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사신교(1)
우토로 돌아온 김창훈은 지구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프로즌에게 자세히 설명을 했고 그 설명을 모두 들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보다 무난하게 처리가 되었군요.”
“힘으로 찍어 누르는데 어쩌겠어? 그보다 뉘헬로부터 정보는 잘 들었어?”
“예. 정말로 여러 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다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그런데 다른 세계들 중에서는 일부 위험한 곳도 있습니다.”
“알아. 그래서 지금부터 그 곳들을 처리할 생각이야.”
그 말에 프로즌이 살짝 놀라며 말했다.
“공격을 하겠다는 겁니까?”
“그래. 뉘헬이 위험하다고 말한 세계는 2곳.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한 세계이자 위험한 놈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을 공격한다.”
“정확한 위치도 모르지 않습니까?”
“나는 모르지만 뉘헬은 알고 있지. 아, 뉘헬은 아직 여기 있나?”
“예. 총장님에게 받은 지식에 비하면 아직 값을 다 치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 있습니다. 총장님이 오시면 추가적인 대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고요.”
“잘되었네. 뉘헬과 함께 그곳으로 가서 공격을 할 거야. 가능하면 그 세계와 우토를 아예 단절시키고 싶지만, 그건 방법이 없다고 하니 일단 우토에 자리 잡은 세력을 다 제거하고 여차하면 그 세계로 넘어가서 다 부순다.”
김창훈의 말에 프로즌은 놀라며 말했다.
“진심이십니까?”
“그래. 대화로 할 수 있는 이들이면 대화로 할 거야, 나도. 하지만 너도 뉘헬에게 들었을 거 아니야. 그 ‘사신교’라는 놈들은 대화가 안 통하는 놈들이야.”
사신교. 뉘헬은 이들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했다. ‘죽음에 취한 광신도’들이라고 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일은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그것이 같은 사람일수록, 혹은 더 강한 존재일수록 좋다. 그렇기에 우토에 있는 몬스터들의 사냥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개개인이 강하다. 그러나 그들이 이 우토를 정복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광신도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믿는 ‘사신’에게 살아 있는 생명을 죽여서 제물을 받친다.
그리고 이 제물이 되는 것은 다른 세계의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의 사람도 해당된다. 그렇기에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렇기에 뉘헬이 평가하기를 지구인을 포함하여 총 7개가 된 세력들 중에서 가장 강하지만 동시에 가장 약한 세력이라고 평가하였다.
반이 이들을 처리하려고 마음먹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인 사신에게 받쳐야 할 살아 있는 제물에 불과하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들을 다 죽이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살아 있는 인간도 예외는 아니고 대화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
그나마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과 함께 행동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언제 공격당해 죽을지 알 수 없다. 그들이 바치는 산 제물은 살아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라도 제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곳은 나중에 처리해도 괜찮아. 이들은 대화가 어느 정도 통하는 이들이니까. 하지만 그 사신교란 놈들은 아니야. 프로즌, 너도 이야기를 들어서 알잖아? 이놈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해.”
뉘헬 또한 이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였으나, 불가능했다고 한다. 뉘헬을 발견하자마자 서로 자신이 사신에게 제물로 바치겠다고 말하며 뉘헬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세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면 사신교의 사람들을 보면 보는 즉시 죽이는 것이다. 주위에 다른 세계의 사람이 있다면 서로 협력해서 말이다.
그만큼 다른 세력들에서도 이들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 사신교의 힘은 강하다. 강한 생물을 죽이고 제물로 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제물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 강한 생물을 죽이기 위해서 스스로 강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사신교가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다른 세력들로 인해서 토벌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강하다고 합니다. 총장님의 무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장님 홀로 그들을 다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천마군림보 하나면 잡졸들은 다 정리가 되니까 문제없어. 그리고 나는 이미 결정을 했어. 내가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리를 비운 동안 내가 어디 가서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가디언이 해야 할 일이 대량으로 늘었는데, 거기에 집중하도록 해. 알겠지?”
“지구에서 만약 SS등급 몬스터가 던전 브레이크를 통해서 나타나면 총장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나 없어도 잡을 수 있잖아?”
“엄청난 피해를 동반해서 말이죠.”
“그래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그리고 엄청난 피해랄 것도 아니야. 화신과 계약한 S등급 헌터들은 한층 더 강해졌으니 오히려 SS등급 헌터 면허를 받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걸?”
“그러면 EX등급 몬스터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 어떻게든 날 찾아오는 수밖에. 그들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잖아, 프로즌. 심지어 우리와 그들의 위치는 그렇게 멀지 않다고 뉘헬이 말했잖아. 그러니 일단 직접 그 사신교가 있는 세계를 공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곳 우토에 있는 세력만큼은 정리해야 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2주 이상 걸린다면 돌아오도록 할게. 그 정도면 어느 정도 피해를 주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외부에는 제가 잘 설명해 보겠습니다.”
“역시 프로즌. 믿을 수 있다니까? 그러면 너만 믿는다. 뉘헬은 어디 있지?”
