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또 다른 초월자와의 싸움(1)
“그대가 먼저 날 부르다니 참 희한한 일이군. 아니면 드디어 결정을 내린 건가?”
아리스자두니바의 말에 세리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리스자두니바는 세리스의 옆에 있는 김창훈을 보더니 말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군.”
“그렇다.”
“그런가. 만나서 반갑네. 나는 아리스자두니바라고 하네.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김창훈.”
“김창훈. 그렇군. 다시 한번 만나서 반갑네. 그래서 이곳에 온 이유를 혹시 알 수 있겠나? 세리스가 직접 부른 것을 봐서는 대략적으로 예측이 되지만. 그래도 직접 듣고 싶군.”
“그 예측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듣고 싶군.”
그 말에 아리스자두니바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날 죽이려고 왔겠지.”
그 말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군.”
“허허. 역시 그런가. 이것이 너의 대답인가? 세리스.”
“내 대답이 아니다, 아리스자두니바. 네 욕심이 부른 결과이지.”
“욕심이라. 확실히 욕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로서는 내 개인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위해서 다른 세계로 침공을 하자는 말을 하였으니 말이야. 하지만 나는 이것이 대의라고 믿네. 도대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병으로 죽고, 욕심에 휩싸인 이들에 의해서 전쟁 속에서 죽어야 하는가?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건 그 세계의 일이야. 우리가 참견할 문제가 아니야.”
“또 그 소리로군. 우리는 그들을 돕고 바꿀 수 있는 힘과 지식이 있으며 의지가 있어! 그렇다면 당연히 그들을 도와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그것이 힘이 있는 자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야!”
“그것이 오만이라고 하는 거다! 아리스자두니바! 우리가 진리를 탐색할 때, 진리를 향해 나아갈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 오만함이다! 우리의 잣대로 세상을 보면 안 된다! 세상은 세상의 기준이 있고 다른 차원, 다른 세계에서는 그들만의 기준이 있다! 그걸 억지로 우리의 잣대로 바꾸겠다는 건가!”
세리스의 외침에 아리스자두니바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그 잣대를 마음대로 바꾸겠다고 한 것인가! 내 잣대는 언제나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거야! 사람들 중 그 누가 굶어 죽는 것을 좋아하고 병으로 죽는 것을 좋아하는가! 자신들과 단 하나도 상관없는 전쟁으로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에 세리스도 담담히 말했다.
“사신교와 이야기하면 되겠네. 그들은 죽음이야말로 행복이라고 외치니까.”
그 말에 아리스자두니바가 움찔한다. 확실히 모든 사람들은 죽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죽음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이라고 외치는 이들이니까.
“봐라, 아리스자두니바. 지금 너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는 것이다. 사신교가 나쁘다고? 그건 우리들의 기준이다. 그들의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은 나쁜 것이 아니야. 그저 그들의 생활 방식이며 문화다. 그것을 네 마음대로 뜯어 고치겠다고? 심지어 아예 다른 차원에 사는 이들을?”
“그래. 확실히 그들에 대해서는 내가 틀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은 죽음을 축복하는 것이지 그 과정까지 축복하지는 않아.”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자네가 직접 봤나?”
“그건…….”
그 말에 세리스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아리스자두니바. 네가 하려고 하는 것은 오만이며 독선이다.”
그 말에 아리스자두니바는 담담히 세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나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안 그런가?”
그리고 아리스자두니바가 김창훈을 바라보자 김창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세계는 정말로 좋군. 아마 우리 쪽에서는 천국이 따로 없다고 할 거야. 세상이 이상적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걸 실천하는 모습. 매우 보기 좋아.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분명 안 좋은 부분이 있겠지.”
“물론이지. 우리 또한 인간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차별과 욕망에 의한 행동들은 완전히 끊을 수가 없지.”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문제는 말이야. 세리스의 말대로 그걸 강제로 할 권리는 너에게 없다. 내 세계도 분명 문제가 많아. 하지만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네가 참견할 문제가 아니지.”
“하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그대들끼리 그걸 다 해결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은 그렇게 쉽게 통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강대한 힘이 있는 자가 올바로 통치를 한다면 또 달라지지.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러면 인간들은 알아서 성장할 거다. 나는 그 시간만 벌겠다는 거다.”
그 말에 세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너는 안 된다, 아리스자두니바. 다른 차원은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그들만의 삶이 있다. 그걸 강제로 파괴하려고 하지 마라.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때 나서도 늦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죽을 사람들이 눈에 밟혀서 안 된다. 그걸 용납할 수 없다. 강제로라도 할 것이다.”
그 말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그걸 반대해야 하는 입장이지. 당신의 주장대로라면 분명 우리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테니까. 당신을 막기 위해서 싸우면서 생기는 피해도 생각해야 하니. 여기서 막는 것이 최소한의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지.”
