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5명의 천재들(1)
김창훈과 함께 던전으로 갈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는 전 세계의 딱 10명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도중에 인원의 변화가 일어났는데 10명에서 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더 줄어들어 5명이 되었다.
그렇기에 경쟁률이 더 올라갔지만, 이 기회를 쥐기 위해서 신청을 한 많은 이들은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탈락한 이들도 어느 정도 납득을 시켜야 했기에 기준이 철저하고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5명이 모두 결정되었을 때.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은 그 5명이 누군지에 대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다 한 번씩 들어 본 이름이네요.”
그리고 그 명단을 받은 김창훈 또한 선별된 5명을 보며 납득이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회귀 전에 유명했던 놈들이로군.
“예.”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르고 고른 5명. 그 5명은 김창훈이 회귀 전에 모두 이름을 들어 본, 미래의 S등급 헌터들 중에서도 유명했던 이들이었다.
‘최연소 S등급 헌터, 대한민국 최강의 S등급 헌터, 최연소 국제 헌터 협회의 이사, 남미 최고의 헌터. 마지막으로 세계 5대 검호까지.’
하나같이 쟁쟁한 이들이다. 이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기대가 되는 김창훈이었다.
“던전 수배도 끝났고.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네요.”
이들과 함께 가야 할 던전은 최소 S등급 이상으로 판정을 받은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한 던전이다.
왜 최소 S등급 이상이라고 말을 하냐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던전이 A등급 던전 이상으로 크다는 것은 확인했는데 그 안의 보스 몬스터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SS등급 몬스터가 보스 몬스터로 있는 S등급 던전일 것이고 운이 없다면 EX등급 몬스터가 보스 몬스터로 있는 던전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지. 이 5명이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을 테니까.’
“이 중에서 3명을 신경 써야 하네요.”
세계 5대 검호, 최연소 국제 헌터 협회 이사, 남미 최고의 헌터. 이 3명이 김창훈이 생각하는 요주의 인물들이었다.
“한 명은 뒤가 아주 구리고, 한 명은 아예 대놓고 범죄조직하고 손을 잡은 사람이고, 한 명은 각성자 우월주의가 심한 사람이었죠.”
이 셋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바뀔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자 김창훈은 이번 프로그램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초장부터 확실하게 잡아 두는 편이 미래를 위해서 좋겠죠.”
- 굳이 그래야 하나? 그럴 기미가 보이면 그때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확실히 그렇긴 한데, 이왕이면 이들도 전력으로 삼으면 좋잖아요. 이 3명이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건 회귀 전의 일이지. 지금은 벌어지지 않은 문제. 그걸 가지고 이 3명을 어떻게 할 수는 없죠. 무엇보다 그때랑 지금이랑 상황도 많이 다르고.”
-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어차피 나는 구경만 하는 사람이니 알아서 해라. 감당해야 할 사람은 결국 너니까.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이 3명을 어떻게 삐뚤어지지 않게 할지 고민하는 김창훈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가디언에서 고르고 고른 5명과 김창훈이 직접 만나는 날이 왔다. 이날은 7월 10일. 7월 11일 날 김창훈과 함께 던전에 가니 미리 모여서 시차 적응도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하루 먼저 모이는 것이었다.
김창훈은 가디언 본부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그 5명과 마주하였다.
‘다들 파릇파릇하네.’
가장 나이가 많은 박철이 김창훈보다 3살이 많고, 나머지는 다 김창훈보다 나이가 어렸다. 그러니 그의 기억 속에 있는 모습보다 다 젊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김창훈이 기억하는 이들의 모습은 최소 15년은 지난 후의 모습이니 말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다들 아실 테니, 서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죠.”
김창훈의 말에 미리 통역 장치를 착용하고 있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같은 한국인이자 가장 연장자인 박철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름은 박철. 나이는 28살. 근접전투를 하는 A등급 헌터입니다. 5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하자 그 다음으로 나선 것은 모델 화보에 나올 것 같은 금발의 미남이었다.
“아서 브레들리입니다. 20살입니다. 검을 사용합니다. B등급 헌터입니다.”
그 다음으로 나서서 말을 하는 것은 구릿빛 피부에 뛰어난 몸매와 붉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미녀였다.
“레베카 알레한드로! 나이는 비밀! 정령을 소환하여 싸우는 A등급 헌터!”
활기찬 인사를 하는 여성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그 다음으로 나선 이는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었다.
“미카엘 아브라함. 17살. 능력은 염력. 헌터 면허는 정식으로 받지 못했지만 B등급 몬스터를 압살한 적 있다.”
당당하게 말하는 소년을 보며 김창훈은 그 옆에 있는 마지막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 노아 다비드입니다. 19살입니다. 그리고 능력은 치유가 주능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찬찬히 말하는 소녀. 그 소녀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자기소개는 충분히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는 내일 던전으로 갑니다.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확실하게 알아내지 못했지만 던전의 크기만으로도 최소 S등급 던전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하였습니다.”
