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똥물의 결과(2)
“우리 가디언이라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김창훈의 말에 미국 대표는 당당히 말했다.
“우리는 각 국가를 대표해서 가디언의 혹시 모를 비리를 막기 위해서 나온 이들입니다. 당연히 우리 또한 가디언 소속입니다. 아니면 혹시 총장께서는 우리가 감사를 하고 내부 수사를 한다고 아군으로 인정 못 하겠다는 겁니까?”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설마. 나는 내부를 감사하는 이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세력이 크면 클수록 말이야. 가디언 같은 국제기구는 말할 것도 없지.”
“그러면 우리도 가디언과 함께하는 이들이군요.”
“일반적이라면 그렇지. 감사를 한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그 감사의 결과는 대부분 그 조직을 위해서야. 즉, 너희들이 한 감사가 가디언을 위한 것이라면 나는 너희들을 얼마든지 동료로서 환영할 거야. 하지만 그것이 아니잖아?”
김창훈의 말에 미국 대표가 담담히 말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설마 우리가 다른 국가에 속해 있다고 인정 못 하겠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희들은 내부 감사 자료를 우리 가디언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야. 안 그래?”
그 말에 5명 모두가 움찔거린다.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 내가 가디언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이지 장님이나 귀머거리가 된 것은 아니야. 오히려 나는 너희들보다 훨씬 더 가디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명색이 가디언의 수장인데 너무 날 우습게 보는 것 같네.”
그러자 미국 대표가 가장 먼저 정신을 수습하여 말하였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감사 자료를 저희가 속한 곳에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들이 있는 것 아닙니까? 가디언이 스스로 내부 감사를 한다고 해도 혹시 자신들 조직이라서 감싸 줄 가능성을 생각해서 말입니다.”
“물론 그것을 목적으로 각 국가에서 보낸 감찰단을 받아들인 거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잖아. 감찰의 목적은 내부의 쥐새끼를 잡아내는 거야. 그런데 너희는 그걸 힘으로 사용해서 내부에 쥐새끼들을 심잖아. 마침 잘되었네. 안 그래도 여기서 돌아가면 한번 정리하려고 했는데. 너희들에게 미리 이야기할 수 있어서.”
그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중국 대표가 급히 말했다.
“우리는 가디언의 허가 없이 가디언에 사람들을 들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외부에서 사람들을 심는다는 겁니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이용하면 그만이지. 명분도 간단하잖아? 가디언이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신들을 위한 내부고발자가 되어 달라고 하면서 말이야. 정말이지 너무 속 보인다고, 너희들 전부.”
그리고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 너희들이 벌인 일이야. 내가 분명 말했지? 에트린 제국과 교류를 할 때 제국의 권력 투쟁이나 그 이외의 내부 다툼에 절대로 참가하지 말라고.”
그 말에 중국 대표가 급히 김창훈의 말을 받아쳤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언가 착오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분명 하지 말라고 본국에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본국에 있는 이들이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총장님!”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그리고 그러기에는 너희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증거가 너무 많은걸? 말했잖아. 너희들이 개입한 이후로 나는 그 일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고. 어떤 일이 벌어져도 말이야. 그 어떤 일이라는 것 중에는 에트린 제국에서 너희들을 죽이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포함이야. 만약 그러겠다고 해도 난 말리지 않을 거야.”
그 말에 5명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너희들이 한 모든 것은 너희들의 책임이다. 가디언, 그리고 선량한 지구의 사람들을 끌어들려고 하지 마.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밑에 사람들이 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죽으면 너희들이 죽는다.”
단호한 김창훈의 말에 영국 대표가 급히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우리들도 일을 확실하게 처리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트린 제국에 우리들의 신변을 넘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가디언의 존재의의는 지구의 사람들을 지키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우리는 너희들이 싼 똥을 닦아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러니 이번 일에 대해서는 너희들이 책임져야 할 거야. 그걸 우리에게 끌고 온다? 그러면 내 손으로 너희들을 처분한다.”
김창훈의 말에 5명의 안색이 더욱 안 좋아진다. 이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살고 싶지?”
그 말에 5명은 모두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을 위해서 이곳으로 김창훈을 만나러 왔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해. 너희들이 싼 똥은 너희들이 치워라. 그래도 에트린 제국은 나름 법의 체계가 있는 곳이야. 심지어 다른 차원의 사람들인 너희들을 바로 죽이지는 않겠지. 물론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는 어떻게 안 되겠지만 그 부분은 너희들이 감수해야지. 애초에 황자들을 지원할 때, 그 정도는 각오했을 거 아니야?”
그 말에 5명 모두 할 말이 없어진다. 김창훈의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각자 자신들이 지원하는 황자를 황제로 만들어 거기에 따라서 이득을 보려고 했다.
도박이었다. 승리한다면 엄청난 이득이 있지만 실패하면 말 그대로 나락. 그리고 여기서 이들은 도박에 실패한 것뿐이다.
1황녀라는 아주 어처구니없는 패를 들고 온 김창훈에게 말이다.
