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쓰레기 청소(1)
김창훈은 이틀 후 전 세계의 여러 유명 언론들을 모아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말하였다. 당연히 기자들은 엄청나게 모여들었다.
김창훈은 가디언의 총장이 된 이후로 사람들 앞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 우토를 통해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 준 이후로 사람들 앞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이 스스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할 때, 또 얼마나 큰일을 발표하려고 하는 건지 사람들은 기대하면서도 불안해하였다.
그리고 기자회견 당일. 김창훈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단상에 올라서 준비된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기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김창훈은 기자회견을 할 때, 혹은 어떤 브리핑을 할 때 스스로 전부 다 이야기하지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자기 생각을 확고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자료를 들고 나왔으니 사람들은 벌써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기자회견에 참가해 준 모든 기자분들에게 먼저 감사합니다. 그러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바로 전에 이야기한 우토에 있는 다른 차원들과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그 일은 가디언에서 전적으로 담당을 하고 있었으나, 여러 국가들이 가디언의 뜻을 무시하고 에트린 제국과 개별적인 교류를 하였습니다.”
그 말에 기자들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상당히 유명한 일이었다. 이 일로 인해서 각국의 수장들은 엄청난 욕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다른 국가들은 다 하는데 자신들만 안 할 수 없었다는 말에 사람들은 납득을 했지만, 애초에 왜 국제기구인 가디언을 두고 멋대로 일을 벌이냐는 말이 나왔다.
무엇보다 가디언이 공식적으로 에트린 제국과 관련된 일은 어떠한 일이라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것이 컸다.
이걸로 가디언의 총장인 김창훈이 자신들의 국가에 만약 S등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였을 때 돕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각 국가는 최대한 자신들의 힘을 어필하며 S등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해도 자신들이 책임지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시켰다.
실제로 김창훈 이외에도 SS등급 몬스터와 홀로 싸워 승리한 S등급 헌터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였기에 사람들의 불안은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각 국가가 에트린 제국과 무슨 일을 구체적으로 했는지 많은 분들이 모르실 것 같아, 일단 그 부분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에트린 제국의 상황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에트린 제국은 현 황제가 노환으로 물러나 새로운 황제를 선출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 황제에게 3명의 황자들이 있었고, 각 국가는 3명의 황자들 중 한 명을 선택해서 지원을 하였죠.”
차기 황제가 될 이들을 지원했다는 말에 기자들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황제란 하나의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은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3명의 황자들은 어마어마하게 힘을 키웠고 서로 사이가 점점 더 안 좋아졌죠. 거의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랑스러운 국가들은 거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 중이었죠.”
그 말에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하지만 김창훈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에트린 제국의 1황녀가 절 찾아왔습니다. 망명을 신청했죠. 그리고 저는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망명을 신청한 사람이 에트린 제국의 1황녀 말고 그녀의 동생인 2황녀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그 2황녀를 데리러 갔습니다. 제국의 황녀로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을 위해서 제가 데리러 가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1, 2황녀들은 제국 내에서 아무런 발언권이 없었습니다. 1황녀는 황자들 보다 유능하여 죽을 예정이었고, 2황녀는 귀족들의 첩으로 팔려 나갈 예정이었죠.”
그 말에 더더욱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작은 소리로 짧게 욕을 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1황녀와 함께 제국으로 갔고 거기서 3명의 황자들을 만났습니다. 1황자는 오만하기 그지없더군요. 절 보고 천민이라고 말하며 1황녀의 망명을 취소하면 편하게 죽여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을 것 같으세요?”
김창훈의 말에 기자들이 웃으며 여러 가지 답변을 하였으나 대부분 비슷했다.
“그렇죠. 마음 같아서는 저도 여러분처럼 당당하게 욕이나 시원하게 박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타국의 황제가 될지 모르는 분이니 예의는 갖추어야죠. 좋게 이야기했습니다. 1, 2황녀가 망명을 신청했다. 이 둘은 제국에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뗀다고 하였다. 당신들에게 하등 위협이 안 될 테니 그냥 이 둘을 보내 달라. 하지만 들은 척도 안 하더군요. 그리고 절 공격하려고 하기에, 죽였습니다.”
죽였다는 말에 기자들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다음 2황자와 3황자는 생각보다 머리가 돌아갔습니다. 단지 2황자는 전형적인 소인배더군요. 약자들에게만 강한 목소리를 내고 그들을 압박만 할 뿐. 힘이 있는 자들에게는 한마디도 못 했습니다. 3황자는 더 심하더군요. 전형적인 열등감 덩어리였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력자라는 점 역시 정말로 짜증 나게 만드는 점이었죠.”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며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김창훈은 말을 이어갔다.
“저는 황궁으로 가려고 했고, 2황자와 3황자는 길을 비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황궁을 지키는 기사와 마법사들은 물러나지 않았죠. 이런저런 말이 있다고 하나 1황자를 죽였고 심지어 1, 2황녀를 데려 간다는 사람을 그냥 보내 주기에는 그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은 겁니다. 진정한 군인이었죠.”
