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또 다른 초월자(1)
“뉘헬, 이 사람이 초월자라고?”
“예, 사신교 교주를 쓰러트린 사람입니다.”
소녀의 말에 뉘헬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하자 소녀는 김창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아닌데?”
“예?”
뉘헬이 당황해하며 말하자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온전하게 초월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닙니다.”
그 말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뉘헬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까. 그나저나 신기하네. 초월의 경지에 제대로 도달도 하지 못했으면서 초월자를 죽였다니. 거기다가 신의 힘을 상쇄까지 했다면서?”
“저랑 계약해 주신 화신님이 능력자분이시거든요.”
“그렇겠지. 그 유명한 천마인데.”
그 말에 김창훈이 살짝 놀라며 말했다.
“천마님을 아시는군요.”
“유명하지. 오히려 나는 그래서 더 신기했어. 그 천마가 자신의 후인을 두다니. 물론 그런 소문이 돌기는 했어. 천마가 후인을 두려고 한다는 말이. 그러나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었거든. 다 천마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고 알았는데. 너는 처음 보는 생존자야.”
그 말에 김창훈은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당장 천마에게 사실이냐고 따지고 싶을 때.
- 그건 사실이지. 천마신공을 나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 나 이외에 천마신공을 익힌 인간은 네가 처음이다.
이제는 소름이 돋았다.
“천마신공을 익혔다.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신교 교주를 죽였다. 거기에 신의 힘을 상쇄하였다. 역시라고 해야 하나. 천마가 직접 힘을 전수한 후인다운 일을 하고 있네. 힘 하나에 대해서만큼은 무식할 정도야.”
그 말에 김창훈은 그냥 미소 지었다.
“뉘헬, 너는 그만 가 봐.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세리스 님.”
세리스라고 불린 소녀가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마신공의 최고 장점은 아주 강하다는 거지. 그리고 최고 단점은 너무 강하다는 거야. 그러니까 너 같은 사람도 나오는 거지. 초월자들조차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초월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 거지.”
“그래서 문제 있나요?”
김창훈의 말에 세리스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장난해? 문제가 있냐고? 당연히 아주 큰 문제가 있지!”
“무슨 문제가 있는데요?”
그 말에 세리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천마가 알려 주지 않은 거야?”
이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하여튼 그 사람도 소문 그대로의 사람인가 보네. 초월자가 아닌 자가 초월자를 죽인다. 그런 이를 초월자들이 그냥 두고 보고 있을 것 같아?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이들인데? 초월자들 중에서는 오만한 이들이 많아. 자신들 이외의 존재는 다 하찮게 보는 이들이 많지. 그자들은 분명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어쩌다 한 번은 이겼지만 초월자와 그러지 못한 이 사이에서 근본적으로 나타나는 차이는 아무리 천마의 후인인 너라고 해도 그걸 계속 극복해서 이길 수가 없다고.”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결국에는 초월자에게 질 거란 말이군요.”
“그렇지. 애초에 사신교 교주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초월자가 된 것이 아니야. 그녀를 예뻐하던 사신이 직접 자신의 권능의 파편을 나누어 주고 강제로 초월자로 만들어 준 것이지.”
“강제로 초월자로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까?”
“초월자라는 정의는 ‘초월의 경지에 도달할 것’. 이거 하나야. 초월의 경지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여기에 도달하기만 하면 그 순간부터 초월자가 되는 거지.”
“그리고 저는 거기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고요.”
“그래. 음. 아무래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편이 좋겠지. 지금 몸에 이상은 없어?”
“예? 아. 몸은 딱히 이상 없습니다만 갑자기 왜.”
“좋아. 그러면 가 볼까.”
그리고 세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반과 세리스의 몸이 어딘가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우토에 있는 해안가 중 한 곳이야. 사람들이 모르는 곳이기도 하지. 아직 여길 발견한 사람은 없거든.”
그 말에 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도가 치는 바다와 고운 모래가 가득한 모래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여기에 온 이유는.”
“너도 알잖아. 초월자와 초월하지 못한 이의 차이. 그 결정적인 차이를 직접 알려 주려고 온 거야. 자, 네가 할 수 있는 전부를 어디 보여 보렴.”
세리스의 말에 김창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절 죽이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주시죠.”
“물론이야. 이건 간단한 실험이니까.”
“나중에 저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해 주세요.”
“그것도 약속해 주지. 상대가 어떤 대가를 들고 오더라도 너에 대해서 발설하지 않겠어. 상대가 너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그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그 부분은 이해하지?”
“물론입니다. 그러면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곧바로 5번 연속 사용해 최대 중첩을 한 후, 천마뇌절각으로 빠르게 세리스에게 접근하여 천마파천장을 전력을 다해서 사용했을 때.
김창훈의 몸이 무형의 힘에 의해서 강제로 튕겨지며 뒤로 밀려났다. 그는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하여 세리스를 바라보자 세리스는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어. 그 정도의 힘으로는 사신교 교주를 죽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사신교 교주를 죽인 그 힘을 사용하라고. 그러지 않으면 의미 없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리고 곧바로 천마강림을 사용한 김창훈. 그 상태에서 그는 천마파천장, 천마붕산권, 천마뇌절각. 이 3개의 초식을 융합하여 그 힘을 자신의 오른손에 담아서 주먹을 쥐고 세리스를 향해서 뻗었다.
