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5명의 천재들(2)
가디언 본부 안에 대련장은 없었지만 그 근처에 가디언의 모든 헌터들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수련장 건물이 있기에 그곳에 있는 대련장을 이용하기로 하고 5명이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련장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김창훈은 조용히 다음 사용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며 대련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다른 5명과 함께 묵묵히 지켜봤다.
김창훈이 가만히 있으니 그들 또한 뭐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무턱대고 왔으니 김창훈이 대련장 이용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에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쯧. 그냥 잠깐 미리 이용한다고 하면 되는 것을 가지고.’
물론 그걸 모두 납득한 것은 아니다. 미카엘과 아서. 두 사람은 김창훈이 기다린다는 선택을 했다는 것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이 나서기에는 아직 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둘은 나서지 않았다. 박철은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다른 두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기다리는 동안 잘 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남들이 하는 대련을 보는 것은 나름 도움이 되거든요.”
“알겠습니다.”
박철의 말에 다른 5명도 대련장에서 대련을 하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을 보았다. 대련이기 때문에 헌터들은 자신들의 스킬과 마나의 사용에 일정 부분 제한을 걸어 둔 채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정 부분 제한을 걸어 두는 것이지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창훈이 가디언의 총장이 되면서 실전을 강조한 만큼.
상대를 죽이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전력을 다해서 대련을 하는 만큼 대련을 지켜보는 5명에게는 나름대로의 도움이 되었다.
박철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상대로 전력을 다해서 능력을 사용해 본 적 없는 이들이다 보니 각성자들이 서로 전력을 다해서 싸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직접 보는 것 자체가 이것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다음! 김창훈 외 5인!”
그때 대련장을 관리하고 있던 이가 외치자 김창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머지 5명도 그의 뒤를 따라서 대련장 위에 올라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설마 진짜 김창훈일 거라고 예상 못 했는지 대련장에 김창훈이 올라오자 모두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대련장 위에 올라 온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5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저랑 대련을 하고 싶은 분은 남으시고 그러지 않은 분은 내려가시면 됩니다.”
그 말에 레베카가 가장 먼저 말했다.
“전 관심 없으니 패스 할게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노아가 자신도 역시 대련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물러나자, 결국 5명 중 남성 3명만 남게 되었다.
“3명은 대련하는 거죠?”
“물론입니다.”
박철은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쥐었고, 아서는 조용히 자신의 검을 뽑았다. 미카엘은 자신의 능력인 염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3명을 보며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대련을 시작하죠.”
시작한다는 말에 미카엘은 곧바로 자신의 염력으로 김창훈의 몸을 압박하려고 했으나 그보다 더 강력한 힘이 미카엘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하자 미카엘은 이를 악물며 모든 힘을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데 사용했다.
그건 다른 둘도 마찬가지다. 대련의 시작과 동시에 김창훈이 사용한 천마군림보. 그 힘에 지금 3명은 짓눌려 있는 상태였다.
“최대한 힘 조절은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약하게 사용한 천마군림보입니다.”
다른 이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였으나 무형지기의 영향력 범위를 넓혔다. 그래야 그나마 저 3명에게 가해지는 무형지기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들 또한 대련장 전체가 짓눌려 대련장이 파괴된 것을 보며 지금 대련장 위 전체가 김창훈의 무형지기의 영역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들을 봐주고 있다는 것 또한 인지했다. 저 무형지기의 힘을 자신들에게 집중하면 지금 정도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겠어.’
박철은 이를 악물었다.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으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 역시 대단하군. 분명 후인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천마의 힘은 벌써 이 정도의 힘인가.
박철은 자신의 화신이 하는 말에 이를 악물며 스킬을 사용하였다. 몸에 걸린 모든 부담을 전신으로 나누며 동시에 자신의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는 전신 활성화 시클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자 박철의 몸에 은색의 빛이 내뿜어지기 시작했고 그 상태로 박철은 억지로 몸을 움직이며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아서와 미카엘은 놀라서 그런 박철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박철은 허리를 펴고 가슴을 편 상태로 김창훈을 마주보았다.
김창훈은 그런 박철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한 발 앞으로 온 것은 축하드립니다만, 그래서는 제대로 저에게 올 수 없습니다. 공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김창훈의 말대로. 박철은 겨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전력을 다해서 한 것이 그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김창훈을 공격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음. 이 정도면 된 것 같군요.”
그리고 김창훈이 천마군림보를 해제하자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미카엘과 아서는 서로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 잠깐 사이에 숨 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집중해서 김창훈의 천마군림보의 무형지기를 버틴 것이었다.
