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사신교(2)
죽음의 힘. 이 힘을 가진다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들에게 있어서는 보통 독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사령술사’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그들은 이 죽음의 힘을 이용해서 죽은 시체를 일으키거나 혹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의 힘으로 사용한다.
이는 천마의 말대로 하나의 ‘기운’으로 죽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김창훈이 하려고 하는 행동은 이상할지라도 죽음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이나 감, 가설을 믿지 않았다. 자신이 범재라는 것은 김창훈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믿는 것은 천마신공이었다.
‘역시 되는구나.’
사방에 있는 죽음의 기운. 그 기운을 콕 잡아서 바로 흡수를 시작하는 천마기공. 그리고 죽음의 기운이 김창훈의 몸에 들어오며 곧바로 강력한 천마기에 의해서 집어 삼켜지고, 역시 천마기공으로 인해서 천마기로 바뀌었다.
일련의 모든 과정을 보고 있는 뉘헬은 정말로 크게 놀라고 있었다. 죽음의 기운은 살아 있는 생명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죽음의 기운은 아주 특별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지 않은 이상은 그냥 그대로 죽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 김창훈은 그냥 죽음의 기운을 닥치는 대로 흡수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고 있었다. 심지어 죽음의 기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바꾸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들어왔지만 이런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걸 가능하게 하는지.
뉘헬은 김창훈에게 여러 가지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으나 꾹 참았다. 지금 김창훈이 집중하며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기에 이럴 때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대에 있는 모든 죽음의 기운을 완벽하게 흡수한 김창훈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말했다.
“조금 소득은 있네.”
천마기를 자신의 몸 안에서 압축하는 것으로 천마기 자체의 농도를 높였다. 1%의 소금물보다 30%의 소금물이 더 짠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천마기라도 압축으로 더 힘의 밀도나 농도가 높은 천마기가 더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단지 그만큼 천마기의 최대 양은 줄어들어야 했지만 이번에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으로 천마기의 양을 조금 늘릴 수 있었다.
“다 끝난 건가?”
뉘헬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 주위의 죽음의 기운은 전부 다 흡수했다. 시간이 지나면 여기는 다시 숲으로 복구될 거야.”
“오늘 이곳에 그대와 함께 온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 되는군. 아주 멋진 것을 보았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군. 아, 물론 그에 따른 대가는 치르도록 하지.”
“나도 자세히 설명하진 못하지만 대략 어떻게 하는 건지 설명은 해 줄게. 듣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실망하는 일은 없을 거야. 이런 엄청난 것을 봤는데 실망할 리가 없지. 이 엄청난 것을 본 것에 대한 대가도 나중에 반드시 치르도록 하지.”
“그래. 그러면 계속 나아갈까. 일단 이 주변의 죽음의 기운들을 모두 흡수하는 것부터 해 나아갈 거야. 조금 지루하더라도 참아 줘.”
“설마. 오히려 보는 내내 너무 엄청난 것을 보았기에 가슴이 떨려왔다. 경건한 자세로 지켜볼 수 있게 해 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말에 피식 웃은 김창훈은 죽음으로 가득 찬 숲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김창훈이 죽음의 기운을 전부 흡수한 지역 이외에는 죽음의 기운이 강해 대지에도 대기에도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단어 그대로 죽음의 땅이었다. 이런 곳은 김창훈도 생전 처음 보는 것이기에 그도 주변을 잘 살펴봤다. 앞으로 사신교와 싸워야 한다면 그들이 어느 곳에 사는지 살피는 것도 반드시 살펴야 할 것들 중 하나였다.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니 죽음의 힘을 사용하는 그들로서는 매우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는 거야. 여기서 그들을 상대로 싸우기는 힘들겠어.’
사신교에 있는 이들은 이 죽음의 힘이 자신들의 힘의 원천이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다. 죽음의 힘이 가득한 이 장소에서 그들과 싸우는 것은 뉘헬의 말대로 확실하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물론 나는 아니지만.’
다시 한번 죽음의 기운을 자신의 몸에 흡수하며 천마기를 늘려나간다. 그 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뉘헬은 더욱 눈을 빛내며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지 스스로 여러 가지 가설들을 세우면서 흥미진진한 눈으로 김창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던 중, 김창훈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죽음의 기운을 품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느끼고 그곳을 바라보자.
인상을 찌푸리며 회색의 피부를 가진 한 남성이 주위에 수십의 언데드들을 이끌며 나타났다.
“네놈! 감히 신성한 힘을 멋대로 없애다니!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사신님의 제물로.”
펑!
말을 하는 도중 말을 하던 자는 물론 그가 이끌고 온 언데드들 또한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산이나 대지도 파괴하며 무형의 힘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 사라진다.
“시끄럽게.”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여 가볍게 손을 뻗은 김창훈. 하지만 그 가벼운 행동으로 인해서 벌어진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것이 자네가 말한 그 천마신공이군.”
뉘헬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지?”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자네가 왜 초월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는 일격이었네. 제대로 전투를 시작하면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낼지 알 수 없어. 나중에 꼭 제대로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군.”
