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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킬은 천마신공 (103)화 (103/169)

103화 다른 세계의 사람(3)

김창훈과 파블로가 향한 곳은 베이스캠프에서 동쪽 방향으로 약 500m 정도 떨어진 지점. 그곳에서 더욱 나아가려고 할 때.

그들은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던 존재가 그 모습을 나타내고 이들의 앞에 나섰기 때문이다.

“파블로. 제국의 기사로군.”

그자는 파블로보다 젊고 김창훈과 비슷한 나이대의 남성이었다.

“그리고 그쪽은 처음 보는 얼굴이군. 복장도 그러하다. 그러면 네가 이번에 새롭게 연결된 세계의 주민이군.”

“빨리도 왔군.”

파블로의 말에 그는 파블로를 무시하고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진리를 탐구하는 이들 중 하나인 뉘헬이다. 새롭게 이곳에 온 자여.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하고 싶은 말?”

“그대가 있던 세계가 어떤지 모르나 우리에게 그 세계의 지식을 알려 주었으면 한다. 그 대가로 우리 또한 우리가 가진 지식의 일부를 그대들에게 알려 주겠다.”

그 말에 파블로가 급히 말했다.

“저 말을 다 들으면 안 됩니다. 저들이 주는 지식은 다 하-”

말을 하던 파블로가 갑자기 말을 하지 못했다. 말을 하려고 해도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파블로가 뉘헬이라고 스스로 밝힌 자를 노려보았는데 이에 뉘헬은 가만히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답은?”

“파블로가 하려던 말이 신경 쓰이는데 제대로 대답할 인간이 어디 있을까.”

“그건 그렇겠군. 좋다. 그러면 그 의문을 풀어주지. 그대들이 주는 지식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면 우리도 그에 따른 지식을 주지만 그 지식이 우리들에게 쓸모없는 지식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지식을 주겠다.”

“그 지식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우리다.”

그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었다.

“아무리 귀한 지식이라고 해도 너희들이 쓸모없다고 하면 우리는 그냥 쓸모없는 지식만 얻어야 한다는 거군.”

그러자 뉘헬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는 진리를 탐구하는 자들이다. 고작 눈앞의 이익에만 따라 움직이는 하찮은 자들과 비교하지 마라. 우리는 모든 지식을 평등하게 대한다. 그 지식의 값어치가 정말로 대단한 것이라면 우리 또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지식의 가치를 폄해하는 짓 따위, 설령 고통스럽게 죽어 영혼이 영원토록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러면 파블로 측에서 내민 지식은 하찮다는 건가?”

“그렇지. 딱 그 정도 수준의 지식이라는 거다. 그들이 정말로 대단한 지식을 주었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지식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준 것은 하찮은 것들이면서 바라는 것은 많으니 욕을 보는 것이지.”

그리고 뉘헬이 파블로의 입술을 막고 있던 힘을 풀어주자 파블로가 급히 외쳤다.

“그건 우리 제국에서도 특급 기밀이었소!!!”

“그건 너희들이 이야기다. 우리에게 있어서 하등 가치 없는 것들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따른 거래를 했다. 너희들이 궁금해하던 것들 중 일부를 알려 주었지. 그런데 하찮다고 말하니 예전에도 그랬지만 너희들은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군.”

그 말에 김창훈이 파블로를 바라보자 파블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절대로 아니오! 우리가 받은 지식은 우리가 제시한 지식에 비하면 그 가치가 분명 떨어지오!”

“그런 놈들이 잘도 우리가 준 지식을 활용하고 있군. 그 갑옷에도 당장 우리가 준 지식이 활용되었을 텐데. 아닌가?”

그 말에 파블로가 움찔한다. 그러자 뉘헬은 경멸스러운 눈으로 파블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래서 멍청한 자들은 대화가 안 된다는 거다. 지식도 지혜도 없는 자들. 정말로 이 세상에 하등 쓸모가 없는 자들이야.”

“이익!!!”

파블로는 화를 냈지만 그 이상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김창훈은 그런 파블로를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란 다 그런 존재지. 욕심으로 가득하니까.”

“그렇지. 그 부분은 우리 또한 긍정한다. 욕심과 욕망이야말로 사람의 발전을 가져오는 가장 큰 가능성과 힘이니까. 단지 우리가 추구하는 욕심과 욕망은 지식과 그 지식으로 이루어낼 진리다. 저기 무지렁이들과 비교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군.”

이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우리 쪽의 지식은 내가 말할 것이 딱히 없군. 나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거기에 우리는 과학이 크게 발전하였다. 그 덕분에 세세한 분야가 너무 많지.”

“호오. 흥미롭군. 이야기를 계속 해 보도록. 간단한 것만 들어도 된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 ‘대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면 대기를 구성한 요소. 움직임이나 흐름. 대기의 구분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이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다.”

“나름 여러 가지로 지식을 탐구한 세계로군. 그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을 보면, 좋다. 지식을 많이 가진 세계는 언제나 흥미로운 곳이지. 그대의 세계에 가서 그대의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안 그래도 마침 적당한 이들이 곧 이곳으로 올 거다. 그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그런가. 그거 기대되는군.”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듣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인지, 대답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도록 하지.”

“당신은 당신이 있는 세계에서 얼마나 강한가?”

그 말에 뉘헬은 김창훈을 보며 말했다.

“강자와의 싸움을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가 걱정이 되는 것인가?”

