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가디언 정식 창설
김창훈과 전 세계의 여러 수사기관, 그리고 리퍼를 비롯한 헌터들과의 협업. 이들은 불가능하다고 하는 세계 4대 범죄 조직을 박살 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것으로 전 세계의 모든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범죄의 기둥이나 근본이라고 해도 좋을 이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주 큰 변화를 불러 왔다.
각성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기에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했다. S등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진 범죄자들을 거침없이 죽이고 다니는 김창훈이 있다.
그런 그가 있는데, 과연 자신들 따위가 범죄를 저지르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설령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김창훈은 범죄자들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새롭게 창설될 가디언에는 더 많은 수의 리퍼들을 뽑을 것이며 동시에 전 세계의 여러 수사기관들과의 협력을 더욱 깊게 할 거라고 했다.
그들이 작정하고 다니면 범죄자들은 편하게 살기 아주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것을 참아야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각성자와 적대적인 관계에 서야 할 텐데,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전 세계의 범죄율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준은 국제 헌터 협회가 굳건하던 때보다 더 낮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정말로 새롭게 창설될 가디언에 큰 기대를 가졌다. 그러다 보니 정식으로 가디언이 언제 창설하는지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났다.
“어떻게 할 거야?”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은 TV를 보며 말했다.
“올 봄에 하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었고. 8월 중순쯤에 할 생각이야.”
“3달 정도 시간이 남아 있네. 장소는 역시 한국인가?”
“그래. 한국 어디에 가디언의 본부를 두면 좋을지 고민이기는 한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수도가 좋지. 거기는 여러 가지로 시설들이 잘되어 있으니까.”
“흠, 역시 그런가. 그러면 기존의 국제 헌터 협회 서울 지점이었던 그 빌딩을 그대로 본부로 이용하도록 할까.”
“그 건물을 그대로?”
“간판만 바꾸면 되니까 좋지. 쓸데없이 돈 지출할 필요도 없고.”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걸러 내야지. 부패한 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쳐내야 할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무능한 이들도 문제가 있는 거야. 가디언의 본부가 될 건물에서 일할 자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부패하고 무능하다? 그건 용납할 수 없어. 철저하게 골라 낼 거다.”
“그건 누가 하고.”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 일은 내가 해야지. 내가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될 테고, 그 사람들은 날 도와줄 사람들이야. 그들은 내가 직접 선발한다. 단지, 그들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가 필요해. 그걸로 일단 한 번 걸러내고. 나머지는 면접이다. 그걸로 그들의 생각을 알아봐야지.”
“네가 직접 하는 건가?”
“물론이다.”
그 말에 프로즌은 상당히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그런 일을 네가 직접 하다니. 신기하군.”
“날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말라고. 나도 할 때는 한다. 이번에 범죄자들을 다 소탕한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서류 정리하는 일은 다른 이들에게 시키지. 모든 일의 뒷수습도 함께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기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널 비서로 둔 거다.”
그 말에 프로즌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한다고 했는데.”
“너 아니면 누가 하는데. 알고 있을 텐데? 사람들은 날 어려워 해, 프로즌. 내 동생은 나를 편하게 대하지만, 그 녀석은 그 녀석대로 할 일이 있어. 그런 상황에서 나와 함께 움직일 사람이 필요한데, 그걸 누가 함께할 건데? 여차하면 내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야 할 텐데. 나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
김창훈의 말에 이번에는 프로즌이 아무런 말도 못 했다. 1년간 감시란 목적으로 한 동거를 통해서 그녀는 김창훈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들 중 하나가 김창훈은 의외로 사람들 사이에 나서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을 보면 관심을 받기 위해서 타고난 인물로 보이지만 아니다. 그는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창훈이 언젠가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다. 그는 정말로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를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김창훈도 그 부분을 어느 정도 포기했다. 그렇기에 아예 앞으로 나서서 일을 벌인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피할 수 없으니 아예 그 관심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였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그가 한 행동들이었다.
“가디언의 초대 수장으로서 난 정확하게 4년 있을 거다.”
“미국 대통령처럼 한 번 연임은 가능한데. 연임은 안 할 거야?”
“응. 난 안 해. 4년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한 거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해야지. 애초에 나는 이런 거대한 일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야. 내가 예전에 말했었지, 프로즌. 내가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과 간부들을 처리한 이유는 범죄자들이 뻔뻔하게 살아가는 꼴이 보기 싫어서야. 그런 이유로 일을 시작했을 뿐이야. 딱히 어떤 거대한 정의가 있거나 그러지 않아.”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지지하고 있다.”
“그렇지. 그들에게 있어서 대의니 뭐니 하는 것은 개소리에 불과하니까. 당장 자기들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놈의 대의. 눈앞에 있는 범죄자나 똑바로 잡으라고 하지. 그리고 나는 그걸 해 주었을 뿐이야.”
회귀 전의 조금 특이한 D등급 헌터였던 김창훈이다. 그 위치까지 올라가는 데 20년이 걸렸고 죽어라 노력하며 살면서 그는 누구보다 서민의 삶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고 있다. 그리고 김창훈은 그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도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기존의 대한한국 헌터 협회 건물을 조금 리모델링해서 그곳을 가디언 본부로 이용한다. 그리고 8월 15일. 가디언은 정식으로 창설된다.”
