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스킬은 천마신공 (102)화 (102/169)

102화 다른 세계의 사람(2)

이야기를 할 것도 상의할 것도 거의 없었다. 갑자기 난데없이 다른 세계의 사람과 만났어요! 하고 말해도 그들이 뭐라고 할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호의적으로 다가오니 이쪽도 그 호의를 거부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동감이야.”

“교류. 간단한 아주 간단한 교류라면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

“예. 상대가 저렇게 나오는데 굳이 처음부터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안 그래도 지구에 나타나는 몬스터들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다른 ‘국가’와 전쟁할 여력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 기사. 강합니다.”

“그렇지. 헌터 등급으로 따지면 최소 S등급 헌터 수준은 되니까.”

그 말에 프로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강자가 흔한지 아니면 우리 지구와 같이 귀한지 확인하고 그리고 저 기사가 말한 그 제국의 국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렇겠지.”

“그렇기에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수는 일단 작은 교류부터 시작해서 차차 서로를 더 알아가는 겁니다.”

“이거. 전 세계 알려야겠지?”

“소란스러워지겠지만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저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들의 베이스캠프에 함께 가자고 해도 되고요.”

“우리 위치를 알려 주겠다고?”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성의를 보인다면 저 기사도 우리에 대한 경계를 한 단계 풀어 줄 겁니다. 무엇보다 저 기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총장님이 있으니까요.”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결국 힘 싸움은 내 몫인가.”

“예. 총장님 말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 부분은 나도 이해해. 그러면 그렇게 하지. 일단 저 기사와 함께 동행을 하고 난 후에 세계에 알리는 것이 좋겠어. 나중에 헌터 자격증이 있는 기자들도 몇 명 출입시켜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네.”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간략한 이야기가 끝나자 프로즌은 얼음의 벽들을 사라지게 하였고 김창훈이 말했다.

“파블로라고 했던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나?”

그 말에 파블로라 스스로를 소개한 기사는 홀연히 김창훈의 앞에 다시 나타나며 말했다.

“함께 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건가?”

“그쪽이 선의로 나온 이상 우리도 적대적으로 할 생각은 없어. 우리는 이 ‘우토’란 것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 그 동안 괴물들만이 살고 있는 ‘던전’들만 상대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도움이 필요해.”

“그렇군. 자네들도 고생을 했을 것 같아. 그 괴물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분명 큰 혼란을 불러왔을 테니까.”

“다 그렇지. 우리와 함께 가 달라는 것은 우리의 거점을 말하는 거야.”

“그대들의 거점으로 날 데려가겠다는 거군.”

“그래. 신뢰의 뜻이다.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그렇겠지. 사람과 싸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는데도 거점을 스스로 공개하는 것이니. 그럼 함께 가도록 하지. 자네들도 많은 것들이 궁금해 하고 있으니 내가 아는 한 모든 것을 알려 주겠네. 동시에.”

“우리에 대해서도 알려 주지.”

그 말을 끝으로 양쪽 다 동의의 뜻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파블로란 다른 세계의 기사는 김창훈의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고, 이들은 빠르게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렇게 나아가며 파블로는 김창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는데 김창훈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했다.

‘진짜 이세계 판타지 세상이 존재할 줄이야.’

검과 마법. 그건 지구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저들은 갑작스러운 각성을 통해서 얻은 것이 아닌 아주 먼 옛날부터 마나를 사용해 왔고, 몬스터와 던전이 나타나며 곧바로 ‘화신’들과 계약을 맺어 더욱 강한 힘을 손에 쥘 수 있었으며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보호’가 종료되었다고 한다.

이에 김창훈은 자신들의 세계의 보호가 종료된 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처음엔 마나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자 파블로는 매우 놀라워했다.

그리고 ‘각성’과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더욱 놀라워하였다.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군.”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이제 와서는 인위적으로 검과 마법들을 배워서 각성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자연적으로 갑자기 각성하는 이들은 있지.”

“그대는 어떤 식으로 각성을 한 것인가?”

“자연 각성.”

“그렇군.”

그 이후로도 몇몇 이야기를 더 하였다. 판타지 세계라고 해서 과학 기술의 발달은 떨어질 거라고 확신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과학 기술 대신 ‘마법’을 통한 발달이 이루어져서 지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들의 문명 또한 충분히 발달되어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지구의 기술 수준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나의 활용법이다.

지구에서는 아직 마나를 제대로 에너지로써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옛날에 마나를 활용하는 데 성공하여 그 마나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발전을 이루어 왔다는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여 주고 싶군. 우리 제국의 자랑하는 문명들을.”

“이쪽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여 줄게.”

그렇게 서로 이야기하며 이틀 정도 이동한 끝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그리고 김창훈은 파블로와 함께 던전. 아니, 이제는 우토라고 불려야 하는 곳에 남았고 프로즌과 5명만 나가서 이 충격적인 소식을 세상에 전하였다.

베이스캠프의 한쪽 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김창훈과 파블로는 계속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주고받았다.

“놀랍군. 왕이 없는 국가라니.”

파블로가 가장 놀란 것은 바로 ‘민주주의’였다. 파블로의 세계는 여전히 황제와 귀족들이 남아 있는 세계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황제께서 그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겠군.”

