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삼계(三界) 동맹(3)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들을 본 대사제는 자신의 두 검을 빠르게 휘둘러 막아냈다.
하지만 모든 공격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일부 공격들은 대사제의 몸을 공격하며 그의 몸에 큰 구멍을 만들거나 크게 베기도 했고 몸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공격도 대사제에게 효과가 없었다. 공격을 받아 상처가 나는 순간 그 즉시 재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김창훈과 레이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김창훈은 레이드를 보며 말했다.
“이곳에 올 때, 길을 막는 놈들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놈들은 어떻게 처리했지?”
“계속 베었지. 저 뒤에 있는 안개와 함께.”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죽음의 기운이 원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군.”
“몇 번 보면 모를 리가 없지. 그보다 그쪽은?”
“죽음의 기운을 모두 흡수했다. 그리고 죽였지.”
“흠. 그런 방법도 있군. 그러면 이번에는 어떻게 할 건가?”
“내 방법으로 간다. 저 녀석을 상대로 죽음의 힘까지 함께 베겠다는 것은 거의 무리니까.”
그 말에 레이드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이는군.”
초월자에 준하는 힘을 가진 대사제. 그런 그를 상대로 집중하기도 바쁜데, 죽음의 힘까지 견제하면서 싸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레이드는 김창훈의 계획에 찬성했고, 곧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 김창훈이 대사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기전으로 가지 않을 거다, 레이드. 최대한 빠르게 공격한다.”
“그러지.”
그리고 레이드와 김창훈이 동시에 땅을 박차고 대사제를 향해서 돌진하자 대사제는 그런 둘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어리석기는.”
그것을 끝으로 자신의 두 검을 강하게 쥔 대사제가 레이드와 김창훈을 향해서 돌진했다. 셋은 순식간에 서로를 향해서 검과 주먹을 뻗었고 허공에 그들의 공격이 충돌하며 그 여파가 사방으로 퍼진다.
동시에 김창훈은 주변의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대사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죽음의 축복을 그렇게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그 더러운 생명을 유지하다니. 정말로 신기하기 그지없구나. 넌 반드시 생포해야겠군. 그 신체의 비밀을 우리가 알아내겠다.”
“사양하지!”
그리고 허공에서 다시 충돌하는 김창훈의 발과 대사제의 검. 그때 레이드가 검을 휘두르자 대사제는 또 다른 검을 휘둘러 레이드의 검을 막아냈다.
얼핏 보면 김창훈과 레이드. 두 사람을 상대로 대사제가 잘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 속을 보면 아니었다. 대사제의 몸은 지금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김창훈과 레이드. 두 사람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한계를 넘어선 힘을 필요로 했다. 당연히 그런 힘을 사용하면 그의 몸이 버티지 못했다.
그렇기에 대사제는 육체가 붕괴되면 바로 붕괴된 육체를 다시 재생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김창훈과 레이드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시체덩어리라고 하더니 정말로 고통도 느끼지 못 하는군.”
레이드는 대사제의 검을 빗겨 쳐 그의 팔을 자르며 말했다. 하지만 자르는 동시에 재생이 되어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대사제를 본 레이드가 혀를 찼다.
그때, 김창훈의 손이 대사제의 복부에 닿았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대사제의 상체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나 하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생되는 대사제의 몸.
그리고 그런 몸을 향해 레이드가 검을 매우 빠르게 휘두른다. 순식간에 수십 번을 휘두른 레이드의 검은 대사제의 몸을 수백 조각 내었으나 그 역시 곧바로 재생을 이룬다.
“천마멸염공.”
4개의 초식들의 힘을 합친 천마멸염공을 사용하여 대사제의 몸이 완벽하게 재생을 이루기 전에 몸 전체를 한 번 크게 불태웠다.
검은색의 불꽃이 덮치고 난 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사제의 몸이 재생이 되기 시작할 때, 레이드가 곧바로 달려들어 대사제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고 하자, 검은색의 안개가 움직이며 검이 되어 레이드의 공격을 막아낸다.
“대사제라고 하더니. 사제들이 했던 것도 가능하군.”
레이드가 자신의 검을 막은, 죽음의 기운이 압축되어 만들어진 검을 보며 말하자 대사제는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말을 하-”
말을 하던 대사제의 말이 끊어진다. 한 줄기의 검은색 뇌전이 대사제의 몸을 그대로 꿰뚫고 부숴 버렸기 때문이다.
“누가 궁금하다고 했냐.”
죽음의 기운을 빠르게 흡수해 나아가고 있는 김창훈. 그는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천마강림의 사용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천마기를 보충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걱정인 것은 그의 몸이었다. 천마기는 어떻게든 회복한다고 해도 그의 몸까지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마기공이 지금도 열심히 움직이며 신체를 강화하고 동시에 회복시키고 있지만, 그보다 너무 강하게 압축된 천마기 때문에 쌓이고 있는 대미지가 더 큰 상태였다.
- 이대로 가면 네가 진다.
그때 천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창훈은 이에 제대로 대답을 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본격적인 죽음의 힘을 사용해 김창훈과 레이드를 압박하는 대사제의 공격들을 막아낸 뒤에 역으로 대사제를 공격하였다.
- 그래도 다행히 저놈은 너의 이 힘에 제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저렇게 죽음의 힘을 펑펑 써대고 있지. 덕분에 일처리가 더 빨라지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김창훈. 그런 그의 대답에 천마는 담담히 말했다.
- 그래도 저 죽음의 기운이 모두 소모되는 것보다 너의 천마강림 지속시간이 먼저 바닥이 날 거다.