“8월 15일. 이 나라로서는 상당히 뜻 깊은 날이네.”
“그렇지.”
일제강점기를 지나서 해방이 된 날. 광복절.
“국제 헌터 협회가 억압하고 협박하고 괴롭히던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날이 되는 거다. 그러니 광복절이 좋지.”
“뜻은 좋네. 그걸 바탕으로 홍보를 해야겠어.”
“그 부분은 맡긴다, 프로즌. 나는 이제 곧 올라올 사람들의 서류를 봐야 하니까.”
“일 똑바로 해라, 김창훈. 처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8월 15일. 가디언의 정식 창설일이 결정되었다.
* * *
가디언의 정식 창설일이 결정되고 가디언의 본부가 어디가 될지도 결정되었다. 그 사실은 곧 전 세계에 빠르게 퍼졌고 사람들은 곧 창설될 가디언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대한민국에 시선을 보냈다.
미국의 하나의 주보다도 더 작은 땅을 가진 곳에서 나타난 한 명의 어린 각성자. 그 각성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말로 많은 것들을 바꾸었다. 세계도 한 번 구했다.
그런 그가 정식으로 새롭게 인류를 지키고, 나아가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가디언’이라는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취임하는 취임식 또한 8월 15일 날 열린다.
당연히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서울로 향할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대한민국 정부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각 국가의 정상들이나 해외의 S등급 헌터들까지 올 테니 이런 거물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그건 대한민국의 길드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다 좋은 목적으로 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범죄자들을 대놓고 잡아들인 김창훈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 범죄자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기에 철저한 치안 유지가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서 김창훈은 대한민국 길드와 대한민국 국가 헌터청의 협력을 요청하였다.
물론 가디언에 있던 리퍼들이 대거 한국으로 와서 이들과 협력하여 대한민국에 몰래 잠입하는 범죄자들이나 테러리스트들을 잡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손님 맞을 준비를 하나하나 해 나갈 때. 김창훈은 프로즌을 통해서 전달된 한국 헌터 협회의 본부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의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쯧. 역시 여기도 마찬가지야.”
일하고 있는 사람은 총 350명. 이 중 200명이 범죄를 저질렀다. 자잘한 횡령부터 다른 기업이나 길드로부터 받은 뇌물까지.
다양한 범죄들을 저질렀다. 그나마 이것이 김창훈이 국제 헌터 협회 협회장과 간부들을 처리하며 한 번 물갈이가 된 것이라고 하니 그 전에는 어땠을지 생각하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남은 사람은 150명인가.”
이들 중에서도 불성실한 이들, 주변의 평판이 좋지 않은 이들을 모두 쳐냈다. 그러자 남은 것은 고작 23명.
“좋은 사람 찾기가 이렇게 힘들구만.”
이 23명에 대해서는 따로 면접을 하기로 하고, 김창훈은 프로즌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2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해고라는 것과 200명의 범죄자들을 경찰에 넘기라고 말이다.
“새로운 직원 뽑는 것은 그림 리퍼에게 부탁해 봐야겠네.”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차하면 리퍼에 속해 있던 이들 중에서도 고용할 생각이었다.
리퍼에 오랜 시간 있으며 범죄자들과 싸워 온 그들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 기다리면 되는 건가.”
8월 15일. 그날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오르지 못 한 권력의 정점에 오를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아직도 어색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다짐했다.
권력을 쥐고 바뀐 이들처럼 자신은 그러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계속 다짐하였다. 절대로 지금의 마음을 잃지 말자고.
* * *
시간이 흘러 8월 15일. 대한민국 서울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곳곳에서 가디언의 창설을 축하하며 김창훈이 그 가디언의 초대 수장이 되는 것도 함께 축하하였다.
흔히 말하는 ‘국뽕’이라는 것이 차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헌터들 중 김창훈의 위치까지 오른 사람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헌터 역사상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는 모든 것은 대한민국 최초였으며 SS등급 헌터로서 나아가는 김창훈의 행보는 동시에 세계 최초였다.
그런 사람이 정식으로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었으니 세계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창설에 대한 행사는 간단하게 치러졌다. 이건 전적으로 김창훈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는 간소하게 모든 일들을 처리하였다.
행사의 마지막인 가디언의 초대 수장 연설 순서에서 단상에 선 김창훈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였다.
“가디언의 창설 이유는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의 평화를 지키는 겁니다. 가디언 또한 내부에서도 언젠가 부패할 겁니다. 그렇기에 가디언에 속한 모든 이들은 철저하게 자기 스스로를 제어하시기를 바랍니다. 안 그러면 손수 감옥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저는 절대로 범죄와 타협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러나 반대로 열심히 하신 분들에게는 그에 따른 포상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주 간단한 원칙입니다. 법을 지키고, 규칙을 지키고, 열심히 일하며, 사람들과 평화를 지킨다. 이것이 우리 가디언의 모토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전부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창훈이 감사한다고 말을 하려고 할 때, 그의 눈앞에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최소한의 조건을 달성합니다. 이 시간부터 이 차원의 보호가 해제됩니다.]
그 글은 김창훈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각성자들에게도 보이는 것인지 행사장에 모인 이들이 모두 웅성거렸다. 그들을 보며 김창훈이 말했다.
“가디언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 생긴 것 같네요. 모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들은 저희가 준비한 식사를 즐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분들은 모두 대회의실로 오시죠,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