“그럴 만한 상대가 있으면.”
그 말에 뉘헬은 웃으며 말했다.
“하긴 그것도 문제이기는 하군.”
“그럼 장소를 옮길까.”
“죽음의 기운은 그만 흡수하는 건가?”
“여기는 이미 많이 흡수했어. 이동해서 추가적으로 흡수할 거야. 이렇게 계속 흡수하다 보면 아까처럼 알아서 기어 나오겠지. 그렇게 다가오는 놈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면 될 것 같은데. 뉘헬, 여기서 사신교의 본거지로 가려면 얼마나 가야 하지?”
“아까 우리가 이동했던 속도를 가정한다면 1시간은 가야 한다.”
“상당히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네.”
“놈들은 미쳤으니까. 그런 미친놈들과 싸우는 것은 모두 피하고 싶은 일이지. 미친자들과는 싸우지 않는 것이 최선이야.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지. 싸우면 나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할 경우도 있지. 이들이 정말로 먼 곳에 있었다면 나도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우리랑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문제지.”
“사신교로서는 사신이 원망스럽겠군. 왜 하필 그대가 있는 ‘지구’와 우토가 연결된 문이 자신들의 영역 근처에 나타났냐고 하면서.”
“죽음의 최고의 미덕이라며. 그러면 내가 손수 사신의 손으로 보내 주는 것인데 그들은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군.”
뉘헬의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계속 나아갔다. 이번에는 아예 걸어가면서 죽음의 기운을 계속 흡수하였다. 2번 했으니 익숙해진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익힌 천마신공이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김창훈은 그 일을 하라고 천마신공에게 명령할 뿐이었다.
‘여기서 천마기를 압축하며 잃어 버렸던 천마기의 양을 상당히 복구할 수 있겠어. 운이 좋다면 복구하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을 흡수할 수도 있겠고.’
물론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천마기의 농도가 높아진 만큼. 천마기를 늘리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과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창훈은 계속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며 죽음이 가득한 숲을 천천히 정화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죽음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신교의 교리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은 그야말로 축복 받은 땅이었다.
그들은 우토에 들어와서 이곳에 죽음을 가득 퍼트려서 축복을 내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대로 천천히 확실하게 죽음의 기운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하지만 그러던 중 발생한 이상. 한 인간이 죽음의 기운을 정화하고 있었다. 죽음으로 가득한 축복의 땅이 한 인간으로 인해서 죽음 대신 생명이 있는 저주 받은 땅으로 바뀌고 있었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신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그들은 이 저주를 내리는 인간을 찾아 나섰고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들의 다짐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그들이 죽이려고 했던 인간은 강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정말로 대단하군.”
천마파천장. 지금까지 김창훈은 자신을 죽이러 오는 사신교에 속해 있는 인간들을 향해서 딱 이 하나의 초식만 사용했다.
문제는 그 하나만 해도 압도적이라는 것이었다. 그 어떤 이들도 천마파천장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의 김창훈이라면 SS등급 몬스터라고 해도 천마파천장 하나로 죽일 수 있다. 강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그만큼 그는 강해진 상태다.
그런 그를 상대로 사신교의 일반적인 교도들이 아무리 다수의 언데드를 이끌고 덤빈다고 해도 그저 손짓 한 번에 다 사라지는 존재들이었다.
“자네의 그 ‘힘’에 대해서는 점점 경외심이 생기기 시작하는군.”
뉘헬은 방금까지 수백이 넘게 있던 언데드들과 수십의 사신교 교도들을 단 일격에 깨끗하게 정리한 김창훈을 보고 감탄하며 말하였다. 이에 김창훈은 허공에 손을 가볍게 털며 말했다.
“이 정도는 해 주어야 한 세계의 정점에 올랐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렇다면 나는 세계의 정점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도록 하지. 나로서는 너무 먼 이야기니까. 그냥 지금처럼 적당히 힘을 가진 상태로 만족하겠네.”
그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었다. 저렇게 말하는 뉘헬이 약한 것은 아니다. 그도 홀로 SS등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강자다. 단지 비교 대상이 좋지 않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사신교의 교도들은 물론 언데드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 수가 적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조금 의아해하고 있는 중이네. 내가 알기로 수만은 가볍게 동원할 수 있다고 알고 있으니까. 다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군.”
뉘헬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어디로 전쟁을 하러 나간 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지. 전쟁은 사방에서 죽음이 넘치는 곳. 사신교에게 있어서 전쟁만큼 축복 받은 상황도 없겠지.”
“내가 있는 곳으로는 사신교도들이 없었으니 다른 세력을 공격했다는 건데, 사신교 근처에 또 다른 세력이 있다고 했으니 그곳으로 간 건가?”
“나중에 사신교의 교도가 오면 물어보면 되지 않나? 바로 죽이지 말고.”
“그래야겠네. 한 명 정도는 살려둬야겠어.”
그렇게 말한 김창훈과 뉘헬은 계속 점점 더 안쪽으로 걸어갔다. 사신교의 중심을 향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