“그렇겠지. 자유 민주주의가 퍼지면 가장 크게 타격받는 것은 현 권력자들이니까.”

“안 그래도 우리 제국 내에서도 그와 비슷한 의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네. 다른 왕국들도 그렇지. 그래서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어.”

한숨을 쉬며 말하는 파블로의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우리 세계에서도 자유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 잡는 데 긴 시간이 흘렀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했지. 하지만 결국 이루어질 거야. 권력자들의 수는 적지만 일반 평민들의 수가 많으니까. 힘으로 억압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야.”

“음. 이 부분은 황제 폐하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해야겠군. 민주주의와 황실. 이 두 가지가 모두 공존하는 길도 있다고 하니 그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고. 황제 폐하께서 허락할지는 미지수지만.”

“그건 그쪽이 알아서 할 문제지.”

“그렇지.”

그리고 파블로는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 그대는 화신들과 계약을 이루었는가?”

“응.”

“그렇군. 그대는 그대의 세계에서 얼마나 강한가?”

강함. 그 주제가 나오자 김창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파블로, 당신은 당신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강자이지?”

“음. 부끄럽지만 그래도 능히 1,000명 안에 들어가는 강자라고 자부하고 있네.”

‘1천 명이라. 무력으로는 우리가 살짝 밀리려나.’

적게 잡아도 S등급 헌터가 약 1천 명 있는 곳이다. 당연히 그보다 더 강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 중에서는 어쩌면 김창훈과 대등한, 아니,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어느 정도로 강하지? 드래곤을 잡을 수 있나?”

“아아, 드래곤. 아주 위험한 괴물이지. 하지만 잡을 수 있네. 드래곤 슬레이어는 우리 세계에도 좀 있네. 자네들의 세계도 그러한가?”

“그렇지.”

“과연, 그렇군. 자네는 드래곤을 잡아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오오. 드래곤을 죽인 위대한 업적을 세운 기사였군.”

“다시 말하지만 난 기사가 아니야. 그냥 헌터지.”

“사냥꾼. 드래곤 사냥꾼. 이것도 어감이 좋군. 그러면 앞으로 사냥꾼이라고 부르겠네.”

그 말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나 사냥꾼이나 그 뜻은 같으니 상관없었다.

“그러면 아까의 질문을 다시 하지. 자네는 자네 세계에서 얼마나 강한가?”

“이거 하나만 더 물어볼게. 드래곤을 잡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그 세계에서 몇 번째로 강해?”

“흠. 자세히는 모르지만 50명 안에 들어갈 걸세.”

“그들 중 드래곤을 홀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허허.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해낸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야. 아마 그 사람이라면 분명 우리 세계에서 강함을 순위로 할 때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겠지.”

‘SS등급 헌터 수준의 강자가 최소 10명. 그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어쩌면 정말로 나와 비슷하거나 더 강할 수도 있겠어.’

“아까부터 계속 이쪽만 대답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대 차례 아닌가? 사냥꾼이여.”

“내가 제일 강해.”

“그 말은.”

“내가 있는 세계에서 내가 제일 강하다고. 나보다 강한 사람은 없어.”

“과연. 그래서 대답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것이군. 그런데 그렇게 말해도 되는가? 나처럼 대략적으로 표현해도 될 텐데?”

“자신 있으니까. 누가 와도. 어지간한 강자가 아니고서는 내가 지지 않을 거야.”

미소 지으며 말하는 김창훈의 말에 파블로는 웃으며 말했다.

“좋은 미소로군. 나중에 한번 기회를 봐서 친선 대련을 했으면 좋겠군. 우리 제국의 힘을 그대에게 보여 주고 싶으니까.”

“그것도 좋지.”

친선 대련. 아마 그것은 김창훈이 있는 세계와 저 제국간의 서로 대략적인 힘을 알기 위한 힘겨루기의 장소가 될 것이다.

‘거기서 이겨야 앞으로 저들과 상대할 때 편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겠군.’

자신이 홀로 나가서 다 쓰러트려야 할지. 아니면 따로 몇 명을 뽑아서 함께 해야 할지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이건 나중의 일이니 일단 눈앞에 있는 문제부터 봤다.

“파블로, 당신들의 뜻은 무엇이지. 왜 우리에게 잘해 주는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안 그래도 괴물들 때문에 힘든데 굳이 인간들끼리 적대할 이유가 있나? 심지어 다른 세계의 인간이라면 우리와 딱히 이해관계도 없으니 적대적으로 나갈 필요가 없지.”

“그것이 전부라고?”

그 말에 파블로는 웃으며 말했다.

“그것이 전부라고 하면 믿어 주겠나?”

“설마. 다른 세계와 연결된 중간지점이 바로 우토라고 했지. 그 말은 당신과 우리 세계 말고도 다른 세계들도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고. 그 뜻은 곧 다른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지. 안 그래?”

“정확하네. 그리고 전에도 말하지만 이곳 우토에서도 서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 어느 세계나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정말로 끝이 없더군.”

씁쓸한 얼굴로 말하는 그의 말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강력한 기운을 가진 존재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손님의 등장 같군.”

“그쪽 사람이 아니야?”

“아니네.”

“그런가.”

그리고 김창훈은 그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 갔고 파블로도 그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