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똥물의 결과(1)
김창훈은 자신의 방에서 이틀 정도를 밖에 나가지 않고 자신의 몸을 100%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그렇게 온전히 몸의 회복을 끝내고 방에서 나온 김창훈은 일단 밥부터 먹었다.
이틀 동안 밥을 먹지 않고 몸의 치유에 집중했기에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방에서 김창훈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김창훈의 말에 문이 열리며 에메랄드가 들어왔다.
“이제 다 몸을 회복하신 거군요.”
“그렇지.”
“다행입니다.”
“레이드는?”
김창훈의 말에 에메랄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분은 돌아오신 이후로 자신의 거주지에서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
레이드가 김창훈보다 더 큰 내상을 입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헤어지기 전에도 레이드는 멀쩡한 반면 김창훈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레이드 스스로도 자신보다 상태가 안 좋다고 김창훈에게 말하기도 하였고 말이다.
그렇기에 왜 레이드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김창훈도 모른다. 하지만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천마신공을 익힌 자와 아닌 자의 차이겠지.’
천마신공. 이 차원이 다른 무공을 익힌 김창훈은 천마강림을 사용하여 몸의 내부에 내상이 생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스스로 치유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건 황궁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마찬가지고 돌아와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 회복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빨랐다. 그럼에도 이틀이나 걸린 것은 그만큼 천마강림을 장시간 사용하며 생긴 내상이 가볍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레이드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홀로 뭔가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훈의 천마신공을 보고 그가 무슨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실제로 지구에서 김창훈과 대련을 했던 검성이나 남궁철의 경우는 그때의 경험이 큰 바탕이 되어서 더 강해졌다고 말하였으니 말이다.
‘후자라면 배 아파 죽을 것 같네.’
자신이 얻은 것이라고는 공간을 베어 버리며 나아가는 검이 있다는 것과 천마강림의 오랜 지속으로 인한 내상. 그리고 역시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의미 없다는 것.
이 3가지가 전부다. 사실 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것이 아니라고 하니, 배가 아파 올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마다 자신에게 왜 재능이 없는지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한 가지 일이 있었어요.”
“일?”
“예. 지구에서 김창훈 님을 찾아 온 이들이 있어요.”
그 말에 김창훈은 슬쩍 미소 지었다. 누가 자신을 찾아왔을지 대략 예상이 가기 때문이었다.
“어느 국가에서 왔다고 하지?”
“가디언에서 왔다고 합니다.”
“가디언?”
“예.”
그 말에 김창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가디언에서 자신을 찾아왔다면 자신이 한 일로 인해서 황자들을 돕던 국가들에게 똥물 뿌린 일로 온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지. 각 국가에서 크게 항의를 해서 가디언에서 찾아 온 것일 가능성도 있나?’
아무리 가디언이 김창훈 휘하의 조직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가디언은 국제기구다. 즉, 전 세계의 여러 국가에 가디언의 감시 및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 각 국가의 대표 인사들은 물론 여러 인사들이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가디언에 있는 각 국가의 대표들이 찾아 왔다면 그건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가디언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가디언에 협조하는 이들이 아니니 말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지?”
“황궁 근처에 있는 한 호텔에 있어요.”
“비싼 곳이겠지?”
“일반인들은 감히 하루 머무는 것을 꿈도 꿀 수 없는 곳이죠.”
“쯧. 돈이 썩어나는군.”
가디언에서 나온 이들이 그런 곳에서 지내면 당연히 그 비용은 가디언에서 지출을 해야 한다. 그 사실에 김창훈은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그 녀석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줄 수 있나?”
“원한다면 그렇게 해 드릴 수 있죠. 그들을 불러올까요?”
“그래. 미안하지만 부탁하지. 호텔에서 만났다가 괜히 일이 터지면 뒷수습하기가 더 귀찮아질 것 같아서 말이야.”
“황궁에서도 큰일은 벌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지. 여긴 타국이고 매우 중요한 장소니까. 그 놈들이 알아서 조심할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
그 말에 에메랄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창훈 님이 조심하는 것이 아니네요.”
“내가 조심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안 봐도 뻔해. 그놈들이 아쉬운 소리 하려고 왔을 것 같거든. 무슨 큰일이 났다면 급하게 날 만나려고 했겠지. 그러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확실히 급한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러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는 거지. 이곳으로 그놈들을 불러 넣어 주면 고맙겠어.”
“이 방으로요?”
“그래.”
“알겠어요.”
그리고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기사에게 말했다.
“들으셨죠? 가서 그 5명 이곳으로 불러오세요.”
“예.”
고개를 숙인 기사가 방에서 나가자 김창훈은 남은 음식들을 먹으며 말했다.
“너는 계속 여기 있을 건가?”
“제가 들으면 곤란한 이야기인가요?”
“나는 상관없지만 그놈들은 아닐걸? 그러니 그 5명이 오면 방에서 나가도록 해. 만약 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나중에 내가 알려 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에메랄드는 묵묵히 밥을 먹는 김창훈을 바라보았고 김창훈은 묵묵히 밥을 먹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밥을 전부 다 먹었을 때, 숨을 돌리며 물을 한 잔 마시는 김창훈을 보며 에메랄드가 말했다.
