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똥물 뿌리려고 왔다(1)
에트린 제국의 영역. 그곳은 이제 막 건물을 올리고 있는 지구의 베이스캠프와 달리 온전하게 건물들이 완성되어 있었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우토에 머물고 있었다.
김창훈도 처음 와 보았기에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건물들의 모습은 벽돌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들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보기 좋은 건물들이네. 우리 쪽하고는 완전 달라.”
지구 베이스캠프는 급하게 건물들을 짓느라 근처의 나무들을 잘라 대충 만든 오두막을 사용하였다.
물론 서서히 제대로 된 건물들을 만들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우토를 발견하고 이곳에 자리 잡은 지 거의 10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는 당연한 거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에메랄드의 말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잘 닦인 도로를 걸어갔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김창훈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으나 그 이상으로 무언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우토에 여러 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여러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창훈과 함께 있는 파블로의 존재도 사람들에게 안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에트린 제국의 기사가 함께하고 있으니, 제국의 손님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에메랄드의 존재도 확실했다.
딱 봐도 고풍스럽게 생긴 아름다운 여성이 함께하고 있었으니, 김창훈을 그 여성의 시종 비슷한 존재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때, 멀리서 기사 수십 명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그 기사들을 바라보며 의문을 표하였다. 파블로는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김창훈에게 말했다.
“3황자 휘하의 기사들입니다.”
“그래서?”
“3황자는 1황녀님이 가장 죽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3황자는 열등감이 심하거든요.”
“추잡하다는 거네요.”
“예.”
그 말에 에메랄드가 파블로를 살짝 노려보았으나 파블로는 담담히 말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이 제국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황녀님.”
“파블로, 그대도 나와 함께 할 건가요?”
“저는 1황녀님의 곁에서 죽겠다고 다짐한 사람입니다. 1황녀님이 망명하신다면 당연히 저도 따라갈 생각입니다.”
“말씀은 고마운데 정말로 괜찮겠어요?”
“어차피 제국에 있어 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괜히 1, 2황녀님의 망명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죽을 수도 있으니,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저도 함께 가는 것이 옳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어요, 파블로. 내가 힘이 없어서.”
“아닙니다, 1황녀님.”
그렇게 둘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을 때 김창훈이 말했다.
“서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자기들 상처 핥아 주는 것은 거기까지 하고, 저 기사들한테 잘 말해 봐. 힘으로 뚫고 갈 수도 있지만 일단 대화부터 해 봐야지. 우리는 문명인이잖아?”
김창훈의 말에 에메랄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를 본 기사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었고, 기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성이 에메랄드를 향해서 한 발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황궁에서 멋대로 빠져 나오셨다니 정말로 사실이었군요. 당장 황궁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1황녀님.”
기사가 대놓고 1황녀라고 말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며 에메랄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에메랄드는 담담히 말했다.
“더 이상 저는 1황녀가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에트린 제국을 떠날 겁니다. 제 동생과 함께 말이죠.”
“갑자기 제국을 떠나신다니 그 무슨 말씀을…….”
그 남성의 말에 김창훈이 에메랄드의 옆에 서서 말했다.
“말 그대로지. 이 여성은 나에게 망명을 신청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이 여성은 이제 너희들과 관계없는 여성이다.”
김창훈의 말에 남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말이 사실입니까? 1황녀님.”
“예. 저와 제 동생은 망명을 신청했고 저분이 저와 제 동생의 망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저와 제 동생은 에트린 제국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 말에 남성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황궁에 있어서 답답함 점. 그리고 현 상황이 그렇게 황녀님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국이 멀쩡하게 있는데 망명이라뇨? 그것도 1황녀가 망명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황실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제가 알 바 아닙니다. 그러니 비키시죠. 저는 동생을 데리고 떠날 겁니다.”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망명을 신청했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인 곳이 없다면 망명은 소용없는 겁니다.”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개인적으로 정말 그냥 물러나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러면 내 계획이 비틀어지잖아.”
김창훈의 말에 남성이 검을 뽑자 그 뒤에 있던 기사들도 검을 뽑았다. 그리고 남성이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여기서 죽으면 망명 신청을 받아 주는 사람이 죽은 것이니, 망명 또한 무효가 되겠지. 그래도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어 주겠다. 당장 망명 신청을 거부해라. 그러면 살려 주겠다.”
“거절하지.”
“유감이군. 파블로, 그대는 우리의 싸움이 나설 건가?”
“아니, 난 나서지 않는다. 아무리 황녀님들이 망명을 했다고 하나, 한때 전우였던 자를 내 손으로 베고 싶지 않으니까.”
“다행이군. 그것은 우리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너 하나만.”
말을 하던 남성이 어느 순간 갑자기 자신의 코앞에 나타난 김창훈을 보며 당황해할 때 김창훈은 웃으며 자신의 손을 뻗었다.
단순히 손을 뻗어 남성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 김창훈이 말했다.
