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천마신공 11레벨(1)
지상에서 하늘로 쏘아진 어둠. 하늘에서 지상으로 쏘아지는 불꽃. 두 힘이 서로 충돌한다. 흑룡은 자신의 브레스와도 대등한 힘을 보이는 김창훈의 힘에 즐거워하며 더욱 강력한 힘으로 브레스를 내뿜었다.
김창훈은 손을 뻗은 그대로 이를 악물며 버티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뻗은 손에서는 피가 튀고 있었지만 버티고 버텼다.
‘젠장. 진짜 너무 강한 거 아니냐고!’
속으로 흑룡에 대한 욕을 하며 악으로 버티고 있을 때. 김창훈의 천마대멸겁이 흑룡의 브레스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에 흑룡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으나 한번 밀리기 시작한 흑룡의 브레스는 빠른 속도로 밀리기 시작했고 천마대멸겁이 흑룡의 몸을 덮쳤다.
그것을 본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이것으로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둠이 사라지고 나타난 흑룡의 모습을 보자 어처구니없다는 웃음만 나왔다.
- 위험했군. 진짜로 일순간 죽는 줄 알았다, 인간이여.
천마대멸겁을 맞은 흑룡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전신에 퍼져 있는 불꽃이 흑룡의 몸을 천마대멸겁으로부터 보호했다.
- 내 브레스가 밀릴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흑룡의 몸에 난 모든 상처들이 빠르게 재생된다. 그 상태로 흑룡은 천천히 김창훈의 앞으로 내려왔다.
“괴물이군.”
김창훈의 말에 흑룡은 웃으며 말했다.
-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어떤 자들은 날 ‘신’이라 부르더군!
“그런가.”
- 그러니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내가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든 적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너는 그중 한 명이 된 것이다. 내가 너의 강함을 인정하도록 하지.
“그래서. 이제 죽이는 건가.”
- 더 이상 저항은 포기한 건가?
“할 수가 없거든.”
천마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흑룡과 싸우면 순식간에 바닥이 날 정도의 양이다. 천마기 없이 천마기를 소모하지 않는 초식들만 사용해서 싸우기에는 흑룡이 너무나도 강하였다.
- 그렇군.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나도 지금 정상은 아니니까.
“뭐라고?”
- 외부에 난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내부는 아니다. 브레스를 억지로 끊으며 무리하게 힘을 사용한 대가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아무리 네가 정상이 아니라고 해도 지금의 나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을 텐데?”
-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쉽다. 그러니 다시 싸워 보지 않겠나?
“다시?”
- 너와 나. 서로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온전한 상태로 싸우는 거지.
그 말에 김창훈은 눈을 빛냈다.
“서로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싸우자는 거군.”
- 나쁘지 않지?
흑룡의 말에 김창훈 또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좋지.”
그 말에 흑룡은 웃으며 말했다.
-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조건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당연하다.”
- 그런가. 그러면 그것도 기대되는군. 그러면 좋다. 앞으로 낮과 밤이 30번이 바뀌었을 때. 다시 이곳으로 와라. 난 이곳에서 기다리지.
“그동안 네 부하들은 이곳에 가만히 있도록 해라. 다른 곳에 가지 말고.”
- 그러지.
시원한 흑룡의 대답에 김창훈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
“나에게 시간을 준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 꼭 그랬으면 좋겠군.
흑룡의 대답을 뒤로하고 김창훈은 남궁철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남궁철은 급히 김창훈에게 다가와서 그의 몸을 살폈다.
SS등급 몬스터 레드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든 장비가 엉망이 되었고 그의 두 손에 있던 장갑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자네! 어떻게?”
“잠깐 휴전입니다. 서로 너무 다쳤거든요. 그보다 좀 쉬어야겠습니다. 대화는 나중입니다.”
김창훈의 말에 남궁철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창훈은 남궁철을 향해서 말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에 말하십쇼. 발전소에 있는 전기를 내가 흡수해야겠다고. 저 괴물이랑 다시 싸울 때, 더 강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저 괴물을 죽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또한 내가 책임지고 허락받도록 하지.”
“그러면 전 좀 쉬겠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군인의 안내를 받아 도시에 있는 병원의 빈 병실로 들어간 김창훈이 완전히 잠에 들었을 때, 의사들은 그의 몸에 난 상처들을 치료하였다.
그렇게 김창훈과 흑룡, 그 첫 번째 대결은 사실상 김창훈의 패배로 끝났다.
* * *
김창훈과 흑룡의 전투는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도록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생중계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인류 멸망의 위기가 정말로 자신들의 코앞에 있다는 것과, 그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김창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연히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창훈이 죽으면 그대로 인류는 끝이다. 흑룡을 상대로 싸울 헌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김창훈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런 김창훈이 밀렸다는 것이다. 흑룡은 시종일관 여유가 있었지만 김창훈은 아니었다.
이는 그만큼 힘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발전소에 있는 모든 전기를 흡수하겠다는 김창훈의 요청은 곧바로 받아들여졌고.
중국 정부는 아예 작정하고 이동식 발전기까지 다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김창훈의 힘을 늘려 주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김창훈은 그런 중국 정부의 호의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각 국가에서도 김창훈을 돕기 위해서 영약들을 보내 주었다.
그가 강해지는 데 있어서 영약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여러 번의 사건을 통해서 다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무 영약이나 보내지 않았다. 최소 40년 이상의 내공을 늘려 주는 영약들만 보냈고 그 영약들은 착실하게 김창훈의 배에 들어가 그의 천마기를 늘려 주는 양분이 되었다. 그렇게 흑룡과 전투 이후 5일이 지났을 때.
[천마기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그는 천마기 능력치 130을 달성했다. 동시에 김창훈 주변 모든 것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 상황에 그가 당황하고 있을 때.