S등급 던전에 간다는 말에 5명은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누구는 흥분하고 누구는 긴장하며 누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벌써부터 성향이 확실하게 나타나는군.’
5명 모두 각자 성향이 너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반대로 그렇기에 김창훈은 이 5명을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던전에서 5일 동안 생활할 겁니다. 생활이라고 해도 아마 대부분 던전 탐색과 몬스터와의 전투로 시간을 보낼 겁니다. 제가 재능이 없다는 것은 여기 있는 분들도 다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제가 드리는 조언은 여러분들이 죽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 드리는 겁니다.”
그 말에 아서가 손을 들며 말했다.
“최대한 실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했는데, 만약 운이 없어서 몬스터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럴 경우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에 한 번도 몬스터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제가 대신 상대해 드릴 겁니다. 힘 조절은 잘 못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반의 말에 미소 짓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미카엘 아브라함과 박철. 이 둘만 미소 짓고 나머지는 아니었다.
‘지금 보면 참 이름들 특이해.’
박철이야 평범하다고 하지만 미카엘이라는 이름이나 아서란 이름은 확실히 특이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미카엘은 성경에 나오는 대천사이자 천사장의 이름이고, 아서는 유명한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그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니 말이다.
“자, 여기서 더 궁금한 것이 있겠지만 일단 다들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세계 각지에서 온 만큼 아직 제대로 된 시차 적응이 힘들 테니, 오늘은 사전에 이야기한 그대로 푹 휴식을 취하며 최대한 컨디션을 맞추는 겁니다. 던전은 내일 가니까요.”
그리고 김창훈은 이 5명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5명과 함께 식사를 하며 간간히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서 김창훈과 이야기하는 사람은 레베카였다. 그녀는 김창훈에게 주로 감사의 인사와 함께 바로 옆에 앉아서 은근슬쩍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강점을 어필하였다.
“정말로 총장님 덕분에 그 망할 카르텔들이 다 없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안 그랬으면 저 정말로 제가 그들과 싸웠을 것 같거든요.”
“그렇군요.”
‘실제로도 그렇지.’
레베카는 본래 카르텔을 아주 증오한다. 워낙 아름다운 미녀인 만큼, 그녀를 노리는 남자들은 많았고 그중 카르텔과 같은 범죄자들도 있었다.
그녀는 한 번 그들에게 납치당할 뻔했었고, 그 사건 이후 분노하며 카르텔과 홀로 전쟁을 했었지만 당연히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전쟁 중에 온몸에 여러 흉터들도 생겼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는 아예 스스로 자신만의 카르텔을 조직하여 그들과 싸웠다.
‘그렇게 15년 후에는 남미의 모든 카르텔을 자신의 휘하에 두지.’
그녀는 남미 전역을 장악하고 카르텔들에게 여러 가지 제약을 건다. 인신매매 금지, 마약 유통 밀매 금지 등등. 여러 제약을 걸었는데 당연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을 무시한 카르텔들을 공격하여 없애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였다. 그녀가 남미를 장악한 후로 한결 살기 편해졌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범죄자들과 손을 잡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행이네. 미래에 남미 어둠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여자가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카르텔을 처리한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김창훈이었다.
“식사 이후에 어떤 스케줄이 있으십니까?”
그때, 아서가 김창훈에게 말하자 김창훈은 고개를 저었다.
“딱히 없습니다.”
“그러면 간단하게 대련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오늘이요?”
“예.”
그 말에 박철 또한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도 하고 싶네요. 가능하면 말이죠.”
두 사람의 말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가 이 5명을 부른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힘을 각인시켜 이상한 짓을 못 하도록 하려는 것도 있으니 스스로 대련을 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밥 먹고 대련실로 가도록 하죠.”
그렇게 김창훈이 허락하자 그들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밥을 먹는 속도를 높였다. 그런 그들을 본 레베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리 힘 조절을 한다고 해도 전혀 상대가 안 될 텐데 좋아하기는.”
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아서가 인상을 찌푸렸으나 반박은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하등 틀린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철은 레베카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반박하였다.
“그래도 남자라면 돌진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상대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이유 하나로 물러날 거면 헌터일 따위 시작하지도 않았어.”
그 말에 김창훈은 은은히 미소 지었다.
‘역시 그 박철이네.’
불굴의 상징이라고 불렸던 남자였다. 언제 어느 상황이라고 해도 절대로 물러난 적 없는, 언제나 모든 역경을 자신의 몸 하나를 믿고 물리친 남자다운 발언이었다.
‘솔직히 조금 기대가 되네.’
그때도 강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이 5명은 전원 화신과 계약을 한 상태. 그렇기에 과거와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최대한 힘을 빼서 할 테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제대로 된 대련을 하는 것은 아니다. 김창훈의 힘은 회귀 전의 이들조차 다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만, 이 5명은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