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세계의 연결 지점, 우토(2)
전 세계의 정상들이 모인 곳은 가디언 본부의 대회의장. 최대 4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에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모였다.
그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단상 위에 올라선 김창훈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모인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각국 정상들이 옆에 있는 통역가들을 통해서 김창훈의 말을 전해 들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아주 심각한 일이자,우리 인류가 새롭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새로운 세계. 이 지구와 완전히 다른 ‘이세계’를 발견하고 그들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새삼 김창훈에게서 직접 들으니 아직도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은 모두였다. 그건 말을 하고 있는 김창훈도 마찬가지였다.
우토에서 뉘헬과 이야기할 때는 몰랐으나, 막상 지구로 돌아오자 아직도 자신이 이세계의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교류입니다. 각 국가가 나서서 한다면 100%. 이 지구에서 100% 불화가 발생할 겁니다. 자신들 국가는 좋게 포장하고 다른 국가들은 나쁘게 말할 테니까요. 특히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일 수록 더더욱 말이죠.”
그 말에 대부분의 정상들이 헛기침을 하거나 고개를 돌렸다. 김창훈의 말이 정확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UN을 대표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으나, UN도 결국 강대국들의 정치판에 지나지 않은 곳. 그들도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에 UN의 사무총장이 발끈했으나 김창훈은 그를 바라보는 것으로 조용히 만들었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간에 UN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국가들을 믿을 수도 없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제 국가인 한국도 믿지 않습니다. 지금 대통령은 어찌어찌 잘하지만 다음 대통령도 잘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대한민국도 믿지 않는다는 김창훈의 말에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정상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를 본 김창훈이 그를 가리키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그러면 어쩌자는 건가? 이대로 교류를 끊을 건가?”
“아닙니다. 우토에는 총 6개의 세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까지 포함하면 이제 7개의 세력이 되었죠. 여기에 몬스터들까지 포함하면 8개의 세력이 지금 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죠. 저도 그건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우토에서 벌어지는 모든 교류를 우리 가디언에서 담당할 생각입니다.”
그 말에 정상들이 다 입을 열며 순식간에 대회의장이 시끄러워졌다. 다른 세계와의 교류. 이것은 자신들의 국가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 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교류를 이끌어냈다는 명분을 쥔다면 다음 대선이나 투표에서 자신들이 속해 있는 정치 세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각국의 정상들이라고 하나 결국 정치인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이런 엄청난 성과를 놓칠 수 없었던 그들이기에 강력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가볍게 마나를 담아 말했다.
“조용!”
그 말에 모두 입을 다물자 김창훈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각 국가별로 나선다면 분명 엄청난 경쟁을 불러 올 겁니다. 거기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죠. 그리고 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저들 또한 인간.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갈 겁니다. 그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 지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가 각 국가별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막은 이유였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구에 있는 국가들 간의 출혈 경쟁을 벌인다?
그건 지구에 있는 인류의 입장에서 절대로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무조건 손해였다. 그렇기에 그것을 막았다.
“그렇다고 UN을 동원하자니, 아까도 말했지만 UN은 이미 거대 강대국의 정치판으로 돌아가고 있죠. 각 국제기구들은 그곳에 후원하는 국가의 돈 액수에 따라서 성향과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 말에 UN 사무총장은 발끈하며 외쳤다.
“우리 UN은 국제연합으로서 전 세계의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걸 그렇게 폄해하면!”
“UN의 상임이사국을 없애고 UN에 가입한 모든 국가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면 믿어 드리죠.”
그 말에 UN 사무총장은 입을 닫았다.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강대국들의 힘. 그들이 끼치는 영향이 UN에서 어느 정도인지 그도 알고 있고 여기서 이걸 받아들인다면 그들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봤죠? UN은 이래서 믿을 수 없습니다. 과거 국제 헌터 협회와 다를 것 하나 없어요. 그러니 배제했습니다. 그렇게 모두 배제하고 나니 남는 것이 없더군요.”
각 국가의 교류를 개별적으로 허용해서는 지구에 있는 인류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UN을 동원하면 특정 몇몇 국가에게만 너무 큰 이득이 따른다. 그렇기에 김창훈이 내린 결론이 바로.
“하지만 가디언은 다르죠. 한번 크게 청소를 해서 부패한 인간들을 모두 퇴출했고 전 세계 어떤 조직보다 감사 조직이 강력하며 처벌 또한 강력합니다. 감히 장담하죠. 지금 전 세계의 어떤 국가, 어떤 조직보다 가디언은 청렴합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김창훈의 말에 각국의 정상들은 입을 닫았다. 그의 말대로 가디언은 피를 깎는 노력이 아니라 그냥 아예 전신인 국제 헌터 협회를 죽이는 선택을 하며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국제 헌터 협회가 남긴 부패와 범죄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각 국가의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모든 범죄자들을 잡는 일에도 자신들이 손수 나서서 다 체포했다.
