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스킬은 천마신공 (93)화 (93/169)

93화 보호 종료(2)

화신과의 계약. 이것은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스킬을 얻기도 했고, 아니면 어떤 이들은 새로운 특성을 얻기도 했다.

어떤 이는 새로운 장비를 지원받기도 하였으며, 현재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화신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은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화신과 계약한 이들은 하나같이 더 강해졌다. 그렇기에 헌터들의 등급에 대한 변화도 대거 나타났다. 헌터들의 등급 면허를 나누는 가디언으로서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논의가 나왔는데 바로 SS등급 헌터 면허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SS등급 헌터 면허를 가진 사람은 김창훈이 유일하다. 하지만 기존의 S등급 헌터들 중에서 화신과 계약을 한 이들은 기존보다 2배 이상으로 강해졌다.

그들이 가진 힘은 명백하게 S등급 헌터를 넘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렇다고 SS등급 헌터로 하자니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김창훈은 강하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고 할 정도로 강하다. 어떤 사람들은 김창훈을 무신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단지 그가 사용하는 스킬의 이름이 천마신공이다 보니 천마라고 부를 뿐. 김창훈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 신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그 누구도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김창훈이 SS등급인데 다른 이들이 SS등급 헌터가 된다? 이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새로운 등급을 하나 더 만든다는 거야? 규격 외라는 의미의 EX등급의 헌터를?”

김창훈의 말에 프로즌이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도 EX등급 몬스터가 있으니 헌터도 만들자는 겁니다. 무엇보다 총장님이 너무 강하니 그런 총장님을 위한 따로 등급을 만드는 거죠. 다른 헌터들을 위해서라도 구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헌터 면허에 대해서도 지금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헌터들의 수준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모든 던전의 몬스터들이 강해졌으니까.”

이것이 현재 가장 큰 문제였다. 화신과 계약을 한 사람들의 숫자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소수이며 그들 중에는 헌터들도 있지만 반대로 범죄자들 또한 있었다.

그것을 감안하면 안 그래도 적은 숫자가 다시 나누어진다. 그러니 화신과의 계약으로 강해진 헌터들의 수는 한 없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에 비해서 전 세계의 모든 던전의 몬스터들이 강해졌으니.

과거의 B등급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대동하던 전력으로는 이제 B등급 던전을 공략할 수 없었고 이것은 다른 던전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헌터의 등급에 대한 재측정과 면허의 재발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이들도 아닌 헌터들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현재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기회에 EX등급이란 규격 외의 등급을 새롭게 신설하고 헌터 면허에 대해서 전면적인 수정을 해야 합니다.”

“손을 보긴 해야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김창훈도 동의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헌터 등급을 나누느냐에 대해서 논의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의외로 간단하게 결정하였다.

“D등급 헌터는 D등급 몬스터를 혼자 잡아야 한다. S등급 헌터는 S등급 몬스터를 혼자 잡아야 하고. SS등급 헌터가 되고 싶다면 간단해. SS등급 몬스터를 혼자서 잡으라고 해.”

“각 등급에 맞는 몬스터 한 마리를 홀로 잡을 수 있는 것이 등급을 올리기 위한 조건으로 보면 되는 겁니까?”

“그래. 확실하게 영상 찍어서 가지고 오라고. 그 어떤 사람도 여기에 거들어서는 안 되고. 마음 같아서는 시험관이라도 투입시키고 싶지만 당장은 그럴 여유가 없지. 대신에 모든 헌터들은 자신들의 면허증을 2년마다 갱신하라고 해.”

“그건 문제가 안 되는데, 그럴 경우 총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2년 안에 EX등급 몬스터가 나오면 잡고 못 잡으면 그냥 SS등급 헌터 하는 거지.”

“그러면 앞에서 형평성을 이야기 한 이유가.”

“아니. 이게 맞아. 아무리 나라고 해도 갱신에 실패하면 그에 맞게 헌터 면허증을 바꾸어야지. 예외를 두면 안 된다고.”

“EX등급 몬스터가 그렇게 자주 나올 것 같습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나올 것 같기는 해. 당장 서울에도 한 마리 있잖아? 여차하면 그거라도 잡아야지.”

“…EX등급에 대해서는 따로 규칙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의 힘이 줄어든다면 등급을 낮추는 식으로 말이죠. EX등급 몬스터가 여럿 있다면 모를까 지금까지 딱 2마리밖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언제 또 나타날지 알고 2년이란 시간의 제한을 둡니까.”

“형평성의 문제라니까?”

“규격 외라는 등급 자체가 형평성을 논하기에는 논외의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시죠. 어차피 약해진다고 할지라도 SS등급 헌터들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잖아요.”

“그건 또 그렇지. 무엇보다 약해질 일도 없어. 죽을 일은 또 모를까.”

“그러면 문제없습니다. 그렇게 알고 세부사항은 따로 만들어서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까지 나보고 도와달라는 국가는 없어?”

“또 언제 어디서 EX등급 몬스터 혹은 SS등급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총장님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어지간한 던전이나 던전 브레이크는 우리 가디언의 소속된 모든 헌터들과 리퍼들이 적절하게 전력을 분산하여 움직이고 있으니 문제없습니다.”

“프로즌. 너도 참가하는 것은 어때? 내 비서라고 하지만 너도 S등급 헌터잖아.”