그의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이렇게 빠르게 여기까지 도달해서 널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생각보다 그 세계의 과학이 크게 도움이 되었구나, 후인.”
자신을 후인이라고 부르는 청년을 보며 김창훈은 이 남성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천마.”
“그래, 나다. 흠, 그보다 어떤가? 그 드래곤과의 싸움은? 즐거웠나?”
“역시 다 보고 있었나.”
“요즘 내 유일한 낙이지. 최근 들어서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드래곤과의 싸움은 아주 즐거웠다. 구경하는 맛이 있더군. 물론 거기서 죽었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테지만.”
“그 흑룡은 너무 강하다.”
“그래 봐야 도마뱀. 천마의 상대는 아니다. 물론 너는 아직 이길 수 없겠지만. 참으로 슬프게도 말이지.”
“놀리려고 하는 거면 그냥 날 본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줘. 아직 25일이 남아 있다. 그동안-”
“천마신공을 12레벨 달성한다. 맞나?”
“…그래.”
“그렇게 쉽게 달성하지 못할 거다. 천마기 능력치를 늘려서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천마신공 11레벨이 끝이다. 그 이상은 그런 꼼수로는 나아갈 수 없거든.”
그 말에 김창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자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마침 딱 좋은 상대가 있으니 시험 삼아 싸워서 이겨 보면 알거다. 나는 그 말을 해 주려고 온 거다. 그러면 좋은 싸움 기대하고 있지.”
그리고 천마가 사라지려고 하자 김창훈은 급히 외쳤다.
“잠깐만!”
“음? 왜 그러나?”
“천마신공은 최후의 절초라던가 오의라던가 그런 것 없나?”
“하! 천마무무가 어떤 초식인지 알았으면서도 그러는 군.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을 하나로 융합해서 사용한다. 그것은 곧 무적이나 다름없는 거다. 네가 아직 부족해서 그걸 제대로 사용 못 하는 거지.”
“그러면 없다는 거군.”
그 말에 천마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또 아니지. 천마무무의 장점은 모든 초식을 다 융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 힘에도 한계가 있다. 천마신공 자체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지.”
“천마신공의 한계?”
“천마신공은 정말로 대단한 무공이지. 하지만 ‘무공’이란 한계가 있다. 나는 그 이상의 힘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천마신공이란 무공의 한계로는 내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내가 만든 최고의 무공이지만 내 모든 힘을 담아서 사용하기에는 천마신공이란 도구가 부족했지.”
천마신공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침을 삼켰다. 도대체 얼마나 강해야 천마신공을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로서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나 만들었다. 내 모든 힘을 다 방출하면서도 천마신공을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천마신공 11레벨이 되었으니 너도 이제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천마신공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은 그 이상의 경지의 힘을.”
그 말과 함께 천마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천마를 보며 김창훈이 말했다.
“그 힘이면. 그 흑룡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김창훈의 말에 천마가 웃으며 말했다.
“천마는 무적이다.”
단 한 마디였으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천마가 완전히 사라짐과 동시에 그는 전기를 흡수하고 있던 발전소에 다시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여러 글자들이 보였다.
[천마기 능력치가 130에 도달합니다. 천마신공의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천마신공의 레벨이 11레벨로 상승합니다.]
[천마신공의 오의 ‘천마강림’을 습득하셨습니다.]
[모든 천마신공의 초식들의 위력이 크게 상승하며, 앞으로 천마기 능력치가 상승하여도 더 이상 천마신공의 레벨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당신과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강자와의 투쟁. 그 투쟁의 승리만이 천마신공 최후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천마지체가 천마기에 반응합니다.]
[천마신공 최대 한계를 돌파합니다.]
[천마신공 스킬의 위력이 아주 크게 증가합니다.]
[특성 천마지체가 진 천마지체로 변경됩니다.]
[특성: 진 천마지체
= 천마신공의 한계를 돌파한 이만이 가질 수 있다는 신체. 천마기의 소모를 80% 줄이고, 천마신공의 위력을 5배 증가시키며 천마기의 회복 속도를 30배 증가시킵니다.]
더욱 강력해진 특성을 확인한 김창훈은 스킬창에 있는 유일한 스킬인 천마신공을 확인했다.
[스킬: 천마신공 - 11Lv.
= 만마(萬魔)의 주인이자 무의 끝을 본 자. 천마가 만들고 천마가 사용하며 천마가 완성한 마공(魔空). 천마신공을 익힌 자. 무적이 되리라.
= 입문: 천마기공.
= 1초식: 천마군림보.
= 2초식: 천마파천장.
= 3초식: 천마뇌절각.
= 4초식: 천마붕산권.
= 5초식: 천마멸염공.
= 6초식: 천마대멸겁.
= 7초식: 천마만상.
= 8초식: 천마무무.
= 오의: 천마강림.]
[오의: 천마강림.
= 천마가 나타나니 전 우주가 천마의 힘을 두려워하리라.]
‘천마강림이라…….’
어떤 스킬인지는 직접 사용해 봐야 알 수 있었다. 김창훈은 전기를 흡수하는 것을 멈춘 후에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S등급 던전은 어디입니까?”
“예? 가장 가까운 곳이라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서안시에도 S등급 던전이 하나 있거든요.”
“그러면 바로 그곳으로 가죠.”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이들은 당황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고, 김창훈은 곧 그들과 함께 S등급 던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마강림이 어떤 것인지,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실컷 연습한 후에 환한 얼굴로 던전을 나왔다.
“내가 이겼다, 흑룡.”
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적’을 상대로는 절대로 후환을 남겨 두어서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흑룡이 자신이란 ‘후환’을 남겨 두어서 당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