“도와주시는 겁니까?”
- 설마. 이 정도도 어쩌지 못하면 그냥 죽어야지. 그리고 천마강림을 사용하지 못하는 거지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난 그냥 알려 주는 거다. 이대로 가면 네가 결국 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불필요한 친절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천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장기전으로 간다면 결국 지는 것은 자신이다.
천마강림을 사용한다면 자신이 대사제를 압도하지만 천마강림이 없다면 자신이 불리할 수도 있었다.
‘어느 정도 대등한 수준으로 싸울 수만 있다면 나도 장기전으로 받아칠 수 있는데…….’
거기다가 레이드가 있었다. 그에게 자신의 약점을 보여주어서 좋을 것 없었다.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것이 이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좀 더 무리를 해야 하나?’
순간 초식의 중첩에 대해서 떠올린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는 힘이 부족해서 대사제를 상대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쉬지 않고 대사제의 몸을 파괴하고 그가 죽음의 기운으로 만든 각 크기가 다른 검들까지 함께 파괴하고 있었다.
전투 자체만 보자면 김창훈과 레이드는 대사제를 압도하고 있었다. 단지 대사제의 끊임없이 재생하는 몸이 문제였을 뿐이다.
‘죽음의 힘을 더 빠르게 소모시키면서 동시에 내가 그걸 더 빠르게 흡수해야 한다.’
문제는 답이 없다는 거다.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 이상으로는 어떻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결국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그저 열심히 대사제의 몸을 파괴하고 또 파괴하고 있을 때.
“레이드! 지금이다!”
뉘헬의 외침에 레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금까지와 다르게 검에 힘을 잔뜩 모은 후에 휘두른다. 그러자 대사제는 물론 그의 주변에 있던 죽음의 기운까지 모두 베고 나서야 그 힘이 사라졌다.
“그런다고 날 어떻게 하지 못한다.”
대사제의 말에 레이드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멍청하기는. 그런 단순한 재생을 계속 언제까지 지켜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레이드의 말이 끝나기 전에 대사제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마법진이 나타나 그의 주변을 완전히 장악한다. 순식간에 마법진 안에 갇힌 대사제는 웃으며 말했다.
“고작 준비한 것이 이런 조잡한 결계인가! 웃기지도 않는구나!”
대사제가 검을 쥔 손으로 결계를 강하게 내려치자 결계가 흔들리며 뉘헬이 피를 토한다.
“지금 바로! 처리해야 한다!”
뉘헬의 외침에 레이드가 눈을 번뜩일 때, 김창훈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는 4개의 초식을 합친 것을 넘어서, 조금 무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천마파천장, 천마붕산권, 천마멸염공, 천마뇌절각. 이 4개의 초식의 특성과 힘을 천마대멸겁에 모두 담아낸다. 그리고 천마대멸겁을 사용하며 대사제를 공격한다.
거대한 어둠이 결계와 그 안에 있는 대사제를 덮친다. 단 일격에 모든 것이 어둠에 물들고, 사라진다. 그렇게 더 이상 그들의 눈에 대사제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김창훈이 다시 재생할 것을 예상하고 싸울 준비를 하자, 레이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시 재생하지 못해.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게 무슨 말이지?”
“방금 그 결계 때문이지.”
입가에 흐른 피를 닦으며 다가 온 뉘헬이 말했다.
“죽음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신체를 재생한다. 반대로 말하면 죽음의 기운만 없으면 그들은 신체를 재생하지 못 한다는 것. 내가 만든 결계는 죽음의 기운으로부터 그들을 독립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계가 유지되는 동안엔 외부의 죽음의 기운으로부터 힘을 받을 수 없지.”
“그리고 그 사이에 저들을 죽인다면, 그때 완전히 죽는다. 물론 완전히 죽는다고 해도 그냥 육체만 사라질 뿐이지만, 당장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 호오. 과연. 그런 방식인가.
그때 울리는 대사제의 목소리에 모두 당황하며 주위를 살필 때. 아직 남아 있는 죽음의 기운. 그 검은색의 안개가 뭉클거리며 크게 하늘로 솟구치더니, 곧 하나로 강하게 뭉치기 시작한다.
20m 정도 되는 몸을 가지게 된 대사제가 지상에 있는 김창훈과 레이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상당히 조잡한 수였다. 하지만 수준이 낮은 사제들에게는 효과적일 수도 있겠군. 그들은 그 잠깐의 틈을 버티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유감이다.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육체가 파괴된다고 끝이 아니다. 내 영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상, 끝은 없다.”
그 말에 레이드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래도 대사제는 진짜 다르긴 다른 모양이군.”
김창훈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마강림을 해제했다. 더 이상 천마강림을 유지했다가는 몸에 쌓인 대미지 때문에 제대로 싸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장기전이군. 어떻게든 버티면서 싸워야 한다, 레이드.”
“알고 있다. 그보다 힘이 줄어들었군. 무리하고 있었나?”
“저런 놈을 상대로 무리하지 않을 수도 없었지. 상대는 계속 부활하는 초월자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것도 그렇군.”
그렇게 말한 레이드는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뉘헬을 바라보며 말했다.
“뉘헬! 이대로 물러나라! 여기는 우리 둘이 맡는다!”
그 말에 뉘헬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걸 본 레이드가 검에 검강을 만들며 말했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 볼까.”
레이드의 말에 대사제는 미소와 함께 그의 두 손에 10m에 달하는 거대한 대검을 만들어 쥐었다. 그리고 그 대검을 레이드와 김창훈을 향해서 내려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