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세계의 연결 지점, 우토(3)
그 이후로 하루 동안 각자 참모진들과 모여서 회의를 한 각국의 정상들. 그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가디언 직원들에게 전달했고 그 의견을 다시 김창훈이 종합해서 살펴봤다.
하지만 그 의견은 모두 간단했다. 이런저런 미사여구가 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자신들의 국가를 좀 더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그에 따른 보상도 확실했지만, 그것들을 전부 다 무시한 김창훈은 다시 한번 회의를 할 때 확실하게 말하였다.
이런 멍청한 이야기 말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더 회의를 개최할 테니, 그때는 부디 제대로 된 의견을 달라고.
3일 후 다시 시작된 세 번째 회의. 이번에도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김창훈이 하는 말이 맞다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김창훈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움직이는 국가들도 있었다.
그러니 쉽게 결론이 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선언했다. 다음 네 번째 회의가 마지막 회의며 여기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낸 안대로 일이 진행될 거라고.
당연히 반발이 컸지만 그 반발을 김창훈은 힘으로 찍어 눌렀다. 그렇게 세 번째 회의도 별다른 성과 없이 넘어가고 다시 5일 후에 열린 마지막 회의.
여기서는 그래도 지난 두 번의 회의보다는 좀 더 건설적인 이야기들이 나왔다. 김창훈이 힘으로 강행하겠다는 말에 각 국가의 정상들이 포기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김창훈이 받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지지. 그 여론을 이들은 바꿀 수 없었다.
이들이 여론을 움직이려고 하기 전에 김창훈이 먼서 손을 써서 여론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도 있지만 그 후의 후폭풍이 문제였다.
김창훈이 정말로 화가 나서 자신들의 국가에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누가 막는단 말인가? 설령 그러지 않더라도 지금 몬스터들이 강해진 이 상황에서 SS등급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나기만 해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잡을 수 있다.
S등급 헌터의 수가 충분하지 않은 국가는 잡는 것도 힘들다. 그런 국가들 입장에서 김창훈에게 찍힌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렇기에 결국 가디언이 주체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물론 각 국가에서 여러 사람들을 파견해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각국에서도 나름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회의가 종료되고 난 후 최종적인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는 김창훈이 대표로 나서서 하였다.
“…이에 따라서 앞으로 10년 동안 다른 세계와의 모든 교류는 우리 가디언이 진행할 것이며 각 국가에서 보낸 여러분들과 함께 교류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김창훈의 발표에 모인 기자들은 빠르게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가 찾아 올 것이 뻔했으니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 다음 질의응답 시간은 저 대신에 여기 계신 부총장님이 하겠습니다.”
가디언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부총장. 가디언 부총장은 미국의 유명한 S등급 헌터인 ‘러셀’이 담당하게 되었는데.
미래에서도 유명한 헌터였으며 S등급 헌터지만 검성과 같이 구설수 없는 헌터로도 유명했기 때문에 그를 부총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러셀이 김창훈 대신 단상에 올라와 질문을 받는다고 말을 하자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고, 그 모습을 본 김창훈은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는 곳을 나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자회견 잘 봤습니다.”
방에 들어가자 스마트폰을 보며 말하는 남성에게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변에서 말이 많은가 봅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다른 것도 아니고 다른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조용하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할 겁니다. 그보다 이제 다시 그곳으로 가실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곳의 상황이 현재로써는 가장 중요합니다. 뉘헬이란 자로부터 얻은 지식을 통해서 ‘우토’는 보스 몬스터를 잡아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곳에는 우리 말고도 여러 인간들이 있고 그들 중 일부가 우리의 영역에 들어와서 깽판을 칠 수도 있으니까요. 반대라면 모를까. 우리가 당하는 것은 사양입니다.”
“역시 믿음직스럽네요.”
그 말에 김창훈은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보다 리퍼는 좀 어떻습니까?”
“그림 리퍼께서 은퇴하신 후, 그 칭호를 물려받았지만 좀 버겁습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남성은 2대 그림 리퍼. 과거에는 일명 ‘화이트 소드 라이트닝’이라는 긴 이명으로 불렸고 이제는 세계 4대 검객 이 되어 버린, 유명하면서도 강한 검사 중의 한 명이자 리퍼에 속한 S등급 헌터이기도 한 남성이었다.
그림 리퍼가 선택한 차기 리퍼의 수장. 2대 그림 리퍼가 바로 이 남성이었다. 초대 그림 리퍼가 직접 선택한 만큼의 능력을 보이고 있기에 김창훈도 만족하고 있는 중이었고 말이다.
“어떻습니까?”
“우토에 몰래 잠입하려고 했던 헌터 11명을 잡았습니다. 전원 그 소속을 밝혔고 이들이 속한 곳에 따로 배상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정말로 조용히 처리할 겁니까?”
“크게 벌여 볼까요?”
“아뇨. 저로서는 조용히 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걸 크게 일을 벌인다면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불편해질 테니까요.”
