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천마신공 11레벨(3)
하얀 불꽃과 어둠이 충돌한 결과. 어둠의 승리였다. 어둠은 하얀 불꽃을 밀어내며 나아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베우스티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미 낼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을 내고 있었다. 이 이상 더 강하게 공격할 방법이 베우스티에게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 지금 이 힘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어둠은 계속해서 베우스티를 향해서 다가왔고 결국 베우스티는 일부 피해를 감수하고 회피를 선택해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면 100% 저 어둠에 집어 삼켜져서 죽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베우스티는 무리하게 브레스를 유지한 상태로 몸을 움직여서 어둠을 피하였다.
브레스가 허공을 갈랐고 김창훈이 만든 어둠은 하늘을 가르며 사라졌다. 베우스티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듯이 착지하였고.
숨을 헐떡이며 맞은편에 있는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김창훈 또한 모든 천마기를 한 번에 소모하였기에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천마강림을 이미 한 번 사용했기에 다시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였다.
“질기네.”
- 흐흐흐. 그렇게 쉽게 죽을 수는 없지.
베우스티의 붉은색으로 물들었던 비늘들이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온다. 베우스티 또한 더 이상 전력을 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지쳤구나, 흑룡.”
-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터. 아무리 너라도 그렇게 단기간에 그걸 얻었으니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하겠지.
“그건 그래. 하지만 아직 난 싸울 수 있다.”
- 그거 우연이군. 나도 마찬가지다.
베우스티의 몸이 다시 빛이 나며 줄어들어 2m 크기의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자, 확실하게 하지. 오늘 여기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고,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베우스티가 몸에 불꽃을 내뿜으며 다시 싸울 준비하자 김창훈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천마기의 일부를 다시 온몸에 두르며 말했다.
“내가 이긴다. 그리고 너는 죽는다.”
그 말과 함께 김창훈이 베우스티에게 돌진하자 베우스티 또한 김창훈을 향해서 돌진하며 둘은 다시 서로를 향해서 손을 뻗어 공격했다.
천마신공의 1~4초식은 천마기를 소모하지 않는다. 그 점을 감안해서 이 4개의 초식인 천마군림보, 천마파천장, 천마뇌절각, 천마붕산권만을 사용하며 김창훈은 싸워나갔다.
베우스티와 김창훈의 힘은 막상막하였다. 최대 위력의 한계가 증가한 천마신공의 힘은 베우스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둘이 서로 대등하다는 점이다. 이대로 계속 가면 백날 싸워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둘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창훈과 베우스티는 입장이 달랐다. 계속해서 베우스티의 몸에서 뿜어지는 불꽃을 천마기로 흡수해 나아가고 있는 김창훈과 자신의 힘을 계속 흡수당하고 있는 베우스티.
둘 중 누가 더 유리한지는 물어 볼 것도 없었다. 본래라면 김창훈이 힘을 흡수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베우스티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 강력하던 힘이, 무한할 것 같은 그의 힘이. 지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 회복되는 양의 일부를 김창훈이 계속 흡수해 나아가고 있었다.
김창훈은 계속 힘을 회복하는 반면, 베우스티는 힘의 회복이 김창훈에 비해서 느리다. 그리고 이것이 계속 시간이 지나며 차이가 난다면 결국 베우스티는 김창훈에게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베우스티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 다시 한번 무리하게 힘을 끌어 올리며 그의 비늘이 다시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김창훈 또한 어느 정도 회복한 천마기를 소모하여 천마강기를 사용하고 천마무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싸움을 계속 이어갔다. 그렇게 서서히 태양이 지고 하늘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승부가 갈렸다.
“후우. 후우.”
“큭.”
숨을 헐떡이는 김창훈과 피를 토하는 베우스티. 김창훈의 손이 베우스티의 가슴을 꿰뚫어 그의 ‘심장’을 쥐고 있었다.
“내 승리다.”
“하하. 그래. 내 패배로군.”
웃으며 말하는 베우스티. 그 말에 김창훈은 자신의 손을 빼내며 베우스티의 심장을 확실하게 베우스티의 몸에서 빼내었다.
자신의 심장을 직접 눈으로 본 베우스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역시 천마는 이기는 것이 쉽지 않군. 아쉬워. 조금만 더 했으면 내가 이길 수도 있었는데. 확실히 너에게 더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 조금 후회가 되는군.”
“다음 생에는 부디 방심하지 않기를 바라지.”
“흐흐. 다음 생이라. 그때도 부디 재미있었으면 좋겠군.”
그리고 베우스티의 몸이 갑자기 본래의 드래곤의 형태로 돌아갔다. 가슴에는 구멍이 뚫렸으나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 나 베우스티는 패배를 인정한다! 천마 김창훈! 네가 이겼다!
그 말과 함께 베우스티의 몸이 땅에 쓰러진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은 베우스티를 본 김창훈은 자신의 손에 있는 베우스티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저 거대한 드래곤이 가진 힘의 원천인 ‘드래곤 하트’. 그것을 보며 김창훈은 천마기공을 전력을 다해서 운용했다. 이 손에 있는 베우스티의 심장에 있는 거대한 힘을 모두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베우스티의 심장에 있는 힘을 김창훈이 모두 흡수하였을 때.
