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사신교(3)
김창훈이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사신교의 저항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신교가 막기에는 김창훈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창훈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는 못했다. 한 명 정도 살려 두고 싶었으나. 그것이 쉽지 않았다.
적당히 힘을 조절해서 한 명을 살려 두려고 하면 그 한 명이 스스로 자폭을 하며 김창훈을 죽이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대화가 되지 않았다. 김창훈이 하는 모든 말을 무시하고 그냥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해대니 그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냥 주변에 있는 죽음의 기운을 계속 흡수해 가며 나아갔다. 가는 길에 나타나는 사신교의 이들은 다 죽였다.
대화도 안 되고 생포도 안 된다. 그렇다면 굳이 힘 조절을 할 필요 없으니 나타나기 무섭게 곧바로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여 사신교의 무리들을 다 처리하였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았으니 이제 질릴 만한데도 뉘헬은 계속 감탄하였다. 보면 볼수록 김창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깨닫게 되어 놀랍다고 말하니 김창훈도 딱히 더 할 말이 없었다.
“저건.”
한참 나아가던 김창훈은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할 때, 한 건물을 발견하였다. 뼈로 이루어진 탑이었다. 그 탑을 보며 김창훈이 말했다.
“저 탑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나? 뉘헬.”
“물론이지. 저건 사신교에서 쌓은 ‘탑’이네. 신에게 바치는 공양물들로 이루어진 탑이지. 저건 사신교의 영역에 제대로 들어왔다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봐도 무방해. 그리고 자네라면 느끼고 있겠지만 저 탑은 죽음의 기운을 계속 방출하고 있네. 하나의 ‘성물’이 된 것이지.”
“저걸 부수면, 사신교에서 난리가 나겠지?”
“평생 쫓아다니겠지. 저걸 부순 자가 죽던가, 아니면 자신들이 다 죽던가. 둘 중 하나가 다 죽어야 끝날 싸움을 시작하게 될 거야.”
“그거 좋군.”
그리고 김창훈은 탑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뉘헬이 ‘성물’이라고 말한 만큼, 사신교에서도 나름 크게 의미 있는 건축물이라서 그런지.
탑 근처에서는 지금까지 나타난 사신교의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사신교의 교도들이 있었고, 그들이 부리는 언데드 무리도 훨씬 더 많았다. 거기에 지금까지와 다르게 좀 강하다고 생각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김창훈과 뉘헬의 모습을 보더니 곧바로 죽이라고 외치며 달려들었고 그 모습을 본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곳까지 찾아오다니 건방지다, 감히 이곳에 오다니 죽여 주마, 라는 그런 말도 없이 그냥 바로 죽여라 이건가.”
“본래 저런 자들이네. 왜 저들을 말이 안 통하는 광신도라고 하는지 이해하겠지?”
“그래. 지금까지도 실컷 이해했지만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는군. 이것들은 역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더 세상을 위하는 길이 되겠어.”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언데드와 사신교 교도들을 보며 김창훈은 천마파천장을 사용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대지가 부서지고 나무가 사라지며 언데드와 사신교의 교도들 또한 사라진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그들이 있는 부분만 지우개로 깨끗하게 세계에서 지워지는 듯한 느낌. 그럼에도 사신교의 교도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김창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언제나 똑같았다. 그렇게 지루하고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되며 김창훈은 계속 탑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때, 김창훈이 사용한 천마파천장을 최초로 막은 자가 나타났다.
이에 김창훈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천마파천장을 막은 존재를 바라보았다. 천마파천장을 막아내며 막대한 내상을 입었는지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하고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막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조금 쓸 만한 놈이 나왔네.”
김창훈은 천마파천장을 막아낸 존재를 향해서 다가가며 말했다.
“하나 질문하지. 너희들의 다른 병력은 모두 어디 갔지? 다른 곳을 공격하기 위해서 이동하였나?”
“큭! 죽어라!!!”
그 말과 함께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신교의 교도를 보며 김창훈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한번 천마파천장을 사용해 죽였다.
“역시 똑같군.”
“이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지.”
“그래 보이는군.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다른 이들이랑 다를 것 없더군.”
그리고 더욱 나아가 탑의 앞에 선 김창훈은 뼈로 이루어진 탑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의 죽음의 기운을 계속 뿜어내고 있는 탑을 보며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탑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탑에서 뿜어지는 죽음의 기운이 모두 김창훈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 양은 상당했는데도 김창훈은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천마기로 바꾸며 흡수하였다.
점점 흡수하는 속도도 그 양도 많아지기 시작하자 뼈로 이루어진 탑에서 뼈 조각들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탑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에 김창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천마기공에 힘을 주어 더욱 많은 양의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탑을 이루는 뼈들은 빠르게 부서지거나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탑의 붕괴를 불러오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탑이 스스로 무너져 내리자 뒤로 살짝 물러나 탑이 무너지며 생긴 흙먼지를 피한 김창훈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강력한 죽음의 기운에 혀를 차며 말했다.
“생각보다 양이 적어.”
그 말에 뉘헬이 말했다.
“그대가 흡수한 죽음의 기운의 양이라면 산 하나는 완벽하게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상태로 바꾸고도 남을 양인데 잘도 말하는군.”
