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또 다른 초월자와의 싸움(3)
세리스가 안내해 준 방에 온 김창훈은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크윽.”
온몸이 아팠다. 당연했다.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 정말로 근육이 끊어지기 직전이었고 뼈의 곳곳에는 금이 갔다. 뼈가 완전히 부러지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 쯧. 무식하구나, 무식해. 안 그래도 하나의 특성을 극단적으로 발전시켜 만든 하나의 초식이 천마신공의 초식들이다. 내가 왜 그 초식들을 하나하나 조합하며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지금… 알겠네요.”
천마기공이 빠르게 운용되며 몸의 상처들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며 김창훈은 억지로 말했다.
“하지만 효과적입니다.”
- 그래. 효과적이기는 하지. 네 몸을 완전히 부숴 버리기에 아주 효과적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초식을 중첩해서 사용할 생각을 한 거냐?
아리스자두니바의 전투 중에 급격하게 강해진 힘과 빨라진 속도. 그것은 김창훈이 천마신공의 초식을 중첩해서 사용한 결과였다.
이전처럼 천마무무를 사용하여 천마파천장과 천마붕산권, 이 두 초식의 특성을 하나로 융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천마파천장에 천마파천장을 추가로 사용하여 그 힘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너무 강력한 힘을 버티지 못한 김창훈의 몸이 망가진 것이다. 천마강림으로 인해서 안 그래도 무리가 가던 김창훈의 몸이었으니 뼈가 부러지지 않고 그가 스스로 자멸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천마군림보도 중첩이 되는데, 다른 초식이라고 안 될 건 없지 않습니까.”
- 그건 그렇지. 그래서 했다는 거냐?
“예. 끄응.”
몸에 느껴지는 고통에 김창훈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초식들을 합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제 능력으로 쉽지 않더군요. 그 방식으로는 단기간에 강해질 수 없었고 아리스자두니바의 전투에서도 승리를 다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겁니다.”
- 같은 초식을 중첩시켜서 그 힘을 극대화시켜 승리하겠다?
“예.”
- 나는 지금까지 널 단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 이건 오늘 처음 하는 거였지?
“그렇습니다. 솔직히 저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하아. 천마신공은 힘을 사용하는 도구로써 완벽하니까. 이런 식으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도구. 그리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몸이 이 강력한 힘을 버티지 못한다. 내가 왜 천마무무란 초식을 따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궁극의 일격을 위해서요?”
- 그거라면 그냥 천마대멸겁 몇 중첩하면 끝인데?
“그건 그러네요.”
그 말에 천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천마파천장을 예로 들어볼까? 천마붕산권이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리는 일권이라면 천마파천장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일장이다. 그리고 그 힘은 지극히 ‘파괴’라는 것에 맞춰진 상태지. 안 그래도 강력한 힘이다. 그런데 그 힘이 중첩되어서 더욱 증폭되면 어떻게 될까?
“더 강해지겠죠.”
- 그래. 그러면 그걸 사용한 네 몸은?
그 말에 김창훈은 묵묵히 전신의 고통을 느끼며 말했다.
“지금처럼 망가지는 거죠.”
- 그래. 망가진다. 몸이 버티지 못해. 물론 네가 나 정도로 성장한다면 어느 정도의 중첩은 문제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초식들을 융합하는 것도 못 하는 놈이 그걸 갑자기 중첩시킨다? 몸이 망가지는 것이 당연하지. 네 몸은 그 증폭된 힘을 견딜 만큼 굳건하지 못하니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강하다는 거군요.”
- 에휴. 그래. 그건 맞는 이야기다.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로 융합되기도 쉽지. 그래서 다른 초식을 섞어서 쓰는 것보다 사용하는 것이 쉬워. 하지만 위력은 다른 초식 2개를 합쳐서 사용하는 것보다 뛰어나지. 비록 하나의 특성에 한정되어 있지만 말이다.
“천마뇌절각을 2번 중첩시키면 압도적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만큼요?”
- 그래. 속도 그 하나만 놓고 본다면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지. 문제는 다른 부분이 전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야.
“압도적인 속도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그걸 버틸 수 있는 몸은 되고?
그 말에 김창훈은 입을 다물었다.
- 착각하지 마라. 그 초식을 중첩시키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한 사람은 나고 너 이외에도 천마신공을 익혔던 여러 놈들은 그걸 생각해 냈다. 천마신공을 익혔던 이들 중에서 가장 재능 없고 멍청한 네가 떠올린 일을 다른 놈들이 떠올리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건 그렇겠죠.”
- 천마신공을 익힌 이들이 죽는 경우는 딱 2가지다. 싸우는 상대가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할 경우. 이 경우는 뭐 볼 것도 없지. 상대가 그 녀석보다 훨씬 더 강했고 그 녀석은 패배한 그 순간 천마라고 불릴 자격이 없는 것이니까. 문제는 두 번째다.
“두 번째요?”
- 그래. 자멸이다.
“자멸…….”
- 네가 사용한 그 초식의 중첩은 분명 엄청난 힘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네 몸도 파괴하는 힘이다. 그걸 계속 사용하면 몸에 충격이 누적되고 결국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무너지는 거다. 천마신공을 익힌 자들은 대부분 이 두 번째 이유로 죽는다. 첫 번째 이유로 죽은 사람은 지금까지 통틀어서 네가 최초다.
“예?”