“드디어 넘었군.”
[이름: 김창훈
특성: 진 천마지체.
힘: 100
민첩: 100
체력: 101
지능: 95
천마기: 137.]
지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100을 넘겼다. 그것을 본 김창훈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거대한 베우스티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건 따로 잘 챙겨야지.”
그리고 베우스티의 시체를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담아 두는 김창훈. 그 후에 남은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른 몬스터들은 몰라도 두 마리의 드래곤은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했다.
‘천마기 능력치 140은 달성할 수 있겠군.’
드래곤 하트를 추가로 2개 더 획득하고 그 힘을 흡수한다면 천마기 능력치 3 정도는 올릴 수 있을 거란 생각과 함께 김창훈은 허공을 박차며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 * *
거의 하루 종일 이어졌던 김창훈과 베우스티의 전투. 그 전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생생하게 그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더 이상 그 충격이 퍼지지 않자 사람들은 불안했다. 승부가 났다는 의미였는데 누가 이겼는지 누가 패배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궁철은 그저 김창훈이 이기기만을 기도하였다. 그가 지면 그대로 세상이 끝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이 되어서도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한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모두 그 떨어진 물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는 웃으며 말했다.
“정리 끝났습니다. EX등급 몬스터 흑룡. 나머지 두 마리의 SS등급 몬스터 드래곤들까지 다 처리했습니다. 나머지는 이제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김창훈의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남궁철은 김창훈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로 고생했네!”
“하하. 아닙니다. 저도 얻은 것이 많았거든요. 그보다 좀 쉬어야겠는데.”
“물론이지! 따라오게나!”
그리고 남궁철이 손수 김창훈이 쉴 곳을 안내해 주었고. 그곳에서 김창훈은 침대에 눕기 무섭게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김창훈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서 곧바로 수색대가 움직였다.
밤이었지만 조명탄과 온갖 기계들을 활용한 결과. 그들은 김창훈과 베우스티가 싸웠던 지역을 보며 침만 삼켰다.
대지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어느 부분은 베우스티의 불꽃으로 인해서 녹아내린 지역이 완전히 용암이 되어서 아직도 식지 않고 그 열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지역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너무 뜨거운 열기로 인해서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물러나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확인했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수많은 몬스터들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드래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으나 베우스티의 시체도 없는 것을 보면 김창훈이 따로 챙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탐색을 위해 나선 이들은 이 소식을 곧바로 작전 본부에 전달했고 그들은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김창훈이 다 잡지 못하고 놓친 몬스터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걱정하며 이 주위 지역에 비상을 내린 후 몬스터들의 습격을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런 지시가 적절했는지 섬서성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몬스터들이 대거 나타났지만 무사히 퇴치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물론 일부 피해는 있었지만 SS등급 몬스터가 날뛰는 것에 비하면 애교에 가까운 피해가 났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소식들은 곧바로 실시간으로 세계에 퍼지며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신화 속의 전투와 같았던 그 어마어마한 전투에서 승리한 김창훈의 이름을 높이 칭송하였다.
베우스티와 김창훈이 싸운 기록은 자세히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물론 어떻게든 장거리에서 찍은 기자들이 있긴 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법, 그 영상을 찍은 기자가 엄청난 보너스를 받은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은 곧 전 세계에 공개되었고, 사람들은 김창훈은 SS등급 헌터가 아니라 EX등급 헌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강함은 인간의 상식을 완벽하게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틀 동안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잠을 자고 일어난 김창훈은 간단한 샤워와 식사를 한 뒤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날이 12월 8일. 처음으로 서울에 눈이 내린 날이었다.
* * *
“새해 복 많이 받아! 형!”
“오냐.”
다사다난한 2024년이 가고 새해인 2025년이 되었다. 김창훈은 서울에 있는 부모님의 집에서 쉬며 지금 이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보다 하루 종일 너무 집에만 있는 거 아니야?”
“엄마한테도 그 소리 들었다. 너까지 그러지 마라. 난 좀 쉬어야 한다고. 내가 얼마 전에-”
“아아. 그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다고, 형.”
김창수의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다. 진짜, 개고생 했어. 그러니 이 휴식은 정당하다, 이 말이야.”
세계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 최강의 헌터. 김창훈. 그는 한국으로 돌아 온 이후로 부모님의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스스로에게 내리는 휴가란 이름으로 말이다.
“형.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세계 멸망은 막았지만 아직도 범죄와의 전쟁은 계속 현재 진행 중이거든?”
“알아. 하지만 그걸 내가 일일이 다 해야 해? 그들도 스스로 피를 흘리면서 치안을 확보해야 겨우 확보한 치안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할 거 아니야. 내가 다 해 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진심은?”
“더 쉬고 싶다.”
“안 되겠구만, 이거.”
김창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적당히 쉬고 움직여, 형. 안 그래도 올해는 가디언 창설식을 진행한다며? 그러면 그 전에 이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 프로즌도 그렇고 회장님도 그렇고 다 걱정이더라.”
“알아. 여차하면 나설 거야. 단지 조금만 더 쉬고.”
“난 말을 전했으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해라.”
그리고 김창수가 김창훈의 방에서 나가자 김창훈은 다시 자신의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창훈의 휴가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