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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킬은 천마신공 (134)화 (134/169)

134화 진리의 도시(3)

그 후 김창훈은 일단 세리스의 안내를 받아 빈 방에서 하루를 지냈다. 다음 날, 김창훈은 세리스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싸울 상대의 이름은 아리스자두니바다.”

매우 긴 이름에 김창훈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리 뭐라고?”

“아리스자두니바다.”

“너무 길어. 그냥 아리바라고 부르지.”

“마음대로 해라. 어찌 되었든 아리스자두니바는 내가 어제 보여 준 환영처럼 검과 마법을 사용하는 초월자다. 그의 가장 무서운 점은 검과 마법을 적절하게 융합하고 상대의 빈틈을 찌르며 동시에 상대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이지.”

“그다지 무서운 점이라고 보기 힘든데? 다 너무 당연한 거잖아.”

상대의 약점을 찌르고 파고드는 것은 승리하기 위해서 너무나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마검사로서 검과 마법을 제대로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 또한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김창훈이 그 점을 당연하다고 말하자 세리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너무나도 당연한 거야.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너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알 것 같군.”

그 말에 김창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재능이 없다. 그렇기에 과거 천재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해내는 것을 그는 단 한 번도 해낼 수 없었다.

공격을 하고 피하라고? 말은 쉽지. 그걸 어떻게 동시에 하는가? 김창훈에게는 그걸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에 천마신공이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런 재능도 없이, 노력만으로 강해질 수 있는 무공이기 때문이었다.

“아리스자두니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아주 당연한 일들을 계속해서 할 수 있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그와 싸우는 이들이 지는 거야.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당연한 것들만 하니까.”

“정석인데 그 정석을 아주 철저하게 한다는 말이군.”

“그렇지. 그는 정석 그 자체야. 정도로 나아가는 사람이지. 하지만 그만큼 무서운 것도 없어. 정석으로 한다는 것은 어떠한 약점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로 가장 간단한 것이 무서운 법이다. 천마가 오직 강력한 힘 하나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듯이 이런 단순하다는 말은 때론 무엇보다 무서운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너라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보는 거야. 너는 이 남자처럼 아주 정확한 정도만 걷는 남자니까.”

“내가 정도라고 말하니 좀 웃기긴 하네.”

그는 천마신공이라는 어마어마한 스킬을 하나 잘 얻어서 출세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정식으로 뼈를 깎는 수련을 하며 강해진 이들과 비교하면 그는 그냥 운이 좋은 사람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정도라고 말하는 세리스의 말을 듣고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정도가 아닌 정형적인 사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테니 말이다.

“정도는 정도지. 그대가 가진 것은 딱 하나. ‘힘’이지 않나? 모든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 그 하나만 가지고 있지 않나? 가장 심플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지.”

압도적인 힘. 지금까지 김창훈이 적들을 쓰러트려 온 방식이다. 상대보다 언제나 더 강한 힘을 사용한다. 그것으로 승리를 취한다.

그 과정에 있는 자잘한 것들은 모두 의미가 없다. 김창훈의 근접전투 실력은 잘해야 C등급 헌터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게 노력하고 나름대로 성장했는데도 이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가 지구 최강의 헌터이자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지도 않았음에도 초월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압도적인 힘 때문. 지금 세리스가 말하는 것과 같이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상대가 무슨 짓을 하던 그것을 모두 압도할 힘이 있다면 결국 이길 수 있다.

김창훈이 그렇게 이겨왔고, 김창훈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친 천마 또한 그렇게 이겨왔다. 이 둘이야말로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는 대표격인 인물들이었다.

“아리스자두니바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너밖에 없다. 나는 그를 상대로 이길 수 없어.”

“아예 싸우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였던 것 같은데?”

그 말에 세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내 위치가 위치니까. 그러니 그대밖에 없다. 아리스자두니바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그건 이해했다. 그럼 하나만 물어보지. 도대체 왜 그놈을 죽이려고 하나?”

김창훈의 말에 세리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세계에 와서 보았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렸지?

“멋지다?”

“그런가. 그렇게 봐주니 고맙군. 그래. 우리는 정말로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지. 과거에는 우리도 전쟁과 욕망에 휘둘렸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는 진리를 깨달아가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진리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며 지금의 위치까지 왔지.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합리한 것들이 많이 사라졌어. 덕분에 큰 전쟁도 없고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 사람도 없고,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없지.”

“유토피아 같은 곳이군.”

그 말에 세리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비슷하지. 이곳에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굶어 죽는 이가 없으며 병으로 죽는 이들 또한 그 수가 많지 않아. 전쟁도 없지. 어떻게 보면 정말로 살기 좋은 곳이야. 하지만 그 점이 또 문제였어.”

“그 점이 문제라니?”

“우리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다른 곳은 어떻지? 우토를 통해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된 우리는 크게 3가지 의견이 나왔다.”