- 네가 최초라고. 천마신공을 익히고 적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서 죽은 경우가. 진짜 내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이제 이해가 좀 되냐? 천마신공을 익히고 도마뱀 하나 죽이지 못해서 죽었다? 진짜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군.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웃음이 나왔다. 역대 천마신공을 익힌 사람이 몇인지는 모르지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자신이 약해서 죽은 경우는 그가 최초라고 하니 웃음이 나온 것이었다.
웃을 때마다 전신이 아파왔지만 그럼에도 웃음이 나왔다. 천마가 얼마나 황당했을지 어느 정도 예상도 되고 말이다.
- 웃지 마라, 이놈아. 내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아느냐?
“조금은 예상됩니다. 그래서 절 회귀시킨 거군요.”
- 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죽음이라니. 아무리 우연히 천마신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그래도 천마신공을 익힌 이상 내 후인이다. 그런데 그딴 죽음이라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지. 그래서 무리 좀 했지.
“그렇군요.”
- 어찌 되었든 말을 돌려서 지금 너는 나를 제외한 다른 천마신공을 익힌 자들이 죽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그 끝은 파멸이다. 그러니 초식의 중첩은 당장 그만하는 것이 좋을 거다.
천마의 말에 김창훈이 대답하지 않자 천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래. 너도 그러기 싫겠지. 그 힘은 정말로 달콤할 정도로 대단하니까.
“무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천마강림을 사용하지 않고 한다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겁니다.”
- 멍청하기는. 반대다.
“예?”
- 천마강림은 네 몸에 있는 천마기를 극단적으로 압축시켜 천마기 자체를 강화하여 천마신공의 위력을 상승시켜주는 기술이다. 동시에 네 몸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준다. 천마기의 강력한 힘에 네 몸이 버틸 수 있도록 말이다.
“아. 그런가요?”
- 그래. 이 멍청아. 그걸 계속 사용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다니 정말이지 너의 그 둔한 감각에 있어서는 다시 경의를 표하게 되는구나. 어찌 되었든 네 몸은 강화되어 있는 상태다. 그 상태로 초식을 중첩해서 사용한 결과가 지금의 너다. 그런데 그런 아무런 강화도 없는 상태에서 사용하겠다고? 그러면 과연 네 몸은 멀쩡할까?
천마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한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번에 몸이 망가질 수 있군요.”
- 당장 몸이 부서질 거다. 그러니 사용하고 싶다면 천마강림을 꼭 사용한 상태에서 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 상태에서 한다고 해도 네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바뀌지 않지. 그리고 그런 피해가 쌓이다 보면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 제대로 반응을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죽는 거다.
“그러니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중첩하는 것은 하지 말라는 거군요.”
- 그래. 위험하기 때문이다. 넌 아직 그 힘을 감당할 육체가 안 되었다.
“그렇겠죠. 하지만 아직이라고 하면 가능성은 있다는 거네요.”
- 200년 정도 수련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
그 말에 김창훈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는 10년 안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뭐? 10년? 야. 아무리 재능 넘치는 애들도 그건 못 했어. 이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육체 단련의 문제야.
“그렇죠. 그리고 전 제 육체를 강화시켜 주는 조력자가 있습니다. 아마 다른 이들은 없는 아주 뛰어난 조력자가요.”
- 조력자라니. 그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던 천마는 문득 하나의 사실을 떠올렸다.
- 시스템. 그게 반응했구나.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글자를 바라보았다.
“힘, 민첩, 체력 능력치가 증가했습니다. 두 능력치 모두 100이 넘은 이후로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3가지 능력치가 각각 3씩 상승했습니다.”
- 음.
“이걸 반복하면 됩니다. 그러면 제 육체는 스스로 성장할 겁니다.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어 줄 겁니다. 경험치가 쌓이면 곧바로 성장을 이루어 줍니다. 범재도 천재로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시스템입니다. 단지 그만큼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단축시켜 줄 수 있는 길을 발견했는데 가지 않을 이유는 없죠.”
- 지금 네 몸 상태를 보고도 잘도 말하는구나.
“이 정도면 싸다고 생각합니다. 아프기는 하지만 이걸로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결코 아쉬운 것은 아니죠.”
- 언제 어디서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이가 나타나 너랑 싸우려고 할지 모른다.
“그건 그때의 저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천마강림을 사용한 상태로 계속 수련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 수련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기존에 하던 수련은 너에게 적절한 과부하를 주어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였지. 네 몸을 부수지 않았다. 지금 네가 하려고 하는 것은 네 몸을 부수려고 하는 거다.
“그것도 과부하라고 시스템이 쳐 주니 그걸 따라가야죠. 각성자는 각성자답게 강해지면 되는 겁니다. 애초에 전 무인이 아니라 헌터니까요.”
당당하게 말하는 김창훈의 말에 천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래. 확실히 너는 그동안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지 않던 ‘시스템’이라는 신비로운 힘이 함께하고 있지. 지금으로서는 그걸 믿는 수밖에 없군.
“그런 겁니다.”
- 쩝. 여차하면 죽는 건 너니까 알아서 해라. 내가 이 이상 참견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
“너무 쌀쌀하게 말씀하시네요.”
-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래도 하나 더 조언을 해 주자면 더 빠르게 강해지고 싶다면 천마강림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식 중첩을 사용하며 훈련해라. 그 편이 더 고통스럽고 위험하지만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저보다 더 하네요.”
- 강해지기 위해서 험한 길을 가겠다고 한 이상 제대로 가야지. 어중간하게 가서는 이도저도 안 된다.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하겠습니다.”
- 그래.
그리고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다. 천마는 묵묵히 김창훈을 지켜보았고 김창훈은 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