검은색의 뇌전이 세리스를 향해서 쏘아졌고 그것을 본 세리스가 살짝 감탄하며 말했다.
“놀랍네.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이 정도의 힘이라니. 역시라고 해야 하나.”
세리스가 손을 뻗자 김창훈이 한 공격이 그녀의 몸에 닿기 전에 파쇄가 되어 사라진다.
“역시 힘 하나는 굉장하군. 확실히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막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초월자들이라면 위험할 거야. 사신교 교주도 이걸로 죽일 수 있었겠지.”
그렇게 말하며 세리스가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방금 한 공격으로 인해서 그의 손은 지금 떨리고 있었다.
힘을 주며 손을 쥐었다 폈는데,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손의 근육에 손상이 온 것이었다.
“너무 무리한 모양이네.”
“아직 무리한 건 아닙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무리죠.”
아직 움직이는 오른발에 압축된 천마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은 천마기를 다시 압축시킨다. 2번 압축된 천마기가 강력하게 반응하며 세계를 뒤흔들기 시작하자 그것을 본 세리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천마대멸겁.”
김창훈은 그 말과 함께 오른발을 뻗어 앞차기를 했다. 사신교의 교주를 죽인 일격이 다시 한번 조금 더 강해진 상태로 세리스를 향해서 펼쳐졌다.
어둠이 세리스를 향해서 나아가고 그 어둠을 본 세리스는 전력을 다해서 자신의 힘을 끌어 올리며 그 어둠에 저항했다.
그러나 어둠은 세리스를 집어 삼키며 나아가 바다까지 가른 후 바다 저편으로 사라졌다. 갈라진 바다가 그 밑바닥을 드러내고 요동치고 있을 때.
김창훈은 놀란 얼굴로 세리스를 바라보았다. 천마대멸겁에 집어 삼켜졌다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죽지 않았다. 물론 무리는 했는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손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부러진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나.
분명한 것은 그녀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겉모습도 바뀌었다. 10살 정도 되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 30살 초반의 아름다운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말이다.
“큭.”
무릎을 꿇은 그녀가 자신의 손에 들린 부러진 지팡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지팡이가 부러질 줄이야…….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게 힘을 사용하는 거야, 너는.”
세리스의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제가 가진 전력을 사용한 겁니다. 물론 그 대가는 저도 좀 힘들지만요.”
그리고 김창훈은 자신의 오른발을 바라보았다. 오른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그는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 했다.
그리고 오른발은 계속 경련이 일어났고, 몸에 바닥난 천마기는 빠르게 회복이 되어가면서 천마기공은 오른발에 집중적으로 머물며 오른발의 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끄응. 이거 정말로 힘들게 만든 건데.”
세리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손에 들린 부러진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빛과 함께 부러진 지팡이가 사라지자 세리스는 천천히 김창훈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런 무식한 힘을 사용해 놓고 잘도 몸이 멀쩡하네. 네 온몸이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힘이었는데.”
“대신 오른발은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하고도 오른발 근육이나 뼈가 손상되는 정도로 끝난 거면 그 자체로 말도 안 되는 거야. 너는 아직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잖아. 그런데도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기라는 거지.”
그리고 김창훈의 옆에 앉은 세리스는 입가에 피를 손으로 대충 닦으며 말했다.
“나 정도 되니까 그 공격을 맞고 살아남은 거야. 다른 이들이라면 힘들 거야. 사신교 교주가 죽은 이유도 납득이 가네. 이 정도 위력의 공격이라면 그녀가 버틸 수가 없지.”
“그. 세리스 님, 이라고 부르면 됩니까?”
“세리스라고 불러.”
“예, 알겠습니다. 세리스는 초월자로서 어느 정도로 강한 겁니까?”
“글쎄.”
그렇게 말하며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말했다.
“일단 내가 있는 세계. 그리고 이 우토에서 나보다 강한 초월자는 존재하지 않아. 나랑 비슷한 수준의 초월자는 존재하지만.”
“그 말은 그 초월자 또한 제 공격을 맞고 버틸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겠지. 그리고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나도 말을 못 하겠네. 너무나도 경우가 다르니까. 그보다 화신 계약을 맺었다면 넌 지금 천마와 대화를 할 수 있겠지?”
“예, 가능합니다.”
“그러면 천마에게 이것저것 배우라고. 그 편이 훨씬 더 온전하게 초월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왜? 그가 가르치지 않아?”
“아뇨. 그분은 절 가르치려고 합니다만, 문제는 제가 재능이 없습니다. 재능이라고는 1도 없는 보통 사람이라서요. 그분은 저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주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냥 몸으로 때우라고 하더군요.”
“뭐야, 그게. 아무런 재능도 없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그게 가능한 거야?”
“천마신공은 가능하더군요.”
그 말에 세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천마가 자기 같은 것을 만들었나 보네. 어찌 되었든 내가 할 말은 하나야. 살아남고 싶다면 온전하게 초월의 경지에 도달해야 할 거야.”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단지 너무 막막해서 문제죠.”
그 말에 세리스는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예?”
“말 그대로야. 내가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대신 조건이 있지.”
그 말에 김창훈이 세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건부터 들어보도록 하죠.”
그렇게 세리스와 김창훈은 둘만의 거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