“나도 기회는 한 번 주도록 하지. 이대로 물러나면 너희들은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대로 내 앞을 막으면 죽는다. 지금 이걸로 내 실력은 대략적으로 보여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내 앞을 막을 건가?”
김창훈의 손에 머리가 잡혀 있는 남성은 침을 삼키더니 말했다.
“에트린 제국의 기사는 적을 앞에 두고 물러나지 않는다.”
“적이라니. 너희들이 황녀를 죽이고 팔아 버리려고 하니까 그 황녀들이 내게로 도망친 거잖아. 진짜 기사라면 그런 일을 막아야지. 날 죽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닥쳐라!”
그리고 남성은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김창훈의 팔을 베어 버리려고 했으나 그의 검은 김창훈의 팔에 닿기 직전 검은색의 연기에 막혀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너 같은 사람들이야. 말도 안 되는 자기합리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행동이 옳다고 주장하는 인간들. 흔히 말해서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간들. 자기들이 그 소가 되었다면 그런 말을 죽어도 하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김창훈은 손에 가볍게 힘을 주자 남성의 두개골이 부서지며 그대로 절명하자 주위에 있던 기사들이 모두 김창훈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며 돌진해 왔다.
그런 기사들을 보며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사용했다. 김창훈의 주위에 피어난 무형지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그 무형지기가 기사들을 짓누르고 그대로 압살했다.
천마군림보 힘의 일부를 조절하여 에메랄드와 파블로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였고 다른 민간인의 피해도 없도록 하였다. 딱 기사들만 전부 압살시켰다.
몸이 완전히 거대한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죽어 버린 기사들의 시체를 보며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쩝. 사람을 목숨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이걸 보면 그렇지 않기도 힘들단 말이지.”
천마군림보를 사용하고 그저 걷는 것. 그 하나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그것이 김창훈의 힘이다. 그렇기에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한다.
사람의 목숨은 절대로 가벼운 것이 아니며 죽여야 한다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무의미한 살생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멍하니 있지 말고 가자. 앞으로는 나서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김창훈의 말에 에메랄드가 급히 말했다.
“잠깐만요. 설마 만나는 기사들을 다 죽인다는 건가요?”
“이제 와서 그냥 사고였다고 말하면 저들이 물러날까? 100% 그러지 않을 거다. 그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 말에 에메랄드가 입을 닫았다.
“각오를 다져라, 에메랄드 에트린. 이제부터는 힘으로 뚫고 나아가야 할 상황이니까. 길만 제대로 알려 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김창훈 님. 어서 가시죠. 제가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파블로가 앞장서서 말하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김창훈은 파블로의 안내를 받아서 점점 더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이 사방에서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는데 그 소리를 들은 김창훈이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몰려오겠군.”
“그럴 겁니다. 기사들만이 아닌 마법사들까지 모두 동원되어서 올 겁니다.”
“쯧.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김창훈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 나아갔다. 그러던 중 앞에 수백이 넘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있는 것을 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 중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는 노년의 기사가 앞으로 나와서 파블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파블로!!!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감히 제국을 배신 한 것이냐!”
그 말에 파블로가 답변을 하려고 할 때. 김창훈이 손을 들어 파블로를 막았다. 그리고 그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서 노년의 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1, 2황녀가 나에게 망명을 신청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받아 주었고 이제 그 망명을 위해서 나는 1, 2황녀를 데려갈 거다. 그러니 길을 얌전히 비켜 주었으면 좋겠군. 2황녀만 데리고 곧바로 이곳을 떠나겠다.”
“감히!!! 황족을 납치하겠다고 당당히 떠드는 것이냐!”
“납치가 아니라 1, 2황녀가 스스로 망명을 신청한 것이다. 너희들 내부 상황이 어떤지 알 텐데? 너희들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면 얌전히 길을 비켜라. 괜히 불쌍한 여자 둘 만들지 말고.”
그 말에 노년의 기사가 아무 말 없이 김창훈을 바라보다가 에메랄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자의 말이 사실입니까? 1황녀님.”
노년의 기사의 말에 에메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는 에트린 제국을 떠나서 이분이 있는 ‘지구’란 곳에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그것을 받아들여 주었죠. 그러니 그냥 우리 자매를 보내 주세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그냥 바로 제국을 떠나는 겁니다. 이는 오빠들에게도 좋은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노년의 기사가 눈을 감을 때. 멀리서 기사와 병사들을 이끈 한 중년 남성이 나타났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그 중년 남성의 말에 파블로가 인상을 찌푸릴 때, 중년 남성이 노년의 기사에게 말했다.
“당장 저 납치범을 잡아서 죽이세요! 뭐 하는 겁니까! 어서 납치범의 손에서 1황녀님을 구출하지 않고!”
이에 노년의 기사가 말했다.
“1황녀님은 스스로 망명을 한 겁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건 납치범이 세뇌를 한 겁니다! 그러니 어서 구하기나 하세요! 납치범에게 1, 2황녀님이 납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나 하십니까!”
중년 남성의 말에 노년의 기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중년 남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