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또 다시 사신교(3)
주위에 더 이상 남아 있는 죽음의 기운이 없었다. 김창훈이 모두 흡수한 것도 있지만, 그에게 계속 죽고 있는 사신교 사제의 몸을 복구하느라 소모된 것도 있었다.
“역시. 불멸은 얼어 죽을.”
김창훈은 두 다리를 잃은 상태로 땅에 쓰러져 있는 사신교 사제를 바라보았다. 사제가 잃은 두 다리는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지만 그 속도는 이전과 달리 확연하게 느렸다.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 끝이 난다. 그것은 아마 이 우주의 진리일 거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우주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너 같은 놈이 불멸일 리가 있나.”
이를 악물고 김창훈을 노려보는 사신교의 사제. 그는 자신의 몸에 있는 힘을 억지로 끌어 올려 김창훈을 공격했다.
죽음의 힘이 잔뜩 담겨 있는 거대한 창이 허공에서 나타나 김창훈을 향해서 쏘아졌다. 김창훈은 그 창을 천마강기를 두른 손으로 잡아 그 창에 담겨 있는 죽음의 힘 또한 천마기공으로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들었다.
“나도 불사를 꿈꾸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처럼 추하게 살고 싶지는 않군.”
“닥쳐라! 나는 불사가 아니라 불멸을 이루어낸 존재다! 여기서 설령 네가 내 몸을 온전히 파괴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몸을 잃었을 뿐! 내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네가 날 죽인다면 내 몸이 죽는 거지 내 영혼이 죽는 것이 아니잖아? 그리고 일반적으로 몸이 죽고 영혼만 남아 있는 상태를 보고 사람들은 ‘죽었다’고 하는 거야, 멍청한 놈아.”
김창훈이 오른손에 천마기를 모은다.
“그래도 덕분에 앞으로 너희들과 어떻게 싸우면 될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엄청 강한 놈과 싸웠다면 고생했을 거야. 너같이 약한 놈이랑 싸운 덕분에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
“사신께서 널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음. 확실히 그 부분은 조금 무섭기는 한데, 괜찮아. 너만 믿는 것이 있는 게 아니거든. 나도 믿고 있는 구석이 있어서 말이지.”
- 날 말하는 거냐?
천마의 목소리에 김창훈은 당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저의 화신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습니까?”
- 쯧. 언제쯤 네가 네 스스로 그 사신이란 놈을 박살 낼 수 있을까.
“죽지 않고 계속 수련해 나아간다면 언젠가 가능하겠죠.”
그 말과 함께 김창훈은 눈앞에 있는 사신교의 사제를 향해서 천마기를 압축시킨 천마대멸겁을 사용하였다.
“사신께서 네놈을 죽이실 것이다!!!!”
마지막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사신교의 사제는 천마대멸겁의 어둠에 삼켜져 사라진다. 그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뉘헬이 말했다.
“생각 이상으로 사신교와의 싸움이 힘들 것 같군.”
죽음의 기운이 있는 한 절대로 쓰러지지 않고, 죽지 않는 자들. 이들과 싸워서 이기기 위한 방법은 지금 김창훈이 보여 준 오직 한 가지 방법뿐이다.
바로 죽음의 기운을 모두 소진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드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죽음의 기운을 모두 소진시키지 않는 이상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죽음의 기운을 계속 흡수해 나아가면서 사신교에서 나온 놈들하고 싸워야지. 어쩌겠어. 현재로써는 이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을.”
“그렇겠지. 육체를 완전히 파괴해도 재생하는 자들이니. 자네의 그 강력한 힘으로도 어쩔 수 없지.”
- 흥. 강력한 힘이라니. 힘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문제다.
천마의 말에 김창훈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힘이 부족하다고요?”
김창훈이 자신이 아닌 그의 화신과 대화하는 것임을 알고 뉘헬은 조용히 김창훈의 말을 들었다.
- 그래. 네가 가진 모든 전력을 끌어 모아서 일점에 압축한 후 그것으로 방금 그 녀석을 공격했다면, 장담하지. 녀석은 재생하지 못했다. 그냥 그대로 소멸되어 사라졌지.
“힘으로 찍어 누르기 위해서는 그 정도 위력의 공격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 불멸이라고 말하는 놈들 치고 진짜 불멸인 존재는 아직 나는 보지 못했다. 신들마저도 죽는데 인간 주제에 무슨 불멸. 그저 죽지 않고 오래 살아가는 것뿐이지. 압도적인 힘 앞에는 모든 것이 의미 없다. 너는 그 힘을 갖추지 못한 거지. 약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지.
“그렇군요.”
김창훈은 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도 저놈들이 말하는 사신이 직접 나타난다면 조금 도와주기는 하마. 아직 네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니까.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뉘헬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이동하지.”
“알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을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본래 하루 이틀 만에 정리할 생각이었던 김창훈은 그 생각을 접고 이번 사신교를 정리하는 일을 좀 더 장기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 이상으로 이곳에 퍼진 죽음의 기운이 강한 것도 있지만, 그 ‘사제’라는 존재만 해도 매우 강력했다. 자신이 아니면 제대로 상대할 자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거기다가 그 끈질긴 생명력은 또 어떤가? 그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사제보다 더 강한 존재들이 있다면 당연히 싸우는 것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그걸 대비해서라도 무리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들은 야영을 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야영을 할 수 있도록 텐트나 식료품, 생필품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챙기고 다니는 김창훈이기에 야영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대는 정말로 준비가 철저하군.”