“그래도 적은 것은 적은 거야.”
그 증거로 지금까지 죽음의 기운을 계속 흡수하였지만 천마기 능력치는 단 1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보다 이런 탑은 얼마나 있지?”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확인한 것은 11개였다.”
“그러면 그 탑들부터 파괴하러 가야겠군.”
“죽음의 기운을 계속 쫓아가면 언젠가 탑이 있는 곳에 도착할 거다. 죽음의 기운을 대놓고 내뿜고 있는 물건은 이 세계에서 흔하지 않으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김창훈은 무너진 뼈로 이루어진 탑을 뒤로하고 다시 뉘헬과 함께 앞을 향해서 움직였다.
* * *
김창훈이 사신교의 영역에 들어온 지 3일이 지났다. 그 동안 계속해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며 천마기의 양을 늘려 나갔으나 여전히 천마기 능력치는 1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마기 자체의 최대량이 상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3일 동안 상당히 성장했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천마기 능력치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외에도 뼈로 이루어진 탑. 죽음의 기운을 마구 내뿜는 사신교의 성물이나 다름없는 탑을 김창훈은 추가적으로 4개를 더 파괴하였다.
이로서 김창훈이 파괴한 뼈로 이루어진 탑은 총 5개. 그는 사신교와 절대로 함께 갈 수 없는 강을 건너도 옛날에 건너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사신에게 제물로 바치겠다고 외치며 달려드는 이들은 사라지고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고 외치며 달려드는 사신교의 교도들만 봐도 지금 사신교에서 김창훈을 얼마나 심각한 적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걸로 6개째 파괴로군.”
무너지는 뼈로 이루어진 탑을 바라보며 김창훈이 말하자 뉘헬은 주위를 살펴보곤 말했다.
“점점 더 안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군. 탑을 지키는 이들의 수도, 그 질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렇지. 그런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강자는 오지 않았네.”
“저기 눈앞에 있는 저자는?”
뼈로 이루어진 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년의 여성. 그 여성은 김창훈을 바라보며 외쳤다.
“감히! 사신님의 성물을!!!!!”
악에 받쳐서 외치는 중년 여성의 외침에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조금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날 상대하기에는 크게 부족하지.”
“그런가. 나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 말이야.”
“내가 강하니까.”
그리고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여 중년 여성을 공격하자 중년 여성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반투명한 막이 나타나며 천마파천장을 막아냈다.
그 충격으로 중년 여성이 비틀거리며 피를 토하였으나 중년 여성은 더욱 살벌한 눈으로 김창훈을 바라보며 외쳤다.
“사신님에게 최고의 제물을!!!!”
중년 여성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주위에 붉은색의 마법진과 함께 가지각색의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 언데드들이 나타났다.
“발악은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 그만 죽어라.”
손에 강기를 만든 후 그 상태로 다시 한번 천마파천장을 사용한다. 사신교의 영역에 들어와 처음으로 강기를 쓴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였고.
그 위력은 김창훈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중년 여인이 소환한 언데드들은 물론 중년 여인마저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 버리곤 더 나아가다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자, 그러면 다음으로 계속 가자고, 뉘헬.”
“자네, 정말로 혼자서 이들을 멸망시킬 생각이군.”
그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설마 믿지 못한 거야?”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게나. 사신교의 규모나 가지고 있는 힘이 어떤지 다 알고 있는데 그걸 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홀로 돌진해서 파괴하기 쉽지 않지. 무엇보다 상대측에도 초월자가 있다.”
“사신교의 교주?”
“그래. 그 교주가 움직이면 아무리 그대라고 할지라도 쉽지 않을 거다. 그 교주 또한 초월자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 쉽게 이길 수 없을 거다. 아니, 오히려 목숨 걸고 싸워야겠지.”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아니, 분명 그럴 거야. 하지만 그래도 결국 내가 이길 거야, 뉘헬.”
“호오. 대단한 자신감이군. 이미 한 번 초월적인 존재와 싸워서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인가?”
뉘헬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아예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뉘헬, 그걸 알아야 해.”
“무엇을?”
“천마는 무적이야.”
그 말에 뉘헬은 의문을 표하였지만 김창훈과 계약한 천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 너무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는군. 그나저나 죽음의 힘을 사용하는 초월자라. 기대가 되는군. 제법 얻는 것이 많을 거다.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뉘헬에게 말했다.
“넌 천마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던데. 맞아?”
“그렇다. 아쉽게도 내가 가진 지식 중에는 그 이름이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네가 있는 세상으로 가서 천마에 대해서 알아 봐. 혹시 알아? 천마에 대해서 아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그러도록 하지. 그보다 계속 나아갈 건가?”
“당연하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잖아. 부숴야 할 것도 죽여야 할 것도, 흡수해야 할 것도 많아.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고, 뉘헬. 여기서 너무 시간 오래 낭비할 수 없으니까.”
지구에서 SS등급 몬스터 혹은 EX등급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조금 걱정이 되기에 김창훈은 움직이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곧 사신교의 교도들이 더 빠르게 죽고 그들의 영향력이 더 빠르게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