“후자다. 싸움은 아직 할 때가 아니야. 나는 더 강해질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지. 여기서 막힌다면 그때 가서 생각은 해 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좋군. 스스로 자신의 무를 탐구하는 자세. 그렇다면 말해 주지. 나는 내가 있던 곳에서 무력으로 따지면 23번째에 해당하는 자이다.”

“당신이 23번째란 말이지…….”

지금은 자신의 기운을 분출하지 않고 있지만 그가 이곳으로 이동하면서 사방에 뿌렸던 기운은 파블로보다 명백하게 강했다.

“드래곤을 홀로 잡을 수 있나?”

“드래곤? 드래곤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드래곤을 말하는 거지?”

“이 세계에서 나오는 드래곤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계라. 추상적인 물음이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도록.”

그 말에 김창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대의 세계에도 다른 곳과 연결된 ‘포탈’ 혹은 ‘입구’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괴물들 중에 나타나는 드래곤. 그 드래곤들을 잡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거다.”

“과연. 차원의 파편에 있는 드래곤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그 정도 드래곤들이라면 나 혼자서 잡을 수 있다. 조금 고생은 해야겠지만.”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답해 주어서 고맙다.”

“그러면 내가 역으로 물어보지. 그대는 어느 정도로 강한가?”

“내가 있는 세계에서 내가 제일 강하다.”

“그대는 드래곤을 잡았는가?”

“물론.”

“그대는 ‘초월’에 들어간 존재와 싸웠는가?”

“초월?”

“음. 그러니 그 드래곤들보다 더 강한 존재를 말하는 거다.”

그 말에 김창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베우스티라는 드래곤과 싸워서 이겼다.”

김창훈의 말에 뉘헬이 놀라며 말했다.

“그 폭염룡이라고 불리는 베우스티를 말하는 건가?”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스스로 베우스티라고 소개한 흑색의 비늘을 가진 큰 드래곤 한 마리를 죽였다. 확실히 불꽃을 전신에서 분출하며 싸우더군.”

“이거 대단하군. 설마 여기서 초월에 발을 디딘 존재를 만나게 될 줄이야.”

뉘헬은 하늘에서 내려와 김창훈의 앞에 착지하며 말했다.

“그래. 그러면 내가 그대에게 별 다른 힘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나 같은 존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 하하. 이거 정말로 기대가 되는군. 미안하네. 조금 내가 흥분한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해 주게. 초월에 발을 디딘 존재를 직접 만나는 것은 나로서는 처음이네.”

- 초월이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로군.

천마의 말에 김창훈이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뉘헬이 말을 이어갔다.

“일단 조금 적당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군. 물론 그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주겠어.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대가로 치르도록 하겠네. 모자라면 다른 이들에게 빌려서라도 대가를 치르도록 하지.”

눈을 빛내며 말하는 뉘헬에게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로 아는 것이 힘이지.’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그런데 스스로 다른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대가로 지불하겠다는데 그걸 거부할 이유는 없다. 심지어 그 대가가 고작 자신의 이야기라면 말이다.

“아, 그리고 거기 있는 제국의 기사. 그대는 이 이야기에 끼어들지 말도록. 그대가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니까.”

그 말에 파블로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걸 결정할 사람은 그대가 아니다.”

파블로의 말에 뉘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말은 정론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렇군. 그대는 어떻게 할 건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뉘헬, 이 사람의 말에 찬성이다. 파블로, 그대와 나는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으니 이제 남은 건 다른 이들과 하도록 해.”

그 말에 파블로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파블로의 말에 뉘헬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 그러면 이동하지. 어서 빨리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군.”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들은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이들이 베이스캠프로 돌아왔을 때, 프로즌이 몇몇 사람들과 함께 김창훈이 머무는 오두막 앞에 서 있었고 그들은 김창훈과 파블로, 그리고 그 옆에 새로운 인물인 뉘헬을 보며 움찔하였다.

뉘헬의 모습은 정갈해 보이는 흰색의 로브를 입고 있는 것이 전부였으나 그 몸에서 풍기는 위압감을 그들도 느끼는 것이었다.

“프로즌, 너는 파블로를 데리고 가라. 나는 이 사람과 이야기를 좀 해야겠으니까.”

“알겠습니다, 총장님. 파블로 씨, 당신은 우리와 함께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하죠.”

“드디어 왔군. 가도록 하지.”

그리고 파블로와 프로즌. 그녀와 함께 온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고 김창훈은 뉘헬과 함께 자신의 오두막집에 들어와 말했다.

“자리는 대충 앉고.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지?”

“그대의 이야기면 충분하네. 아, 그리고 혹시 미리 원하는 지식이 어떤 종류의 지식인지 알려주겠나? 내가 가진 지식의 한계가 있다 보니 내가 모르는 지식들이라면 아무래도 이야기를 듣는 데 있어서 제대로 대가를 치룰 수 없으니 말일세.”

“세계가 연결되었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던전, 그러니까 당신이 방금 차원의 파편이라고 부른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초월이란 것이 무엇이고 이 ‘우토’란 곳엔 얼마나 많은 세력들이 있고 그들의 성향은 어떤지. 당장은 이 정도로군.”

“그것들을 다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것들이군. 자네의 이야기를 전부 듣기에는 그 지식들은 그 값어치가 부족해.”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더 말하도록 하지. 당장은 이것들이 가장 궁금해서.”

“그런가. 그러면 나도 거기에 맞춰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 먼저 자네가 익힌 힘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게. 아주 간략하게.”

그렇게 뉘헬과 김창훈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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