“우리 추해지지 말자고. 그래도 명색이 각 국가를 대표하는 이들인데. 그래도 약간의 자비를 베풀어 준다면, 너희들이 여기서 죽지 않도록 해 주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비다. 그러니 뭉그적거리지 말고 당장 지구로 꺼져. 이 이후의 일은 내가 지구로 돌아간 다음에 처리할 거다.”
그 말에 5명 모두 침울한 얼굴을 하였다. 김창훈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들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그리고 지금 이들에게 더 도와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그 말은 지켜질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최소한 이곳에서 당장 죽을 일은 없다는 점이었다.
“밖에 누구 있나!”
김창훈의 외침에 곧 문이 열리며 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이 5명을 끌고 가서 우토에 있는 지구의 거점으로 보내 줘라. 나머지는 우리 쪽에서 제대로 처리하도록 하지. 그리고 황제에게는 내가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신세를 졌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섯 분 모두 절 따라오시죠.”
그 말에 5명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섰다. 그 모습을 본 김창훈이 혀를 차며 말했다.
“돌아가서 정신없이 움직여야겠군.”
청소를 해야 했다. 그걸 생각하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바로 갈 건가?
“예. 저놈들이 돌아가서 일을 꾸미기 전에 저도 돌아가야죠. 돌아가서 제대로 처리를 할 생각입니다.”
- 그동안 너무 손을 놓고 있기는 했지.
“그것이 목적이었죠. 분명 제가 손을 놓고 있으면 그 안에서 날뛸 놈들이 나타날 테고, 그때 그놈들을 일망타진하려고 여러 가지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 문제는 그 함정이 너무 효과적이라는 거지. 에트린 제국의 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야.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부분이 저도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합니다.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 못 했거든요. 인간의 욕심을 무시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있는데도 그렇게 대놓고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큭큭. 그것이 인간의 욕심이지. 그리고 그 욕심이 있으니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발전하는 원동력이자 재앙이지.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에메랄드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러 기사들이 에메랄드를 호위하고 있었고 에메랄드는 몇몇 귀족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김창훈의 등장에 잠시 놀랐으나 곧 에메랄드의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는 말에 그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곤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비켜 주었다. 이에 김창훈이 에메랄드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바로 가야겠다.”
“예?”
“그 5명은 지구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문제는 그놈들을 미리 보내 놓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놈들이 또 이상한 짓을 할 거란 거지. 그러면 일이 귀찮아진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바로 갈 생각이다.”
그 말에 에메랄드는 담담히 말했다.
“그렇군요. 갑작스러운 이별이네요.”
“본래 다 그런 거지. 어찌 되었든 인사를 하려고 온 거다.”
“후우. 알겠습니다. 다음에 언제쯤 만나게 될까요?”
“네 황제 즉위식은 참가하도록 노력해 보지.”
“그러면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 보지.”
그 말과 함께 김창훈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곧바로 허공을 박차며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본 에메랄드는 웃으며 말했다.
“참 한결같은 분이기는 하네요.”
그 행동력 하나만큼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에메랄드는 아까 잠시 자리를 비켜 주었던 귀족들을 다시 불러 온 후 말했다.
“그러면 아까 했던 이야기를 계속 하도록 하죠.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에번튼 공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폐하.”
“아. 그는 처형입니다. 그러니 다음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은 스트리니 백작에 대해서.”
그렇게 에메랄드가 작성한 살생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처우가 이들과 함께 조금씩 결정되고 있었다.
* * *
각 국가의 대표 5명은 기사의 안내를 받아서 에트린 제국을 벗어나 우토로 힘없이 돌아왔다. 그리고 우토에 있는 공간 이동 마법을 통해서 지구의 베이스캠프로 왔을 때.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말했다.
“일단 살길을 찾아야겠지.”
“그렇지. 그러면 각자 자신들의 연줄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으로 하지. 희생자가 많아진다면 아무리 김창훈이라고 해도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을 거야. 다 쳐낼 수는 없을 테니까.”
“그건 유감이군. 나는 다 쳐낼 생각이거든.”
갑작스럽게 들린 말에 5명 모두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미소 짓고 있는 김창훈의 모습이 보였다.
“하하. 역시 바로 오기를 잘했네. 안 그랬으면 일이 더 복잡해질 뻔했어. 하마터면 너희들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들이 나올 뻔했잖아.”
“가… 갑자기 어떻게?”
“너희들과 같은 방법으로 왔지. 너희들을 보내 놓고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처럼 살기 위해서 쓸데없이 발버둥을 칠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일이 복잡해지는 것이 싫거든. 그러니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빨리 온 거지.”
그 말에 그 5명이 굳어있을 때. 이들이 있는 곳으로 프로즌이 몇몇 헌터들과 함께 걸어왔다. 프로즌을 본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에트린 제국의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확실하게 다 처리했다. 나중에 제국에서 사람이 올 거야. 황제 즉위식에 오라고. 그때 가서 축하해 주면 되겠지. 아, 그리고 이 5명 포박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프로즌이 함께 온 헌터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서 5명을 포박했다. 그 5명은 저항을 해 봤으니 민간인이 헌터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면 그동안 쌓인 쓰레기들 청소를 한번 해 볼까, 프로즌.”
“알겠습니다.”
그렇게 프로즌과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김창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