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천마신공 마지막 경지(2)
“거 봐. 넌 나에게 절대로 닿지 못한다.”
천마의 말에 사신이 분노하며 사이드를 잡은 손에 더욱 강한 힘을 주었으나, 김창훈의 몸보다 더 거대한 사이드의 날은 김창훈의 몸에 닿지 않았다.
‘이건.’
김창훈은 자신의 몸을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천마를 생각했다.
“너무 놀라지 마라. 아주 잠깐 개입한 거다. 거기다가 이제부터 너에게 천마신공의 마지막 경지를 가르쳐 주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천마가 사신의 사이드를 가볍게 밀어냈다. 거대한 사이드가 너무나도 힘없이 밀려났다.
“낫을 사용하는 것은 나도 자신 있지만, 지금의 너에게는 쓸모없으니 낫의 사용 방법은 가르치지 않겠다.”
‘그래서 뭘 가르친다는 겁니까?’
“아까도 말했을 텐데? 천마신공의 마지막 경지다. 이걸 왜 초식이라고 부르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간단해. 이건 말 그대로 초식이라고 부르기 힘들거든.”
그리고 천마가 손을 들어 올리자 천마기가 휘몰아친다.
“지금까지의 천마신공은 모든 것을 파괴하거나 소멸시켰지. 하지만 너도 이번 싸움에서 깨달았을 거야. 이 천마신공이 가진 유일한 단점을 말이야.”
‘유일한 단점이요?’
“그래. 천마신공은 모든 것을, 심지어는 시간이나 공간마저 파괴하지. 나아가 저기 신이라고 불리는 놈들마저 부숴 버릴 수 있어. 하지만 딱 하나. 파괴하지 못하는 것이 있지. 바로 그것은 형체가 없는 것이야.”
‘형체가 없는 것이라면.’
“영혼. 영적인 존재들을 말하는 거지. 그걸 제대로 타격하지 못해. 그렇기에 네가 이 사신교란 놈들이랑 싸울 때 고생한 거야. 영혼을 제대로 타격할 수 있었다면 세리스란 저 여자가 힘들게 봉인 마법을 만들 필요도 없었어. 다 네 손에서 처리가 되었을 테니까.”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사신을 바라보았다. 사신은 아까와 다르게 분노를 하면서도 함부로 천마를 향해서 자신의 사이드를 휘두르지 않았다.
“천마신공의 마지막 경지. 그것은 ‘영혼’을 공격하는 거다. 당연히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을 사용해서 말이야. 그러니 이건 초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거지. 초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의 수준이 상승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물론 너 같은 경우는 그 ‘시스템’이란 놈이 강제로 개화시켜 버렸지만.”
그리고 천마가 휘몰아치는 천마기를 강하게 쥐자 천마기가 창의 형태를 갖추었다.
“나는 이걸 천마멸혼이라고 이름 붙였다. 상대의 육신과 영혼.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공격해서 충격을 두 배 이상으로 줄 수 있지. 이 경지에 도달한 순간. 그 전까지는 내게도 적이라고 불리던 이들이 몇몇 있었지만, 더 이상 그들은 내 적이 되지 않았지. 그저 상대하기 조금 귀찮은 존재들이 되었다. 너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다. 물론 이걸 익힌다고 해도 나아가야 할 길이 멀겠지만.”
그리고 천마는 가볍게 창을 사신을 향해서 겨누며 말했다.
“그리고 제대로 한 번 보여 주마. 천마신공의 모든 가능성을 극한까지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본적인 초식의 융합이다. 천마무무를 사용하며 모든 초식들의 특성과 힘을 하나로 한다.”
천마의 손에 쥔 창에 막대한 천마기가 뭉치며 검은색의 오라가 창에서 크게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 이 융합된 초식을 중첩해서 한 번 더 사용한다.”
