연합의 이야기구나?”
“그 편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거든. 서로 연합과 동맹을 맺는다면, 다른 누군가를 공격하기 힘드니까. 무엇보다 지금 우리는 여기서 다른 세계와 싸울 여력이 없어. 지구에서 나타나는 괴물들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거든.”
“하긴. 우리 세계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강한 괴물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는 하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에트린 제국이라고 해도 다를 것 없어 보이더군.”
“그래. 이곳에 온 이들. 최소한 우리 세계들의 공통점은 모두 그 던전과 몬스터들 때문에 고생한다는 거야. 세계의 내부적인 문제만 다루기도 바쁜데, 굳이 다른 세계의 다른 인간들과 싸울 필요 없잖아? 오히려 서로 협력하며 함께 싸워 나가는 것이 더 이득이지. 무엇보다 이 세계에도 몬스터들은 많아.”
우토는 분명 던전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몬스터들이 살았다. 하나의 세계인 만큼 다양한 환경이 존재하였고 그만큼 다양한 몬스터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구의 베이스캠프 규모를 천천히 늘려 나갈수록 점점 더 다양한 몬스터들을 만나고 있었다. 혹은 이 우토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식물이나 병해충들로 인해서 고생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다른 세계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무조건 손해라는 것이 김창훈의 생각이었다. 전쟁은 몬스터들과 벌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 말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해. 그래서 내가 다른 두 사람을 설득한 거고. 하지만 다른 세계의 지도자들이 우리들의 뜻에 모두 동의해 줄지 의문이네.”
“그러니 기회라는 거지. 사신교가 그들을 공격하고 있다면, 그들은 고전을 면하지 못할 거야. 초월자들이 다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들만으로 저항하기 힘들어.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짜잔 하고 나타나서 도와준다? 그들로서는 그렇게 바라던 도움이 내려오는 것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기는 하네.”
“그렇지?”
“좋아. 대신 네가 제대로 사신교의 인물들을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떠나도록 할게. 이 모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네가 필요하니까.”
“내가?”
“연합이라고 해도 중심이 있어야 해. 그리고 나는 네가 그 중심이 되면 좋겠어.”
그 말에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감투 쓰는 거 별로 안 좋아 하는데. 귀찮은 일이 너무 많아. 지금도 제대로 일 안 하고 있다고 욕먹는데 다른 세계들까지 관리하라고 하면 나 죽어.”
“너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아.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 있으면 되는 거야. 무엇보다 네 힘이 가장 의미가 있지. 연합으로서 연합의 내부 싸움을 중재하려고 할 때, 무엇보다 힘 있는 사람이 중재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심판 노릇을 하라는 거야?”
“그렇지. 물론 공정해야 해.”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돈은 이미 평생 쓸 만큼 있고. 여자는 지금도 내 세계인 지구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장비들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뇌물로 받을 만한 것도 없다고, 나는.”
“고자라서 좋겠군.”
“고자라니, 실례네. 나는 멀쩡하다고. 단지 내가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하나같이 내 돈이나 명성만 노리는 여자들뿐이라서 안 만나는 거야. 이래 보여도 난 순정파라고. 정말로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해 줄 사람이랑 만날 거야.”
“힘들겠네. 지금 그 상태에서 연합의 수장까지 하면 더 그런 여자들만 꼬일 텐데.”
“그래도 노력해 봐야지.”
한숨을 쉬며 말하는 김창훈. 하지만 세리스의 말대로 만일 자신이 정말로 이 우토에서 결성되는 연합의 수장이 된다면, 자신이 원하는 그런 달콤한 연애를 하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다.
지구에서만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도 여자들이 그 명성과 권력을 노리며 자신에게 접근해 올 테니 말이다.
“그보다 사람들이 온 것 같군.”
세리스의 말에 김창훈이 의아해할 때. 그들이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장소에 빛과 함께 200명 정도의 인원들이 한 번에 나타났다.
“세리스.”
그들과 함께 나타난 여성이 세리스를 부르자 세리스는 그 여성을 보고 살짝 놀라며 말했다.
“이거 놀라운데. 네가 직접 온 건가? 오페니.”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페니가 죽음의 기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네.”
“그렇지. 그래서 위험한 거다. 이런 기운을 사방에 뿌릴 만한 놈들이 지금 우리들 전원을 노리고 있으니까.”
“일이 더 크게 벌어지기 전에 와서 다행이야.”
“의외네. 너라면 무섭다며 절대로 이곳에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지금도 바로 떠나고 싶어. 하지만 여기서 내가 떠나면 저들의 힘이 더 강해질 테니까.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것이 내가 안전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그 방법을 취하려고 하는 것뿐이야.”
그 말과 함께 오페니가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자, 환한 빛과 함께 죽음의 기운 일부가 완전히 정화되어 사라졌다. 김창훈은 살짝 놀라며 오페니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건가.”
그렇게 인상을 찌푸린 오페니. 그녀는 다시 한번 힘을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여기서 자신이 힘을 소모해 봐야 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근원은 찾았어? 세리스.”
“무리. 저기서 어떻게 근원을 찾겠나? 오페니, 그대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지?”
그 말에 오페니는 수십 개의 마법진을 자신의 눈앞에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통해서 검은색의 안개로 되어 있는 죽음의 기운을 바라보던 오페니가 말했다.
“…나도 찾을 수 없어.”
“그런가. 그러면 좀 더 시간을 들여야겠군. 그보다 예상보다 숫자가 많이 왔군.”
“처음 지원에 필요한 숫자를 들었을 때,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데려왔어. 그리고 이들이 자원하기도 했고. 아마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소수정예라는 것에 우리도 모두 찬성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비율은 맞아야 해. 그러니 최소한의 비율을 맞출 만큼은 올 거야.”
“만 단위로 오면 곤란하다는 것은 알지? 오페니.”
“알아. 아무리 많아도 1천을 넘지 않겠다고 했어. 그보다 우리가 할 일은?”
“당장은 준비지. 적들이 계속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은 마법으로 함정을 만들고 방어를 굳건히 하며 싸우는 것이 지금의 최선이야.”
“그거라면 내가 하도록 할게. 그거야말로 내 전문 분야니까.”
“그러면 맡기지, 오페니. 나는 이제부터 떠나야 하니까.”
“어디로?”
“조사다. 사신교의 규모와 저들이 가진 힘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구체적인 적을 누구로 삼고 있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파악해야지. 적들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계속 싸울 수는 없으니까.”
“그렇구나.”
“그러면 여긴 맡긴다, 오페니.”
그 말과 함께 세리스가 하늘로 솟구치며 사라지자 김창훈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오페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마법에 대한 것은 맡길게요.”
“예, 감사합니다. 그러면 모두 말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작업 시작하도록 하죠.”
세리스와 같은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마법사 오페니와 200명의 최고 실력을 가진 마법사들. 그들이 작정하고 사신교와의 전투에 대비하여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