박철은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했는데 그런 박철도 온몸이 땀에 젖은 상태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강하군요.”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규격 외란 단어가 제 앞에 괜히 붙는 것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여러분들 전원 화신 계약을 하셨으면, 제가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 다른 이들보다 더 잘 아실 겁니다.”
천마가 다른 화신들에 대해서 알듯이 다른 화신들도 천마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저들과 계약한 화신들이 무조건 천마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재능만 보자면 여러분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재능이 넘칩니다. 저는 그냥 운 좋게 아주 뛰어난 스킬을 얻었을 뿐이니까요. 대련은 여기까지 하고. 저쪽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고 미리 잡아 둔 호텔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러면 전 먼저 가 보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죠.”
그리고 김창훈이 수련장을 아예 떠나자 망가진 대련장을 보며 박철이 한숨과 함께 아직 제대로 서지 못하는 아서와 미카엘의 몸을 들어 올렸다. 아서와 미카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박철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우리만 여기 쓰는 것도 아니잖아. 일단 비켜 줘야지.”
그 말에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온몸으로 표하고 있었고. 여성 두 명이 있는 곳으로 박철이 두 사람을 데려와서 내려놓자 레베카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S등급 헌터 28명이 덤벼도 이기지 못한 상대로 잘도 나섰네. 나는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하잖아, 너희. 차라리 저 사람이 더 좋네.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라도 했으니까.”
“큭.”
“칫.”
아서와 미카엘. 두 사람 모두 할 말이 없었다. 김창훈이 강하다는 것을 막연하게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한 것은 차원이 달랐다.
두 사람과 계약한 화신들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였지만 오히려 그 사실이 더 두 사람을 자극했다.
“너무 그렇게 화낼 필요 없습니다.”
그때 이들을 향해서 한 여성이 다가와 말했다. 그 여성을 본 5명은 살짝 긴장하며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단어 그대로 규격 외. 인간이라는 틀 안에 넣고 보면 안 되니까요.”
지금은 김창훈의 비서를 하고 있지만 과거 S등급 헌터이자 리퍼로서 활약했던 여성. 그녀가 하는 말이기에 5명은 납득을 했다.
헌터들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 김창훈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던 사람이 하는 말이니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도대체 그 사람은 얼마나 강한 겁니까?”
미카엘의 말에 프로즌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걸 모른다는 점이 문제네요. 과거 중국에서 나타난 흑룡과 싸울 때에도 분명 강했지만 그는 지금 더 강해졌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말하니 거짓말은 아니겠죠. 거짓말을 할 만한 사람도 아니고요.”
흑룡과 싸울 때보다 더 강해졌다는 말에 미카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당신들 5명은 최종적으로 그가 선택한 겁니다. 그만큼 당신들에게 무언가 있다고 봤다는 거겠죠. 최소한 S등급 수준으로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착실하게 나아가고 약간의 운이 따라 준다면 SS등급 헌터가 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겁니다.”
“그 다음은 안 된다는 겁니까?”
박철이 뜨거운 시선으로 프로즌을 바라보며 말하자 프로즌은 그런 박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미래는 모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하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는 해 두죠. 흑룡과의 싸움에서 총장님은 장비의 힘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장비가 흑룡과의 싸움에서 버티지 못하고 다 그 힘을 잃거나 파괴되었으니까요. 그러니 맨몸으로 그 흑룡과 싸워서 승리한 겁니다. 여러분들이 그 정도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겠죠. 그만큼 강한 헌터가 늘어나면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즌의 말을 들을수록, 새삼 그들은 김창훈이 가진 힘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규격 외라는 단어가 왜 그에게 붙어 있는지도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하십시오. SS등급 헌터조차 지금 한 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곧이어 나타난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해서 이 5명의 의지를 꺾을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대련장은 보수가 이루어질 때까지 사용 금지입니다. 그러니 이곳 말고 다른 대련장을 이용하시기를 바랍니다.”
프로즌은 수련장 안에 있던 헌터들에게 대련장 사용 금지에 대해 말하고 핸드폰을 꺼내서 대련장의 수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베카가 말했다.
“멋있네.”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하는 강인한 여성. 그 모습에 레베카는 큰 각오를 다진 듯이 말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기껏 한다는 것이 비서냐?”
미카엘이 비꼬듯이 말하자 레베카는 웃으며 말했다.
“그 비서에게도 지는 꼬맹이에게 듣고 싶지 않은걸?”
그 말에 미카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내가 이긴다.”
“응. 열심히 해 봐. 네가 프로즌 님을 이기면 그때 다시 나에게 연락하고.”
그 말에 미카엘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반드시 프로즌을 쓰러트리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김창훈과 5명의 첫 만남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