창에서 뿜어지기 시작한 오라가 하늘로 솟구친다. 그 정도로 매우 거대한 힘. 그리고 그 모든 힘을 천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 다음 모아 둔 힘을 적절하게 압축한다.”
하늘로 솟구칠 정도로 거대했던 오라가 순식간에 천마가 쥐고 있는 창에 압축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천마기로 이루어진 창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가히 바다를 가르고 산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였다.
“그러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천마신공의 모든 가능성을 사용한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일격이다. 나중에는 이 일격 또한 추가적으로 중첩이 가능한데, 아직 거기까지는 무리겠지.”
그리고 천마는 가볍게 창을 사신을 향해서 던졌다. 그것을 본 사신은 자신의 사이드를 휘둘러 천마의 창을 막으려고 했지만, 천마의 창이 사신의 사이드에 닿는 순간 그동안 압축된 힘이 폭발하듯이 퍼지며 사신은 물론 정면의 모든 것을 어둠과 함께 사라지게 하였다.
죽음의 기운이 모두 사라지고, 긴 길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 길을 바라보며 천마는 담담히 말했다.
“이게 천마신공의 모든 힘을 끌어낸 사용법이다. 이걸 참고해서 열심히 노력하도록 해라. 언젠가 이 경지에 닿을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을 하고 천마가 김창훈의 몸에 대한 제어권을 다시 김창훈에게 넘겨주었을 때. 김창훈은 살짝 비틀거렸다가 다시 중심을 찾았다.
- 하암. 피곤하구만. 오랜만에 무리해서 힘을 썼어. 나는 한숨 자고 있을 테니 알아서 해라.
천마의 말을 끝으로 그의 눈에 시스템의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천마신공의 레벨이 12레벨로 상승합니다.]
[천마신공의 최후의 경지 ‘천마멸혼’을 습득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씩 상승합니다.]
[특성 진 천마지체의 힘이 더욱 강해집니다.]
[천마기공의 모든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의 위력이 대폭 증가됩니다.]
[오의: 천마강림의 페널티가 크게 감소합니다.]
[천마강기, 천마반탄강기의 위력이 대폭 증가됩니다.]
[이제부터 천마멸혼의 힘으로 인해서 ‘영적’인 것들 또한 제대로 타격하여 피해를 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드디어… 도달한 건가.”
마지막. 천마신공 최후의 경지. 거기에 도달했다는 기쁨에 김창훈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자신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김창훈
특성: 진 천마지체.
화신: 천마(天魔)
힘: 121
민첩: 120
체력: 123
지능: 109
천마기: 160.]
[특성: 진 천마지체
= 천마신공의 한계를 돌파한 이만이 가질 수 있다는 신체. 천마기의 소모를 99% 줄이며, 천마신공의 위력을 10배 증가시키고 천마기의 회복 속도를 100배 증가시킵니다.]
“특성은 진짜 말도 안 되는 사기가 되었군.”
특히 천마기의 소모를 99% 줄인다는 것을 보며 김창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도 엄청났지만 이제는 잘하면 천마기를 소모하여 초식을 사용하는 속도보다 천마기의 회복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었다.
‘새로운 스킬은 어떻지?’
천마신공의 마지막 경지. 그 정보를 바로 확인해 보는 김창훈이었다.
[천마멸혼
= 천마가 혼마저 멸하니, 신들마저 그에게 고개를 숙이리라.]
“이게 다야?”
다른 설명은 일체 없었다. 사용법 또한 딱히 없었다. 그냥 평소처럼 싸우면서 자신이 영혼을 타격하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그것으로 끝.
그렇기에 마지막 경지에 도달한 것치고는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대체 방금 그건 또 뭐야!”
세리스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김창훈이 세리스를 바라보자 그녀는 경악한 얼굴로 김창훈에게 말했다.
“도대체 방금 뭘 한 거야?”