뉘헬마저 감탄할 정도로 김창훈은 야영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최고 수준으로 준비해 둔 상태로 다니고 있었다.
“이런 일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니 대비하는 것뿐이지. 그보다 뉘헬, 네가 보기에는 어때?”
“사신교에 대해서 말인가?”
“그래.”
“흠. 일단 그들의 위험성에 대해서 묻는 거라면 대답할 것도 없다고 말하고 싶군. 그리고 그들의 힘에 대해서 묻는 거라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잘 모르겠네. 내가 가진 얄팍한 지식으로는 도저히 파악을 할 수 없어. 오히려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 것 같군.”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라고 다를 것 있나. 나도 마찬가지지. 지금까지 눈으로 보고 경험한 것만이 내가 아는 전부야.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분명 그 사제 놈보다 강한 자들이 있을 거란 거지.”
“그렇겠지. 사제라고 했으니 대사제도 있을 것 같고. 저번에 그대가 싸웠던 그 교주가 아니라 진짜 사신교 교주가 나타날 수도 있네. 그리고 자신들만의 성기사들을 만들었을 수도 있지. 어느 쪽이든 저들은 지금 본격적으로 이 우토를 침략하기 위해서 나선 것이야. 싸움이 격해진다면 자네는 한 세계와 싸우게 될 거야.”
“하나의 세계와의 싸움이라…….”
김창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자신이 강하다고 해도 그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무래도 나 혼자서 이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겠지?”
“그건 또 모르겠군. 나는 그대가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저 사신교가 가진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할 때, 그대 혼자서 하나의 세계를 상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군.”
“지원이 필요하겠군.”
“누굴 부를 건가?”
“그쪽 세계의 유능한 이들. 그리고 우리 쪽 세계에서 유능한 이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미리 에트린 제국에도 이야기를 해야겠어. 자고로 공공의 적이 나타났을 때만큼 내부의 결속을 높이기 좋은 순간도 없으니까.”
“협정을 맺은 후 우리 세 세계가 서로 힘을 합쳐서 사신교와 싸우자는 거군.”
“그래. 서로 같이 피를 흘린 만큼 빠르게 친해지는 방법도 없지.”
“그러면 이대로 일단 물러날 건가?”
“아니. 나는 여기 남아서 계속 주위를 살펴야지. 저놈들이 미친 척하고 갑자기 다른 곳으로 돌진하면 곤란하니까.”
“그러면 내가 움직여야겠군.”
뉘헬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협정서를 줄 거야. 그러니 네가 가서 프로즌에게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해. 내 뜻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그 다음은 그녀가 알아서 일을 처리할 거야.”
“흠. 그러도록 하지. 나도 저런 자들을 두고 볼 수는 없으니 말이야.”
“내일 바로 출발하도록 해. 그리고 공간 이동 마법은 좌표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좌표는 이 근처로 지정해 둬. 나는 이곳을 거점 삼아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알겠네.”
“좋아.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늘 고생했고, 푹 자고 내일 또 부탁한다고, 뉘헬.”
그 말에 뉘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이날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협정서를 가진 뉘헬은 곧바로 지구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을 향해서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사라졌다. 홀로 남은 김창훈은 멀리 보이는 죽음의 기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신교에는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놈들이 몇이나 있을까요?”
- 최소로 잡아도 하나 이상이겠지. 저번에 네가 싸웠던 그 교주란 놈도 신의 힘을 받았지만 초월자와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놈들이 진짜라고 하면 진짜 교주는 스스로의 힘으로 초월의 경지에 도달했을 거다. 거기에 신의 힘이 더해지는 거지.
“더럽게 강하겠죠?”
- 너보단 강하겠지.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힘으로도 부족해서 신이 대놓고 편애를 할 텐데 그런 자를 상대로 싸워서 이기기에는 지금의 너로서는 솔직히 무리다.
“초식들을 중첩시킨다면요?”
- 그 자살 행위를 한다면 어떻게 비빌 수는 있겠구나.
“자살 행위를 해도 그냥 비비는 수준입니까.”
- 그만큼 신의 힘이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지.
“결국 더 강해져야 하는데, 당장은 시간이 없네요.”
- 어떻게든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네가 당할 거다. 그도 아니면 다른 초월자들이 오기를 기다려라. 네가 말한 그 두 곳에서 초월자들을 한 명씩만 보내 3:1로 싸운다면 상당히 싸울 만할 거다.
“얌전히 기다려야겠네요.”
- 너로서는 그 편이 더 좋기는 하지. 하지만 상대가 얌전히 있을지 의문이구나.
천마의 말에 김창훈이 무슨 말이냐고 묻기 전에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은색의 안개가 서서히 김창훈이 있는 곳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 저들은 너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죽음의 힘을 사방에 퍼트리려고 하고 있는 자들이다. 당연히 여기 있으면 그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지.
“천마기 늘리기에 딱 좋네요.”
- 그건 그렇지.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될 거다. 죽음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어떤 놈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신이 직접 알려 주겠지. 너에 대해서.
“그러면 절 죽이려고 오겠군요.”
- 그때 초월자가 적들 사이에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네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을 테니까. 오랜만에 쫄깃한 싸움이 되겠구나.
“그런 쫄깃한 싸움은 절대로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김창훈은 죽음의 기운이 서서히 다가오는 곳으로 가서 천마기공을 사용하여 죽음의 기운을 모두 흡수했다.
적이 올 때 오더라도 이 기회는 놓칠 수 없는 절회의 기회였으니 최대한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