“총장님이 머물던 그 오두막에 있습니다.”
“오케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럼 부탁한다.”
그리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던 뉘헬이 눈을 뜨며 말했다.
“생각보다 늦게 왔군.”
“조금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생겨서 그랬어. 그보다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대에게 받은 지식의 갚을 아직 다 치르지 못했으니,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하도록 하지.”
“‘사신교’ 놈들의 본거지로 향하는 길을 알려 줘. 가능하면 나와 함께 거기까지 가 주면 좋고.”
“사신교라. 그곳으로 간다는 것은 싸우겠다는 건가?”
“그놈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상대가 그럴 생각이 없다며? 그렇다면 사이좋게 지낼 수도 없지. 먼저 당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공격할 뿐이야.”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겠지. 그러면 사신교의 본거지를 내가 안내해 주는 것으로 그대에게 받은 지식의 대가를 모두 다 치른 것으로 하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그래도 혹시 관심 있다면 추가적인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어.”
“추가적인 거래라. 나에게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줄 수 있나?”
“내가 사용하는 스킬. 내가 하는 전투 방식. 내가 얼마만큼 강한지 궁금하지 않아? 말로만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를 텐데 말이야.”
그 말에 뉘헬은 관심이 있는 얼굴로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건 흥미가 생기는군. 그런 지식은 나로서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그 거래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좋아. 그러면 바로 출발해 볼까.”
“여기서 거리가 가깝다고 하지만 그래도 완전 가까운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의 걸음으로는 족히 10일은 가야 하는 거리다.”
“우리가 빠르게 가면 더 빠르게 도착하겠네. 10시간도 안 걸릴 것 같은데?”
“준비는 다 된 것인가?”
“물론이지.”
그리고 김창훈은 자신이 허리에 차고 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가볍게 보여 주었다.
“최대 1년 치의 생필품과 식량이 들어 있다. 거기서 길을 잃어도 문제없어.”
“그런가.”
“그보다 문제는 네가 과연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냐는 거야.”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보다 빠르다고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느리지 않다고 확신하지.”
“그래? 그러면 바로 출발하자고.”
그 말에 뉘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두막을 나왔고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사용함과 동시에 그 무형지기의 영향력을 그 어디에도 퍼지지 않도록 조종하였다.
그 다음에 허공답보를 사용해서 허공을 밞으며 하늘로 올라오자 뉘헬은 마법을 사용하며 그런 김창훈의 옆으로 올라왔다.
“그러면 먼저 앞장서서 길 안내 부탁할게.”
“속도를 천천히 높일 테니 잘 따라오도록.”
그리고 순식간에 뉘헬이 앞으로 나아가자 김창훈은 천마뇌절각을 사용하며 그런 뉘헬의 뒤를 쫒아갔다.
“더 빠르게!”
김창훈의 외침에 뉘헬이 날아가는 속도를 더욱 올리자 김창훈 또한 나아가는 속도를 더욱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뉘헬, 지금보다 최소 3배는 더 빨라야 한다고!”
“알았다.”
그리고 뉘헬의 속도가 정말로 3배 정도 더 빨라지자. 그 뒤를 김창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쫒아갔다.
“아직도 부족하다!”
두 사람 모두 소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김창훈은 아직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그렇기에 김창훈은 아직도 느리다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소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김창훈이 외친 소리는 뉘헬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보다 더 빠르게 나아갔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뉘헬의 바로 옆으로 이동하여 말했다.
“더 빠르게!”
이번에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뉘헬은 더욱 속도를 내었다. 그리고 김창훈은 그 뒤를 쫒아가며 더 빠르게 가자고 이야기했지만 뉘헬은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 사실에 김창훈은 안타까워했지만 그래도 지금도 느린 속도는 아니기에 이 속도로 가는 것에 만족하며 계속 빠르게 나아갔다.
그렇게 약 1시간이 조금 넘도록 움직였을 때, 그들은 이동하는 것을 멈추었다.
“저기군.”
푸른 숲이 어느 지점을 기점으로 모두 죽어 버렸다. 풀도, 나무도 하나같이 회색으로 썩거나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저 지역은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다. 살아 있는 존재가 저 안에 들어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독이나 다름없지.”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다고?”
“그렇다.”
그 말에 김창훈은 죽음으로 가득한 숲을 바라보았다.
‘죽음의 기운. 그것도 하나의 기운이란 말이지.’
전기에서 뇌기를 흡수했다. 모닥불에서는 화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드래곤의 불꽃마저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삼았다.
‘죽음의 기운이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김창훈이 말했다.
“천마 님, 죽음의 기운을 천마기로 바꾸는 것 가능합니까?”
- 물론. 그 또한 하나의 기운에 불과하다. 흡수하려고 하면 할 수 있지. 단지 쉽지는 않을 거다.
가능하다는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천마기를 압축하면서 천마기의 최대 양이 줄어들었는데 여기서 보충하면 되겠네.”
그리고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대지의 위에 착지한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천마기공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며 사방에 있는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