“그렇죠. 그래서 이번에는 조용히 처리한 겁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어떤 방침으로 일을 진행할지 발표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간 이후로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우토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처리를 할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시끄러워질 수도 있겠네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죠.”
“그보다 이제 우토에 UN군이 투입된다면, 그동안 했던 교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어서 하면서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죠. 대한민국이 한 발 앞서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우토가 처음 나타난 곳이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부분으로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정부에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이 먼저 접촉했단 사실 정도는 입을 다물거고요.”
“상대가 발설할 가능성은 있군요.”
“그때는 어쩔 수 없죠. 제가 아까 말한 명분을 들이밀면서 버티는 수밖에.”
“그렇게 하면 총장님에게도 말이 나올 겁니다.”
“저도 할 말은 있습니다. 우토에 그렇게 많은 세력이 있는지 몰랐으니까요. 그러니 대한민국 국가 하나에서 알아서 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다양하고 거대한 세력이 있는지 알았다면 처음부터 모든 국가들을 모았을 겁니다.”
“쩝. 그 말을 다 믿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상관없습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당당하니까요.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리퍼 관리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말아 주십쇼. 솔직히 현상 유지가 저의 최선 같으니까요.”
“그 현상 유지만 해도 굉장한 겁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계속 해 주세요. 그리고 아시죠? 일이 너무 커지면 저에게 연락하는 것. 제가 나서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총장님. 그러면 총장님만 믿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방에서 나가자 김창훈은 홀로 방 안에 앉아 길게 한숨을 쉬었다.
- 드디어 산 하나를 넘었구나.
천마의 말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점에 섰다고 할 수 있죠.”
- 뉘헬이란 놈의 말에 따르면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세력이 우토에 2곳이 있다. 어떻게 할 거냐?
“처리해야죠. 그것밖에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 두 곳을 확실하게 처리해야 이 지구가 더 안전해질 테니까요.”
- 갑자기 지구의 수호자라도 된 듯이 움직이는 구나.
“본래 이런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S등급 헌터만 되어도 엄청 만족할 텐데. 일이 계속 점점 커지네요. 욕심도 점점 커지고요.”
- 욕심이라면 천마신공을 말하는 거냐?
“그것은 회귀한 날부터 다짐했죠. 반드시 천마신공의 끝을 보겠다고. 제가 말한 욕심은 ‘명예’입니다. 이게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치켜세워 주는 것이 썩 나쁘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네요. 사람들 도와주는 것도 기분 좋고요. 무엇보다 더 좋은 점은 범죄자들. 그 망할 쓰레기들을 다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인성이 꼬여서 그런지 그런 놈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꼴을 못 보겠거든요.”
- 흐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오히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을 거다. 너 같은 놈이 힘을 가지고 있으니, 흔히 말하는 착하게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주 좋지.
“안 그래도 사는 것이 힘든데, 법도 다 지켜 가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익을 주지는 못하지만 박탈감은 주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솔직히 저도 회귀 전에는 등급이 높은 헌터들이 벌이는 개짓거리에 화가 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요.”
- 그런 것치고는 잘도 정치인들을 그냥 두는군.
“당장 가서 다 때려 죽여 봐야 바뀌는 것이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피를 봐야 투표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는 법입니다.”
- 그건 그렇지. 그러면 이제부터는 세계와 세계가 싸우는 전쟁이 되겠군. 아니, 세계와 한 개인이 싸우는 전쟁인가?“
“어느 쪽이든 제가 이기는 것은 확실하죠.”
자신 있게 말하는 김창훈의 말에 천마 또한 웃으며 말했다.
- 당연한 말을 하는구나. 천마는 무적이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문장을 계속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네 노력에 관심 없다. 결과가 중요할 뿐이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쉴 만큼 쉬었고 천마와 잡담도 충분히 했다. 이제 다시 일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 특히 시시각각 다가오는 적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움직여야 했다.
“최대한 피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그렇게 쉽게 안 될 거다. 사람의 무언가에 취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법이니까. 이 경우에는 힘과 권력이겠지. 가장 질이 안 좋은 녀석들이다. 죽어서도 놓지 못하는 것이 이 두 가지니까.
“그렇죠. 그래서 그런 짓을 하는 거겠죠.”
뉘헬로부터 이야기 들은 우토에 존재하고 있는 세력은 지구를 제외하고 총 6개. 그중 하나의 세력을 떠올리며 김창훈은 가디언 본부를 나섰다.
“거기부터 처리하겠습니다. 거기가 가장 질이 안 좋네요.”
- 죽음과 싸우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다.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 문장입니다만.”
- 막상 하면 재미있을 거다. 죽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력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이렇게 나약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모순적이지만 그 두 가지를 모두 느낄 수 있게 될 거다.
“하나만 하고 싶네요.”
그리고 우토로 향하는 포탈이 있는 곳을 향해서 천마뇌절각을 사용하며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