최소한 지금 당장 가디언만큼 청렴한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저는 다른 세계와 교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저는 더 이상 딱히 얻을 것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로 이득을 취해야 할 여러분들과 다르게 말이죠.”
이 점도 김창훈이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었다. 그는 세계 최강의 헌터다. 단순한 세계 최강이 아니라 지구의 다른 헌터들이 모두 달려들어도 어쩌면 이길 수 없는 그런 압도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딱히 무언가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부패한 국제 헌터 협회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디언이라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서.
더 많은 헌터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주고, 그로 인해 세계의 치안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도록 노력했다. 자신의 힘을 그런 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렇기에 딱히 원하는 것이 없다는 김창훈의 말은 설득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 가더라도 반드시 누군가는 그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었고 그건 일국의 정상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자네를 믿을 수 없네! 지금이야 그렇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 줄 알고!!!”
김창훈에게 썩 좋은 감정이 없는 북한의 대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외치자 몇몇 국가의 정상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김창훈은 그 말에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겠죠. 하지만 지금 제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언가 바뀌나요? 여러분들,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데. 제가 무언가를 원했다면 여러분들은 저를 막을 수 있습니까?”
그 말에 다시 대회의장이 조용해진다.
“저는 지금 지구에 있는 모든 헌터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 제가 원하는 것을 힘으로 취하려고 했다면 벌써 옛날에 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외치는 북한에 쳐들어가서 당장 평양을 지도상에서 지워 버려도, 여러분들은 절 막지 못합니다. 아니면 북한에서는 날 막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라도 있습니까?”
북한 대표를 바라보며 김창훈이 말하자 그는 이를 악물면서 김창훈을 노려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럴 힘이 북한에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저게 말입니까! 감히 일개 헌터가 한 국가의 수도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다니! 이게 테러리스트와 뭐가 다른 겁니까!”
북한 대표의 외침에 호응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 모두 김창훈이 정말로 그럴 생각이 있다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하네요. 그러니 좀 닥치고 있으시죠. 당장 평양으로 가서 당신들의 그 위대한 수령 동지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그 말에 더욱 발끈한 북한 대표가 외쳤다.
“감히 그런 협박을 해! 지금 당장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어!”
“해 봐.”
“뭐?”
“해 보라고. 그러면 약속하지. 난 북한을 이 세계에서 지워 버리겠어. 3천만 명이라고 했던가? 북한의 인구가? 약속하지. 그 3천만 명. 전원, 깔끔하게 세상에서 지워 주지.”
그 말에 북한의 대표는 침을 삼켰다. 3천만 명을 죽여 버리겠다고 말한 김창훈. 그리고 그는 그럴 힘이 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말을 못 한 것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정말로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북한 대표 역시 김창훈이 국제 헌터 협회와 어떻게 싸웠는지 잘 안다. 김창훈이 왜 세계 4대 폭력 조직을 없앴는지도 잘 알고 있다.
“좋게 말하니까 자꾸 기어오르는데.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너희는 우리나라의 적이다. 툭 하면 미사일 쏜다고 협박하는 테러리스트 국가이지. 그런 곳을 내가 손수 지우지 않고 남겨 두는 것만으로도 내 자비에 감사하도록 해. 그리고 나중에 EX등급 몬스터가 나타난다고 해도 내 도움은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너희들이 멸망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대놓고 북한을 찍어 버린 김창훈은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이번 문제는 각 국가가 개별적으로 움직여도 문제고, UN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움직여도 문제라는 것을. 현재로써 가장 괜찮은 곳은 가디언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계속 모든 교류를 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딱 10년을 보고 있습니다. 가디언에서 교류할 때에도 각 국가에서 나온 여러분들을 모두 동원해서 최대한 어디 한 국가를 편애하지 않도록 할 겁니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 말에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국가들의 정상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대국들의 정상들은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국제관계에서 공평이나 평등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고 힘이 전부라는 것은 이미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지금 그 평등을 외치고 있는 이가 가장 강한 힘이 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명분과 힘에서 다 밀렸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방안이 가장 불만이 적게 나올 수 있는 방법 입니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어야 본격적인 교류를 이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루 정도 서로 상의하고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에 각자 생각하는 바를 우리 가디언의 담당 직원들에게 전달해 주십쇼. 그것들을 종합해서 다시 한번 회의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회의가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