“그러면 애초에 비서로 임명하지 말던가요.”

“그건 또 그럴 수 없지. 나랑 잘 알고 지내며 다른 사람들의 일처리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고, 거기다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힘도 갖춘 사람은 너 밖에 없었으니까. 내 비서가 되면 여러 가지로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은 너도 인정했잖아.”

김창훈의 모든 스케줄은 미국 대통령급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즉, 철저하게 극비라는 것이다. 그런 스케줄을 알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한정적일 것이고, 그 한정된 사람들 중 한 명이 김창훈과 함께 움직이는 ‘비서’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비서를 납치하여 김창훈의 스케줄을 미리 알고 테러를 준비할 수도 있고, 혹은 아예 비서로 잠입해서 김창훈의 암살을 노리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김창훈의 비서가 프로즌 한 명밖에 없는 것이었다.

다른 각성자들이 노리기에는 S등급 헌터로서 스스로 자신의 몸 하나 지키는 것은 문제없는 강자였고, 스스로 일도 잘하며 김창훈의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넘기지 않고 스스로의 원칙에 의해서 일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프로즌도 그 사실을 알기에 자기 혼자 김창훈의 비서로서 행동하는 것에 불만이 없는 것이었다. 보호가 끝났다는 말과 함께 세계에 나타난 혼란.

그 혼란 속에서 김창훈은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 몬스터들이 더 강해지고 화신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나타나도 사람들이 버티고, 어느 정도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김창훈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나서서 세계를 구할 ‘영웅’이 존재하기에 사람들은 그 영웅을 믿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프로즌 또한 김창훈의 경호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 썼다. 특히 그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납치나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상시 다수의 헌터들이 그들을 음지에서 보호 중이었다.

“진심으로 너 같은 사람 몇 명만 더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주위에 가득 있습니다.”

“거기서 더 필요하다는 거야.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느 때보다 힘이 있고 제대로 개념이 박힌 헌터가 필요해.”

그렇게 말하며 김창훈의 머리에는 몇몇 헌터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에 유명해질 헌터들의 이름이었다.

‘아무리 내가 나서서 세상의 많은 일들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절대로 바뀌지 않은 일도 존재했다.’

가령 예를 들어 미국에 S등급 던전 브레이크로 케로베로스가 대표적이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미래에 일어날 던전 브레이크들이 제대로 발생할지 안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과거에는 이런 ‘보호가 끝났다’는 단어가 나타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화신들 또한 존재하지 않았고 말이다.

‘일단 찾아봐야겠어.’

각성자가 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면허를 받아야 했고 그 면허를 발급하는 곳은 가디언이다. 그렇기에 모든 헌터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다들 강했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튀어나올 거다.’

본래 최연소 S등급 헌터란 명예를 가져가야 할 사람도 있었고, 아주 특이한 능력으로 몬스터들과의 전투에 있어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헌터도 있었다.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세상에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김창훈은 프로즌에게 말했다.

“SS등급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곳. 혹은 S등급 던전을 클리어 해 달라고 요청이 온 곳이 있으면 바로바로 이야기해. 바로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프로즌이 집무실을 나가자 김창훈은 한숨을 쉬었다.

- 왜 또 한숨이야?

머리에서 들리는 천마의 목소리에 김창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래가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 내가 널 과거로 회귀시킨 순간, 그 순간부터 이미 네가 알고 있던 미래는 사라지기 시작한 거다. 그런데 너는 거기서 커다란 사실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면 당연히 네가 알던 미래가 크게 바뀌는 거지. 단순히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로도 미래가 크게 바뀔 수도 있는데 네가 한 일을 생각해라.

“그건 그러네요.”

- 나라면 그보다는 나 같은 화신들과 계약한 이들에 대해서 생각하겠다.

“그들을요?”

- 말했잖아. 화신들 중에서는 좋은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야. 이미 뉴스에도 나오더구만. 화신과 계약해서 더욱 강해진 힘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고. 그런 놈들이 앞으로 계속 나올 거다.

“어차피 범죄자들. 다 처리할 겁니다.”

- 지금은 그 정도 수준이지만. 나중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들은 계속 강해질 테니까. 잊었나 본데 내가 준 스킬과 특성으로 넌 지금의 위치에 올라왔다. 그들이라고 불가능할 것 같아?

그 말에 김창훈의 얼굴이 굳어진다.

“설마 저 정도로 강해진다는 겁니까?”

- 그럴 수도 있지. 물론 너만큼 빠르게 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내가 무적인 것은 맞다만 너는 아니잖아. 아직 넌 가야 할 길이 멀지. 그러니 방심하지 마라. 그 EX등급 몬스터? 그런 놈들보다 더 위험한 건 화신과 계약한 인간이다.

“명심하겠습니다.”

- 조언을 해 주었지?

“예? 아, 예. 조언 감사합니다.”

- 감사하면 술이나 하나 가져 와라. 네가 있는 세계는 참 술들이 종류별로 많아 보이더라.

“어. 술을 사드리는 건 문제없는데. 산 다음에 제가 어떻게 가져다 드려야 합니까?”

-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사기만 해라. 일단 그 소주? 그걸 종류별로 한 병씩 다 사 봐라.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알려 주마.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창훈은 밖으로 나섰다. 술을 사기 위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