“참 잘 드시네요.”
“이틀 동안 굶었으니까.”
그 말에 에메랄드는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언제 떠나실 건가요?”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뇨.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곳에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죠.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물어보는 겁니다. 저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그 말에 김창훈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슨 준비?”
“그래도 명색이 절 황제로 만들어 주신 은인분인데 간단한 선물이라도 준비해야죠.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계시라는 의미를 담은 선물로요.”
“쓸데없는 거야. 필요 없다. 어차피 원하면 서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데.”
그 말에 에메랄드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그렇지. 앞으로 이곳 에트린 제국과는 더 깊은 교류를 나누기 시작할 거야. 차후 동맹까지 생각하고 있기는 해. 물론 그 일이 쉽게 되지는 않을 거야. 우리 쪽에서 말이 많을 것 같거든.”
그 말에 에메랄드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아무하고나 동맹을 하지 않을 겁니다. 다른 국가들은 믿을 수 없어요. 그들이 어떤 결과를 원했는지는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자들과 동맹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하지만 저는 김창훈 님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날 믿는다고?”
“김창훈님은 있는 그대로 행동합니다. 누군가는 그런 김창훈 님을 보며 오만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그냥 당당한 거죠. 그리고 거짓이 없는 겁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정치나 외교에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큰 믿음을 주는 겁니다.”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장담을 하지? 날 알고 지낸 지도 얼마 안 될 텐데?”
“거짓말은 주로 약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혹은 강자들이 약자들을 지배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죠.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 김창훈 님과는 관련 없는 것 아닌가요? 김창훈 님은 아주 강력하면서도 딱히 사람들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확하네. 강하다는 부분은 상대적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사람들을 지배할 생각이 없는 것은 확실해. 나는 오히려 너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더라고. 왕이나 황제가 된다는 것. 사람들을 이끌고 나아간다는 것. 이건 정말로 엄청나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야. 나도 지금 그 일을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이 너무 어려워서 다 남들에게 맡기고 있는 중인데. 그걸 스스로 자발적으로 한다니 대단해.”
“저도 딱히 황제가 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김창훈 님의 말씀대로 제 오빠들이 황제가 되었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할 겁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가 해야 하는 겁니다. 저라면 최소한 현상 유지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 부분은 알아서 하라고.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부분이니까.”
김창훈의 말에 에메랄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노크 소리와 함께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5명을 데려왔습니다, 폐하.”
기사의 말에 에메랄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전 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떠나기 전에 말씀해 주세요.”
“선물은 필요 없다. 괜히 부담만 되니까 주지 마. 그냥 나중에 또 만나자는 인사나 하자고.”
“예. 꼭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에메랄드가 문을 열자 문 밖에 서 있던 5명은 살짝 놀라며 에메랄드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곧 이 세계의 예의에 맞춰서 에메랄드에게 인사를 하려고 할 때 에메랄드가 그들을 지나치며 말했다.
“안에 김창훈 님이 있으니 이야기하시죠.”
그리고 에메랄드가 기사와 함께 자리를 뜨자 5명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여러 음식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릇을 한쪽으로 치워 놓고 있는 김창훈을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김창훈은 그릇들을 다 치운 후에 그 5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같이 처음 보는 얼굴이네. 뭐, 그건 어쩔 수 없겠지. 가디언의 초대 수장이 되겠다고 해 놓고는 대부분의 일은 다 프로즌에게 떠넘기고 탱자탱자 놀고 있는 입장이니까. 그래서 그런데 자기소개나 좀 들어 볼까?”
그 말에 5명은 서로를 보더니 곧 한 명씩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이들 5명은 김창훈의 생각대로 각 국가를 대표해서 가디언에 속해 있는 이들이었다.
“중국, 미국, 영국, 러시아, 독일. 이것 참. 전 세계의 강대국들이 다 모였네. 그런 대단한 국가의 대표들이 날 찾아 온 이유는? 어디서 EX등급 몬스터나 SS등급 던전이라도 나타났나?”
그 말에 중국 대표가 말을 했다.
“아닙니다. 김창훈 총장님 덕분에 현재 지구는 아주 평화로운 상태입니다. 던전 또한 나타나면 그 즉시 최대한 빠르게 클리어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날 왜 찾아 온 거지? 나한테 용건이 있다면 프로즌을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말이 나와서 그런데 너희들 프로즌은 만나고 온 것이겠지?”
그 말에 5명은 대답을 못 했다. 그 모습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똥줄 탔나 보네. 프로즌도 무시하고 바로 나에게 찾아 올 정도로.”
어떤 상황으로 흘러가는지 정확하게 잡아내는 김창훈의 말에 미국 대표가 말을 했다.
“에트린 제국의 다음 황제님과 아주 사이가 좋다고 보이는데, 향후 우리 가디언과 좋은 관계를 이어간다고 하셨습니까?”
주제를 바꾸며 말하는 그의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