“흠. 사신이 직접 나타났고 이에 대항하여 내 화신이 직접 내 몸을 빌려 나타났다. 그리고 내 화신이 사신을 제거한 거지. 물론 진짜 죽인 것은 아닐 거야. ‘아바타’라고 했으니 아마 가짜겠지.”
무엇보다 천마가 죽였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거기에 천마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도 평했다. 그런 존재를 굳이 직접 나서서 천마가 죽일 리가 없었다. 그냥 대충 내쫒아 버렸을 뿐이지.
“하아. 네가 믿고 있는 것이 너랑 계약한 그 화신이란 존재였어?”
“아니, 솔직히 나와 계약한 화신이 직접 나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단지 상대가 만든 함정이 예상 이상의 것이다 보니 직접 나선 것이겠지. 무엇보다 그 사신 놈이 나와 계약한 화신을 계속 욕하기도 했고. 제대로 열받았더라.”
“그 부분은 그 사신이란 신도 대단하더라. 천마를 그렇게 대놓고 욕하는 존재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알고 있거든.”
“스스로 무적이라고 자부하긴 하더라.”
“그 말이 사실일 거야. 내가 네 화신에 대해서 조사하였을 때 얻은 정보는 어마어마했으니까. 그것들의 반만 사실이라도 그 존재는, 우리가 감히 쳐다도 보지 못하는 존재겠지.”
그렇게 말하며 세리스는 천마의 일격으로 죽음의 기운들이 사라지며 생긴 길을 바라보았다.
“저 길로 갈 거야?”
“아니. 무리할 필요 없지. 여기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애초의 계획 그대로 간다. 무엇보다, 서서히 다시 움직이고 있잖아?”
천마가 만든 길 양옆에 있는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은색의 안개가 서서히 다시 합쳐지며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저것들을 다 흡수하는 것이 나에게 더 이득이야.”
“그놈의 흡수는 끝나지도 않네. 도대체 네 몸은 어떻게 그 많은 기운들을 다 갈무리할 수 있는 거야?”
“천마신공은 정말로 대단한 무공이거든.”
그렇게 말하며 김창훈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의자 하나를 꺼내서 앉았다.
“당장은 좀 쉬자고. 방금까지 우리 둘 모두 고생했잖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세리스도 김창훈의 옆에 다가오더니 허공에 몸을 띄운 후 말했다.
“그보다 그 화신이 한 말로 추정되는 말에 대해서 묻고 싶은데. 너 이제 ‘영혼’을 타격할 수 있는 거야?”
“아마도. 자세한 것은 직접 해봐야 알겠지. 잘하면 더 이상 네 도움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어.”
“그러면 다행이지. 봉인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아니면 시험 삼아 지금 사신교 영혼 하나의 봉인을 풀어서 해볼까?”
“아니. 나중에 하자. 어차피 우리는 계속 질리도록 싸워야 할 텐데. 굳이 스스로 피곤해질 필요는 없잖아. 실험은 나중에 사신교 놈들이 다시 찾아오면 그때 하는 것으로 충분해.”
“그것도 그러네.”
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밤이 되자 두 사람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김창훈이 펼친 텐트 속 각자의 방에서 조용히 잠이 들었다.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창훈은 천마가 만들어 놓은 길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보면서 죽음의 기운이 도대체 얼마나 퍼져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흡수한 힘의 양도 절대로 적은 양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앞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검은색의 안개를 유지하고 있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한은 아니겠지.’
그 천마조차 무한한 힘을 지니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죽음의 기운 또한 무한할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김창훈은 평소와 같이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놀라운 것을 경험했다. 어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할 때보다 몇십 배는 더 많은 양의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마기공의 모든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 이건 그 향상된 천마기공의 능력인가?’
김창훈은 감탄하며 생각했다. 다른 천마신공의 능력들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시험해 보고 싶다고 말이다.
‘빨리 사신교 놈들이 쳐들어왔으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죽음의 기운을 계속 흡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