그 말에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문제죠. 언제나 열정적으로 일하는 군인들, 하급 공무원들이나 현장에서 일어난 경찰, 소방관들. 우린 이분들이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더 좋은 대우를 해 주려고 하나 그 윗대가리들이 언제나 사건, 사고를 일으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2황자, 3황자가 물러나지 않는 그들을 보며 욕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물러나지 않았죠. 2황자는 그런 그들을 보며 화가 나서 한 명을 본보기로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그 행동을 저지하지 못했죠. 일단 군인이 상급자의 말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하극상이니까요.”
그 말에 기자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 그때 누군가 나섰습니다. 그 세계에서 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죠. 저나 그 사람과 같이 일정한 수준을 뛰어넘은 자들을 ‘초월자’라고 부릅니다. 종족의 한계를 초월했다는 의미로 부른다고 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에트린 제국의 초월자가 나서서 그 기사를 지켜 주었고 그가 상황을 정리하였습니다. 제국의 수도에 외부인이 나타나서 1황자를 죽이고, 나아가서 1, 2황녀를 데려 가려고 하는데도 한마디 못 하는 2, 3황자들은 황제의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그 둘을 무시하고 제가 데려 간 1황녀를 황제로 만들었죠.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 초월자는 황실의 큰 어른이라서 그런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1황녀가 황제가 되었고 2, 3황자들은 어디 변방으로 유배를 보냈습니다.”
유배란 단어를 잘 모르는 외국 기자들은 당황했고 이에 한국 기자들이 그 뜻을 잘 전달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제가 에트린 제국에서 벌인 일입니다. 유능하고 현명한 1황녀가 황제가 되었고, 2황녀 또한 그곳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며 제국의 사람들 또한 멍청하고 아둔한 황제가 생기지 않게 되었으니 행복한 일이죠. 저로서는 새로운 황제와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으니 지구와 에트린 제국과의 교류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되었으나, 여기에서 불행한 이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황자들에게 배팅을 했던 여러 국가들이죠.”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김창훈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서류는 가디언이 창설된 이후로 지금까지 가디언 내부에 쌓인 여러 불법적인 일들에 대한 겁니다. 당연히 아직 정황만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것들을 제외하고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것들만 좀 추려서 왔습니다.”
불법적인 일들이란 말에 기자들이 눈을 빛냈다. 이것이 진짜 김창훈이 자신들을 부른 목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불법적인 일에 대부분 여러 국가들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에트린 제국과 관련된 일에 완전히 손을 떼고 나서 더 열심히 움직인 것 같더군요. 가디언은 국제기구입니다. 각 여러 국가들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은 저도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그러면 감시를 해야지, 내부에 파고들어 자기들끼리 파벌을 만들거나 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유엔이나 WHO 같은 다른 국제기구들 꼴 납니다. 국제기구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정치싸움이나 하고 있는 거죠.”
그 말에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국제기구 안에서 벌어지는 각 국가들의 정치 싸움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저는 가디언을 처음 만든 다음에 이곳이 과거의 국제헌터협회와 완전히 다른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역할이 비슷하니까요. 분명 국제헌터협회에 있을 때 있었던 범죄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제가 관심을 끄고 있으면 분명 움직일 놈들이 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김창훈은 손에 든 서류를 다시 단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나오더군요. 그래서 언제 이들을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이번 에트린 제국의 일이 터진 겁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이번에 같이 정리할 겁니다. 에트린 제국의 3명의 황자들을 지원했던 국가, 그들이 지원했던 품목 등등. 여러 가지를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며, 가디언의 소속된 이들이 저지른 범죄와 이 범죄와 연관되어 있는 국가들도 발표합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말하죠.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아니라고 잡아떼며 꼬리를 자르려고 한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대가 받아냅니다. 그러니 거기까지 가기 전에 순순히 인정할 것 인정하고 깔끔하게 처리합시다, 우리. 그러면 지금부터 진짜 발표를 시작하도록 하죠. 가장 먼저 미국부터 시작해 봅시다. 먼저 미국이 지원한 황자는 3황자로써-”
그리고 김창훈은 자신이 들고 온 서류들을 쭉 읽기 시작했다. 그가 말을 할수록 기자들의 얼굴이 안 좋아졌다. 특히 김창훈이 말한 국가에 소속된 기자들일수록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렇게 장장 1시간가량을 서류를 보고 읽은 김창훈이 모든 것을 다 읽고 나자 완전히 싸늘해진 기자회견 장소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 잘 전달된 것 같군요. 이 자료는 우리 가디언 공식 홈페이지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제가 약식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말이죠.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그 말에 기자들 중 일부는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벌어질 재앙 같은 일들이 예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김창훈은 지금 전 세계에 엄청난 폭탄을 동시에 투하한 것이었다.
아주 힘이 없는 약소국이나 이 폭탄을 피했지 나름 국제무대에서 목소리 좀 낸다고 하는 이들은 그 누구도 이 폭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면 모두 좋은 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김창훈이 준비한 폭탄이 전 세계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