“3가지 의견?”

“첫 번째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계몽하여서 그 세계에 있는 사람들 또한 이렇게 살기 편한 곳으로 그 사람들의 세계를 고쳐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우리가 적절한 지도를 하여서 그들이 스스로 이렇게 변하도록 길 안내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그들만의 세계니 우리가 참견해서는 안 된다는 것.”

과거 유럽인들이 동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하면서 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김창훈이었다. 문명국으로서 비문명 국가를 계몽해야 한다는 그들의 오만하기 그지없는 사상과 발언.

“오만하군. 그 세계도 그 세계 나름대로의 법과 체계가 있고 나름대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텐데. 그걸 단번에 뜯어 고친다 이건가? 자신들의 뜻으로?”

“그렇지. 오만하지. 문제는 우린 오만해질 자격이 있다는 점이야. 자네도 보지 않았나? 이 세계가 얼마나 잘 발전했는지.”

“다 본 것은 아니다. 그저 도시 하나랑 이 성 하나를 보았을 뿐이지.”

“이 저장고는 우리 세계에 하나밖에 없지만 그런 도시들은 여러 곳이 존재하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세계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300년도 더 된 이야기야. 그 이후로 더 이상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 병도 최대한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지. 불치병들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서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 불치병들 또한 계속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아가고 있지. 거기에 전쟁도 없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이상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지. 그런 지혜와 지식이 우리들에게는 있어. 하지만 다른 곳은 어떻지?”

“그 부분은 반박할 부분이 없네.”

당장 지구만 보더라도 매일 굶어 죽는 사람이 나타나고 백신이 있는 병으로 죽는 사람도 있다. 전쟁으로 죽는 사람도 매일같이 생기고 있었다.

그런 지구의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다른 세계를 계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야. 그 부분에 대해서 나는 반대했지. 우리가 신도 아닌 이상 괜히 나서서 일을 벌일 필요 없다고. 우리만 해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는데 굳이 다른 세계의 문제들까지 우리가 껴안을 필요가 없다고.”

“너는 다른 세계에 참견하지 않는 쪽이군.”

“그래. 그리고 내가 중간 지대가 되어서 다른 두 의견들을 잘 조율하고 있는 중이지. 그리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계몽을 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의 수장이 바로 아리스자두니바다. 이들은 과격해. 필요하다면 그 세계의 지도자들을 죽일 거라고 외치는 이들이다.”

“전쟁이 나겠군.”

“그래. 전쟁이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리스자두니바는 나서자는 거야. 전쟁이 일어나도 자신들이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그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초월자라서?”

“그래. 그것도 한 명이 아닌 3명이나 있으니까. 다른 세계에는 한 명이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3명이나 이곳에 있으니 싸워도 절대로 지지 않는 자신감이 있는 거지.”

“그 다음은 식민지 건설인가.”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합리적인 사람들이야. 아리스자두니바는 정말로 그 세계를 계몽하고 우리 세계랑 비슷한 수준까지 그 세계의 수준을 끌어 올린다면 그대로 물러날 거야.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정말로 순수하니까. 문제는 전쟁이 벌어진다는 부분이지. 나는 그 부분은 절대로 피하고 싶어.”

“그래서 아리스자두니바를 죽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렇지.”

김창훈은 세리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스자두니바의 생각은 너무 급진적이며 위험하다. 그가 다른 세계를 계몽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그 다른 세계에 김창훈이 살고 있는 지구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를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김창훈은 한숨을 쉬었다. 과거로 회귀를 하게 되면서 그의 생각은 간단했다.

S등급 헌터가 되어서 자신이 익힌 천마신공 스킬을 끝까지 익히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지구를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어쩌다가 길이 여기까지 왔나 싶었다.

‘과거의 삶과 비교하면 정말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

과거 회귀하기 전에 ‘우토’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발견 되었는데 김창훈이 몰랐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화신’이란 존재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과거로 회귀하고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크게 바뀌었다.

-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더군. 그 말이 적용되는 것뿐이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 과거로 돌아와도 많은 변화가 있는데 천마신공을 익힌 네가 과거로 돌아왔으니 당연한 것이지.

천마의 목소리에 김창훈은 세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무턱대고 싸우고 싶지 않다, 세리스. 그러니 그 사람을 만나고 싶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그 다음에 싸울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만약 자신의 뜻을 꺾는다면 나로서도 그것이 좋지. 그것만 해도 다른 세계와의 전쟁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세리스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시간이 될까?”

“지금 바로 부르면 된다. 그렇게 할까?”

“그래. 빠르게 결판을 내 보자고.”

그 말에 세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는 허공에 손을 뻗어 무언가 조작을 하더니 말했다.

“불렀다. 곧 올 거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의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며 백발의 노인이 허리와 등에 검을 맨 상태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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