그 말에 아리스자두니바는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세리스가 날 막기 위해서 자네를 부른 거였군, 다른 차원의 초월자여.”
아리스자두니바의 말에 김창훈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대화로 모든 것을 하고 싶거든.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로 사람들이 약간씩 양보해서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걸 강제로 한다? 그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
김창훈은 아리스자두니바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에 나는 찬성이야.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조금씩이지만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나는 그런 발전을 믿고 기다릴 거야. 그러니 우리 세계의 일은 우리 세계가 알아서 하겠어, 아리스자두니바. 너는 그 일에 빠져라.”
그 말에 아리스자두니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이 다르군. 다른 세계의 초월자여, 다시 한번 묻겠네. 정말로 나와 함께 뜻을 할 생각이 없는가?”
“없다.”
“그런가.”
그리고 아리스자두니바의 등 뒤에 있는 검이 스스로 천천히 뽑히자 김창훈 또한 천마기를 온몸에서 내뿜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전투를 할 준비를 하자 세리스가 말했다.
“싸울 거면 나가서 제대로 싸우지. 이곳에서 싸우지 말고. 여기는 좁아서 제대로 싸울 수도 없는데.”
그 말에 아리스자두니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군. 밖으로 나가도록 하지.”
이에 김창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세리스의 방에서 나왔고. 그들은 성의 복도를 벗어나 허공에 날아올랐다.
“여기서 하자고?”
김창훈의 말에 아리스자두니바가 말했다.
“무슨 문제 있나?”
“이대로 싸운다면 저곳에 큰 피해가 갈 텐데?”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세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성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전력으로 공격하지 않는 이상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대 둘이 싸우는 여파로 저곳이 피해받는 일은 없다.”
김창훈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아리스자두니바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다시 말하지. 너의 그 이상은 나도 동의한다. 세상은 좀 더 나아가고, 인류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 하지만 모든 것은 그들이 스스로 이루어 나아가야 가치가 있는 거야. 그러니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너는 그냥 옆에서 조언이나 좀 해 주면 되는 거다.”
“그 과정 속에 생기는 분쟁들을 생각하라는 거야. 그것들을 굳이 경험해야 하나? 이럴 시간에 그냥 사람 1명이라도 더 살리는 것이 좋지 않나?”
“그러니 그냥 우리를 그냥 두면 고맙겠어.”
“후우. 역시 대화가 안 되는군. 그러면 이제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네.”
그리고 검이 완전히 뽑혔다. 김창훈 또한 곧바로 천마강림을 사용하였다. 상대는 초월자. 초월자를 상대로 천마강림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좋은 힘이로군. 그대 또한 많은 공부를 하였구나.”
아리스자두니바의 말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천마파천장을 사용해 내뻗는 손을 보며 아리스자두니바는 곧바로 자신의 검을 휘두른다.
김창훈이 손과 아리스자두니바의 검이 충돌한다. 구름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 힘의 여파를 보여 주었다. 그 주위에 있던 세리스는 그 힘의 여파에 인상을 찌푸리고 거리를 벌리며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였다.
동시에 김창훈과 아리스자두니바는 뒤로 물러나며 다시 서로를 향해서 손과 검을 뻗었다. 그때 김창훈의 등 뒤에서 마법진이 나타나 김창훈의 등 뒤를 공격했으나 김창훈은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애초에 공격하는 도중에 등 뒤에서 오는 공격을 피할 능력도 없었다.
‘그래도 한 번에 죽지는 않을 거다.’
등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충격. 하지만 천마반탄강기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그냥 충격만 받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충돌하는 김창훈의 손과 아리스자두니바의 검. 이번에는 명백하게 김창훈이 압도했다. 천마파천강과 천바숭산권. 두 초식의 힘을 담고 있던 김창훈의 손이 아리스자두니바의 검을 밀어낸 것이었다.
“음. 강력하군.”
아리스자두니바는 손에 느껴지는 강력한 힘에 인상을 찌푸렸다. 김창훈은 곧 연이은 공격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아리스자두니바는 검과 마법을 통해서 김창훈의 공격을 최대한 견제하였다.
그러나 둘 사이의 힘의 차이는 너무 명확하였다. 김창훈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렇기에 아리스자두니바는 계속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아리스자두니바는 분명 힘으로 밀렸으나 김창훈을 상대로 아예 밀리지는 않았다.
그가 가진 검술과 마법은 그렇게 가벼운 것들이 아니었기에 김창훈도 힘만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가 없었다.
‘강하다.’
김창훈은 검을 받아치며 마법은 몸으로 때웠다. 그러면서 천천히 아리스자두니바의 전투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재능으로서는 아리스자두니바의 복잡한 그 모든 전투방법을 이해할 수도 대처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법의 마나를 흡수한다. 자네, 참으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군.”
그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아리스자두니바를 바라보았다. 그가 사용한 마나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 일부를 천마기공으로 흡수하여 자신의 천마기를 보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